장애가 있어 보이는 아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못난선생님2009.06.18
조회1,711
 

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이름없는, 경력 3년차의 한 여교사입니다.


  하도 답답하고, 속상하고, 말할 곳도, 해결책도 없어서... 네이트 판에라도 이렇게나마 적어보려 합니다.(욕은 하지 말아 주세요.)


  저희 반에는 아빠와 엄마가 이혼해서 따로 살고 있는 아이가 있습니다. 작년에 다른 학교에서 전학을 왔는데, 덩치가 많이 크지만 잘생기고 반듯합니다.


  문제는 이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른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1. 복도를 뱀처럼 기어다닙니다. 왜 기어다니냐고 물으니,  “발~이 아~파~서~요.”(발음도 부정확하고 어눌합니다). 기어다니지 말라고 했더니, 이번에는 무릎으로 기어 다닙니다.

- 보통 아이들은 발이 아프면 보건실에 가거나, 담임 선생님께 이야기합니다.


  2. 쉬는 시간에 잠깐 제가 자리를 비우면, 그 틈에 학교 앞 자기집 근처 문구점까지 가버립니다. 다른 친구들이 못 가게 잡을라치면 친구들 손을 긁고, 목조르고... 힘도 세서, 한 명이선 절대 감당 못합니다. 최소 3명의 아이들이 붙어야 겨우 끌고 옵니다.


  3. 수업시간에 계속 “끼르르르륵.” 이런 소리를 냅니다. 쉬는 시간에는 가끔 괴성을 지르는데, 그 지르는 소리가 아래층까지 다 들립니다. 놀라서 올라와 보면 그 아이가 괴성을 질렀다고 합니다.


  4. 친구들을 자꾸 괴롭힙니다. 특히 성격 좋고, 괴롭혀도 아무 말 안하는 친구들이 대상이 됩니다. 머리를 물어서 울린 적도 있구요. 필통이나 물건을 가지고 가놓고 자기가 안그랬다고 거짓말합니다. 그 친구가 괴롭혔고, 자기는 그런 적이 없다구요. 제가 없으면 100% 아이들이 이르러 옵니다. 그 아이가 괴롭힌다고요.


  5. 잘못을 해서 혼을 내면, 이상 행동을 보입니다. 눈동자를 빠르게 앞뒤 좌우로 굴리고, 절대 잘못했단 말을 안합니다. 손을 자꾸 흔들고, 입을 삐뚤게 벌려서 괴상한 표정을 짓기도 합니다.(아이에게 이런 말 하면 죄된다는 건 알지만, 정신발작 일으킬까봐 두렵습니다.)


  6. 요즘 초등학교에는 상담 선생님이 오시는데, 상담 선생님이 자기에게 관심을 보여주자 상담 시간에 교실의 모든 물건을 상담선생님께 가져다 드리고, 교실 바닥에 드러눕고, 의자를 교실 구석에 갖다놓고 혼자 앉아 있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고 합니다.


  7. 지점토와 찰흙을 친구들한테 과자라고 하면서 입에 대고 먹으라고 하고, 분필을 담배라고 하면서 입에 대고 피라고 괴롭힙니다. 운동장에 가면 친구들에게 흙과 모래를 뿌리고, 제자리에 앉으라고 하면 꼭 친구들 위에 앉습니다.


  8. 운동회, 체험 학습 등의 대외 행사가 있으면 꼭 그 날 어딘가로 숨어 버립니다. 그 아이를 찾느라 항상 불안하고 다른 친구들이 고생합니다.


  9. 수업 시간이든 무슨 시간이든 무조건 자기 이야기를 합니다. 수업 진행이 자꾸 끊겨서 그러면 안된다고 자꾸 이야기 하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10. 교장, 교감 선생님과 학부모들을 모시고 열린 ‘학교자랑발표대회’가 있었습니다. 원고를 자기가 찢어놓고서는(제 눈 앞에서) 왜 찢었냐고 물어보니, 자기가 안찢고 종이가 스스로 찢어졌다고 눈하나 깜짝 안하고 거짓말합니다. 다시 쓰게 해서 준비했는데 대회 날 또 찢었습니다. 앉아있으면서 계속 손을 흔들고, 옆에 친구 머리를 치고... 저희 교장 선생님께서 굉장히 깔끔하고 완벽주의자이셔서 그런 행동하는 걸 못 보시는데, 그 아이는 가만히 놔두시더니 ‘정서불안’인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11. 밥을 먹을 때, 반찬을 한 번에 다 먹습니다. 김치 한 무더기도 그냥 한 입에 넣고 삼켜버립니다. 저희 학교 김치는 익은 김치라 맛이 실텐데, 그냥 그렇게 먹습니다.


12. 초등학교 4학년쯤 되면, 다들 장래 희망이 생깁니다. 1학년 때부터 꾸준히 꿈을 위해 준비하라고 가르치거든요. 그런데 이 아이는 “너 커서 뭐가 되고 싶어?” 하고 물어보면, 대답이 “저 그런 거 몰라요. 없어요. 기억 안나요. 그런 거 해본 적 없는데.” 이런 식입니다. “기분이 어떠니?” 하고 물어보면, “목말라요. 더워요. 배고파요.” 이런 식의 반응을 합니다.

보통 4학년 아이들에게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보면, “재밌어요. 행복해요. 더워서 짜증나요.” 이런 식의 감정 표현을 하는데, 저는 이 아이에게서 ‘좋다. 싫다.’ 이런 감정적인 표현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지능이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국어와 수학 점수가 반 아이들의 평균입니다. 특수아도 아닌데, 이런 행동을 보이는 거지요.


  이 외에도 여러 가지 행동을 이야기하자면 끝도 없습니다. 제가 매일 이 아이에 관한 일지를 따로 적고 있을 정도로요.


  가장 큰 문제는, 같은 반 아이들이 피해를 너무 많이 본다는 것입니다. 제 생각과 다른 선생님, 학부모님들의 의견은 이 아이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또 이 아이의 부모님이십니다.

  엄마와 아빠는 따로 삽니다. 아이는 엄마와 누나 두 명과 살고 있는데, 주민등록등본엔 아빠와 누나 둘, 이 아이만 나와 있습니다. 엄마와 아빠 모두와 이야기를 해 봤는데 두 분 다 자기 아이가 정상이라고 굳게 믿고 계십니다.


  엄마는 운동회 때 한 번 학교로 찾아오셨었는데, 아이 도시락도 안챙겨와서 제가 다른 학부모님한테 부탁드려서 아이 밥을 먹였습니다. 그런데 오셔서는 전 학년 담임 선생님들 욕을 하시더라구요. 자기 아이는 정상인데 자꾸 병원에 데려가 보라고 하신다면서, 선생의 자질이 없다구요. 그러시면서 바쁘시다고 먼저 가셨습니다.

  그 후에 제가 이 아이가 친구들을 괴롭히고 그래서 상담차 전화를 했습니다. 처음에 아이가 공부는 잘 한다고 말하자 좋아하면서 이야기를 계속 하다가, 친구들을 괴롭히고 다른 행동을 보인다고 하자 갑자기 화를 버럭 내면서 “내가 지금 선생님이랑 싸우자는 겁니까! 선생님이 아이 가르치기 싫으시면 1년 꿇리던가 전학을 보낼께요!” 이렇게 말하고 또 바쁘다면서 끊으셨습니다. 아이 가르치기 싫단 얘기 한 적도 없고, 오히려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신경쓰고 잘 돌보려고 노력하고, 저희 반 아이들도 그 아이에게 괴롭힘 당하면서도 참고 잘  도와주고 있는데 이런 말을 들으니 가르친다는 것에 참 회의가 들더라구요. 물론 그 이후로도 아이는 학교를 꼬박꼬박 잘 나오고, 아이 어머님은 그 이후로 핸드폰 번호를 바꿔 버리셨습니다. 아이랑 이야기해봤더니 아이 어머님은 숙제를 한 번도 봐준 적 없으시고, 그냥 밥만 차려 주시고 잠만 자라고 하신다더군요. 학교엔 화가 나서 못오겠다고 하시더랍니다.


  아버님과 전화 통화를 시도해 봤는데, 아버님도 마찬가지 반응이셨습니다. 아이가 발이 아파서 기어다니는데도 그걸 이해 못하는 선생 자질이 없는 교사라며 저한테 아이 가르치기 싫으면 자기가 인터넷에 올리고 아이 전학시키거나 그만두게 한다구요.(저는 그 때, 아이가 발이 아프다고 해서 기어다니면 안된다고 이야기하고 보건실로 보냈었습니다.) 제가 아이가 다른 친구들을 괴롭히지 않고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더 신경을 쓰는 거라 했더니, 자기 아이 신경써 줄 필요 없다고, 신경쓰지 말고 냅 두라고 하더군요.

  그러더니, 오늘 아이가 결석했는데 저에게 전화해서 “아이가 학교 생활에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오늘 몸살이 나서 병원에 갔습니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솔직히 스트레스 제일 많이 받고 있는 건, 괴롭힘당하고 피해입는 다른 아이들인데 말입니다.


  다른 선생님들은 항상 저에게 힘들겠다며 위로해 주시고, 이 아이의 전 담임 선생님과도 통화해 봤는데, 이 아이에게 신경쓰고 부모님과 얘기해 봐도 아무 소용 없다며 계속 그렇게 신경쓰면 선생님만 병 생기니 사고 나지 않게 잘 데리고만 있으라고 하더군요.


  우리 나라는 부모님의 동의가 없으면 아이가 아무리 특별하더라도, 아무리 지적, 정서적 장애가 있더라도, 어떤 치료나 혜택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냥 큰 사고가 없는 걸 다행으로 생각하고 다른 친구들이 피해를 입으면서 그렇게 학교를 다니는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부족한 교사라 그런지, 무능한 교사라 그런지... 이 아이를 가르치는 것도, 이 부모님을 상대하는 것도 너무나 힘드네요. 정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 아이도 치료를 받으면 훨씬 나아질 수 있을 텐데... 다른 아이들도 피해를 덜 입고 더 좋은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을 텐데... 제가 할 수 있는 일도, 해결책도 지금 당장은 없네요.


  오늘도 이런 저런 생각에 고민하고 있다가... 이렇게 끄적인 것이, 길어져 버렸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