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없는 날 오이지 어떠세요?

貧妻2004.05.28
조회28,527

이른 봄,

바쁜 볼 일로 걷던 중 눈에 띤 다다기 오이..

오이지 담는 용도의 그 오이가 아주 이쁜 연두빛으로 눈길을 끌었다

입 맛 잃는 늦 봄부터 여름철

찬 물에 밥 말아 그 오이지 한 쪽씩을 밥 위에 얹으면

까실까실 입안에서 돌던 밥알들이 어느새 달게 목을타고 넘어가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곤 했다

그 생각이 나서 바쁜 걸은 멈추고 삼천원 어치를 샀다

많이 사면 너무 오래 먹게 되 질릴것도 같고

또 실패할것 같아서다

그 날 당장 소금물 팔팔 끓여 가지런히 그릇에 담은 오이에 들이부었다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부디 알맞은 간이 되어서 아삭아삭 맛있게 되길 기도하며

끓여 부어 식히고 또 끓여부어 식히는 정성을 열흘동안 들였다

그리곤 냉장고에 넣어둔게 벌써 한 달여 되었나보다

오늘 그 녀석을 꺼냈다

가뜩이나 입맛 잃는 계절에 때없이 찾아온 감기에 밥 넘기기가 죽을 맛이던 차에

오이지 생각이 났다

씻어서 조금 떼어 먹어보니 짜다

오이지 두개를 꺼내 납작납작 잘라 짠 물이 좀 빠져 나가도록 찬 물에 담갔다

그리곤 삼십여분 쯤 지나 물기를 꼭 짜서 참기름 넣고 마늘 넣고 파도 넣고

고춧가루도 좀 넣어 조물거려 맛을 보았다

짠 맛은 개었는데

수퍼에서 사 먹는 그런 감칠맛이 아니다

수퍼에서 사 먹는 오이지는 달콤새콤.. 입에 확 감기는 맛있데..

값을 곰곰 따져보니

애구..오이 값에 소금에 소금물 끓이느라 들인 가스비를 대충 셈해도

외려 더 비싼값이다

이거..손해구만..

맛은 더 없지, 모양도 색도 별로지, 거기에 내 수고는 어디냐..?

에이.. 내년부턴 안 한다..

이런 다짐을 궁시렁거리듯 뇌이고 상을 차렸다

자신 없는 맛땜에 작은 소리로 남편에게

어때요..? 했더니

"좋아!" 란다

그리곤 거푸 집어 먹는다

또 다시 갈등이 생긴다

내년에도 할까...?

밥에 찬 물을 부어 오이지 한 쪽 얹어 입에 넣었다

남편이 제법 맛있게 먹는 모습에 고무되어 그런지 맛 볼때 보다 한결 나은 듯 하다

음..

 

오이지 얹은 밥 한술 입에 넣고 눈을 지그시 감고 씹어본다

사각사각..

내 수고의 소리가 청량하게 들린다

사각사각...

 

 

 

☞ 클릭, 오늘의 톡! 아들은 귀신이 나올까봐 화장실도 못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