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마지막회(25) 내 최대 행복인 그 녀석

瓚禧200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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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내 최대 행복인 그 녀석





나는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하는 편이다. 사실 아주 많이 좋아한다.

영화 속 에선 내가 주인공이 된 것 같고, 또 못해본 사랑이란 경험을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미리 다 해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의 특징중 하나가 이런것이다.

꼭 못된 사람 한두명씩은 나와서 염장을 지른다. 그런 것을 볼때마다 ‘똑같애. 똑같애’ 그러면서 중얼대던 나였는데....



내가 그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버렸다.



방방 뛰는 시아가 고맙기는 했지만 더 이상의 추한모습은 보이기 싫었다. 사실 경은과 단둘이 조용한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훨씬 잘 통할 것 같아 가라는 나의 말에 서운해 하는 시아를 애써 보내고 나서야 난 경은과 단 둘이 마주하게 되었다.



“우리 서로 추한 모습은 보이지 말자....”



라는 나의 말에 경은은 풋 하고 웃었다. 아까 눈물 콧물 짜며 그 녀석을 달라던 경은과 상당히 대조적이였다. 화장실에 다녀온다던 경은은 화장까지 말끔히 고쳐 아까전 내 발 밑에서 울고 불고 했던 흔적들은 말끔히 사라져 있었다.



“내가 먼저 그를 좋아했어. ”


“먼저라... 너 졸업하고 그 회사 들어갔지?! 난 졸업하기 전부터 그 사람과 사귀고 있었으니깐 내가 먼저야!”


“마음에 품고 있었던건 내가 먼저였어! 우리학교에 처음 모습을 보였던 그 날부터 말야.”



내가 생각해도 정말 유치하다. 누가 먼저 좋아했었느냐가 마치 대세를 가르는 것처럼 으르렁 거리며 말하는 경은이나 경은에 말에 발끈해서 내가 먼저니 니가 먼저니 말하는 내 자신이 한심스러웠지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 날 우리 학교에 처음온 날... 날 보러 왔던거였어. ”



내 말에 경은은 억지부릴 것이 더 이상 없다고 느꼈는지 대뜸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쨌든 그는 내 사람이야!!!”



소리를 지르며 흥분한다는 것....


이미 승리의 여신은 내 손안에 있었다. 난 좀더 태연하게 경은을 바라보았고, 경은은 몸까지 바르르 떨고 있었다. 난 경은에게 살며시 물을 밀어 앞까지 놓아주었다.



“마셔....”


“지금 동정하는거야?!!”


“아니....”


“.............”


“처음엔 니 행동에 엄청 배신감 느끼고 그랬는데 이젠 아냐....그를 좋아해준다는건 어쨌든 감사한 일이니깐...하지만 그는 이미 나의 사람이야... 임자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준다는건 옳지 못한 행동이고... 난 그렇게 생각해..경은이 넌 예전부터 똑똑했으니깐 그 정도는 이해할꺼야... 그치?!”



내 말에 경은은 대답이 없었다. 다만 시선을 멀리 두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을 뿐이다.

경은에게 했던 말은 진심이였다.

누군가 내 그사람을 좋아해준다는건 내가 감사해야 할 일이니깐.....



어느 책에선가 그랬다.

누구를 좋아한다는 일과 사랑에 빠지는 일은 자기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고, 마치 번개를 맞는 것 같은 거라고....

피하려 해도 피할수 없는거라고....


물론 난 남들처럼 애정문제에 관해 경험이 많은건 아니다. 사실 전혀 없다고 해도 맞을것이다. 그 녀석외의 남자란 나에게 없으니깐....


하지만 경은의 심정을 왠지 이해할 것 같았다. 그냥 그랬다.


그 날 난 새삼 내가 복이 많은 아이라는걸 깨달았다. 어째됐든 남이 탐낼정도로 멋진 녀석을 가졌으니 말이다.

오랜만에 그 녀석과 갖는 나른한 휴식이다.

난 편히 그 녀석에게 기대어 앉아 있었고, 이제 많이 따뜻해진 햇살은 창문 틈으로 들어와 그 녀석과 나를 감싸 앉았다. 따뜻한 느낌과 등뒤로 느껴지는 그 녀석의 단단한 팔이 날 나른하게 만들었다.



“날씨가 많이 좋아졌지?!”



그 녀석은 내 뒤에서 내가 기대기 편한 자세를 만들어주고 내 머리칼을 살며시 만져주며 말했다.

난 아무말 없이 고개만 끄덕이곤 눈을 감았다.


너무 편안하면 기운이 쫙 빠진다고나 할까?! 내 몸엔 힘이 하나도 남아있질 않았다.


다만 나른한 이 오후를 최대한 여유롭게 보내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난 그렇게 한참을 그 녀석에게 기대어 앉아있었다.


그 녀석도 그런 분위기가 좋은지 덩달아 조용했고, 집안의 소음이라고는 째각대는 시계소리가 전부였다. 그 소리를 제외한다면 그 녀석과 나 단둘이 다른 세계에 있는듯한 착각이 들었을텐데....



그 녀석은 조심스레 내 윗옷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갑작스레 내 몸에 닿는 그 녀석의 차가운 손탓에 난 눈이 확 떠졌다. ‘뭐하는 거예요?!’라고 묻고싶었지만 그렇게 이번 분위기를 깨기엔 내가 너무 힘이 빠져 있었고, 나의 나른함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어서 그 녀석의 손이 내 몸체온과 이내 같아져 그냥 눈을 다시 금 감았다.


내가 가만히 앉아있자 그 녀석은 마저 다른손 마저 나에게 집어 넣었고, 갑작스레 연거푸 들어온 그 녀석 손 때문에 놀라 몸을 살짝 부르르 떨었다.



“싫으니?!”



조용한 그 녀석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고선 다시 눈을 감았다. 그렇게 한참을 있었을까?! 그 녀석은 나의 귓불에 살며시 키스를 했고, 그리곤 나지막한 목소리로



“사랑해...”


라고 말해주었다.



귓불을 지나 옆의 턱선까지 쭉 이어 뽀뽀를 해오던 그 녀석은 손을 빼 내어 내 고개를 살며시 돌려 길고 깊은 키스를 했다. 한때 내가 그 녀석의 키스에 적응을 못했던 적이 있었을까 싶을정도로 이젠 제법 자연스럽게 키스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그 녀석의 키스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나의 옷을 그 녀석은 살며시 들어올려 나의 속옷을 위로 살짝 밀어올렸다. 키스를 하다말고 난 ‘아직 낮이란 말예요’ 라고 말했지만 그 말을 내 뱉기도 전에 그 녀석의 입술에 먹혀 버리고 말았다.


그 녀석은 거실 바닥에 날 살며시 눕히고선 내 가슴을 애무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 녀석의 혀로 살며시 쿡쿡 찌르기도 하고 주변을 쪽 소리나게 뽀뽀하기도 하며 그 녀석은 나의 신경을 환각의 나락으로 몰고갔고, 분위기 탓이였는지 난 어느때 보다 더 긴장하고 있었다.



환한 대낮의 정사....



그 녀석은 그렇게 나를 능수능란하게 몰고 갔고, 난 혼미해진 정신으로 그 녀석을 바라보았다.

다시 살포시 눈을 감으려던 나에게 그 녀석은 고개를 들어 나에게 키스를 하며 말했다.



“눈떠..그리고 날 봐.... 너 하나 사랑해서 미친 한 남자를 봐봐... 쿠쿡...난 내가 한 여자에게 이렇게 빠질줄은... ”



이라며 그 녀석은 풋 하고 한번 웃어보였고, 그런 그 녀석의 머리칼을 난 살며시 쓰다듬어 주었다.



“해도 될까?!”



그 녀석은 조심스레 나의 의사를 물어보았고, 난 키스로 그 대답을 대신했다.

살며시 나의 아랫도리를 벗기어 가는 그의 손길은 처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항상 조심스러웠다. 그런 그 녀석의 머리칼을 누워서 보고 있자니 왠지모를 모성애가 솟아나 난 계속 그 녀석의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 녀석과 사랑을 나누면서 내가 먼저 그 녀석의 몸에 손을 댄적은 없었기에 그 녀석은 눈에 띄이게 흠짓 거리더니 이내 자신의 페이스를 찾아 날 환락의 나락으로 이끌어 갔다.


약간은 차가운 그 녀석의 손길이 내 몸에 닿는 그 느낌...

딸짝지근한 그 녀석과의 키스


땀으로 미끌해진 거실 바닥에 그 녀석과 난 그렇게 알몸으로 누워 따스한 햇살로 샤워를 했다.


태초 아담과 이브처럼...우린 그렇게 사랑을 나누었다.






“김치찌개 먹고 싶어. 김치 부침개도 먹고 싶고, 김치 김치 무진장 김치가 먹고싶어!!!”



그 날 그 녀석과 나에게 신께서는 아주 큰 선물을 내려다 주셨다.

따스한 그날의 햇살처럼 그렇게 따스하게 우리의 아이는 내 품속으로 들어왔다.

아이를 가지면 다들 먹고 싶은게 많다고 하던데...난 오직 김치만이 먹고 싶었다. 덕분에 그 녀석! 우리집 자기네집 할것없이 맛있는 김치가 있다는곳이면 어디든지 가서 그것을 공수해왔고, 덕분에 우리집 냉장고는 김치 풍년이였다.



아이를 가졌다는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그 녀석은 그 날부터 집안일 전면 휴업을 내게 명했고, 다른사람이 우리만의 공간에 들어오는건 싫다는 내 말에 회사일 하랴 집안일 하랴 혼자 분주하면서도 날 한번 보고는 힘이 난다면 씨익 웃는 사람으로 변했다.



“잠깐만 기다리라고! 우리 애기먹을 김치찌개 만들테니깐 말야!”


“아이가 아니고 내가 먹고싶어!!”



식탁에 앉아 수저만 든채 빽 빽 소리를 질러대는 내 머리를 아프지 않게 한대 콩 쥐어박더니 그 녀석은 ‘너도 애기잖아’ 라며 내 입술에 쪽 소리나게 뽀뽀를 해주곤 뒤돌아서 음식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양복입고 매일 출근하는 그 녀석도 멋있었지만 지금 앞치마를 맨채 룰루랄라 거리며 음식을 하는 저 녀석은 훨씬더 보기 좋았다.

다른사람들이 볼 수 없는 나만이 기억할수 있는 모습이니깐...


난 식탁에 기대어 그 녀석의 행동 하나하나를 주시해서 보았다. 호 불어 간을 보는 모습, 양파까는 모습, 파 써는 모습 종종대며 음식을 만드는 그 녀석의 음식솜씨는 생각 외로 최고였고, 난 결혼해서 가장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



난 그 날 저녁 아주 행복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 녀석과 나는 아주 많이 늙어있었고, 그리고 내 옆에는 나의 아이가 성인이 된채 서있었다. 우리둘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지만 난 그 녀석을 느낄수 있었고, 그 녀석도 날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서로 마주잡은 따스한 채온만으로도 우리는 서로 그렇게 알수 있었다.



꿈속에서 난 아주 행복했다.

그 녀석도 행복해 보였다.



세상 끝나는 마지막 순간에 누가 나에게 세상에서 태어나 가장 잘 한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난 주저없이 그 녀석과 결혼한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언젠가 내가 그 녀석에게 물어본적이 있었다.


왜 날 사랑하게 되었냐고....


그 때 그 녀석은 나에게 그랬다.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말하는 나의 순진함에 반했다나?! 하지만 난 이제 아주 순진함과는 거리가 먼 아줌마가 됐다고 하자 그 녀석은 내게 말했다.



“순진함이 다한 지금의 네 모습에서 또다른 매력을 찾았으니 그걸로 된거야..너란 여잔 항상 새로운 모습을 나에게 선사하니깐... 난 그래서 니가 좋다구!”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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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리플과 처음 받아보는 관심에 흥분한 나머지 좀더 길게 끌어보고 싶었습니다.


조금 더 관심을 얻어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끊을때를 알아야 좀더 좋은 글이 나오겠죠?!~


이렇게 끝내게 되니 조금은 서운하고.... 아쉽긴 하지만...좀더 좋은 글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동안 제 글을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