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곱창을 닮은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강나루2004.05.30
조회265

강형!

푸른 야전잠바를 자랑스레 ( 예비군 아저씨라는 자긍심으로 ) 걸치고 다니던 시절에

포장마차에서 친구놈의 소개로 형을 만났읍니다.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 사람이 초면부터 반말로 일관하여 은근이 부아를 났었지만 닭똥집을 씹으며

보이는 가식없는 눈웃음에 이사람 참 맑은 사람이구나 여겼읍니다.

다음날 다시 만나 형네 자취방까지 쳐들어갔죠 .

소주 두병에 순대 한웅큼 사가지고......

가관입디다.

지금에사 하는 예지지만 오징어다리에 김밥 부스러기 좁은 방 여기 저기 굴러다니고 비키니 옷장에

라면박스 두어개가 형 살림의 전부였지요.

줄도 제대로 안맞아 거문고 소리를 내는 싸구려 기타가 있어 그나마 을씨년스러움을 조금 덜어주고

있더군요.

사람이 없던 낮시간에 동네 바퀴벌레들 사돈에 팔촌까지 몽땅 소집시켜 배 두드리며 포식하는 모습이

눈에 선해서 현장을 확인하지 못한 사람이면서도 키득거리는 웃음을 참지 못했읍니다.

낡은 주택가를 가로지르는 수많은 전선들 ......

그사이로 난 작은 자취방에 시계부랄처럼 일정한 시간에 출퇴근을 반복하며 더러 내가 찾아가면

피곤한 내색않고

" 얌마...   순대에 소주 한잔 때리까?.... "

" 조오치...   형 귤도 몇개 사 와~~ "

어설프게 시작된 술판이 인근 편의점으로 이어지고 혀가 말리고 무릎이 후들거려야 끝나곤 했읍니다.

희안하지요?

그러면서도 형과는 한번도 싸운 기억이 없으니............

 

그러다가 형이 1호선 전철 마지막 역으로 이사를 가고 저는 형과의 추억이 고스란이 남아있는 이곳에서

퇴직금이라도 두둑하게 받으려고 남아 형을 떠올리고 있읍니다.

5년전에 한번 들른걸 기억합니다.

" 야 순대 먹을래? '

그 한마디 하고는 순대를 한 짐? 짊어지고 와서 그거 먹고 며칠 간 입에서노린내가 나 혼났읍니다.

 

너나없이 내 가족주의

이기주의로 치닫는 오늘 날 형이 문득 그립습니다.

예전처럼 무쟈게 많은 순대를 사와서 꾸역꾸역 먹으며 맑은 소주잔을 비우던 당신이

오늘따라 별나게 그립습니다.

 

조만간 긴 전철시간 각오하고 쳐들어갈랍니다.

순대곱창볽음에 맑은 소주 ............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