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처녀의 로맨스](1)봄날은 오는걸까?!

瓚禧2004.05.31
조회6,131

 


오늘도 여전히 난 컴퓨터와 씨름을 하고 있어......


그러다가 로맨스 소설방의 소설들을 상사한테 안들키게 몰래 몰래 자그마하게 창 켜놓고 읽고 있지....


난 로맨스 소설이 좋아.


다른 사람들도 그럴지는 몰라도...난 그런 소설을 읽을때면 내가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좋아.


현실에선 그런 멋진 놈들이 날 거들떠 봐줄리 만무하잖아?!


사실 인정하고 싶지않지만 현실은 그래....


난 올해 29살이야... 만으로는 27살이라고 바득 바득 우기고는 있지만 그럴때마다 비참한건 나지......


회사사람들은 올해는 국수 먹는거냐고 자꾸 물어보지만...남자가 있어야 하지...남자가....


나도 결혼하고 싶다고... 하지만 임자가 없는걸?!


오늘도 사무실 너머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꿈을 꾸어.... 멋진 남자가 날 데리러 오는꿈 말야... 그런 낙이라도 없음 내가 어찌 살겠어?!!


 

 

 

 

 



                                                       (1)봄날은 오는걸까?!

 

 

 

 

 



“혜진씨! 도대체 일을 하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 이따위로 일할꺼면 당장 때려 쳐!”



오늘은 얌전히 넘어가나 했더니 오늘도 어김이 없다. 난 방방뛰는 최대리를 바라보며 속으로 노래를 부른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정말 애국가는 누가 만들었는지 잘 만들었다. 최대리의 방방거리는 저 소리를 막아주니 말이다. 입사 5년차! 나보다 한살이나 어린 최대리는 애석하게도 나보다 직급이 높다.


빌어먹을 세상이다. 내가 최대리보다 입사도 빠르고 나이도 많고 자격증도 많은데 왜 직급이 낮은건지 모르겠다. 나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것이 콤플렉스인지 최대리는 사사건건 나를 걸고 넘어졌고, 오늘도 자그마한 실수하나를 가지고 10분이 넘게 설교를 하고 있다.



그런 최대리의 말을 들은척 만척 난 오늘 회사 끝나고 무슨일을 할까? 생각중이다.



-은영이를 만날까?! 영화를 볼까?! 음....전에 봤던 홈쇼핑 치마 괜찮던데..하나 살까??! 안돼... 돈이 모자르잖아.. 월급날 살까??!



이런 잡생각을 하고 있단걸 최대리가 알면 뒤집어 질 일이겠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고 최대리의 말에 상처를 받는다면 난 진즉 이 회사를 때려쳐야 했다.

내 나이 29살...


적은 나이가 아니기에 지금 아니꼽다고 나가버리면 막상 뽑아주는 곳 하나 없다는 현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덕분에 이런 난관쯤은 가뿐히 버티어 내는 베테랑이 되어있지만...


5,4,3,2,1 땡!


앗싸! 퇴근시간이다. 난 불이나게 컴퓨터를 딱 꺼버리고선 가방을 챙겨서 일어났다.

그런 나를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지켜보던 최대리는 기어이 한마디 한다.



“하는 일도 없이 그렇게 일찍 퇴근하는 것 미안하지도 않아요?!”


“네!”



라며 당당히 말하는 나를 기가막힌 듯 바라보는 최대리의 시선을 깡그리 무시한채 룰루랄라 거리며 집으로 향했다. 5년동안 회사생활하고 저녁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은 내돈 8000만원!


그런 나에게 사람들은 20살땐 참 속깊은 아이라고 했고, 지금 나에게 사람들은 저렇게 아등바둥 모은다고 독한년이라고했다. 참 세상사람들은 나이에 따라 바뀌는 시선이 너무나 많다.


오늘도 집 어귀에 있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한산한 편의점에서 난 맥주캔 2개를 집고, 대충 끼니를 채울 요량으로 오늘도 삼각김밥2개를 샀다.


-하나를 더 살까?!


요즘들어 부쩍 식욕이 자꾸만 늘어간다. 나이 많은것도 서러운데 몸매까지 엉망이라는 말은 차마 들을수 없어서 아쉬운 마음으로 집었던 삼각김밥을 다시 제자리에 올려놓고 계산대로 향했다.



“오늘도 시간 딱이네요?!”



편의점 알바생이다. 이번에 새로 바뀐 알바생은 꽤나 오래도록 붙어있는다. 대부분 알바생은 2,3개월 못가서 그만뒀지만 이번 알바생은... 5개월째인가??!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인상한번 서글서글한게 귀엽다. 남자한테 귀엽다는게 욕이라는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귀여운 것은 귀여운거다. 적어도 내 동생보다 훨씬 아래인 듯 보이는 아이니깐..


위에 맥주캔과 삼각김밥을 올려놓고 지갑을 찾아 만원짜리 한 장을 건넸다.



“오늘도 이걸로 저녁 때우시게요?!”



라며 종알대는 알바생에게 쓴 웃음 한번 지어주고는 잔돈을 받아 지갑에 넣었다. 봉투값이 아까워 항상 그냥 들고 가는 나를 아는지 그 알바생은 그 흔한 ‘봉투드릴까요?’라는 말조차 건내지 않는다. 한쪽으로 핸드백을 메고 맥주두캔과 삼각김밥을 가슴으로 안고 나갈려는 나에게 그 알바생은 예의 바르게도 먼저 나와 문을 열어주었다.



“고마워요!”



라며 나가는 나에게 그 알바생은 뛰어오더니 내가 아까 집을려다가 놓아둔 삼각김밥하나와 비닐봉투 한 장을 들고 따라왔다.



“저기요!”



그 녀석의 부름에 난 뒤를 돌아  그 알바생을 보았고, 그 알바생은 싱긋 웃으며 나에게 ‘이건 제가 드리는거예요’라며 삼각김밥하나가 딸랑 담긴 봉투를 나의 새끼 손가락에 걸치고선 다시 뛰어갔다.



가까이에서 보니 저 알바생 보조개가 살짝 들어간게 상당히 귀여웠다.



-근데 나한테 이걸 왜?!



난 별뜻 없이 단골이니깐 이라고 편하게 생각을 했다. 나의 장점중 하나가 이것이다.

무엇이든 단순하게 생각하는것!

그 단순함이 도가 지나쳐 지금까지 남자친구가 없는것일수도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나는 그 알바생이 건내준 봉투에 맥주와 삼각김밥을 넣고는 콧노래 부르면서 언덕배기를 올라가 나의 집으로 향했다.



언제나 봐도 뿌듯한 나의 집이다. 이 2층짜리 연립주택은 세를 포함하고 대출받아서 작년에 내가 어렵사리 마련한 것이다. 물론 아직 다들 전세계약 기간이 남아있어서 난 옥탑방을 사용하고 있는 신세지만, 그래도 이 나이 먹도록 이런 집 한 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난 무진장 내 자신이 뿌듯하단 말이다!



힘들게 계단을 올라가자 옥상 너머로 시가지가 한눈에 보였다.



이런 낙에 옥탑방에 사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며 핸드백에서 열쇠를 꺼내어 나의 보금자리로 들어갔다.



아침에 급하게 나와서 그런지 집은 엉망이였다.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속옷에 옷에 올이나간 스타킹 하며 발 딛을 틈도 없었다. 난 그것들을 대충 발로 한쪽 구석에 밀어넣고는 텔레비전 먼저 틀었다.



유선방송에선 내가 좋아하는 ‘불새’가 재방송 되어 나오고 있었다. 난 자켓을 벗어 던져놓고는 치마를 올려 바닥에 편하게 주저 앉았다. 방의 상태가 상당히 심각했지만, 불새 보고 치울 요량으로 난 맥주캔을 따 시원하게 한모금 들이켰다.



알싸한 탄산의 넘김에 몸이 찌릿 찌릿 해지는 나이다.

시선을 불새를 향하고 난 손으로 더듬더듬거려 삼각김밥 하나를 집었다. 대충까서 입에 넣고 맥주한모금 마시고, 알딸딸하게 취기가 올라오는 내 기분은 하루의 피로를 풀기 충분했다. 지금 이순간 만큼은 최대리의 잔소리도 기분 좋을 만큼 내 기분은 상당히 고조되어있었다.



어느새 조금밖에 남아있지 않은 삼각김밥 꼬투리를 한입에 넣어버리곤 다시 손을 더듬어 다른 김밥을 집어들었다. 비닐 봉투를 깔려고 보니 내 손에 김밥과 함께 잡혀 있는 종이 조각 하나....



딱지 모양으로 접힌 그 조그마한 종이를 난 한동안 바라보았다.



-뭐지?!



난 황금히 입을 오물거려 입안에 있던 김밥을 다 넘기고 나서 그 종이를 떨리는 손으로 살짝 펴 보았다.


동글 동글한 글씨가 눈에 확 들어왔다.



[상당히 놀라셨죠?! 사실 말로 하고 싶었는데....오래전부터 관심있었어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내일 영화한편 어떠세요?! 저 내일부터 아르바이트 그만 두거든요... 내일 CGV앞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오실 때 까지요... 


-하균 올림-]



그 알바생 이름이 하균인가보다. 그래서 였구나. 쑥스러운 듯 내게 봉지를 건네고 황급히 뛰어 들어가는 알바생의 행동이 이해가 갔다.


이게 얼마만에 받아보는 러브레터인지...


아마 대학교 이후 처음인 것 같다. 날씨도 싱숭생숭한데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하균이라는 귀여운 청년의 러브레터......



“나에게도 봄날은 오는건가?!”



연하라면 치를 떨 듯 싫어하는 나이지만 오랫동안 외로웠던 탓일까?!


하균이라는 그 알바생의 얼굴이 자꾸만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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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글을 시작했습니다. 그 녀석때는 급하게 써서 마음에 안드는 구석도 있었지만 이번꺼는 차근차근 한번 써볼 예정입니다.

 

하루에 한번씩 올릴꺼지만 그 녀석 만큼 속도가 안날수도 있어요~

 

이해해 주시구요! 많이 사랑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