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화성에서 온 왕자님

wagi200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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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귀환명령


“에이씨, 아침부터 누구야?”

 

윤은 손을 뻗어 더듬거리다가

베개 밑에서 부르르 떠는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윤이니?

 

“아침부터 뭐야? 어제 늦게 들어와서 잠도 못 잤는데.”

 

-장미축제 한다더라. 유진이 데리고 나와.

 

“피곤해서 오늘은 꼼짝도 하기 싫어.”

 

-너 안 오면 유진이도 안 올 거잖아? 얼른 나와.

 

“내가 유진이 껌이냐? 붙어다니게.”

 

-나라고 너 붙어 나오는 게 좋은 줄 아니?

 

“그럼 직접 유진이한테 전화하셔.”

 

-됐어! 

 

신경질적인 목소리와 함께 뚝 끊어진 전화.

윤은 빽 소리를 지른 미진이 덕택에 멍한 귀를 손바닥으로 눌렀다.

 

“기집애, 성질하고는.

가만, 근데 얘 지금 나랑 유진이 사귀는 줄 아는 거 아냐?

물론 사실은 아니지만 생각하니 괘씸하네.

아무리 자기가 먼저 좋아했다고 우선권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만약에 정말로 내가 유진이랑 사귀고 있는 거라면...

얘 지금 유진이 빼앗겠다는 심보 맞지? 뭐야? 지금 하는 짓이 웃기잖아!”

 

생각하다가 열이 뻗힌 윤은 벌떡 일어나 앉았다.

 

“이거 정말 해도 너무하는 거 아니야? 생각할수록 열받네.”

 

왜 화가 나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부글부글 뭔가가 끓어올랐다.

 

“젠장, 잠도 다 깨버렸잖아.”

 

다시 누워도 잠이 올 것 같지는 않아 윤은 컴퓨터를 켰다.

머리가 복잡할 때는 단순한 일을 하는 게 좋다.

 

“왠 스팸이 이렇게 많이 오냐. 일단 다 버리고...

어? 이건 뭐야?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할까? 아, 맞다. 전에 뉴스 신청했었지.”

 

윤은 한참 걸려 어려운 말로 이루어진 메일을 꼼꼼히 읽었다.

 

“그러니까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있다는 얘기네.

지구인이 이주하기에 가장 가능성이 높은 행성이라니까...

정말로 생명체가 있다는 생각은 안 드나? 하긴 직접 본 나도 안 믿기는데 뭐.”

 

아무리 화성의 사진을 살펴봐도 도대체 저기 어디에 사람이 사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시뻘건 땅에서 화성인들은 어떻게 살지? 이렇게 관찰을 해도

생명체가 있다는 증거가 없으니까 발표가 안 나겠지만 정말 잘 숨었네.

아니, 어쩌면 정말로 화성인들은 투명체가 아닐까?

그러니까 돌아다녀도 우리 눈엔 안 보이는 거야.

아니면 탐사선이 갈 때마다 다 같이 숨나? 민방위 훈련하듯이?

하지만 화성이 지구보다 더 발달했다며? 근데 왜 숨지? 유진이한테 물어볼까?”

 

문득 떠오른 생각에 윤은 심각한 얼굴을 했다.

 

“가만... 그러면... 유진이 가족도 있다는 소리잖아?

참, 유진이 아빠는 지도자랬지. 그럼 화성에 있겠네. 형제들도 있을 거고.

이렇게 보니까 정말 멀다. 이 먼 화성에서 지구로 오다니...”

 

가만히 화성과 지구의 거리를 짚어보던 윤은 깜짝 놀랐다.

 

“7700만 km? 헉, 서울에서 부산까지 315km니까...”

 

자신이 가 본 가장 먼 거리를 계산해본 윤은 그 자리에서 입을 떡 벌렸다.

 

“대략 244500배? 이게 얼마나 되는 거야? 아, 머리아파. 아무튼 멀다.”

 

문득 처음 유진을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내가 유진일 처음 본 게 8살 때니까...

그럼 유진인 그때부터 쭉 고향에 가지 못했다는 거야?”

 

어린아이 주제에 야멸친 말만 골라 하던 그 시절의 유진은

잔뜩 털을 곤두세운 고양이 같았다.

주위의 모든 것을 상처 입혀 놓아야 직성이 풀린다는 듯

얼마나 차고 냉랭했는지 모른다.

 

“정말 싫었었지... 진짜로 유진이 같은 건

없어져 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

유진이랑 같이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애들한테 얼마나 따돌림을 당했게.”

 

윤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어린 시절, 대하기 어려운 유진이 대신 애들의 표적이 됐던 윤으로서는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웠지만 그래도 유진이가 있어서 견뎌낼 수 있었던 것도 같다.

 

“웃기는 일이야. 유진이 때문에 그렇게 됐는데 결국은 유진이가 있어서 견딜 수 있었다니.”

 

오랜만에 어릴 적 앨범을 꺼낸 윤은

한장 한장 유진이와 같이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진짜 쬐그맣다... 이렇게 작은데 유진인 지구에 달랑 혼자 떨어져서 어떻게 산 걸까?

세진이 오빠랑은 정말 가족도 아니라면서. 역시 슬펐겠지?”

 

잠깐 유진의 고독을 생각한 윤은 가슴이 아팠다.

 

“근데 애가 왜 표정이 8살 때부터 지금까지 똑같냐?

이렇게 보니까 진짜 웃기네.”


 

*********************

 

 

세진은 심각한 얼굴로 에이피가 전하는 화성의 메세지를 수신했다.

 

-즉각 제 7후보자를 화성으로 송환하라.

 

“에이피, 다시 처음부터.”

 

-네, 세진님. 그럼 수신한 내용을 처음으로 돌립니다.

 

잠깐의 정적 후 에이피로부터 세진이 기억하는 내용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명령이 흘러나왔다.

 

-제 1 지급 명령을 전한다. 이 명령을 수신하는 즉시 시행하도록 할 것을 권고한다.

화성으로부터 지구에 파견된 제 7후보자에게 명한다.

제 7후보자는 수신 즉시 화성으로 귀환하라.

후보자 본인에게 이 명령을 시급히 이행토록 하라.

반복한다. 즉각 제 7후보자를 화성으로 송환하라.

 

“무슨 일이지? 지도자께 무슨 일이라도?

에이피, 화성으로부터 수신된 다른 소식은 없나?”

 

-화성의 중앙 시스템에 접근이 차단되었습니다. 패스워드가 맞지 않습니다.

 

“패스워드가 맞지 않다고? 지도자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뭔가 심각한 상황인 건가? 정말 지도자께 무슨 일이라도?

그렇지 않고서야 지도자의 선출과 함께 등록되는 패스워드가 틀릴 리가...

화성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


 

“여기가 어디냐? 신기한 것들이 많구나.”

 

유진은 정신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골목 양쪽으로 늘어선 전통품 가게들이 신기한 눈치였다.

 

“여긴 인사동이라고 우리나라 고유의 물건들을 많이 파는 데야.

재밌는 것도 많고 골동품도 있어.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나온 보람이 있다니까.”

 

윤과 유진은 가게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재미있는 것들이 많구나.

이름으로는 아는 것인데 실제 모양이 이렇게 생긴 줄은 몰랐다.”

 

“아, 저거 이쁘다.”

 

윤은 한국 전통 문양으로 만든 악세사리에 정신을 팔고 있었다.

 

“저게 뭐냐?”

 

“목걸이잖아. 어? 이거 예쁘네...”

 

“학생, 하나 사 가. 자개로 만든 거라 특이하고 변하지도 않아.”

 

어느새 가게 아줌마가 나와 눈을 떼지 못하는 윤을 불렀다.

 

“예쁘네요. 이게 자개예요? 신기하다.”

 

“원래는 비싼 건데 우리가 가게 정리하려고 싸게 파는 거야.

이거 디자이너 작품이라 몇 개 있지도 않아.

우리는 딱 두 개 갖다 놨는데 갑자기 가게를 정리하게 돼서 말이야.”

 

윤은 목걸이를 받아 대보고 거울에 비친 모습을 살폈다.

손바닥보다 약간 작은 원형의 목걸이 안에는

독특한 색의 자개가 섬세하게 소용돌이 문양을 이루고 있었다.

 

“정말 예쁘다...”

 

“학생이 눈이 높네. 싸게 줄 테니까 가지고 가.”

 

“얼만데요?”

 

“5만원.”

 

“헉, 5만원이요?”

 

윤은 슬그머니 목걸이를 자리에 잘 걸어 놓았다.

 

“왜? 하나 하지. 잘 어울리는구만.”

 

“하... 하... 5만원짜리 목걸이 할 능력없어요.”

 

“학생, 이거 반값도 안 되게 주는 거야. 원래 가격은 십만원이 넘어.”

 

“잘 봤습니다!”

 

윤은 유진을 끌고 부르는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곳까지 뛰었다.

 

“왜 그러느냐?”

 

“보고 있으면 더 사고 싶어질 것 같아서.”

 

“그렇게 갖고 싶으면 사지 그러느냐?”

 

“너 돈 많아?”

 

“아니.”

 

“나도 없어. 보고 있으면 가슴만 더 아프다고.

내 주제에 무슨 5만원짜리 목걸이는. 예쁘긴 하지만 그럴 돈 없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식당에 앉아서도 눈앞에 그 목걸이가 가물거렸다.

 

“진짜 예쁘긴 하더라. 아아, 내가 용돈받은 날만 됐어도 그냥 눈 딱 감고 사는 건데.”

 

“그렇게 갖고 싶으냐?”

 

유진의 물음에 윤은 그냥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냐, 생각해봤자 소용없어. 나도 잊어버릴 테니까 너도 묻지 마.

가슴만 더 아프단 말야. 자, 우리 수제비나 먹자. 여기 수제비가 그렇게 유명하대. 어? 어디 가?”

 

“화장실 간다.”

 

“얼른 갔다 와. 빨리 안 오면 네 것까지 내가 다 먹는다.”

 

“내일 신문에 나고 싶다면 마음대로 하려무나.”

 

“저건 말을 해도...”

 

*

 

유진은 열심히 뛰어서 아까의 그 가게로 왔다.

 

‘수제비가 나오기 전에 돌아가야 한다.’

 

“아까 그 학생이네? 왜? 사게?”

 

“좀 깎아 주시오.”

 

“에이, 그렇게는 안 돼. 여자친구 선물 줄 모양인데 그냥 써.

5만원이면 우리 손해보고 파는 거야. 가게 처분만 안 했어도 이렇게 싸게 안 내놓지.”

 

“돈이 지금 딱 4만 6천 9백원 있소.”

 

“3천원이나? 그렇게는 못 한다니까.”

 

“그러지 말고 주시오.”

 

“안 돼.”

 

단호한 주인 아주머니의 거절에 유진은 잠시 고민했다.

 

‘왜 이런 게 그렇게 갖고 싶은 걸까?

5만원이면 먹고 싶은 거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데...

수제비 두 그릇 먹고 집에 가는 길에 햄버거를 하나 먹어도 3만원은 남을 거금인데... 그냥 포기할까?’

 

돌아서려던 유진의 눈 앞에 목걸이를 걸고 기쁘게 웃던 윤의 얼굴이 떠올랐다.

유진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아주머니, 그러지 말고 주세요, 네?”

 

‘내 정말 이 짓만은 안 하고 싶었건만...’

 

“하, 학생?”

 

“네? 아이, 아줌마아~”

 

외모만 천사같다는 평을 듣는 유진의 애교섞인 조름에

아주머니의 눈이 반쯤 눈이 돌아가고 있었다.

실은 말만 애교고 표정은 변화없는 유진의 엽기적인 모습에 너무 놀라서 입을 떡 벌린 거였다.

 

“자요, 여기 돈. 그럼 고맙습니다!”

 

유진은 목걸이를 잡아채 달렸다.

얼이 빠진 아줌마는 달아나는 유진의 뒷모습을 보면서도 어버버거릴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참 인간들은 이상하군. 왜 이런 짓을 하면 다들 넘어가주는 것일까?’

 

뭔가 핀트가 어긋난 생각을 하는 유진이었다.

 

*

 

“이게 뭐야?”

 

윤은 자신 앞에 내밀어진 유진의 손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받아라.”

 

왼손을 윤에게 내민 채 앉자마자 수제비를 퍼먹기 시작한 유진은

윤의 표정을 미처 보지 못했다.

윤의 얼굴은 놀람과 감동, 의아함으로 뒤범벅이 되어 시시각각 현란하게 빛났다.

 

“이걸 왜?”

 

“갖고 싶어 했지 않느냐?”

 

“하지만...”

 

“팔 아프다.”

 

윤은 조심스럽게 목걸이를 받아 걸었다.

 

“정말 예쁘다...”

 

왜인지는 몰라도 눈물이 났다.

윤은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목걸이를 들여다보는 척 했다.

 

“고마워...”

 

괜히 쑥스러워진 유진과 고개를 숙이고 있는 윤은 서로를 외면했다.

 

‘이상한 기분이 든다. 왠지 얼굴이 뜨겁군.

아, 수제비 그릇을 들여다보고 있어서 열이 올라 그렇구나.

그나저나 이 수제비 맛있군. 한 그릇 더 먹어도 될까?’

 

유진은 슬쩍 윤의 눈치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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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다시 스토리의 진행입니다. ^^

이상하게 읽어주시는 분들은 많은데 왜 리플은 안 달리는 건지... ㅠ.ㅠ

제발 가끔 인사라도 해 주세요. ㅠ.ㅠ

리플에 답글 다는 게 요즘의 유일한 낙이랍니다. ^^

 

글램님, 와아, 신인이시네요. ^^ 반갑습니다.

그렇게 칭찬을 하시면 바기는.... 정말로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얼굴이 화끈 화끈...^^  그래도 바기는 칭찬받는 게 너무 좋답니다.

읽으시고 이렇게 한 마디씩 해주시는 게 바기한테는 큰 힘이 돼요.

 

희동이마을님, 세진군 귀엽지요.. 개인적으로 참 예뻐하는 캐릭입니다. ^^

앞으로는 세진군의 활약이 있을...지도요. ㅎㅎㅎ

이러니 저러니 해도 유진인 잘 해 나가고 있는 거 같죠?

유진이랑 윤이랑 점점 서로에게 맞춰나가는 과정이다 싶어요.

좀 지루한 것 같지만 둘에게는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

 

물빛무늬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아, 이 말은 정말로 다신 안 하려 했건만. ㅠ.ㅠ)

과분한 칭찬, 늘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coco님, 네, 찔립니다. 찔리다 못해 가슴에 대못이 박힙니다. ㅠ.ㅠ

이제 윤이랑 유진인 대충 정리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ㅋㅋㅋ 사악한 작가가 그럴 리 없겠죠?

 

보갱짱님, 유진이 변합니다. 이번편에서 망가진 것 보십시오.

유진인 망가져야 제 맛이라는...퍽! 윤이가 때립니다. ㅠ.ㅠ

 

자갸님, 보물이라구요? 어디요? 저도 나눠주세요. *_*

ㅋㅋㅋ 너무 민망해서 농담 한번. 재미는 없습니다만.;;;

 

bklove님, 앗, 닉이... 제가 좋아하는 노래 !ㅁ!

공감해 주셨다니 정말 기쁩니다.

네, 저도 그런 생각을 가끔 해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다면 인간은 얼마나 풍요로운 존재가 될까요?

너무 안주하는 것도 문제라지만 요즘은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돌아보면 내가 가진게 얼마나 많은지... 그 많은 것들을 어딘가 꽁꽁 숨겨놓고

남의 것을 부러워하는 어리석은 자신이 참 부끄럽습니다.

 

럽럽럽님, 오늘은 닉이 안 바뀌셨네요. ^^

자, 럽님과 닉바꾸기 놀이 할 사람! 저요!

 

짱마님, 팬픽도 좋아한답니다. ^^;;

오늘은 모두들 칭찬만 해주셔서 부끄럽사와요~

앞으로 더 잘하라는 뜻으로 알고 있어요.

더 재밌는 글로 여러분께 보답했으면 좋겠는데... 과연 능력이..-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