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 고딩 연예인과 사귄다면... <8> 난 아니야!!

이원영2004.06.03
조회3,463

추천과 코멘트의 압박이 평소에 비해 3 퍼센트 정도 많아서

평소보다 3시간 정도 일찍 올립니다

그럼 바로 이야기 들어갑니다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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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

 

꼬마에게 전화가 왔다...

분명히 꼬마의 목소리다...

 

 

「아저씨! 고시텔에서 뭐 하고 살았어여!?

  내가 출연한 영화들은 다 찾아 봤어여!?

  어때여!? 나 진짜 가증스럽게 행동하져!?

  완전 내숭에다가 귀염상큼발랄 그 자체져!?

  우하하하!! 아저씨 완전 충격 먹었나부다!! 암 말도 못 하는 것 봐 우하하!!」

 

 

녀석의 목소리가 맞았다...

내 평생 살아오면서 단 하루밖에 듣지 않았었지만...

평생 잊을 수 없는 그 느낌의...

아니...

가끔은 전혀 기억이 떠오르지 않지만

듣게 되면 어제 본 느낌처럼 생생하게 떠오르는...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갑자기...

뭔지 모를 설움이 가슴 속에서부터 복받쳐 올라왔다...

 

 

「에이 아저씨~~ 뭐라 말 좀 해 봐여~~

  나 안 반가워여? 내 목소리 들으니까 기분 안 좋아여~?」

 

 

왜 그랬을까...

난 간신히 첫 소리를 낸다는 것이 울음이 섞인 불분명한 소리를 내고 말았다

 

「으어... 있어...」

 

밝은 분위기의 녀석이 순간 숨을 멈춘다

 

「아저씨」

 

녀석이 굳은 목소리로 말한다

 

「아저씨 무슨 일 있죠?」

 

난 뭔가 말하려고 힘을 냈지만...

 

「우어...」

 

목구멍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무슨 일이에요

  침착하게 말해 봐요. 무슨 일이에요」

 

녀석의 목소리가 부들부들 떨린다

그리곤 급기야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왜 그래여!! 무슨 일이에여!!

  아저씨!!

  무슨 일이 있는 거냐구여!!!」

 

녀석을 안심시켜야 한다...

그런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잠시 이성을 잃었던 녀석의 목소리가 차분해졌다

 

「아저씨 침착해여

  거기 어딘지 위치를 말해봐여」


「으어......」


「지금 말 못해여?

  침착하게 말하면 되여. 천천히. 침착하게」


「......」


「그래여. 사람이 큰 일이 닥치면 갑자기 말문이 막힐 때가 있어여

  위치 말 안 해도 되여

  내가 전화번호로 위치 찾아낼 테니까 그냥 거기 가만히 있어여

  침착해야 되여. 아저씬 지금 괜찮은 거에여. 알았져? 알았져?」

 

녀석의 차분한 행동이 효과가 있었던 걸까...

나는 (울음은 섞였지만) 간신히 한 마디 대답할 수 있었다

 

「아, 알아쪄... 아으...」

 

녀석은 나에게 몇 번이나 괜찮은 거라고 다짐을 받곤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은 난 사무실에 웅크리고 주저 앉아서 부들부들 떨었다

 


도대체...

범생녀석과 나는 어제 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왜 내가 홀딱 벗고 그나마 빤쓰조차 반만 걸쳐져 있던 것인가...

범생 녀석은 왜 나체로 누워 있었던 것인가...

내 빤쓰는 벗겨지다 만 것인가 아님 뭔 일 있은 후 입다가 만 것인가...

 


무서웠다

두려워서 죽을 꺼 같았다

 


저 범생 녀석이 어떤 녀석인가...

평생 남들에게 모범생 소리만 듣고 살아왔다지만...

엘리트 중에 엘리트라는 서울대 의대까지 졸업한 아이지만...

남들 앞에서는 한 번도 화를 낸 적도 불만을 말한 적도 없다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안에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억압된 괴로움과 힘겨움이...

심연처럼 깊은 ‘고착’ 이 되어서 터지기 일보직전의 시한폭탄으로 있지 않는가...

 


만약 내가 그 녀석과 러브러브가 있었다고 한다면...

녀석의 평소 품행을 봤을 때 그 일은 전혀 감당할 수 없는 일일텐데...

그렇다면...

혹시...

녀석이 내 앞에 나타나서...

 

 

「저기요...

  제 심장에 박힌 이 사시미의 손잡이를 한번 더 쑤셔 주시겠어요?

  제가 피를 너무 흘려서 기운이 하나도 없네요...」

 


안돼!!!!!!!!!

이럴 순 없어!!!!!!!!

 


난 머리를 움켜 잡고 괴로움에 미친듯이 발버둥쳤다


그 때 였다

 

「저기요...」

 

갑자기 사무실 문 앞에서 범생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게 아닌가!!

 

「으아아아아아아악!!!!!!!!!!!」

 

난 비명을 지르면서 녀석을 쳐다보았다!!

녀석의 가슴엔!!!

사시미칼을 든 손이!!!

 

... 아니라 나의 양말 한 짝을 든 손이 있지 않은가...

 

「양말... 한 짝만 신고 가셨는데요...」

 

난 비명을 지르면서 커졌던 그 눈알 크기 그대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내 눈을 침착하게 바라보면서 내 양말을 손에 쥐어 주었다

그리고는 여전히 내 눈을 쳐다보며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는 거 같아요」


「......」


「내려 가신 뒤에 제가 방 구석구석 샅샅이 뒤져 보았는데요」


「......」


「출혈의 흔적은...... 없더라구요」

 


쿠쿠쿠쿵!!!!!!


출.혈.의.흔.적..........................

 


난 믿어지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호, 혹시...」


「네」 (차분하게 대답하는 그녀...)


「생리를 하시는 중이셨는데...」


「네... 네?」 (순간 나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그녀)


「출혈이 멈추었다는 뜻인지요...」


「이, 이런...」 (뭔가 당황한 표정을 짓는 그녀)


「그 말인즉슨...

  나와 하룻밤을 보낸 후...

  생리가 멈춰...

  임신을 하셨다는...?」

 

내가 정곡을 찔렀다는 뜻일까...

그녀는 나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혹시... 소설 쓰세요?」

 

으어허허헉!!!!!

그녀는 내가 소설 쓰는 사람인 줄 어떻게 알았을까!!!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을 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상상력이 풍부하세요?」


「네...에...?」


「출혈이 없었다구요. 그러니까...

  아마 아무 일도 없었을 거라구요...」

 


아아아아......

 

그 말이었구나......

 

그녀가 처녀라는 이야기와 동시에......

 

아직도 처녀일 거라는 말이었구나......

 

오 하나님!!

 

감사감사감사합니다!!

 

난 감사의 눈물로 얼룩진 눈망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내 눈을 피하면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렇지만 안심할 수는 없어요」


「네...에...?」


「현대 여성의 30퍼센트 이상이...


  첫 관계시 출혈이 없거든요...」

 

 

쿠쿠쿠쿠쿵!!!!!!!!


출.혈.이.없.거.든.요.....................

 


「게다가...

  저 역시 어제 어떻게 그 방까지 오게 되었는지도 모르겠고...

  왜 웃이 전부......」

 

그녀가 더 이상 말 못 하겠는지 고개만 숙이고 있다

 


으어어어어어어.............

 

난 나도 모르게 털썩 무릎을 꿇었다

 

「저, 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난 진실되고 간절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절 믿어주십시오!!

  전 상대방 동의도 없이 그런 일을 마구 할 사람이 아닙니다!!

  절대 아무 일도 없었을 겁니다!!」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휙 든다

 

「필름이 끊어졌는데 어떻게 자신하죠?」


「네...에...?」


「자신을 믿는 건 좋지만 사람이 악한 존재라는 걸 잊으면 안 됩니다」


「아...... 네......」 (갑자기 주눅 팍 들었다)


「하지만 괜찮아요」


「네......?」 (갑자기 희망이!)


「뭔 일이 있었다 해도 한쪽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네......」 (그러나 역시 주눅이...)

 

잔뜩 긴장된 분위기가 잠시 흐른 뒤...

그녀가 침을 꿀떡 삼키더니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저기... 영화 보러 가지 않을래요...?」

 

 

그녀와 영화를 보았다

그녀가 보고 싶다는 멜로 영화였는데

이렇게 불편한 마음으로 영화를 본다는 것 자체가 영 부담스러웠고

둘이 같이 온 느낌보다 각자가 혼자 와서 붙어 있는 좌석 앉은 거 같았고

무엇보다 멜로 영화의 내용이 부담스러워서

(술 취한 뒤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러브러브한 다음에 사랑하는 연인 된다는 얘기)

 


그리고 가장가장 부담스러운 장면은...

베드신에서 여주인공의 가슴이 너무 작고 예뻤다는...

(범생 녀석 가슴과 똑같자나!!!)

 


여하튼, 바늘방석 같은 자리에서 영화를 본 다음

녀석은 날 데리고 훼밀리 레스토랑을 갔다

 

「영화 보여 주셨으니까 제가 밥 살게요」

 

영화값에 무려 다섯 배나 되는 금액의 저녁식사를 먹으려니까

이전까지의 불안하고 괴로웠던 생각들이...

거짓말처럼 머리 속에서 싹 사라지면서

정말 간만에 서울 올라와서 포식을 할 수 있었다 *^^v

 


독자   : 어이! 이 와중에서 밥 한 끼 잘 먹었다고 ‘브이’까지 그리냐!


소설가 : 복잡하지만 단순한 게 내 특기야! 그리고 오히려 그녀가 더 편해 하더라!

 


그렇다

그녀는 내가 정신없이 먹고 마시고 행복해 하니까

처음으로 미소를 지으면서 같이 행복한 표정이 되었다

 

「많이 먹어요. 부족하면 더 시켜요」


「아! 괜찮습니다! 전 괜찮습니다!」


「아니에요. 뭐 더 시켜 줄까요? 스테이크 하나 더 시켜요?」


「아닙니다!

  립으로 시켜 주십시오!」

 

우린 아까의 안 좋았던 기억들을 모두 싹 지워 버리고

이전보다 더 가까운 사이로 진행되었다

 


그녀는 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해 주었다

그녀는 자신의 외모에 대해 어떤 컴플렉스가 있었다

자신의 작은 키와 작은 몸매 평범한 얼굴

자신이 이제껏 연애 한 번 못 해 본 것이 이런 원인이었다고 한다

 


물론 나는 아니라도 말해 줬다

그녀는 나같이 덩치 큰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타입의 여자였다

작고 아담하고 착하고 땡글땡글 귀엽고

예전에 가수 이선희를 좋아했던 나로써는

이런 타입의 여자들이 아주 귀여워 미칠 타입이라고 말해 주었다

나같이 덩치 큰 남자 만나면 아마 예뻐해 줄 거라고 말해 줬다

 


그러자 그녀는 눈망울에 눈물이 맺힐만큼 기쁜 표정을 지었다

자기 역시 나처럼 덩치 큰 남자가 좋다고 한다

나중에 연애하게 되면 자기 허벅지만한 팔뚝을 가진 남자를 만나

그 팔뚝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놀러 다닐 거라고 말했다

 


완전 분위기 탄 나는

밥 먹고 고시텔로 걸어오면서

그녀의 말에 내 팔뚝에 매달려 보라고 말했다

 


그녀는 수줍어 하면서 그렇게 못 한다고 했다

내가 열심히 권하자 그녀는 마지못해 매달렸고

난 그녀를 팔뚝에 매달고 고시텔 앞까지 걸어왔다

 


독자   : 뻥 까지 마! 무슨 천하 장사도 아니고!


소설가 : 허 참... 소설적 표현을 그렇게 받아들이면 되게써-_-+

 


「자 다 왔습니다」

 

그녀를 팔뚝에 매달고 고시텔 앞에 도착했다

 

「오늘 즐거웠어요」

 

그녀가 수줍게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그래요. 저도 마음이 한결 나아졌습니다」

 

갑자기 그녀가 고개를 휙 든다

 

「그렇지만 마냥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되요」


「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잖아요」


「어떤 일이라면...?」


「뭐... 아무 일 없었으면 상관 없지만

  만약 무슨 일이 있었다면... 임신의 위험이...」


「으아......」


「그리고 아무 일이 없었더라도...

  우린 서로 볼 걸 다 본...」

 


쿠쿠쿠쿠쿵!!!!


볼.걸.다.본.............

 


난 고개를 강하게 흔들었다

 

「볼 걸 다 보다니요!!

  전 못 봤습니다!!

  전 아무것도 못 봤습니다!!」


「그래도... 가슴은 보셨잖아요...」


「아닙니다!!

  작아서 안 보였... 아니!! 전 아무 것도 안 봤습니다!!」


「안돼요. 그런 거짓말은 책임 회피에요」


「아닙니다!! 정말 안 봤습니다!! 정말 우린 아무 일도... 흐읍!!」

 


순간!!

그녀가 갑자기 내 입술에 자기 입술을!!

뽀뽀를 하는 것이 아닌가!!!!!

 


난 뜨악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기 입술을 손가락으로 만지면서 말했다

 

「이제... 뭔 일이 있었던 거에요...」

 

오...... 하나님......

날라리도 아닌 저런 범생 녀석에게 이리 당할 줄은......

 


그 때였다!

 

「아저씨!!」

 

순간, 뒤 쪽 어두운 골목에서 누가 튀어 나오는데!!

 

「아저씨!!」

 

으아아아아아아악!!!!!!!

꼬마 녀석이잖은가!!!!!

 

 

앞에는 범생 녀석!!!!!!

뒤에는 꼬마 녀석!!!!!!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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