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탕을 드시던 어머니

안양남2009.07.01
조회189

안녕하세요.

안양에서 살고 있는 24살 남자입니다.

한동안 톡보다는 댓글 다는 재미에 살았었는데요.

오늘 헤드라인 중에 돈잃고 울으시 어머님 사연이 있길래

저도 저희 어머니와 비슷한 사연을 남기고자 이렇게 글을 씁니다.

 

 

먼저 이야기에 앞서 저희 어머니 아버지 소개를 해 드려야겠네요..

저희 어머니 아버지는 연상연하 커플에 결혼도 일찍 하신편입니다.

어머니 나이 스물넷에 (그러고 보니 딱 제나이네요) 저를 낳으셨으니까요.

일찍 결혼을 하셨기에 아직 아버지는 대학을 졸업하지도 않은 상태셨고

그렇게 되다보니 근 3~4년간의 경제생활을 어머니가 도 맡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시골에서 막 올라오신 저희 아버지쪽 즉 친가에 같이 사셨는데

그 당시에 삼촌들 (아버지가 장남이고 아래로 두명의 동생분)도 학생이셨기때문에

삼촌들 두명, 할머니, 거기다가 저희 증조할머니까지 (증조할머니가 장수하셔서 제가 중학교 막 입학했을때 돌아가셨어요..) 총 7식구를 어머니 혼자 먹여 살리신겁니다..

 

 

그렇게 되다 보니 어머니는 어린나이서부터 악착같이 돈을 모으셨고

조그마한 푼돈이라도 아끼시는 생활 습관이 몸에 베이셨나 봅니다.

 

 

 

이러한 생활습관이 십수년 쯤 이어지다

제가 유치원때 혹은 초등학교 1,2학년때로 기억합니다.

(왜 그런거 있잖아요 어렸을때 일이라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어렴푸시 나는 그런 기억들..)

집근처에 가든이 하나 있었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근사한 가든이였습니다.

항상 어머니는 그곳에 가고싶다고 졸랐었는데

어느날인가 아버지를 졸라 한번 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정작 그런 근사한 곳에 가셔서 어머니가 갈비탕을 시키시는 겁니다..

저는 어린나이에 '그렇게 오고싶다고 졸랐으면서 왜 갈비탕을 먹지?'라는

생각이 들긴했지만 그래봤자 전 애였는데ㅋㅋ 그냥 갈비탕도 맛있게 먹구 나왔지요ㅋ

 

그리고 그 때를 마지막으로 그 가든은 한번도 가질 않았습니다.

 

 

 

그러다 제가 스무살 대학을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때

그 가든을 다시 찾아가게 됩니다.

 

 

그 사이 저희 아버지는 대학졸업후 취직한 나름 이름있고 알아주는 회사에서

운좋게도 고속승진도 하셨고..(회사에서 집, 차, 운전 기사 나옵니다)

저희 어머니 아버지 이름으로 된 집도 몇채 마련하시고 하셨기에

신혼 때처럼 그렇게 궁핍한 생활을 하진 않으셨습니다.

저 초, 중학교때까지만 해도 동네 형들한테 옷 받아오셔서 저 입히고

돈한푼 쓰시는데에 인색하시던 어머니께서 요즘들어 종종 비싼옷을 사가지고 오시면

아직까지 놀랍니다ㅎㅎ

 

 

 

하여튼 그 가든을 가는 차안에서 어머니가 말씀해주셨습니다.

너 어렸을때 여기와서 갈비탕 먹은거 기억나냐고

어머니는 아마도 제가 기억 못 할줄알고 물으셨나 봅니다..

하지만 전 어렴풋이라도 기억이 있었기에 기억이 난다고 갈비탕 맛있었다고ㅋ

그냥 그렇게 대답하고 말았지요

 

 

그런데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그 때 사실 갈비탕먹으러 온거 아니라고

그냥 소고기는 못 먹더라도 돼지갈비라도 먹으려고 왔었던건데

그 당시 너무 비싸서 차마 돈을 못 쓰겠더라고.. 그래서 갈비탕만 먹고 나온거라고..

 

 

그게 아직까지 마음에 너무 사무쳐서 언젠간 다시 와서 정말 먹고 싶은거

다먹고 배부르게 먹을수 있을 때 다시 오겠다고 그 당시 나오면서 수없이 되뇌이고 다짐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날이 오늘이라고ㅋ

그러니깐 먹고싶은거 다 먹고 배터질때까지 먹으라고 하시더군요ㅋ

결국 그 날 저희가족 돼지고기가 아닌 소고기 배 터질때까지 먹고나왔습니다ㅋㅋ

 

 

참.. 그렇게 배불리 먹고 나오면서도..

한편으로 그 당시 저희 어머니의 심정을 생각해 보니 씁쓸하더군요..

그깟 돼지고기 값이 부담되서 갈비탕만 먹고 나왔을 저희 어머니 맘을 생각해보니

너무 안타깝고 짠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론

신혼 초부터 여러식구 먹여 살리느라 그렇게 고생하시고,

저희 아버지 신입사원때부터 그렇게 뒷바라지 하시고,

있는 고생 없는 고생 다 하시다가 이렇게 떳떳히 먹고 나오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너무나 멋잇고 자랑스러웠습니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씀씀이가 헤퍼지셨지만

(씀씀이가 헤퍼지셔봐야 그냥 먹고싶은거 드시고 그런 기초적인 씀씀이같은것들..)

저희 가족중에 아무도 어머니한테 뭐라고 하는 사람 없습니다ㅋ

그래봐야 아직까지도 저희 가족중에 어머니가 제일 알뜰하시지만..ㅋ

 

 

물론 톡커분들 중에 어머니, 아버지가 자랑스럽지 않은 분 하나도 없을테지만

전 정말 아무것도 없는 집에 시집와 고생하신 어머니와

그런 아무것도 없는 집에서 성실히 일하시며 자리 잡으신 아버지를 존경합니다.

 

그렇게 지지리 궁상떨며 어린시절 보낸것만큼

지금까지도 그렇게 풍족한 삶은 살진 않지만

저는 이런 어머니, 아버지 아래서 자란게 너무나 다행이고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