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이의 이집트 헤메기 - 22. 홍해의 다이버들과 그들의 와이프

투덜이2004.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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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죽이는 홍해의 다이버들, 그들의 와이프 (or 걸프렌드)

 

Hurghada에서 할 것은 두가지 밖에 없다.  배타고 나가 다이빙이나 스노클링을 하던지, 페리를 기다렸다 타고 Sharm El-Sheikh으로 가던지.    Hurghada는 워낙 작은 동네고,  돈벌이라곤 관광객 상대 호텔업이나 식당, 기념품 가게, 다이빙샵이 전부이니,  시내라고 해야 15분이면 한바퀴 다 도는 이 작은 도시의 모든 사람들은 다들 서로 아는 사람들인거 같았다.

 

내가 묵은 호텔 주인이 내가 도착한 날 밤에 결혼 피로연을 한다고 옥상으로 초대해 올라가 보니, 왠걸,  와이프가 금발의 백인이다.   투숙한 손님이 얼마 없었는지, 아님 다들 피곤하다고 사양 했는지, 거기 참석한 외국인 이라고는 신부와 벨기에 여자 하나, 나, 그리고 신부 친구인 프랑스 여자 뿐이었다. 

 

좀 있다 호텔 주인인 신랑을 소개 하는데, 표 안 내느라 죽는 줄 알았다. 신랑이 이집트 남자인데, 아무리 많이 쳐 줘도 여자보다 열살은 어려 보였다. 여자는 좋아 죽는 표정인데, 눈치 없기로 따지면 전세계에서 한 손안에 꼽힐 내 눈에도 그 남자,  인상이 너무 안 좋아 보였다.   한마디로 좋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걸 물어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다 신부 분위기 맞춰 주느라 클레오파트라 담배까지 받아 들고 살짝 물어봤다. 어떻게 만났냐고.

 

핀란드인인 신부도 나랑 비슷한 경로로 지난 크리스마스 즈음에 이 호텔에 왔는데,  난 대충 눌러 앉았지만 그 여자는 단호히 거절하고 다른 호텔로 갔단다.   근데, 거기가 심지어 이만 못했던 모양이다.  수세에 몰린 여자가 자기를 처음 이 호텔로 데려온 지금의 남편에게 도움을 청해 다시 이 호텔로 데려왔고 그후 3개월만에 사랑에 빠져 둘은 결혼을 했단다.   원래 서양 여자가 워낙 나이들어 보이니까 그럴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다음날 스노클링을 하러 배를 탔다. 

 

근데,  이집트 다이버들, 인물이며 몸매가 장난이 아니다.  나이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쯤 ? 전날 피로연에서 만났던 프랑스여자도, 다이버인 이집트 남자와 결혼해서 Hurghada에서 다이버샵을 운영하면서 산다고 하더니,  내가 간 다이버 샵에도 호주애가 운영하고 다이버들은 모두 이집트 사람들인데, 아무래도 그중 제일 잘생긴 다이버가 호주애 보이프렌드 같아 보였다. 

 

나야말로 남자 모델들 하고 워낙 많이 일해서, 왠만한 애들보고 별로 감탄하는 사람 아닌데, 서울에 있는 친구들이 이 좋은 구경거리를 놓치다니.. 게다가, 바다에 나갈거라 혹시 물 들어 갈까봐 디지털카메라도 놓고 왔는데,   이 좋은 구경을 나 혼자 하다니... 아까워라...  weight training 해서 억지로 키운 몸매가 아니라 다이빙을 하면서 군살 하나도 없이 다져진 이집션 다이버들을 보니 서양애들이 정신 못 차릴 만 하단 생각이 들더군.  여행 내내 여기처럼 이집트 남자 인물 좋은데가 없었던거 같은데, 그런 남자들은 유럽 여자애들이 딱 붙어서 살고 있어서 그런지 여자들에게 추근대는 일 절대 없다.   내가 2일동안 Hurghada에 있으면서 유럽 여자와 결혼한 이집션 다이버커플을 5커플이나 봤으니 많긴 많은거 같다.

 

난 사실, 섬 근처 얕은 물에서 하는 스노클링 인줄 알고 따라 나섰는데, 바다 한가운데 있는 산호초에 줄 매 놓고 하는 스노클링 인걸 알고 경악을 했다.  다들 홍해는 염도가 높으니 가만히 있어도 몸이 떠올라 빠져 죽기가 더 힘든 곳이니 걱정 말라고 안심을 시키길래 용기를 내 물속에 들어갔다 밑바닥을 보고 경악을 해서 올라왔다.  거기 수심이 30m였다 !

 

물론 수영 못 하는 거야 내가 게을러 그런 거니 깊이가 무서워 못 들어 갈 거 같으면, 별로 볼 건 없지만 배 근처에서만 놀지 뭐 했는데, 것두 무서워서 물에 들랑 달랑 하는걸 본 일행중에 Hurghada에서 귀금속 가게를 한다는 오재미 비슷하게 생긴 이집트 아저씨가 배에 탄 일행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나한테 수영을 가르치겠다고 나섰다.   띠이..  저기 잘생긴 다이버 오빠들도 많은데 하필 오재미 아저씨가 나선담...   싫다고 사양해도 일행들 여세에 눌려 할 수 없이 그 아저씨 따라 물에 들어가 한 10번쯤 머리를 쳐 박힌 다음에야 홍해 바다에서 절대 빠져죽지 않을 거란 확신이 생겨 곧장 산호초 섬으로 갔다 !    

 

덕분에 그 아저씨와 다른 사람들과 친해 져서 이얘기 저얘기 하는데, 그 아저씨 말이, 자기도 내가 있던 호텔 주인과 그와이프 잘 안다고 했다. 그래서 실례인줄은 알지만, 도대체 그 여자 나이가 몇살이냐 니까 50가까이 됬단다.  설마 설마 하는 맘에 남자는 몇살이냐 니까 갓 서른 넘었단다.  덧붙여, 그 남자 평판이 별로 좋지 않고, 이전에도 다른 외국여자랑 살다 헤어진 적 있는 사람이라 사실 오재미 아저씨가 아줌마한테 결혼을 말렸었단다.  그러나 어쩌랴, 그 아줌만 그남자가 너무 좋다는데….

 

스노클링에서 돌아온 다음날 오재미 아저씨 가게 구경갔다.   같이 다이빙 하던 스웨덴인 母子 (모자사이 일거라고 굳게 믿어.  아님 할 수 없지만) 도 와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어짜피 살 기념품이라 아는 사람한테 팔아주려고 하는데 , 그 스웨덴 모자중 엄마가 다른데 보다 잘 해 주는거 같다며 이저 저거 사고는 먼저 떠났다.    근데, 2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아줌마의 아들이 뭘 놓고 갔는지 다시 돌아와서는 둘레둘레 찾다가 내 옆 테이블에서 민트틴 같이 생긴걸 집어 들고 나가려다가 나한테 예의상인지 권하는 거야.

 

난 민트려니 싶어 손을 내밀었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손톱만한 티백 같은게 잔뜩 들어 있는거다.  이미 내민 손이라 거둘 수 없어 일단 하나 집어 들고 물어봤다, 이게 뭐냐 ?  그 애 말이 스웨덴 담배인데 피우는게 아니고 윗 잇몸과 입술 사이에 끼워놓고 한시간 정도 있으면 니코틴이 잇몸으로 스며 들어간단다.

 

내 참.. 별거를 다 해봐요..  사양하긴 너무 늦은지라 일단 해 보기로 했다. 익숙치 않은걸 잇몸 사이에 밀어 넣느라 기를 쓰는걸 보더니 얘가 “너 첨 해보니?” 하는 거야.  “당근이지, 이게 뭔지도 모르는데 내가 이전에 해 봤겠냐 ?”  그랬더니 얘가 하는 말,  “음… 있잖아,  이거 처음 이면 쫌 있음 너 좀 아플거다” 하는 거다.  뭐야...  런 말은 내가 맛 보기 전에 해 줘야 하는 거 아냐 ?  뭐 이딴게 다 있누… 그 녀석 히죽 웃더니 행운을 빈다며 나가고,  니코친이 배어 나오자 역한 맛 때문에 견딜 수가 없어 뱉어내긴 했는데, 정말 그 녀석 말대로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띠이…

 

오재미 아저씨는 호구조사를 해보니 나보다 2살이 어렸다. 그래도 그 아저씨가 내가 만난 이집트인들 중에 제일 인간적인 장사꾼 이었다.   가게에 찾아와 줘서 고맙다고 밥 산다고 난리 치는거 사양하느라 좀 힘들었지만, 이 아저씨처럼 좀 세련되게 행동 하면 관광객들이 현지 장사꾼들한테 불쾌하다는 인상을 받지는 않을텐데…

 

암튼, 스노클링 보트를 타길 잘 한거 같다.  거기에 다이버의 동생이라는 한 10살 남짓 꼬마가 하나 동승 했는데, 고녀석, 말 없이 어른들 사이를 누비며 심부름도 곧 잘 하고 이쁜 짓을 하고 다닌다.   날이 더워지자 파란 바다에 너무 예쁜 투명한 보라색 해파리가 떠 다녀서 신기해 하니까 가만히 내 옆에 와 한마리 잡아서 보여준다.   관광객을 상대하는 이집트인들은 아주 사소한 친절을 베풀고도 항상 바쿠시(=팁)을 강요하기에,  꼬마가 하도 착해서 팁을 좀 주니까 이 꼬마, 펄쩍 뛰며 거절 한다.   그 꼬마는 진심으로 친절을 베푼건데, 난 그걸 돈으로 사려고 했다니..  많이 부끄러웠다…

 

이집트와 시나이 반도-사우디 사이의 바다가 홍해라고 불리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청바지 처럼 파란 바닷물에 붉은 플랑크톤이 번식해서 바다가 붉게 보여 그렇게 불렸단 설도 있고, 사우디아라비아 쪽에서 떠 올라 이집트 쪽으로 지는 해가 바다에 비쳐 바다를 붉에 물들여 red sea라고 한다고 하기도 하고, 또 태양에 비친, 풀 한포기 없는 바닷가 주변의 바싹 타들어 가 보이는 산과 벌판이 붉어 보여 홍해라 한다는 설도 있단다.

 

투덜이의 이집트 헤메기 - 22. 홍해의 다이버들과 그들의 와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