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이의 이집트 헤메기 - 28. 스텔라와 이집트 음식 이야기

투덜이2004.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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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스텔라와 이집트 음식 이야기

 

카이로 박물관의 일상 생활을 묘사한 토우 중, 5천년 전에 맥주를 만드는 여인을 묘사한 것이 있다.  맥주는 이집트인이 처음 만들어 마시기 시작 했다고 하는데,  불행히도 무슬림은 술을 마실 수 없기 때문에 이집트의 양조 기술이 쇠퇴 할 수 밖에 없었나 싶다.

 

공식적으로는 술을 팔지 않지만 이집트에서도 맥주를 만들고 와인도 만든다. 오벨리스크는 아주 고급 와인은 아니지만 가볍게 마시기에 크게 부담 없는 와인이었다.  내가 워낙 맥주를 좋아해서 맥주 얘기를 하자면 밤 홀딱 새는데, 이집트인이 만드는 스텔라는, 정말 별로 였다. 역시 종교의 힘은 위대하다.  이집트 인들은 맥주를 만들어 전 세계에 퍼뜨렸지만, 그들은 정작, 별로인 맥주를 만들고 있더군…  그래도 사람들은 모두 스텔라를 마신다. 왜 ? 딴 건 없으니까.

 

앞서 말했듯, 이집트 여행에 가장 힘든 점이 바로 음식이다. 그냥 음식이 입에 안 맞아 하는 투정이 아니라, 사실 먹을게 별로 없다.  첫날 민박집에서 받은 감동의 아침상을 빼고는 나머지 식사는 정말 괴로웠다.

 

여행 하면서 뭘 먹어야 될지 몰라 망설일 때 구세주 처럼 느껴 지는 게 바로 맥도널드와 KFC 다.   물론 서울에선 거의 갈 일이 없지만. 나 혼자 길을 나서니 배는 고픈데 어디서 뭘 먹어야 할지 막막하고, 그러다 KFC가 눈에 띄자 생각 할 거 없이 기냥 들어갔다. 민박집 아저씨가 괜찮다고 했거덩. 

 

아~주 쉽게 그림보고 찍었는데, 스파이시 줄까 플레인 줄까 하길레, 어떤 스파이스를 쓸지 싶어 “플레인” 했더니 앗불싸… 거 아무리 배 고파도 먹기 힘든 이상한 맛의 버거가 나왔다…  으윽…  우리 입맛에 맞는 건 스파이시지 플레인은 아니란다…

 

“차” 얘기를 해 보자. 이집트인들은 술은 안 마시지만 설탕을 왕창 넣은 차는 많이 마신다.  그것도 데이게 뜨거운 찻물을 손잡이도 없는 투명한 유리컵에 부어서.  시와 에서는 차를 소줏잔 크기의 유리잔에 따라 준다. 차의 종류는 여러가지 인데, 어쨌든 이 차 한잔이 다른 차 5잔 만큼 강한 차라, 양이 적다고 홀짝 홀짝 여러 잔 마시면 배탈 나 죽는단다.

 

그 중에 Karakade라는 차가 있다.  난꽃을 말려 만든 차로, 색깔은 참 이쁜데, 설탕을 왕창 넣어 뜨겁게 마시기도 하고 차갑게 식혀 마시기도 한단다.  음.. 카탈리나는 이 차를 무척 좋아 하는데, 나한테는 쩜 익숙해 지려면 시간이 걸릴 거 같은 차였다. 너무 달아 찬거 시켜 물을 두배로 부어 겨우 마셨다.  하지만 독득한 차라서 오는 길에 2개나 사와 친구에게 한테 끓여주니, 반응이 내가 처음 이 차를 마셨을 때랑 비슷하다.  하지만 나는 두번째 마시니까 좀 괜찮드만. 

 

내가 먹어본 음식 중, 그래도 정체를 알 수 있고 먹을 만 하다고 생각 했던 건 케밥할라 였다.  서양식 고기스튜처럼 생겼는데, 여러가지 향신료를 굵직하게 썰은 소고기와 함께 약간 걸쭉하게 끓여 낸 것을 밥과 같이 먹기도 하고, 보통은 우리가 “걸레빵” 이라고 부르는 빵에 찍어 먹는다.  맛 ?  조리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레도 케밥할라는 다 먹을 만 했다.

 

한국 사람들이 걸레빵이라고 부르는 이집트 빵은 대부분의 이집트 인들이 밥처럼 먹는 빵인데, 딱딱하지 않은 중국호떡 (공갈빵) 바람 빠진 것 처럼 생겼다 이집인 들은 차 트렁크에 이 빵을 대충 싣고 다니다가 먼지 잔뜩 뒤집어 쓴 것을 아무렇지 않게 먹는다.  가끔 밖에 널어 놨다 먼지를 잔뜩 씌워 먹기도 하고, 길에서 이 빵을 배달하는 꼬마가 뛰어가서 빵을 바닥에 쏟으면 다시 줏어 털어서 그냥 배달 한다. 이 빵은 원래 먼지를 뒤집어 써야 제맛인듯.  물론 내가 걸레빵을 먹을 땐 항상 내가 먹는 빵은 절대 그런 식으로 보관된 것이 아니라고 자신한테 최면을 걸고 먹어야 한다.

 

이집트 음식 중 타히니라고 마치, 캔에 든 참치를 마요네즈에 으깨 논 것 처럼 생긴 소스 같은 것이 있다.  생긴 것만 그렇고, 맛은 뭐라고 딱 말하긴 어려운데, 여러가지 향신료 등을 되직 하게 개어 놓은 거 라고 한다.., 가끔은 생마늘 즙을 첨가 하기도 하고, 만드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만든다고 한다.  이걸 빵에 찍어 먹는데, 나는 단 거 싫어하는 편이라 쨈 발라 먹는 거 보다 타히니가 훨씬 낫드만.

 

가장 인상 깊은 음식을 들라면, 단연 이집트 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야채스프인 물루키야 다.  한번은 여럿이서 같이 식당에 갔는데, 다들 물루키야가 뭔지 궁금은 한데 시킬 용기가 없다고 해서, 주문 하기전에 내가 같이 갔던 일행에게 제안을 하나 했다.  내가 총대 메고 시킬 테니 대신, 일행 모두 한번씩 꼭 맛 봐야 한다구.  그랬더니 두명은 시키지 말라고 말리더군. ㅋ.ㅋ.  다수결에 의해 결국 내가 이 스프를 시키고, 음식이 나오자 마자 각각 딱 한수푼씩 떠 먹고 Good! 하고 치워 버렸다.

 

맛이 어땠냐고 ?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맛 이었지만, 왜 아주 끈적 끈적한 파래 같은걸 물에 갈아 풀아 놓은 거 같이 생겼는데, 맛은, 마치 미지근한 날 해초를 물에 풀어 논거 아닌가 싶은 맛이 난다.  상상이 되나 ?

 

그리고 코프타가 맛있다고 해서 시켰다가 목메어 죽는 줄 알았다.  혹시 터어키 케밥 먹어본 사람 있니 ?  그 케밥을 마치 똥그랑 땡 처럼 뭉쳐 구운 거 라는데, 우리 똥그랑땡은 그래도 야채도 넣고, 고기에 약간 기름도 있고 해서 뻑뻑하진 않잖아.  이건 기름기 없는 고기에 누린내 제거용 향신료만 갈아 넣어 뭉쳐 놓은걸 불에 구운거라 너무 뻑뻑하고, 내가 싫어하는 향신료 냄새가 나서 좀 먹기 힘들었다.  그래도 향차이 나 실란트 만큼 역한 향은 아니였다.

 

참, 시와에 가면 “수제비” 만들어 주는 레스토랑이 있단다.  East West restaurant 이라고, 메뉴엔 없지만 어느 한국인이 가르쳐 주고 갔는지 수제비를 시키면 만들어 준단다.  혹시 시켰다 이상한 거 나올까 봐 무서워 시켜 보지는 못 했지만,  암튼 그런 데가 있단다.

 

Hurghada에서 lonely planet에 나온 극동(far east) 음식점을 중동(middle east) 음식점으로 착각하고 간 적이 있는데, 거기에 가 보니 중국풍 한국 음식점 이었다.  주인은 중국인 인데, 우째 그 시골 작은 마을에서 중국인이 한국식 탕수육과 중국풍 한국 음식을 팔고 있을까…  아쉬운 점 이라면, lonely에선 아주 맛이 훌륭하다고 했는데, 내 입맛엔 맛은 그저 그런데 가격은 비싼 곳 이었다.

 

이집트에도 fish market 형태의 레스토랑이 있어, 옆에 생선 가게에서 생선을 사 요리를 시키면 여러 방법으로 요리를 해 준다.  알렉산드리아의 fish market의 음식은 신선하고 가격도 너무 비싸진 안았지만 아주 훌륭한 건 아니었고, 차라리 호텔에서 시켜먹은 단순한 구운 생선이 더 나았던 거 같다. 

 

내가 또 뭘 먹어 봤나 ?

 

맞다 !  중요한걸 빼 먹었네.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에 항상 등장하는 쿠샤리란 음식이 있어 레스토랑에서 물어보니 다들 그건 안 판단다.  레스토랑에서 일 하는 사람들이 영어가 그리 유창하지 않아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가 없어 카롤리나에게 물어 보니 쿠샤리는 이집트인들의 fast food에 해당 하는 거라 쿠샤리 파는 데를 가야 먹을 수 있단다. 허나… 내가 무슨 수로 그걸 찾아 내겠어.. 하고 포기 했었는데, 카이로의 호텔에서 로비에다 근처에 간단하게 저녁을 먹을 데 없냐고 물으니, 쿠샤리와 파스타를 같이 하는 레스토랑을 소개 해 줘서 쿠샤리를 한번 먹어 보게 됬다.

 

쿠샤리는 참 흥미로운 음식 이었다.  안남미 쌀밥에 마카로니 누들을 얹고, 삶은 팥처럼 생긴 것을 덮고, 헤이즐럿 콩을 뿌려서 튀긴 양파 부스러기와 토마토 소스를 끼얹어 내 준다.  아주 흥미로운 콤비네이션이다.  맛 ? 내가 먹어 본 이집트 음식중에 제일 먹을 만 했다. 같이 갔던 미아 아줌마는 이건 그냥 배 채우는 음식이지 영양가는 하나도 없는 탄수화물 덩어리라고 투덜대면서도 한그릇 다 비우더만.

 

내가 여행한 기간이 아직 여름이 아니여서 그런지, 과일도 별로 없고, 야채라고는 토마토, 감자, 오이, 양파, 당근 정도가 가게에서 흔히 파는 야채의 전부였다.  보통 사람들은 장보는 비닐백에 토마토와 오이만 사 가지고 가더군.   민박집 아줌마 말씀이 이집트에선 여름에 배추가 없어서 여름이 오기 전에 여름 김장을 해야지, 안그럼 여름 내내 김치 구경도 못 한단다.  특이하지 ?  그나마 다행인건, 내가 과일도 야채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지..  여름철엔 과일이 흔하고 싸니 생과일 주스를 많이들 마신다고 한다.

 

이리하야… 나는 누가, 이집트에선 뭘 먹어야 하냐고 물어보면 추천해 줄 음식이 별로 없다.  영양가는 없어도 쿠샤리가 제일 나았던거 같고, 케밥할라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타히니는 꼭 한번 시도 해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맛은 묻지 마라. 기대 안 하는 자에게 복이 있을지니... 

 

혹시 미워하는 사람 있음, 물루키야를 추천 해 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