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하니 책을 읽고 있는데 닭장수의 외침 소리를 듣고 옳다구나 닭 두 마리에 오천 원이면 싸지 암 싸고말고…….
혼자 궁시렁거리며 기다렸다는듯이 반가운 마음으로 닭장수에게로 갔다.
얼마 전 조류독감으로 인해 삼계탕 집을 하던 친지 한분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끝내 폐업을 하고만 안타까운 생각이 났다. 먹거리에까지 웰빙 바람이 부는 건강에 민감한 세태이다 보니 시류에 따라 유행하는 돌림병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때로는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요즘은 또 패혈증 때문에 날로 먹는 생선회나 상처 난 부위에 바닷물이 닿았을 때는 위험하다는 경고를 보낸다. 나처럼 생선회를 좋아하거나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바닷가에 가면 조심할 일이 또 하나 생겼다.
옛날에는 농촌에서 집집마다 닭을 놓아길렀다. 나 어릴 적 우리외할머니는 갓 낳은 암탉의 달걀을 내 손에 올려주고는 흐뭇한 듯 외손자를 내려다보곤 했다. 아직 온기도 가시지 않은 따스한 달걀을 깨트려 하얀 쌀밥에 간장으로 비벼 먹는 그 비릿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닭들은 심심치 않을 만큼 알을 낳고 때를 알아 품에서 병아리를 까곤 하였다. 자연 그대로의 형태에서 20여개의 알을 한꺼번에 품는데, 약 20여일이면 병아리가 태어난다. 요즘처럼 닭 공장에서 대량 부화해 생산해내는 것을 보면 원시적이지만 가족처럼 생각하며 키우는, 얼마나 자연친화적인 가축 기르기였던가 하는 생각에 어릴 적 모이를 뿌리며 ‘구구~~’하고 닭들을 모으든 생각이 새곰새곰 살아나 잠시 철부지 동심으로 돌아간다.
며칠동안 날씨가 한여름만큼이나 뜨거운 기운을 뿜어내니 더위에 기가 죽어난다. 그렇지 않아도 좋아하는 닭죽 먹고 싶은 생각에 핑계 삼아 아내에게 기운이 빠지니 ‘우리 삼계탕이나 함 해먹자’ 하며 애교를 부려보았지만 앞뒤 퉁 막힌 아내는 귀찮아할 뿐 삼계탕은커녕 닭발 한개도 안중에 없다.
여름철 몸보신으로는 이름 그대로 보신탕(補身湯)을 제일로 꼽는다. 여름이 되면 더위에 기력이 쇠하니까 무언가 좀 영양가 있는 것을 먹어야 기운을 차리기 때문에 옛부터 보신탕을 해 먹을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맛있기야 천렵(川獵)국만한 것이 있으랴만 요사이는 천렵하기도 어렵거니와 민물고기 값도 만만찮고 또 시골에서 민물고기 사기란 그림의 떡이다. 그것도 가정에서 만들어 먹기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고 맑은 물 시원하게 흐르는 냇가에 발을 담그고 먹는 그 맛도 나지 않는다.
닭장수가 마을로 들어온 김에 닭 두 마리를 샀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닭 본 김에 삼계탕이나 해먹자하며 친구에게 소주나 한 두어 병 사오라고 전화를 했다. 어찌 맛 나는 삼계탕에 반주 한 잔이 없으리.
우리 속담에 사위 오면 씨암탉 잡아준다는 말이 있다. 흔히 말하기를 가장 졸린 때는 찔레꽃 필 무렵이고, 제일 고단하기는 햇병아리가 자라 볏이 나며 “삐약삐약” 하고 첫 울음 배울 때라고 하였다. 그 무렵부터 좀 애처롭기는 해도 그 어린 닭을 차례로 잡아서 고아먹는데, 이름하여 약병아리, 맹물로 익히기 때문에 영계백숙, 다시 말하면 맹물에 삶는 약병아리가 영계백숙이다. 좀 고급으로 삼(蔘)을 넣어서 고으면 삼계탕이고 옻나무 가지를 넣고 고으면 옻닭이다.
이렇게 더위를 나기위해 가족들의 보신탕으로 한 마리 한 마리 잡아먹다보면 더위가 가고 날씨가 쌀쌀해질 무렵이면 내년에 다시 병아리를 생산할, 그야말로 닭은 씨할 만큼만 남는다. 이것이 씨암탉인데 귀한 씨암탉을 잡아서 대접하는 것은 대단한 정성이요 사랑이기 때문에 백년손님인 사위에게 씨암탉도 아깝지 않게 잡아서 대접하는 것이 장모사랑이다. 그것은 물론 사위 사랑 탓도 있지만 ‘자네 내 딸년을 사랑해 주게나’ 하는 장모의 뇌물성 대접인 뜻도 있을 것이다.
씨암탉
씨암탉
마을에 닭장수가 들어와서 마이크로 골목골목 외치고 다닌다.
‘붉은 닭이 두 마리 오천 원!’
‘잘생긴 닭이 두 마리 오천 원 입니다!’
느긋하니 책을 읽고 있는데 닭장수의 외침 소리를 듣고 옳다구나 닭 두 마리에 오천 원이면 싸지 암 싸고말고…….
혼자 궁시렁거리며 기다렸다는듯이 반가운 마음으로 닭장수에게로 갔다.
얼마 전 조류독감으로 인해 삼계탕 집을 하던 친지 한분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끝내 폐업을 하고만 안타까운 생각이 났다. 먹거리에까지 웰빙 바람이 부는 건강에 민감한 세태이다 보니 시류에 따라 유행하는 돌림병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때로는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요즘은 또 패혈증 때문에 날로 먹는 생선회나 상처 난 부위에 바닷물이 닿았을 때는 위험하다는 경고를 보낸다. 나처럼 생선회를 좋아하거나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바닷가에 가면 조심할 일이 또 하나 생겼다.
옛날에는 농촌에서 집집마다 닭을 놓아길렀다. 나 어릴 적 우리외할머니는 갓 낳은 암탉의 달걀을 내 손에 올려주고는 흐뭇한 듯 외손자를 내려다보곤 했다. 아직 온기도 가시지 않은 따스한 달걀을 깨트려 하얀 쌀밥에 간장으로 비벼 먹는 그 비릿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닭들은 심심치 않을 만큼 알을 낳고 때를 알아 품에서 병아리를 까곤 하였다. 자연 그대로의 형태에서 20여개의 알을 한꺼번에 품는데, 약 20여일이면 병아리가 태어난다. 요즘처럼 닭 공장에서 대량 부화해 생산해내는 것을 보면 원시적이지만 가족처럼 생각하며 키우는, 얼마나 자연친화적인 가축 기르기였던가 하는 생각에 어릴 적 모이를 뿌리며 ‘구구~~’하고 닭들을 모으든 생각이 새곰새곰 살아나 잠시 철부지 동심으로 돌아간다.
며칠동안 날씨가 한여름만큼이나 뜨거운 기운을 뿜어내니 더위에 기가 죽어난다. 그렇지 않아도 좋아하는 닭죽 먹고 싶은 생각에 핑계 삼아 아내에게 기운이 빠지니 ‘우리 삼계탕이나 함 해먹자’ 하며 애교를 부려보았지만 앞뒤 퉁 막힌 아내는 귀찮아할 뿐 삼계탕은커녕 닭발 한개도 안중에 없다.
여름철 몸보신으로는 이름 그대로 보신탕(補身湯)을 제일로 꼽는다. 여름이 되면 더위에 기력이 쇠하니까 무언가 좀 영양가 있는 것을 먹어야 기운을 차리기 때문에 옛부터 보신탕을 해 먹을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맛있기야 천렵(川獵)국만한 것이 있으랴만 요사이는 천렵하기도 어렵거니와 민물고기 값도 만만찮고 또 시골에서 민물고기 사기란 그림의 떡이다. 그것도 가정에서 만들어 먹기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고 맑은 물 시원하게 흐르는 냇가에 발을 담그고 먹는 그 맛도 나지 않는다.
닭장수가 마을로 들어온 김에 닭 두 마리를 샀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닭 본 김에 삼계탕이나 해먹자하며 친구에게 소주나 한 두어 병 사오라고 전화를 했다. 어찌 맛 나는 삼계탕에 반주 한 잔이 없으리.
우리 속담에 사위 오면 씨암탉 잡아준다는 말이 있다. 흔히 말하기를 가장 졸린 때는 찔레꽃 필 무렵이고, 제일 고단하기는 햇병아리가 자라 볏이 나며 “삐약삐약” 하고 첫 울음 배울 때라고 하였다. 그 무렵부터 좀 애처롭기는 해도 그 어린 닭을 차례로 잡아서 고아먹는데, 이름하여 약병아리, 맹물로 익히기 때문에 영계백숙, 다시 말하면 맹물에 삶는 약병아리가 영계백숙이다. 좀 고급으로 삼(蔘)을 넣어서 고으면 삼계탕이고 옻나무 가지를 넣고 고으면 옻닭이다.
이렇게 더위를 나기위해 가족들의 보신탕으로 한 마리 한 마리 잡아먹다보면 더위가 가고 날씨가 쌀쌀해질 무렵이면 내년에 다시 병아리를 생산할, 그야말로 닭은 씨할 만큼만 남는다. 이것이 씨암탉인데 귀한 씨암탉을 잡아서 대접하는 것은 대단한 정성이요 사랑이기 때문에 백년손님인 사위에게 씨암탉도 아깝지 않게 잡아서 대접하는 것이 장모사랑이다. 그것은 물론 사위 사랑 탓도 있지만 ‘자네 내 딸년을 사랑해 주게나’ 하는 장모의 뇌물성 대접인 뜻도 있을 것이다.
2004, 06, 06
푸 른 바 다
민요 / 새타령 만정 김소희 음악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