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쥬쿠 한복판에서 흑인하고 시비 붙은 사연..

너의자리2009.07.08
조회27,046

헛... 톡톡에 올렸던 글이 판홈에 떴었네요... -_-;;

올려놓고 한참 지나도 별 반응이 없길래 '역시 이번글은 재미없었어.. '하면서 자책하고 있었는데.. ㅋㅋ

 

밑에 리플들, 하나하나 다 읽어보았는데 악플을 포함해서 다 감사드립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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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점심때 콩나물 국밥 먹으면서 국밥속의 새우젖의 작고 투명한 바디를 보다가...

문득..

어제 톡에서 본 바퀴벌레 유충이 떠오르면서 오바이트 투하 할뻔한 30대 초반의 남자입니다.. -_-;;

 

오늘 일본 디즈니랜드 혼자 간 글 보면서 일본 여행했던 기억을 조금 되살려 보던중..

 

2년전... 신쥬쿠에서 험한 꼴 당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한번 써봅니다. -_-;;

 

때는 지금으로부터 2년전 여름.....

기차여행을 좋아하는편이라 8박9일로 일본에 기차여행을 갔었습니다.

풍경사진 찍으면서 혼자 돌아다니는 거 좋아하는데, 일본에 은근히 놀라운 풍경들이 많더라구요. ㅎㅎ

 

암튼 그날은 하코네라는 곳에서 풍경찍고 불꽃축제까지 본후 밤에 도꾜로 돌아왔더랬죠.

솔직히 도쿄는 서울하고 별차이 없다는, 아니 서울이 더 낫다는 생각이 강하게 박혀있기에 그냥 잠깐 머물다 지나가는 편이었는데, 그날따라 왠지 신쥬쿠의 밤거리를 산책하고 싶더라구요.

 

무작정 신주쿠로 가서 밤거리의 사진을 찍으면서 돌아다니는데, 갑자기 저쪽에서 쭈그리고 앉아있던 험상궂게 생긴 흑인-아마 삐끼임이 분명한- 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겁니다.

 

흠.. 느낌인가.. 왠지 저 흑인 나한테 걸어오는 것만 같아... -_-a;;

 

하고 생각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결승점에 다다른 경보선수모냥 점점 빨라지는 걸음걸이... 

짐승돌 같은 이글거리는 눈빛....

 

난 누가 얼음이라도 외친듯, 그자리에 얼어붙은채로 내속에 있는 자아에게 속삭였죠..

 

나.. 왠지.. 조..조땐것만 같아... -_-;;

 

잠시후 내 앞에 온 흑인, 나에게 막 뭐라고뭐라고 떠들면서 소리를 칩니다.

 

!$!#%!#!$#!$!#$!!%$!#$#!$%!%#~@#@#@~#~#@~!...

 

-_-a;;

머.. 머야.. 처음에는 무슨말을 하는지 몰랐는데 가만 들어보니 이녀석, 일본어로 저에게 막 퍼붓고 있더군요. 

 

흑인남자 : なんで?私の写真勝手にとる?私に聞いたことある?なぜ私の写真とる?

(왜 내사진 맘대로 찍어? 나한테 허락맡은 적 있어? 왜 내 사진 찍는데?

 

-_-??? 엥...?

이게 왠 난데없는 모닝빵에 된장발라먹는 소리여.. -_-a;;

 

몹시 당황해서 말문이 막혀있는 나를 보더니 한층 의기양양해져서, 계속 일본어로 같은얘기를 떠들어 대더군요. 너무 어이가 없어진 저는

 

 너의자리 : 미안한데.. 나의 카메라는 너의 씹다만 강냉이 같은 면상을 담아줄 만큼 관대하지 않거든? 그만 좀 꺼져줄래?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나의 일본어는 아직 그정도 레벨이 미치지 못했기에.. -_-;;

최대한 정중하게 사과하면서 상황을 설명했죠.

 

미안한데.. 나 니사진 찍은거 아니다.. 그냥 풍경 찍은거다.. 혹시 기분나빴다면 미안하다... 근데 진짜 너를 찍은거 아니다..

 

근데 이자쉭, 제가 일본어로 대답 하니까 좀 당황하면서 주춤하는가 싶더니 이내 막무가내로 계속 저에게 따집니다.  

(지금생각해보면 이녀석은 단지 외국인 관광객에게 시비를 걸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자기 일본어 실력도 좀 과시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구요.. -_-;;)

 

그러다보니 주위에 있던 일본사람들도 은근히 우리를 주목하고 있는 상황.. 원래 일본 사람들 이런거 봐도 못본척하고 그러는 편인데... 왜이러지. -_-a;;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해도 됩니다. 마치 명동 한복판에서 흑인 남자와 일본 남자가 한국말로 싸우는 것 같은 모양이었겠죠...

 

흑인남자 : 왜에~!! 내 사쥔 치궈? 누가 뫔대로우 사진 치구래~~ 허롹도 안핸는데!!

일본남자 : 하.. 아..아니무니다.. 당시누 사진 찌군거시 아니무니다.. 푸..풍굥.. 찌거쓰무니다.... -_-;;

 

 

쒯... -_-^

 

암튼 전 그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지만.. 이거 구경꾼도 늘어나는데 이 거머리같은 자식은 당췌 제가 무슨말을 해도 똑같은 말만 반복하고..그렇게 몇분간 계속 같은 패턴으로 말을 주고 받았죠.

 

근데 이녀석도 제가 꼬박꼬박 말대답-_-a을 하는데다, 자기 사진 찍은거 아니고 풍경찍었다고, 의심나면 카메라 보라고.. 이런식으로 얘기하니까 조금씩 할말이 떨어져가더라구요. 그러다 이녀석이 갑자기 영어로 묻습니다.

 

흑인남자 : Where? Where are you from?

 

이건 또 뭔 시츄에이션이여? 갑자기 어디서 왔는지는 왜? -_-a;;

 

너의자리 : I'm from South Korea. How about you? ^^

흑인남자 : I'm from Canada. Nice to meet you. ^^

 

교과서에서 배운대로 이랬다면 좋았겠지만.. 현실은 다르더군요.. -_-;;

 

너의자리 : I'm from South Korea. -_-a;;

 

그러자 갑자기 이녀석 경멸에 찬 표정으로 말을 막 하기 시작하더군요.

한국에서는 원래 그렇게 남들 사진 맘대로 찍고 그러냐? 여기는 일본이다. 그러니까 니 멋대로 하지 마라.. 사진 맘대로 찍으려거든 니들 나라로 돌아가서 찍어라... 뭐 이런...

(이거는 솔직히 문장이 잘 기억이 안나요. 그냥 대충 그런 식으로 떠들었다는 것만 기억이.. -_-;;)

 

암튼 이녀석이 계속 이런식으로 떠드는데, 딴건 몰라도  나라이름 들먹이면서 이딴식으로 얘기하니까 정말 빡 돌더라구요.

내가 진짜 지사진 찍은것도 아니고, 아니라고하는데도 나라까지 들먹이면서 욕하다니...

 

갑자기 열이 뻗쳐서 저도 정중한 자세를 바꾸고 막 대드는 듯한 포즈로 몰아세웠습니다. 

 

"Tell me what's the problem!! I just took the scenery, not you!!!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Watch this!!! There is no one in this picture!!! "

(뭐가 문젠지 말해봐! 난 그냥 풍경찍은거라고! 너 말고! 이거봐! 이 사진안에 아무도 없잖아!!)

 

그렇게 외치면서 카메라를 그녀석 면상에 막 들이대고..

주위사람들에게도 보란 듯이 카메라를 휘휘~ 돌리니까..

이녀석, 말문이 막혔는지 잠시 머뭇거리면서 서있다가..  

결국 흑인특유의 말투로 궁시렁궁시렁 거리면서 자기 자리로 돌아가더군요. -_-;;

 

헛.. 나 이긴거야? 흑인하고 영어로 싸워서..? 흐흑..TT

(솔직히 돌아와서 좀 구라를 치고 다녔죠. 흑인하고 영어로 붙어서 이겼다고.. -_-;;)

 

암튼 그때는 좀 기분도 더럽고 했지만,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좀 뿌듯해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흑인이 좀 이해가 되기도 하고 그렇더라구요.

 

솔직히 외국나가보면 한국분들 진짜 사진 너무 막 찍거든요.

박물관 같은데서 사진 찍으면 안된다고 붙어있는데, 그런거 무시하고 심지어 플래시 터트리시는 분들...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대놓고 막 카메라 들이대시는 분들...

 

아마 그 흑인도 자기는 찍히기 싫은데 막 관광객들이 찍으니까 피해의식같은게 쌓여서 나한테 화풀이했던게 아닌가 싶기도하고..

 

암튼 그 이후로는 사진찍을때 한층 더 조심해서 찍고(원래 풍경만 찍는 편이지만.. ㅋㅋ)

사람들이 지나갈때는 일부러 기다리는 거 티내다 지나가면 찍고 그렇게 하게 되더라구요.

 

 그렇게 나름 좀 여러가지를 느끼면서 일본 여행을 하고...

나중에 일본에서 돌아와서 사진을 정리하는데.. 커헉.. 정말 깜놀했습니다....

 

이럴수가....

 

사진들을 보는데..

그 수많은 사진중 신쥬쿠에서 찍은 사진속에서 흑인이 저를 노려보고 있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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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 찍은게 맞았잖아... -_-;;순간 현기증이 나더군요.

 

그녀석에게 자신있게 카메라 액정을 들이대면서 나의 결백을 주장했는데..

그녀석이 "그래 어디한번 보자."이러면서 봤더라면 정말..

그 흑인이 내 카메라를 부셔버려도 할말이 없는 상황.... -_-;;

그리고 아마도 그 상황에서는 대채 무어라고 변명을 할수 있었을까요... -_-;;

 

"Mm.. I.. I'm sorry.. but... I.. I never meant it.... Mmmmm......  -_-;;;"

 

암튼 지금생각해도 아찔한 기억으로 남아있네요.

원래는 흑인 사진을 좀 확대해서 원본사이즈로 올릴까하다가..

그것또한 매너없는 짓이라 생각이 들어서 줄여서 올립니다.

(모자이크처리하려다 어차피 저정도 사이즈는 괜찮을 거 같아서.. -_-;;)

 

쓰다보니 재미도 없는게 길어졌네요.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하고~

재미도 없는거 왜읽었지 싶은 분들께는 살짝~ 죄송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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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판 홈에 오른김에 일본여행 사진 몇장 첨부할께요.

위의 신쥬쿠사진 보시고 저런 쓸데없는 사진은 왜찍은거냐?

 머 이러시는 분이 있으셔서.. ㅋㅋ

원래는 풍경하고 불꽃사진 찍는걸 좋아하고, 도시사진이나 특히 야경사진은 잘 못찍어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