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가 나왔습니다..

손수건2004.06.08
조회607

우선 당사자의 일도 아닌데 같이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결과가 나왔습니다.

예상대로 자궁외임신이었고 금요일쯤 병원에 오라고 하는군요. 수술하자고..

피검사 결과 임신성 호르몬 수치가 낮아서 아직 애기집이 안 보인다나요.

의사에게 인터넷에서 보니까 약으로 치료하는 방법도 있다던데요 라고 물어봤더니

부작용도 많고 위험하다고 그리고 제 경우엔 한쪽 난소도 없는 상태고 해서 힘들다고 하더군요...

 

배가 자꾸 뭉치듯이 아픕니다.

생리를 하듯이 짙은 초콜렛 색 냉 같은 것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겁이 납니다.

생명 하나를 또 지우는 것보다 제가 죽을까봐 제 자신이 잘못될까봐 겁이 납니다.

이기적인 게 인간이라고 인간 이하의 짓을 할 주제에 제 몸 걱정을 하고 있고,

살 거라고 밥을 먹습니다.

내 자신이 진절머리나도록 밉고 또 밉습니다.

 

그 자식(죄송합니다..)에게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혼자 감당하기엔 억울했습니다.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데 싶어 전화번호를 눌렀습니다.

하지만 말을 못했습니다.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냥 딴 소리만 하다가 끊었습니다.

그 자식과는 같은 회사에 근무했었던 사람이고 가정이 있는 사람입니다.

워낙 회사다닐 때도 오빠, 동생처럼 저를 잘 챙겨주었고,

저 역시 많이 따랐기에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 자식 마누라와도 전 친하기 때문에 더더욱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냥 개한테 물린 셈 치겠다고 서로 잊자고 했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지금은 제가 회사를 그만두었기에 서로 볼 일은 없지요..

그 자식에게 얘기를 하려니 순간 내 자신이 어찌나 초라하던지요.

얘기를 해서 뭘 어쩌자고. 수술비라도 받아내겠다는 심산인지..

 

병원 의사에게 자초지총을 털어놓고 보호자없이 수술이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각서를 쓰면 가능하답니다.

물론 수술 중 죽어도, 수술 후 깨어나지 못해도 자기들 책임이 아니라는 거겠죠.

 

그렇게라도 해야겠습니다. 아니 그 방법밖에 없습니다.

친한 친구라도 같이 가라구요? 제 친구들은 모두 다른 곳에 있어서 올 수가 없습니다..

직장생활에 찌들려 있는 애들에게 나 수술해야 하니까 하루 휴가내라는 소리 죽어도 못합니다.

그리고 수술해야 한단 말도 못하겠습니다.

 

어찌할까요. 제가 어찌해야 되는 겁니까.

 

살겠다고 조금 있으면 전 잠을 잘거고 내일 아침이 되면 또 밥을 먹을 겁니다.

인간이랍시고 할 짓은 다 할겁니다. 이러는 제 모습이 너무 싫습니다. 가증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