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소설)3vs1 <4편>

공포소설2009.07.08
조회2,209

 5편이 마지막이예요 ~~~~

 

 

1편 -

http://pann.nate.com/b4295288


2편 -

http://pann.nate.com/index/index.do?action=index_main&body=board&boardID=4295673

 

3편 -

http://pann.nate.com/index/index.do?action=index_main&body=board&boardID=4295875 


5편 -

http://pann.nate.com/b4296081

 

---------------------------------------------------------------

표정에 단호한 뭔가가 서렸다.

"만약 오늘 그 놈 잡으면 희망이 있어요, 칼이라도 들고 있으면 바로 구속입니다"

"그렇군요"

재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물었다.

"근데 작가님은 여기에 무슨일로 오셨나요?"

깜빡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혹시 기묘한 골목이라고 아세요?"

"기묘한 골목요?"

"네"그가 잠시 생각에 잠긴다.

"아뇨, 처음 듣는데요"

"세명이 살해 당하고 두명이 자살했다던데.."

"아, 거기 말하는 구나"

그제야 이해한 듯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가까워요, 근데 거긴 왜요?"

"제가 잡지에 글을 싣거든요...이번에 싣게 될 대상이 그 골목이라서요"

"흐음"

그의 표정이 기이한 빛을 띤다.

"거긴 위험해요, 웬만하면 가지 마세요"

"네? 많이 위험한가요?"

"아직 범인도 안 잡혔고, 아무튼 기분 나쁜 곳이예요"

재성이 곤란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꼭 가야 되는데...취재하기로 약속했거든요, 그렇게 안 좋은가요?"

"사실 사건은 육개월도 전에 일어났어요, 거기가 원래 우범지역이거든요. 원래 안 쓰던 골목인데 사건 후에

는 아예 시멘트로 막아놨어요, 못 지나가게 하려구요"

"아, 네.."

"사실 지금도 사람들이 몰래 지나다니긴 해요"

"그런가요?"

"네, 거기가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지름길이거든요"

"저기, 궁금한게 있는데 그럼 희생자들은 어떻게 죽었죠?"

재성이 궁금한 점을 빠트리지 않고 질문했다. 이참에 그곳에 대한 정보를 모조리 얻을 속셈이었던 것이다.

한순경은 귀찮은 기색도 없이 자세하게 답변해 주었다.

"미국 할렘가 아시죠? 거기서는 강도들이 무조건 총부터 들이밀어요. 재수없이 걸리면 몽땅 털리는 거죠,

근데 거기선 불문율이 하나 있어요. 총을 들이밀면 절대로 뒤돌아 봐선 안돼요. 앞으로 쳐다보면서 잽싸게

지갑만 건네줘야 무사할 수 있어요"

"그건 왜죠?"

"자신들의 얼굴을 쳐다보면 바로 총을 쏴버려요, 후환을 대비하는 거죠. 가끔씩 교민들이 멋도 모르고 뒤돌

아보는데 열에 아홉은 시체로 변하죠. 내 돈 뺏아간 놈이 누군지 억울해서라도 쳐다보는데 그러면 얼굴 한

번보고 그냥 골로 가는거죠"

"아.."

"그 골목도 비슷해요, 돈 달라고 했을 때 돈만 주면 되는데, 그러면 돈만 잃으면 그만인데, 꼭 뒤돌아 봤다

가 개죽음 당했죠. 세 명다 그렇게 죽었어요. 근데 정말 가실 거예요?"

"네...잠깐이면 됩니다. 안보고 글을 쓸 순 없거든요"

"언제 갈건데요?"

"일요일날 갈 예정입니다. 다른 날보다 덜 위험하겠죠"

"가실거면 오전에 가세요, 해진 이후엔 무조건 안되고 오후도 위험합니다"

"그럴 생각입니다"

말을 하던 재성의 배에서 갑자기 꼬르륵 소리가 튀어 나왔다.

"배고프신가봐요?"

"네, 저녁을 굶었더니..."

"이거라도 깎아 드세요"

그가 과일쟁반을 내밀었다. 사과 몇 개와 배가 담겨져 있었다. 재성이 과도를 들어 사과를 깎기 시작하자

그가 말없이 지켜본다. 깎은 사과를 먹기 좋게 썰자 한순경이 하나를 집어들었다.

"벌써 열 시네요"

그의 말에 시계를 보자 정말로 열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야기에 집중하다보니 시간이 지나가 있었다. 썰

었던 사과를 먹고 나자 뱃속이 한결 나았다.

"한시쯤이라고 하셨죠?"

"네, 두 번 다 그쯤이었어요"

남은 과일을 모조리 비우자 긴 침묵이 흘렀다.

"검은집 보셨어요?"

시계가 열두시를 넘겼을 때 한순경이 입을 열었다.

"영화 말인가요?"

"아뇨. 기시유스케의 원작소설요"

"물론이죠, 손에 꼽을 만한 작품이예요. 한순경님도 읽어 보셨나요?"

"네, 근데 그 소설에 나오는 사치코 있잖아요. 마음이 없는 사이코패스"

"네, 후우 정말 무서운 여자입니다. 마음이 없으니 그런 짓도 할 수 있겠죠"

"저는 사치코가 예외적인 경우라고 생각해요"

"무슨 말이죠?"

재성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제 직업이 이 짓인지라 거기에 대해 연구해 본 적이 있죠"

"그래요?"

"경찰학교 시절에 꽤 깊이 탐구했었습니다. 제가 결론 내린 사이코패스는 사치코 같은 부류가 아니예요, 오

히려 반대라고 할 수도 있죠"

"반대라뇨?"

"사치코에겐 적어도 목적이 있었어요, 보험금이라는 목적이 있으니까 그런 행동을 한 것이죠. 만약 보험이

란 제도가 없었다면 그렇게까지 사람을 죽이진 않았을 겁니다"

"그럼 순경님 말은..."

"네 맞아요, 제가 내린 사이코패스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진정한 사이코패스에겐 아무런 목적이 없어요. 살

인을 즐기는 사이코도 아니고 충동적인 정신질환은 더더욱 아닙니다"

"....."

재성이 잠자코 그의 말을 경청했다.

"그냥 죽여요, 말 그대로 그냥 죽이는 겁니다. 온갖 목적들에게서 완전히 자유로운 영혼. 그것이 진정한 사

이코 패스입니다."

"한가지 의문인게 사람을 죽일 때 과연 아무런 동기도 못 가질수 있을까요? 본인도 모르는 최소한의 감정

매커니즘이 작용했기 때문에 죽인것이 아닐까요?"

"작가님 말에도 일리가 있습니다만, 제 이론은 어디까지나 순수한 사이코 패스를 말하는 겁니다. 물론 사치

코도 사이코 패스가 맞습니다. 헌데 전 좀 더 학문적으로 다가가고 싶었거든요"

재성이 말이 없자 그가 마지막으로 말을 뱉었다.

"숨쉬는 거랑 똑같아요, 숨쉴 때 아무런 생각이 없잖아요. 물론 살기 위해서라는 목적이 있다고 할 수도 있

지만, 그렇게 따지면 그들에겐 상대방의 생체기능을 정지시키는 것이라는 목적이 있는 겁니다"

재성이 뭐라 반문하고 싶었지만,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순수한 사이코 패스라...어디까지나 한순

경 자신의 이론이었다. 물론 커다란 사이코 패스의 범위 안에는 그들이 포함될 수도 있겠지만 재성의 생각

은 달랐다. 적어도 숨쉬듯 죽인다는 표현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 시군요, 준비하세요"

한순경의 말에 재성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대화에 집중하다 보니 본래의 목적을 까맣게 잊고 잊었던 것이

다. 둘의 시선이 조용히 문고리에 향했다. 한순경이 의자에서 일어나 경찰봉을 꺼내들었다. 당연한 말이지

만 문은 잠그지 않은 상태였다. 만약을 대비해 재성도 과도를 쥔 채 그의 옆에 섰다. 딱딱하게 굳은 한순경

의 옆얼굴이 재성의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이 지나도록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시계가

두시를 가리켰지만 둘은 방심하지 않았다. 마침내 시계가 세시를 가리켰을 때 한순경이 들었던 경찰봉을 내

려놓았다.

“아무래도 오늘은 안 올 모양이군요”

그의 말에서 허탈함이 느껴졌다. 말은 안했지만 언짢은 기분도 들었으리라. 재성은 자신 때문에 헛고생을

한 그에게 너무도 미안했다.

“죄송합니다, 괜히 저 때문에...”

“괜찮아요, 덕분에 즐거운 시간 보냈잖아요”

한순경이 돌아가자 재성의 기운도 쭉 빠졌다.

재성은 더 이상 문고리에 신경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 상대가 누구든 내버려두기로 했다. 문은 철저히 잠

갔지만 더 이상 새벽에 일어나지는 않았다. 기묘한 골목길을 방문 할 때까지 글쓰기에 전념하기로 했다. 고

시원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연쇄살인사건. 재성 자신이 주인공이었고, 고시원 어딘가에 살인마가 숨어있다.

밤이 되면 살인마가 활동을 시작한다. 슬며시 방문을 열어보지만 전부 잠겨있다. 살기에 눈빛이 번뜩 거린

다. 마침내 잠기지 않은 방을 발견했다. 들어가 보니 여자가 엎드려 있다. 머리위로 식칼이 번쩍 들린다.

“재미없군”

갈증을 느끼자 냉장고에서 물통을 꺼내 들었다. 남아있는 물을 전부 마셨지만 갈증은 가시지 않았다. 감질

맛만 남긴 채 물통이 텅 비어버렸다. 복도로 나오자 누군가 재성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70대는 족히 넘은

노인이었는데, 관자놀이 부근에 검버섯이 자라 있었다.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노인이 계속 다가오자 재성

이 슬쩍 말을 걸었다.

“저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노인은 재성의 코앞까지 온 채 열쇠로 문을 열었다. 노인은 옆방에 묵고 있었던 것이다. 노인이 들어가 버

리자 머쓱해진 재성이 주방으로 향했다. 물통에 물을 채운 뒤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은 텅 비어있었고,

재성은 담배를 붙여 물었다. 담배를 반 쯤 태우자 구석에 떨어진 열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오래전에 떨

어뜨린 듯 시커먼 때가 잔뜩 묻은 열쇠였다. 담배를 다 태운 뒤 다시 방으로 갔다. 오후 내내 글을 쓰고 저

녁이 되자 재성은 고시원을 나섰다. 편의점에서 담배와 컵라면을 사서 나오던 중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한

순경이 손에 조그만 박스 하나를 든 채 다가오고 있었다.

“한순경님”

“정작가님 아니세요, 뭐 사러 오셨나봐요”

“네, 퇴근하는 길이세요?”

“아뇨 오늘은 비번이예요”

재성과 한순경이 고시원으로 들어섰다.

“운동 하실래요?”

재성이 비밀번호를 누르려는 순간 한순경이 물었다.

“무슨 운동요?”

“줄넘기요”

재성이 선뜻 수락했다. 별로 하고 싶진 않았지만 한순경의 부탁을 거절하기 싫었던 것이다. 옥상에는 아무

도 없었고, 어둑한 땅거미가 내려앉아 있었다. 한순경이 들고 있던 박스를 열자 MP3가 보인다. 이어폰을 귀

에 꽂고는 전원 버튼을 누른다. 그가 줄넘기를 시작하자 재성이 구경했다. 쉬지도 않고 10분정도를 뛴 그

가 재성에게 줄넘기를 내민다.

“들으면서 하세요”

MP3 마저 재성에게 내준다. 이어폰을 꽂자 강렬한 비트가 고막을 때린다. 볼륨 버튼을 눌렀지만 먹히지 않

았다. 하릴없이 그 상태로 줄넘기를 뛰었다. 쿵쿵거리는 드럼소리에 앵앵거리는 전자기타소리가 묘하게 어

울린다. 박자에 맞춰 줄넘기를 뛰다보니 어느새 숨이 가빠왔다.

“하악..힘들어 하...못하겠네요”

한순경이 씨익 웃으며 줄넘기를 건네받는다. 그가 다시 줄넘기를 시작하자 재성은 조용히 옥상을 내려왔

다. 오랜만에 유산소운동을 하자 숨쉬기가 힘들었다. 자신의 방문 앞에서 재성이 주머니를 더듬었다. 한참

을 더듬거려도 찾는 것이 만져지지 않았다.

‘젠장’

열쇠가 없었다. 재성이 인상을 쓰며 왔던 길을 되짚어 나갔다. 편의점부터 해서 샅샅이 훑으면서 걸었다.

이미 밤이었지만 가로등 때문에 크게 불편하진 않았다. 옥상으로 올라가자 자신을 지나쳐 내려가는 작업

남성이 보였다. 안쪽에선 한순경이 통화를 하고 있었다.

“뭐 하하, 그 자식 사고 한 번 칠 줄 알았다”

옥상을 꼼꼼히 살폈지만 열쇠는 보이지 않았다. 재성이 무언가를 찾자 한순경이 통화를 멈춘 채 물어본다.

“뭐 찾으세요?”

“아...열쇠를 떨어트렸어요..아무리 찾아도 없네요”

“저런...잘 한번 찾아보세요”

한순경이 멈췄던 통화를 계속한다. 아무리 찾아도 없자 재성이 한순경에게 다가갔다.

“이런 아무데도 없군요"

한순경의 얼굴이 약간 굳어진다.

“그러고 보니 김근치 그 사람이 좀 전에 왔다갔어요”

본능이 위험하다고 신호를 보내왔다. 작업복 차림의 사내를 떠올리자 절로 입이 벌어졌다.

후다닥 내려와 카운터로 갔다. 총무가 자장면 한 그릇을 비비고 있는 중이었다.

“누가 열쇠 맡긴 거 없어요?”

총무가 손놀림을 멈추지 않은 채 대답한다.

“몰라”

“확실하게 대답해봐 있어, 없어?”

재성이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그제야 총무가 고개를 쳐든다.

“왜 남 자장면 먹는데 와서 행패야?”

정상적인 총무의 태도가 아니었다. 총무의 말투엔 재성을 업신여기고 깔보는 듯한 뉘앙스가 짙게 풍겼다.

“제대로 말 안하면 그 자장면 다 먹은 줄 알아, 농담 아니야”

총무의 뱁새눈이 크게 째진다. 한마디 하려다가 다시 입을 다문다.

“좀 전에 누가 열쇠 갖고 왔어”

재성이 빠르게 되물었다.

“작업복 입은 아저씨 맞지?”

“그래, 자 열쇠 여깄어. 이제 방해 하지마”

재성이 열쇠를 받아 쥐자 총무가 창문을 닫아 버렸다. 열쇠엔 흙이 잔뜩 묻어 있었고 군데군데 녹까지 슬어

있었다. 재성이 다시금 창문을 열고 소리를 쳤다.

“이거 말고 내 방 열쇠 말야”

잘 버무린 면발을 입으로 가져가려던 행동이 멈췄다.

“그거 밖에 안 받았으니까 직접 가서 물어보든가..”

총무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화가 났다는 증거다. 총무의 모습에 재성의 기분이 약간 풀렸다. 생각 같

아선 더욱 몰아치고 싶었지만 이쯤에서 마치기로 했다.

“내 방 열쇠가 없어졌어, 비상으로 있는거 내줘”

“키 보증금 이만원 내놔”

“뭐?”

“키 보증금 몰라? 열쇠 잃어버리면 돈 내야 해 돈”

재성은 부글거리는 속을 억누르며 이만원을 꺼내주었다.

방으로 와서 신경질적으로 문을 열었다.

‘온통 미친놈 투성이다’

재성은 골목에 들렀다가 이곳을 나가기로 결심했다. 이곳에 더 있다가는 자신의 정신도 이상해 질 것 같았

다.





일요일이 되자 재성이 아침부터 준비를 마쳤다. 디지털 카메라와 필기구를 챙겼다. 오전 열시가 되자 재성

건물을 나섰다. 편의점 아줌마에게 물어서 위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주택사이를 꼬불꼬불 걸어가자 파

란색 대문이 보인다. 눈앞에 보이는 한옥집 뒤편으로 좁은 골목이 나있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꼬마 애들

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쉴새없이 울려댄다. 개똥들을 피해서 조금 걸어가자 우측에 시멘트벽이 나타났다. 재

성의 키만한 시멘트벽에는 온갖 음란한 낙서들이 새겨져 있었다. 피식 웃음을 터트린 재성이 담으로 다가갔

다.

“으차”

기합소리와 함께 힘껏 도약했다. 담벼락 위로 한쪽다리를 걸치자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쿠웅”

담을 내려오자 눈앞에 골목이 펼쳐졌다. 골목은 주택단지의 뒤편 담벼락이 연결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골

목이 아니라 우연하게 생겨난 길쭉한 공간이었다. 주택들에 가려져 온통 그늘이 져있었다. 천천히 걸어가

자 골목을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담벼락 아래쪽에는 조그만 배기관들이 튀어 나와 있었는데, 그곳으

로 구정물이 흘렀다. 담벼락과 맞닿은 지면에는 온통 이끼가 껴 있었고, 곳곳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다.

조금 더 들어가자 상황은 훨씬 심각했는데 휴지과자봉지부터 해서 음식물 쓰레기까지 범벅이 되어 있었

다. 실제로 냄새가 느껴진 건 아니지만 무의식적으로 코를 막았다. 쓰레기들을 피해 걷다 보니 어느새 끝

이 보였다. 반대편 역시 시멘트벽으로 막혀 있었는데, 들어온 곳보다 훨씬 높았다.

‘별거 아니잖아’

재성은 약간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본 골목은 음습하고 더러운 공간에 불과했다. 사진을 찍기 위

해 카메라를 눈앞으로 가져간 순간 무슨 소리가 들렸다.

“다다닥”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돌린 재성의 눈앞에 빛이 번쩍했다. 강한 충격에 서있던 자세 그대로 나자빠졌다.

손으로 눈을 감싸자 어마어마한 고통이 밀려왔다.

“퍽 퍽..퍽”

재성의 머리로 강한 충격이 연이어 가해졌다. 재성이 몸을 웅크린 채 벽으로 기어갔다.

“아악, 지갑 여기있어요”

재성이 주머니를 뒤져 미친 듯이 지갑을 꺼냈다.

“악, 그만 때려요”

상대는 아랑곳 하지 않고 재성을 가격했다. 관자놀이와 귀를 집중적으로 때렸는데, 나중에는 머리 전체에

서 사이렌 소리가 울려댔다. 한참을 때리던 상대가 움직임을 멈췄다. 재성의 얼굴에서 흘러내린 피가 구정

물과 섞여 검붉은 색을 만들어 냈다. 상대가 재성이 던져 놓은 지갑을 들었다. 재성은 몸을 웅크린 채 눈

을 꼭 감고 있었는데, 고통과 공포로 전신에 경련이 일어나고 있었다. 고막이 터졌는지 귀에서 수십 마리

모기가 달려드는 소리가 났다. 한참을 웅크리고 있던 재성이 실눈을 뜨고 지면을 바라봤다. 상대의 신발

이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눈을 뜨고 상체를 일으켰다. 언제 사라졌는지 골목에는 재성뿐이었다.

“하아...”

욕도 나오지 않았다. 저만치 떨어진 카메라를 줍고서 몸을 일으켰다. 얼굴 전체가 맨소래담 이라도 바른 듯

이 화끈거렸다. 어떻게 고시원으로 돌아왔는지 기억이 없다. 자신의 방앞에 도착했을 때 겨우 정신이 들었

다. 방문을 열자 종이 하나가 나풀거리면서 떨어진다. 종이를 주워보니 메모지였다. 손바닥만한 종이에 글

씨가 써있었다. 흐릿한 눈을 비비고는 내용을 확인했다.

-당신의 방문을 여는 사람을 알고 있소, 진실을 알고 싶다면 찾아오시오. 219호-

219호라면 자신의 옆방이었다. 검버섯이 피어있던 노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곧장 고시원을 떠날 생각이었

던 재성이 혼란스러워졌다.

‘어떡하지... 정말 알고 있는 걸까...’

궁금했다. 이대로 떠나버리면 죽을 때까지 모르는 것이었다. 재성이 자신을 설득했다.

‘아무일 없을 거야...상대는 노인네라구’

재성이 옆방의 문고리를 쳐다본 채 심호흡을 했다.

“끼릭”

문을 열자 시커먼 어둠이 쏟아진다. 열린 방문 사이로 방안의 구조가 희미하게 보였다. 노인은 의자에 앉

은 채 뒤돌아 있었는데 재성이 들어오자 입을 열었다.

“문을 닫으시오”

바리톤의 굵직한 목소리가 울렸다. 고막이 윙윙거리는 탓에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지만 무척이나 깨끗한 목

소리였다.

“철컥”

문을 닫자 칠흑 같은 어둠이 사방을 잠식했다.

“방문을 연 사람이 누구입니까?”

재성이 묻자 노인이 대답했다.

“며칠 전에 우연히 목격했소, 화장실에 다녀오는 길에 보았소”

굵은 목소리가 방안 전체에서 울렸다. 나이에 비해 성량이 대단한 노인이었다. 노인의 목소리가 재성의 귀

에서도 한동안 울려댔다.

“그게 누구죠?”

재성이 다급하게 물었지만 노인은 대답이 없었다.

“말해주세요, 누구를 보셨죠?”

잠시 침묵하던 노인이 입을 열었다.

“총무요”

재성의 가슴이 크게 부풀었다. 숨소리가 거칠어지면서 분노가 치솟았다. 내심 작업복 남성으로 단정했었는

데 뜻밖이었다. 뱁새 눈깔을 치켜든 채 반말을 내뱉던 총무가 떠올랐다. 온몸을 휘감고 돌던 분노가 마침

내 적개심으로 변했다.

“나한테 들었다는 사실은 비밀이오”

“알겠습니다”

재성이 이를 갈면서 방문을 열었다.

노인의 방을 빠져 나온 뒤 곧장 총무를 찾아갔다. 현관으로 나가자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 총무의 모습이 보

였다. 신발을 신고 문을 확 제꼈다. 총무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자 어느새 저만치 앞에 걸어가고 있다.

‘병신 같은 새끼가 나를 놀렸다 이거지’

총무가 방향을 틀어 편의점 옆의 샛길로 빠진다. 재성은 으슥한 곳에서 그를 패버릴 생각이었다. 굵은 나뭇

가지 하나를 주워들고 호시탐탐 기회를 살폈다. 총무는 샛길을 나와 다시금 대로변을 걸었는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걷고 있었다. 총무가 아파트 공사현장 쪽을 향하자 재성은 만세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휴일이라 공사현장엔 아무도 없었고 총무와 재성만이 움직이고 있었다. 총무가 철근을 쌓아놓은 모퉁이로

들어가자 재성이 나뭇가지를 단단히 잡았다. 소리라도 지르며 달려가려는 순간 말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대단하세요, 어쩜 이렇게 완벽하죠?”

“하하...과찬입니다, 은미씨야 말로 완벽히 아름다워요”

“호호호”

재성은 모퉁이에 붙어선 채 고개를 내밀었다.

‘헉’

충격적인 장면에 재성이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모퉁이 너머에는 여자 둘과 총무가 있었는데, 여자들은 모

두 재성이 아는 사람들이었다.

‘이럴수가...’

은정이 돌바닥위에 싸늘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고, 은미가 총무와 웃으면서 얘기하고 있었다.

무표정한 은정의 얼굴을 보니 그 날의 악몽이 떠올랐다. 한줄기 공포가 엄습하자 주체할 수 없이 전체로 확

산됐다.

‘저들이 도대체 어떻게...’

 

 

1편 -

http://pann.nate.com/b4295288


2편 -

http://pann.nate.com/index/index.do?action=index_main&body=board&boardID=4295673

 

3편 -

http://pann.nate.com/index/index.do?action=index_main&body=board&boardID=4295875


5편 -

http://pann.nate.com/b42960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