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바 보 다 ㅡㅡ; ※

매니아2004.06.08
조회1,032
- 난 바 보 다




나는 어릴때 내가 굉장히 똑똑한 천재였다고 굳게 믿었었다.

아주 예전이지만.


공부도 꽤나 잘했었고

예의범절또한 바르고

총기어린 눈빛이 인상적이였으며



특히 엄마가 나보고



천재라고 했다-_-



그래서 천재인줄 알았으나

세월이 흐르니 점점


바보라고 부르는 이들이 많아졌다.



-_-




지하철 표를 카드대는곳에 갖다댄체 확인음이 나길 기다리고

탑승 후


같이 탄 형에게



" 형 앉지마! 우린 입석이잖아! "


라고 외치고


에스프레소 커피를 대접받은후 그 감미로운 향에 놀라



" 형 이거 맥심이야? 맛 졸라 좋다! "



라고 외치는 나를

바보라고 부르는 그들의 심정이 뭐 십분 공감이 가긴 한다.



-_-



물론 농담이다.

친한 글쟁이 형의 구라일뿐이다

저럴리 없잖아.




여튼 난 어느새

그들의 말대로


"천재"가 아닌 "바보"가 되어가고 있었다.





..




- 하나.



한달정도 목욕탕 카운터에서 일을 했다.


바로 엊그제까지.




상당히 큰 평수의 종합 레포츠 센터.



열심히 일을 했다.



" 내가 여기의 소속된 직원으로써 내 의무를 성실히 다하자! "


라는 바른정신에 임한체

정말 성실히 카운터를 지키고 앉아있었다.






" 이새끼가 또 퍼질러 쳐자빠져 자고있구먼 이 둘리 오른손 집게손가락 같은 새끼 "




같이 일하는



형이다-_-



청산유수: 두,둘리 집게손가락은 뭐에요


형: 신기한 새끼라는거다. 알바놈이 낮잠이나 주무르고 계시니 참 신기한 놈이지 니놈이.




-_-


이 형은


말이 거칠다




형: 니놈이 빼쳐먹은 음료수값 월급에서 빼기 전에 수건이나 내려줘


청산유수: 네-_-



투덜대며 잔뜩 쌓여있는


기름진 수건들을 통에 옮겨 담은체 세탁실로 연결되는 뒷문으로 향했다.




수없이 쌓여있는 수건들을 내려주다보니

곧 황토색의 옷가지들이 눈에 보인다.



찜질복이다



청산유수: 씨익



잽싸게 찜질복 주머니들은 뒤지기 시작했다.

가끔 손님들이 여기다 돈을 넣은걸 깜빡한체 가는 경우가 있기때문이다.




부시럭




청산유수: 아싸 오천원!


덜컹



형: 반땅.


청산유수: -_-



저 형은


말이 거칠며 또한


재수없다-_-




곧 형이 돌아가자

남은 옷가지들과 수건을 내려주는데


무심코 세탁물 투입구로 던져버린 옷가지에서

무언가가 떨어져 나가는것이



성욕이 왕성하던 어린시절

포르노 배우들의 씨름움직임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보기위해 단련된

뛰어난 나의 동체시력에 걸려들었다



분명 오백원짜리였다.


생각은 찰나.

행동은 금방.



번개같이 투입구 안쪽으로 부딪혀 떨어지는 동전을 향해

손을 뻗었다.



청산유수: 잡았다!!!..... 컥?



분명 오백원 동전은 잡았다.

허나 내 폭발적인 스피드를 감당 못한 몸이 투입구 쪽으로

쏠리며 난



거기로 떨어졌다;




청산유수: 우,우어어어어어억!!;




슈우우우우웅



콰당탕



눈앞이 아찔하다



내가 떨어진 세탁실 밑으로 연결되는 투입구는 4층

세탁실은 1층





-_-;



떨어지면서 어디로 부딪혔는지 이마가 아파

이마를 쓰다듬으며 일어서는데


강렬한 시선이 느껴진다


세탁실 아줌마.


그리고 허전한 아랫도리.



그랬다.


떨어지면서 투입구쪽의 뾰족한 부분에 걸려 바지가 찢어지면서

똘똘이를 흔들대며 떨어진거였다.



참고로 직원들은 반팔티와 반바지 하나 입는다


당근 팬티토 안입는다.




청산유수: 허,허허허


아줌마: 아,아니 거기서 왜 그,그리고 그..


청산유수: 바,밥은 드셨습니까;




" 안녕하세요 아줌마 밥아직 안드셨으면 같이.. "





청산유수: 흐윽..



1층 프론트 아가씨였다.




아가씨: 어머 어머 저 실한것좀 보게.




그후로 난 고령의 세탁실 아줌마를 유혹하려 했다는 괴소문에 괴로워했으며


아줌마는 그 후로 나만보면


"실한총각"이라고 불렀다-_-



사정을 듣고난 같이 일하던 형은 30분간을 숨도 못쉬고 웃더니



형: 너 진짜 바보다 크크크큭


청산유수: -_-




역시 바보였다 난.





- 둘.




일하느라 지친 나.

간만에 임군과 이군이 술을 사준다는 연락에

신나게 뛰어나갔다.




임군: 저새끼 저거 공짜술 맥여준다니 폴짝폴짝 달려오는것좀 보게나 씨박새끼


이군: 그르게 사지중에 멀쩡한거라곤 똘똘이 하나인 똘추새끼.





-_-



이분들이

너무 간만이라 애정표현 참 진하다.



그렇게 시작됀 술자리


간만의 알콜인지라

아주 걍


위랑 간 다 찢기는줄도 모르고 마셔댔다.



그렇게 심하게 취기가 오른체

앙큼하게 마셔대던 나에게


요새 짝사랑을 시작한 이군이 부탁을 한다.



이군: 내가 왜 여기로 오라고 했겠냐


청산유수: 거야 알바생 좋아하니까 그랬겠지.


이군: 그렇지. 근데 아직 말도 못걸어봐서 그런데


청산유수: 전화번호 받아달라고?


이군: 그렇지



이정도야 뭘 못해주겄나




청산유수: 알았다 친구야! 이정도쯤이야!



자신있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청산유수: 내 친구의 야밤 딸딸이 상상대상인 그녀여! 공손히 연락처를 내놓으시게나



-_-


설마 이랬을까



청산유수: 저기요


알바녀: 네? 저요?


청산유수: 네 저기..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니

목소리를 가다듬고

최대한 경계심을 품지않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청산유수: 전화버지좀 알려주실래요?



버,버지;




알바녀: 네,네?;





청산유수: 이런 씨발 혀가 꼬,꼬여서 발음이; 아 그게 아니고 제 친구가 그쪽 좋아하는데요 예전부터

그래서 그러니까 전화번호좀 알려..






알바녀: 남자친구있어요 저. 즐.



아주 차갑게 딱잘라 대답하는 그녀.


순간 나도모르게 화가났다.


정말 이군은 순수하게 엄청 좋아하는데 남자친구가 있다니.


대답도 냉정하다니.


확 열받아





청산유수: 자지가 좋다는데 어떡해 그럼 앙?!!!!!!!!



자,자지;



알바녀: 뭐,뭐야 너!! 변태야? 어?!!


청산유수: 아,아니 내가 씨바 그럴려고 그런게 아니고 자기라고 할라그랬..


알바녀: 변태!변태!변태! 변퉤! 변퉷! 퉷 퉷 퉷 카악 퉤!!


청산유수: 아니 이 여자가 말실수 한번 한거가지고 지랄을 싸대 싸대긴!


알바녀: 언제봤다고 반말을 파썰듯 숑숑 날린데 이 변태가


청산유수: 씨,씨바 나 변태아니야! 아니야!


알바녀: 그럼 뭐야! 너 뭔데! 응?


청산유수: 씨,씨바 난...난 말이지..그러니까..


알바녀: 뭐?뭐?뭐!! 변태맞네! 퉤!





청산유수: 나,난 난자다! 대한민국 난자!




살기 싫네 난자라니..



..




이번일을 계기로

이군과 잠시의 절교를 하였다.



녀석은 몸서리를 치며


이군: 넌..넌 말이지 .. 정말 진짜 어쩔수없는 바보야 진심이다. 바보또라이 새끼..




친구들 역시 내게 바보라고 한다.


바보바보..


-_-





- 셋.




예전에 사귀던 그녀는 내게 자주 바보라고 했었다.


그녀: 넌 참 바보같아


청산유수: 아 그래? 하하하^^


그녀: 진짜 바보같아 엄창


청산유수: 아,으,응 ^^;


그녀: 바보바보바보바보 바.보


청산유수: 이 썅년아




-_-




그때는 참 많이 어리숙하고 어릴때라

사랑에 많이 서툴었었다



때론 상처도 주며



청산유수: 넌 너무 뱃살이 많아. 아주 걍 허리띠로 매고 한바퀴둘러서 목도리 해두 되겄네 그랴.


그녀: 너무해 흑!



때론 기쁨도 주며



청산유수: 넌 정말이지 너무 예뻐 눈이부셔 정말 진짜 아름답다.


그녀: 진짜? 아이 좋아라


청산유수: 뒷모습만.


그녀: -_-



그러다가 찾아온 그녀와의 이별.


장난치듯.

농담던지듯 건네는 그녀의 말.



그녀: 그만 헤어지자 우리


청산유수: 원한다면 그러지 뭐


그녀: 바보야 왜 우냐


청산유수: 안울어 코파다가 코딱지가 눈에 들어가서 눈물난거야


그녀: 바보야 넌 맨날 강한척이야 그러니까 바보지


청산유수: 괜찮겠냐


그녀: 응 괜찮을거 같아



..



남자는 뒤돌아서 운다던데


뭐 특별히 그러진 않았다.



집에와서 펑펑 울었다-_-



그말 한번 못했던.

쪽팔리다라는 이유로 한번도 다정스레 속삭여주지 못했던 그말.



사랑한다라는 말


그말이 너무 아쉬워서

그냥 보낸게 후회되서



역시


난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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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노래가사 중에

" 우리 약속해 화났을땐 끝내자는 말 대신 사랑한다고 앞으로 말하기로" 란 가사가 있습니다.


여러 커플여러분들

저 너무나 쉬워보이는. 그래서 더 지키기 어려운 저 말.


서로 지키려 노력하며 이쁜 사랑들 하시길 바랍니다.


아 그리고



추천안하면 바보-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