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고 오는 남자 ! 치료해 주는 여자 /6편

나다200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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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하루되세요. 날씨가 너무 덥죠. 그래도 꼭 웃으세요^^

 

 

 

"학교 다녀왔습니다"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럴 수 밖에... 낮에 일로 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나 큰 충격에 빠져 있었다.  은주선배는 이를 갈면서 날 죽이려고 들 것이다. 불쌍한 내 신세....

 

"내 딸왔구나. 시험은 잘 받니. 어땠어 뭐 항상 우리딸은 공부도 잘하고, 못하는게 없지. 그쵸 여보 ,공부 너무 잘하려고 무리하지마. 엄마 아빠는 우리 딸이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어 그쵸 여보"

 

엄마가 아빠의 눈치를 자꾸 보고 있었다. 나에게 무슨 할 말이 있다는 신호였다. 지금 듣고 싶지 않는데.. 지금은 너무나 피곤한데... 그러나 엄마는 그런 기회를 나에게 주지 않을 것이다.

 

"혜진아 여기 앉거라"

 

아빠도 안절부절 내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겉은 태연한척해도 잘 숨기시지 못하는 성격 탓에 얼굴에 이렇게 써 있었다. '아빠가 아주 중요하게 너에게 할말이 있다'  뭔지 궁금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부모님이 말씀하시는데 듣는 시늉은 해야할 것 같았다.

 

 

"무슨 일이에요"

"그게 혜진아.... 유학을 꼭 가야겠니"

 

결국 부모님이 하고 싶은 얘기는 내가 유학을 포기했으면 하는 거였다. 

 

"엄마는 내가 옆에 있어줬으며 너무나 좋을것 같구나. 내 딸이 멀리서 고생하는거 마음 아프기도하고 엄마 겉에 조금더 있어주면 안되겠니"

 

울먹이면서  엄마가  최대한 애정을 담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두 분이 무슨 말씀하고 싶은지 알고 있어요. 그러나 전 가고 싶어요. 내년에 저 유학갈거에요. 약속했잖아요"

"약속을 취소하자는것이 아니라 유학은 대학에 가서도 늦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서 말이다. 우린 네가 대학가서 아니 대학졸업하고 패션공부를 좀더 하고 싶으면 그때 유학가도 늦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지 않겠니"

"죄송해요 아빠. 저 내년에 파리로 유학가고 싶어요. 패션디자이너가 제 꿈인것 아시죠. 그 꿈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이번 한번만 양보해주세요"

"혜진아. 엄마는 내가 멀리가는게 싫어. 여보 혜진이 없으면 어떻게 살아요"

 

마음이 여린 엄마는 아빠의 어깨에 기대어 벌써부터 울고 있었다. 나보다 더 여린 우리 엄마. 내가 성숙해질 수 밖에 없다.

 

"죄송해요 먼저 올라갈게요"

"그래"

 

아빠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두 분이서 서로를 위로하고 있을때 나는 그저 그 모습을 외면하고 있었다. 여기서 마음이 흔들리면 내 유학은 영영 안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깜짝이야. 이 방이 이제 네 방이니"

 

 

언제부터 들어와 있었는지 우진이 내 방에 있었다. 창문 바로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얼굴은 또 엉망인채로....

 

"또 누구랑 싸웠니?"
"괜찮아"

 

저음의 목소리가 우진의 기분을 대신하고 있었다.  나보고 괜찮냐고 묻고 있는 우진은 내 눈도 똑바로 쳐다보고 있지 않았다.

 

"괜찮아. 오늘은 너 정말 치료해주기 싫은데... 정때문에 해준다"

 

일주일에 두번은 꼭 이렇게 얼굴이 엉망이  되도록 싸우고 왔다.  그게 날 얼마나 아프게하는지 우진은 알까? 아니 모를것이다.  우연히 부모님이 하시는 얘기를 들은적이 있었다. 우진과 처음 만났을때 그때 우진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했다. 아마 애들이 엄마 아빠도 없다고 우진을 놀렸을거고 그 이유로 우진은 싸웠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싸움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었다. 우진의 폭력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나는 우진를 보면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한다.  과연 우진의 인생에 내가 들어갈 수 있는지. 그저 우진의 상처만 치료해 주는 사람으로 남는 것은 아닌지... 우진은 끝도 없는  이 싸움을 언제쯤 멈출 수 있는지.... 우진의 눈이 얼마나 차갑게 변할 수 있는지 난 그 눈을 볼때마다 나 조차도 우진이 무서웠다.  아주 잠깐이라도.... 그 눈은 보기 싫었다.

 

 

"동네 양아치 싸움이 무슨 훈장감이라도 되니"

"미안해"

"네가 왜 미안해하니. 잊었어 난... 그러니까 너도 잊어"

"아프지 않아"

"너보다는 아닌것 같아. 너야말로 아프지 않아"

 

오늘 따라 우진이 우울해 보였다.  내가 맞아서 그런거니? 그러나 우진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하도 맞고 오는 너때문에 내 용돈이 요즘 울고 있어. 약값으로 내 용돈이 울고 있다고.... 너 이돈 다 갚으려고하면 평생 나한테 충성해야해"

 

뻥이 좀 심했다. 사실 용돈이 부족하기는 했다. 나의 농담에도 우진은 웃지도 날 보지도 않았다. 석고상같았다.

 

"너 대학 안갈거야. 너 꼴등하는게 민망하지 않아. 너 수학 20점이라며, 찍어도 그 정도는 나오겠다."

 

우진은 아무말도 없이 침대가 가 누워 눈을 감았다. 이 어색한 분위기 때문에 나는 평생보다 두배는 많은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진은 아무런 동요없이 그저 자신의 생각에 빠져 있었다.

 

"내 말듣고 있는거야. 세상에 너 체육만 100점이더라 힘만 쓰고 살거야. 머리도 써야지 녹슬지 않지. 장식품은 최상인데 내용물은 꽝이야. 나랑 두 시간씩 공부하자"

"대학 안갈거야"

"대학 왜 안가. 넌 꿈도 없어. 그저 백수처럼 살거야"

"진짜 말 많네. 그 동안 어떻게 참았어. 이렇게 말하고 싶어서..."

"이런 말듣기 싫으면 나가. 아님 나랑 공부하든지 결정해"

 

 

우진은 더욱 침대 속으로 파고 들었다. 나가고 싶지는 않는 듯 했다.

 

"일어나 차우진"

"아파"

"아픈것 아는 녀석이 이 꼴로 들어와"

"참 귀찮게하네. 나 간다"

 

홍길도처럼 사라졌다. 우진이 사라진 내 방을 한번 쳐다보았다. 너무나 넓게 보였다.  우진과 함께 있을때는 좁게 보인 이 방이  우진이 가고 없으니까 운동장만하게 넓게 보였다.

조깅해도 될 정도로..... 텅비어 보였다.

 

 

다음날 교실문를 열고 들어오는데... 힐끗힐끗 친구들이 날 쳐다보고 있었다. 내 얼굴을 마치 처음보는 것처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혜진아. 너 어제 은주언니랑 한판 했다면서...니 죽고 싶나. 와 그랬노. 학교에 소문이 쫙 펴졌다아이가. 어짜노 이제.... 웬만하면 참지...  큰일이데이"

 

벌써 소문이 펴졌구나 그래서 날 무슨 괴물쳐다보듯이 했구나. 진옥의 말에도 난 차분하게 내 자리로 가 앉았다.

 

"니 안무섭나. 괜찮나"

 

나보다 진옥이 더 흥분하고 있었다.

 

"괜찮아. 무슨 일이야 일어나겠어"

"강심장이네. 그래도 밤길 조심해라. 그 언니 보통은 아니다. 뒷통수 조심해라"
"그래 알았어. 너무 걱정하지마"

 

난 또 다시 이 학교에  스타가 되어 있었다. 내 뜻과 상관없이... 2학년 은주선배를 묵사발 만들었다는 이유로 난 예전의 학교에서 알아주는 주먹짱이 되어 있었다.

공주에서 주먹짱까지... 내 인생도 참 파란만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