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그런데..

고민인2009.07.13
조회534

안녕하세요.

 

호주에서 어학연수 중인 24세 남아 입니다.

 

 

저는 현재 3년째 싱글이에요..(청순한 군인 생활 2년 포함.)

하지만 싱글이라고 해서 딱히 애인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요.

뭘 믿고 이렇게 느긋했던건지.. ㅋ^^:

그동안 딱히 마음이 가는 사람이 없었고 (물론 '나'를 마음에 두었던 사람도 없었..)

기왕 여기까지 온거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  연애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올 초에 전역을 하고 보름후에 바로 호주로 왔습니다.

처음엔 많이 낯설고 그랬는데 점차 점차 적응도 되고 해서 이제 4개월째에 접어드네요.

4개월 동안 외국인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나름 영어공부도 열심히 하고

그렇게 바쁜 시간을 보내서 인지 외롭다거나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인 5월말의 어느날..

학원내 2층 테라스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어떤 여성분이 제 눈에 들어옵니다.

 

긴 어두운 갈색 머리에 약간 도도해 보이는 인상. 수수하지만 깔끔한 옷차림.

 

저는 평소에 객관적으로 이쁘신 여성분을 보아도 '와 이쁘시다.'에서 끝날뿐,

마음이 동요하거나 그러진 않았습니다.(싱글 하기에 딱좋은 저주받은 캐릭터.)

그런데 그 분을 처음 마주하는 순간, 많은 학생들로 인해 시끄럽던 테라스가

한순간 음소거가 되고 시간이 정지 한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분은 제 옆 옆 테이블에 자리하셨고 저는 일단 국적을 판별하기 위해 귀 쫑긋 세우고 대화를 엿들으려 했습니다. 일본분인지 한국분인지 구별하기 난해한 외모를 가지고 계시거든요. 그런데 친구분들과 같이 있음에도 말한마디 안하십니다. 결국 국적 판별에 실패한 저는 그냥 집으로 돌아갔지요.

 

그 후로 저는 1층에 있는 아이엘츠 반으로 옮겼고 약 2주동안 1층 생활을 하느라

그분을 뵙질 못했습니다. 물론 점심 시간마다 올라가 봤으나 운이 없었는지 마주친적이 없었네요. 그리고 다시 2주간의 방학을 거쳐 학교로 돌아왔을 때에는, 모든 친구들이 이미 졸업을 해버린 뒤였습니다. 저는 학생비자라 12월까지 학교를 다녀야 하거든요.

아이엘츠 반으로 돌아왔지만 항상 즐거운 분위기였던 전 학급 분위기가 참 그리웠어요.

그래서 모두의 만류를 뒤로한 채, 다시 예전 학급 으로 돌아가겠다고 신청을 했습니다.

 

무료한 주말이 지난 후 월요일.

아침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싸고 학교를 가는데 왠지 기분이 아침 댓바람부터 이상하게 좋더랍니다. 어김없이 제일먼저 도착해서 빈 교실에서 혼자 헤벌쭉거리며 앉아있었지요. 시간이 많이 남길래 가져온 노트북으로 외화'프렌즈'를 보면서 혼자 쿡쿡 거리고 있었습니다(자막 有..).

 

그런데 갑자기 교실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오더라구요. 저는 '프렌즈'에 정신 팔려서 별 신경도 안쓰고 계속 모니터만 쳐다보면 헤실헤실거릴고 있었구요.

그렇게 정신 팔려있는데, 누군가 '하이~'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저도 인사를 하려고 얼결에 고개를 들어서 그 분을 쳐다봤는데..

 

 

 

그녀였습니다.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내 안의 '의식' 이란놈이 '횽, 나 화장실좀 다녀올게.' 하며

문닫고 나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얼른 자연스럽게 '하이~'라고 인사해야 하는데...근데 하이가 영어로 뭐였더라..?'

아무튼 렉걸린 머릿속을 헤집다가..그러다가 튀어나온 말이..

 

"하이요.."

 

..참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그 분이 저를 빤히 쳐다보시더니 저에게 일본어로 '일본인 이세요?' 라고 물어보더군요.

네, 일본분이였습니다.

기본적인 일본어는 알고 있어서 똑같이 일본어로 '아뇨 한국인이에요.' 라고 대답했더니 신기하다면서 언제 일본어 배웠냐구 물어보더군요.

 

아무튼 이런 대화를 시작으로 꽤나 즐거운 대화를 나눴습니다. 기분이 너무 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많이 얼떨떨했던게 사실이구요. 약 한달 동안을 혼자 마음속에 그리다가

이렇게 갑자기 친해지니 ..

대화를 해볼수록 참 매력적인 사람입니다.약간 도도해 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잘 웃고 붙임성도 좋고 활발한 그녀입니다. 특히 무표정으로 있을땐 약간 상큼하게 올라간 눈매가, 웃을땐 작은 초승달을 그리는데 그냥 보고있으면 같이 헤~ 하게 되요 ㅋㅋ

 

지금은 같이 놀러도 다니고 (단둘이는 아니고 그룹으로..) 많이 친해졌는데,

친해질수록 점점 그 매력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허우적 거리고 있습니다..

나보다 두살 어린 나이지만 공부할땐 정말 누구보다 진지하고, 또 놀 때는 한없이 귀여운 매력을 보여주곤 하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백을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저는 반년 후엔 귀국해야 하고 그녀도 올 10월 중순엔 돌아갈 예정이거든요. 그래서 그냥 혼자만의 추억으로 간직하고 그녀가 여기 머무는 동안 정말 좋은 친구가 되어줘야겠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연정의 마음을 접으려고 노력하였죠. 쉽진 않았지만요.

 

그러다가 며칠전의 대화로 인해 다시금 욕심이 생겨버리고 맙니다.

 

때는 수업 중간의 쉬는시간. 저는 아무 생각 없이 '너 일본 돌아가면 뭐할래?' 라고 물어봤습니다. 사실 대학생인걸 알고 있기에 '그냥 학교 다니겠지.'라고 생각하고 질문 한건데...

 

내년에 한국에 간답니다.

정확히는, 내년 1월부터 서울 신촌 소재의 모 대학교 부설 어학당을 다닌다고 합니다.

그 이야길 듣는 순간 마음속으로는 뛸듯이 기뻤습니다. 하지만 내색은 안하고

'나도 그 대학교에서 가까운 대학교 다녀. 버스로 15분 걸리나?' 라고 말했죠

...신촌하고 회기는 사실 택시 타도 15분 안에 못끊는데...뭐 일단 뇌에서 필터링과정을 거치지 않고 가슴으로 내뱉은 말이라...

 

아무튼 내년에 한국에 오면 가이드도 해주고, 뭐 싸이월드도 만들고 어쩌고 ...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눴습니다. 암튼 이로인해 접었던 마음이 다시금 펴지게 되었는데 이놈이 한번 접혀보더니 다시는 접히지 않으려고 상당히 두터워져 버렸습니다 허허.

 

언젠가 고백 해야겠지요?( '고백'이라는 단어가 참 쑥스럽습니다만..)

다행히도 그녀나 저나 영어로 의사소통하는데에는 불편함이 없어서 그 부분에 있어서는 한시름 놓았는데 알고 보니 중요한건 제 마음가짐 이네요. 이런 감정이 지속되어 그녀가 눈치라도 채면 혹시나 부담스러워 하지 않을까 하며 하루하루 태연한 척 팔자에도 없는 연기를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쓰고 보니 스크롤이 새끼손톱만해졌네요?

이 글을 읽어주신분들께는 정말 감사하고요,, 설령 읽은 분들이 거의 없더라도

그래도 어딘가에 툭 터놓고 시원하게 하소연이라도 한것 같아 후련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