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소설)절대갑옷-아미티빌<마지막5편>

공포소설2009.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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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진 바닥은 벽까지 밀려났고, 일행은 속절없이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우아아아"

"으아악"

머리칼이 쭈삣 서는 느낌과 함께 모두의 팔다리가 허우적거렸다.

"쿠웅"

바닥에 부딪힌 충격으로 답답한 신음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떨어진 혁수의 손에 끈적거리는 액체가 만져졌다.

"으..으.."

의식적으로 눈을 뜨지 않고, 손을 마구 털었다. 한쪽에서 하엘주교의 절망적인 음성이 들려왔다.

"오, 맙소사.."

뜨거운 공기에 금세 땀이 쏟아졌지만, 감히 누구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누..누구 눈 뜬 사..사람 있나요?"

알렉스의 목소리가 꽉 막힌 것처럼 울렸다. 바닥에 고개를 쳐박고 손으로 감싸 쥔 것이다.

"맙소사, 이럴 수가.."

하엘주교의 넋나간 말투에 혁수가 엉금엉금 기어서 다가갔다.

""부스슥"

누군가가 혁수의 팔목을 잡았다. 섬뜩한 그 느낌에 혁수가 진저리치며 비명을 질렀다.

"무..무슨 일이야?"

김선생이 구겨진 부적 뭉치를 움켜 쥐고 물었다.

"다들 동시에 눈을 뜹시다, 이대론 꼼짝없이 죽겠어요"

'안돼'

혁수의 머리가 좌우로 심하게 요동을 쳤다.

"자, 뜹시다"

알렉스의 기합성에 혁수의 눈꺼풀이 부르르 떨렸다. 한참을 망설이던 혁수가 슬며시 실눈을 떴다.

"억.."

혁수의 끔찍한 신음을 시작으로 일행의 반응들도 비슷하게 튀어 나왔다.

"헉.."

"컥"

경직된 자세로 혁수의 눈이 번쩍 뜨였다. 눈 앞에 지옥이 보였고, 자신들은 중심에 떨어져 있었다.

지옥은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는데, 수백 아니 수천만명의 사람들이 울부짖고 있었다.

하늘에는 붉은 구름이 엄청난 속도로 요동을 치고 있었고, 그 속에서 천둥과 번개가 끝없이 쏟아졌다.

지상에는 수없이 많은 원통 구멍에서, 짙은 선홍색의 용암 국물이 끓어 넘쳐 사방으로 튕겨 나가고 있었는데.

온 몸을 데인 사람들이 구슬픈 비명을 지른 채 피해다니고 있었다.

대기는 역겨운 유황냄새로 가득했고, 불쾌한 수증기로 온 천지가 뿌옇게 보였다.

"으윽.."

문든 숨쉬기가 답답해진 혁수가 가슴을 부여잡고 바닥을 굴렀다.

"억..어억"

"윽..으으.."

일행이 모두 바닥을 구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혁수의 벌어진 입으로 바닥에 고여있던 액체가 튀었다. 호흡이 곤란한 와중에도 그것이 사람몸에서

흘러내린 고름과 진물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레오...나르.. 으으.."

템플기사의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이 악귀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소감이 어떤가요? 꽤나 운치 있는 곳이죠?"

혁수의 입에서 허연 거품이 보글보글 삐져 나왔다.

"아 참 이곳의 공기에는 산소가 별로 없답니다, 그러니 양해 바랍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은 마세요, 그렇다고 숨 못쉬어서 죽을 정도는 아니니깐"

"꺼억"

"억..억"

혁수의 흐릿한 눈으로 사람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들은 뼈에다 살가죽만 두른 몰골이었는데, 한시도 가만 있지 못하고 뛰어 다녔다.

그들 중 일부가 용암에 입을 쳐박고 그것을 마시고 있었다. 순식간에 입술이 녹아 내렸고, 목과 식도에

구멍이 뚫렸다. 고통에 찬 비명이 이곳저곳에서 터졌지만, 그것은 천둥과 번개 소리에 곧 묻혀 버렸다.

"그대들도 곧 마시게 될거예요, 펄펄 끓는 용암물을.."

하늘 중앙에 구름 사이로 거대한 레오나르의 얼굴이 일행을 찬찬히 살피고 있었다.

"미..미..친..년.."

템플기사의 손에서 검이 던져졌다. 검은 잠깐 솟아 올랐지만 이내 용암속에 떨어져 버렸다.

"모..목..말라.."

뜨거운 기온에 모두의 옷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아'

혁수의 눈에 용암이 자꾸 들어왔다. 본능적으로 혁수의 몸이 용암이 고여있는 구멍으로 기어갔다.

일행의 시선이 혁수로 향했다. 다들 일그러진 표정으로 숨쉬기도 벅찬 상태였다.

"치지직"

용암에 입을 가져가려던 혁수가, 흠칫하고는 손을 먼저 갖다대었다.

"끄아악"

순식간에 손톱 두개가 타들어갔고, 혁수가 뒤로 나자빠졌다.

"어라.."

레오나르의 얼굴에 한가닥 의혹이 피어 올랐다.

"지지직"

"지직"

일행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공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공간이 사방으로 확장 되었다가, 어느 순간

정상으로 돌아갔다.

"오호, 믿을 수가 없는데.."

레오나르의 놀란 음성이 터짐과 동시에, 공간이 길게 갈라졌다.

위아래로 갈라진 공간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물밀듯이 흘러 나왔다.

모두의 시선이 쏠리고, 반사적으로 그곳을 향해 몸을 이끌었다.

공간 사이로 중년의 사내 한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통 체격에 반삭한 머리에서 수십가닥의 현기가

솟구치고 있었다. 남자는 일행을 보며 빙긋 웃었고, 곧 그들에게 다가갔다.

남자가 움직이자 공간은 다시 닫혔고, 차가운 공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으억"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이던, 일행이 원망스럽게 남자를 쳐다 보았다.

갑자기 남자를 보던 혁수의 표정에 한가닥 변화가 일어났다.

"기...기..원..님"

축 늘어진 부적을 끌어안고 있던 김선생의 입가도 서러운 듯 일그러졌다.

"구..부..부..장님"

남자는 손을 들어 인사를 한 뒤, 고개를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곧 하늘에서 레오나르를 발견한 그가

만면에 웃음을 지었다.

"거기 있었군요, 사탄의 종자여.."

"넌, 누구냐?"

레오나르의 얼굴이 표독스럽게 변했다.

"구기원 입니다, 피의 날에 한번 뵜었죠"

기원의 시선이 지옥 이곳저곳을 꼼꼼히 살폈다.

"과연, 권능의 힘이란 무시무시하군요... 이것이 지옥의 모습입니까?"

"......."

"혁수군, 김선생... 그리고 나머지 분들도 잘 들으시오"

기원의 입에서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

"지옥은 존재하지 않소, 그러니 궁상 떨지 말고 일어들 나시오"

기원의 말에 레오나르의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지어졌다.

"무슨 말을 하는 거지? 그리고 그대는 어째서 이곳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냐?"

"지옥은 없소, 지옥이란 곳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곳이죠"

"지옥은 있다, 우리 일곱악마들의 고향이며, 역겨운 인간들이 발버둥 쳐대는 바로 이곳이 지옥이다"

"지옥은 모순이오, 이 끔찍하고 거대한 곳을 하나님이 만드셨다고는 전혀 믿기지 않는 걸요"

"살아 생전 무거운 죄를 지은 사람들은 벌을 받아야 한다, 그대의 말은 성경을 부정하는 것인가?"

"성경엔 지옥을 확신하게 만드는 그 어떤 글귀나 구절도 쓰여있지 않소"

기원이 재차 말을 이었다.

"백년도 못사는 인간이 그 기간동안 죄를 지었다고 해서, 자비심 많고 자애로우신 하나님께서 인간을

영원히 지옥에 빠트린다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이곳을 보십시오..

이런 끔찍한 곳을 하나님이 과연 상상 할 수 있을까요? 절대선인 하나님은 결코 지옥 따위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대의 말대로 치자면, 죄를 지은 사람은 대체 어떻게 벌을 받는 다는 거지?"

"윤회할 뿐이오, 죄를 지을수록 비천하고 더러운 존재로 태어날 뿐이죠"

"호호, 그대의 말은 꽤 그럴싸하지만 저들의 마음은 아닌것 같군"

기원의 눈에 여전히 고통스러워 하는 일행들이 보였다.

"잘 들어라, 귓구멍을 열어 젖히고 가슴으로 받아 들여라"

기원의 얼굴에서 웃음이 싹 가셨다. 호통을 치듯이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지옥이 있다면 천국도 있을터, 내가 알아듣게 설명을 해주겠다"

"너희는 살아생전 무수한 선행을 펼쳐 천국으로 가게 된다. 하지만 불행히도 마음이 고약했던

너희들의 부모나 형제, 그리고 자식들은 죽어서 지옥에 가게 되지"

일행은 숨도 쉬지 않고 기원의 말에 빠져들었다.

"향기로운 꽃들이 있는, 밝고 따뜻한 천국에서 너희는 두 발을 편히 뻗고 지낼 수 있을까?

바로 옆 지옥에서는 너희의 부모가 배고파서 서로의 살집을 뜯어먹고 있고, 뜨거운 불구덩이 속에서

끔찍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과연 모든 것을 무시하고 천국의 향락을 누릴 수 있을까?"

불규칙적이던 일행의 가슴이 진정이 되었다. 호흡은 안정되었고 얼굴빛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정답은 그럴 수 없다다. 천국을 갈 정도로 착한 너희는 밤낮으로 울며 슬퍼할 것이다

제발 그만두라고 하나님께 빌수도 있겠지"

"그럼..."

혁수의 눈에서 깨달은 자의 그것이 나타났다.

"결론은 지옥이란 없다, 지옥은 인간의 망상이며 결코 존재하지 않는 장소라는 것이지"

한순간, 온 세상이 폭발했다. 조각조각난 공간의 파편들이 빛으로 바스러져 내렸다.

"아, 이곳은..."

"살았군"

일행은 처음 장소로 돌아와 있었다. 산소는 풍부했고 기온은 알맞게 맞춰져 있었다.

"흐읍"

혁수가 행복한 표정으로 숨을 들이 마셨다. 용암에 닿았던 손은 아무 이상이 없었다.

어이없는 듯 멍하니 있던 레오나르의 곂을 아스타로트가 지키고 있었다.

"이럴수가.. 이렇게 흥미로운 인간이 존재할 줄이야"

아스타로트의 높은 음색에 기원이 고개를 들었다.

"그대는 진짜 악마로군"

"지금 흥분해서 전신에 소름이 돋고 있어, 이거 미치도록 유쾌한 걸"

아스타로트는 어린 아이처럼 사방을 날아 다녔다.

"권능이 깨지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다, 또 한번 깨보거라"

레오나르의 흉칙한 이빨이 무섭게 으르렁 거렸다.

"진정하라, 레오나르... 한꺼번에 재차 펼칠 수 있는 따위가 아니다, 권능이란 것은"

"죄,죄송합니다"

"최소 한시간은 필요해, 내가 도와주겠다. 더욱더 소름돋고 더욱더 끔찍한 지옥을 만들어 주겠다"

"감사합니다, 아스타로트시여"

레오나르의 살기등등한 눈빛이 기원에게 쏟아졌다.

"부스럭"

기원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길쭉한 모양의 그것에는 심지가 붙어 있었다.

"찰칵"

라이터로 그것에 불을 붙힌 기원이 공중으로 힘껏 던졌다.

그것은 순식간에 천장을 뚫고 하늘로 날아 올랐다.

"펑, 퍼엉, 펑펑"

굉음과 함께 창문사이로 빛이 번쩍 번쩍 거렸다.

"그게 무엇이죠?"

혁수가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준비물... 이거 준비 하느라 늦었다, 이곳 아미티빌을 정화해야지"

문이 활짝 열렸다.

수십명의 사람들이 들이 닥쳤다. 검은 군복으로 무장한 그들의 손에는 짐이 가득했다.

"엇, 저들은 1급요원들..."

AR소속의 1급요원들은 공중에 떠 있는 악마를 보고도 동요하지 않았다.

몇몇이 도구를 사용해 문의 입구를 크게 넓혔다. 또 일부는 가져온 전선을 온 집안에 두르기 시작했다.

할말을 잃은 레오나르와 흥미롭게 주시하는 아스타로트를 기원이 슬쩍 훔쳐 보았다.

"이게 대체.."

입구는 완전히 넓혀져 거의 정원과 연결되다 시피 변했다.

밖으로 나온 혁수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졌다.

어림잡아 백명도 넘어 보이는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각종 물건들이 날라지고 있었는데, 의자와 술병.. 식탁과 전구들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었다.

중장비도 동원이 되었는데, 커다란 크기의 샹들리에가 조심스레 옮겨지고 있었다.

멀리서 수많은 불빛이 비춰졌다. 수십대의 차에서 동시에 비춰진 헤드라이트의 불빛은 정원을 한순간에

대낮으로 만들고 있었다.

"엄청나군"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알렉스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졌다. 헝클어진 머리에 초췌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알렉스의 표정은 신이 난 듯 들떠 있었다.

곧 집안의 천장에 거대한 샹들리에가 설치 되었고, 곧 불이 들어왔다.

휘향찬란한 온갖 보석들이 황홀한 빛을 뿜어 내었다. 삽시간에 집안은 크게 밝아졌고, 사람들의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었다.

트럭에서 둥그렇게 말린 무언가가 떨어졌다. 붉은색의 그것이 떨어지자 두세명이 달라 붙었다.

"와"

그것은 고급 양탄자 였는데, 지저분한 바닥이 금세 사라졌다. 몇개의 양탄자가 더 깔리자 마침내

바닥은 완전히 붉은색으로 뒤덮히고 말았다.

곧바로 식탁들이 줄줄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식탁들은 기술자의 지휘로 이곳저곳에 배치 되었고, 뒤이어

다량의 의자가 들어왔다.

"흠..흠"

군침도는 냄새와 함께 음식들이 들어왔다. 통으로 구은 멧돼지에게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올랐다.

수십병의 와인과 유리잔이 들어왔고, 접시와 각종 음식들이 쏟아졌다. 이곳 저곳에 대형 스피커가 놓여졌고

정면에 받침을 덧붙여 무대를 만들었다.

정원에도 화려한 파티장의 모습이 완성 되었는데, 이 모든 것이 불과 사십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둘러보던 기원의 고개가 끄덕여졌고, 곧 아미티빌의 문이 열렸다.

수십대의 버스에서 일제히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깔끔한 정장 차람의 그들은 밝은 표정으로 하나 둘

들어섰고, 이내 정원을 지나 집안까지 들어왔다.

레오나르는 온 몸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는데, 무척 화가 난 듯 했다.

공중에 떠 있는 악마를 보고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안심하십시오, 연출입니다"

1급요원들의 입에서 차분히 음성이 터졌고, 곧 그들은 둘의 모습을 신기한 듯 관찰했다.

기원이 손짓을 하자, 대기하고 있던 밴드가 연주를 시작했다.

은은한 모짜르트의 선율이 기분좋게 귓속에 파고 들었다.

잠시 후 온 집안이 사람들로 채워졌다.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은 정원에 마련된 곳에서 자리를 잡았다.

"아..아"

무대에 올라선 기원이 마이크를 부여 잡았다.

모두의 시선이 기원을 향했다.

"말씀드렸다 시피 이번 연회의 목적은 이 지역의 발전입니다, 한 때 살기 좋았던 이곳이

이 빌어먹을 집 때문에 고약하게 변했었죠"

기원의 능숙한 영어에 모두들 웃음을 터트렸다.

"오늘 파티를 계기로 이곳 아미티빌은 사라질 것입니다, 자 다들 잔을 들어 주세요"

모두의 손에서 와인잔이 치켜 올려졌다.

"건배"

기원이 힘차게 외쳤다.

"건배"

"건배"

중단 되었던 연주가 다시 시작되었고, 장내는 왁자지껄하게 변했다.

"미..미친.."

레오나르의 얼굴이 시간을 더할수록 흉칙하게 변해갔다.

그런 레오나르의 모습을 아스타로트가 여전히 생글 거리며 바라보았다.

혁수의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곳곳에서 너털 웃음이 터졌고, 행복한 기운이 뻗어 나왔다.

"한시간이 지났다, 모조리 죽여주마"

레오나르가 둥실 뜬 채로 중앙으로 날아왔다.

"우와"

"이야, 원더풀"

"신기한데"

사람들의 입에서 즐거운 비명이 터졌다. 그들은 레오나르를 보고 활짝 웃었고, 일부는 박수를 쳐댔다.

"버러지 같은 것들이..."

레오나르가 분한 듯이 중얼 거렸다.

유명한 여가수가 나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장내의 관심은 순식간에 한쪽으로 쏠렸다.

"지옥..."

레오나르의 입에서 나직한 음성이 터져 나왔다.

"강림..."

일행의 눈이 크게 뜨였다. 사람들은 웃고 떠들었지만 혁수를 포함한 일행의 표정은 순간적으로 굳었다.

"......."

그대로 였다.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레오나르의 얼굴색이 급격히 어두워 졌다.

영안이 뜨인 혁수의 눈에 오로라가 보였다. 사람들의 웃음 속에서, 또 그들의 대화 속에서

맑고 깨끗한 무지개 빛깔의 오로라가 사방으로 퍼지고 있었다.

오로라는 레오나르의 몸 주위도 감싸고 있었는데, 저만치서 아스타로트가 다가왔다.

"네가 졌다, 레오나르.."

아스타로트의 시선이 기원을 향하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미..미친, 말도 안돼... 이럴 수는 없어, 으아아악"

레오나르의 모공에서 검은 연기가 흘러 나왔다.

"직접 죽여주지, 이 손으로.."

놀란 사람들의 표정에서 경악성이 터졌다.

"지금이다, 페드릭 루시안!! 출정하라"

기원의 힘찬 목소리가 바락바락 울렸다.

순간 멈칫하던 루시안의 시선이 기원을 향했다.

"죽여 버려"

기원의 얼굴이 잔인하게 일그러 졌다.

그 찰나 였다. 눈 한번 깜빡일 시간도 안되는 바로 그 찰나에 무엇인가가 움직였다.

그것의 몸에는 회색빛 비늘이 겹겹히 솟아 났고, 곧 온 몸이 회색으로 둘려 쌓였다.

엄청난 속도로 레오나르를 향해 날아간 그것은, 곧 수없이 충돌해 가기 시작했다.

레오나르의 주위를 빙빙 돌며, 그것의 잔상이 화려하게 뿌려졌다.

수십조각으로 찢기고 갈라진, 레오나르의 몸뚱아리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비명 한번 지를 시간 없이, 순식간에 천참마륙으로 도륙된 레오나르의 모습은 기이한 아름다움 마저 자아냈다.

"으아악"

"엄마야"

사람들은 얼굴에 빛방울이 뿌려지고, 고깃덩어리들이 사방으로 떨어진 후에야 비명을 질러댔다.

고대 신화에나 나올 법한 전사의 모습이 공중에 떠 있었다.

온 몸을 철갑처럼 회색 비늘로 두른 그것이 물끄러미 사람들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루..루시안.."

"아아.."

일행의 어이없는 표정에 그가 천천히 하강했다.

"터벅터벅"

기원이 무대를 내려와 중앙으로 걸어왔다.

사람들이 떠난 빈 탁자 위에 쓰러진 술잔이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다.

입구까지 걸어간 기원이 슬쩍 돌아 보았다.

희미하게 미소 띈 기원의 입이 살짝 벌렸다.





"아미티빌 사건 종료"

말을 마친 기원이 이내 뚜벅뚜벅 걸어 나갔다.





 끝 ^^ ;;이거 쓰시는 분이 계속 연재 준비중이라네요^^;아미티불은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