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학부모가

초등교사2009.07.16
조회157

저는 6월말 갑작스레 신장기능이 떨어져서  지금 병가중인 초등교사입니다.

10년전에 처음  이런 증상이 왔다가 약을 먹고 그동안 죽 괜찮았는데 다시 도진 것입니다.

집에 누워 있는데 휴대폰벨이 울리더군요.  힘도 없고 전화를 받고 싶은 마음도 없는데 벨이 계속 울리는 바람에 일어나 받아보니 학교 교감선생님이셨습니다.

학교로 오라는 것입니다.

힘든 몸을 이끌고 교무실로 가보니 교감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

두달의 유급 병가를 끝내고 내년 2월말까지 무급 휴직을 하는게 어떻겠냐 하십니다.

저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정말 굴뚝 같은데 10년전처럼 두달 정도 약을 먹으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또 최근 남편직장에서도  통폐합 어쩌고 하는 소리들이 들려서 교감선생님께 그러기가 어렵겠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교감선생님은 평소 저를 무척 아껴주시는 분이십니다.

교감선생님이 얼굴이 어두워지시더니 사실은 병가중에 학부모 한분이 교감선생님과 교감선생님께 전화를 해 왔는데 제가 병가 들어가기전 수업시간에 수업을 제데로 안하고 놀았다고 하더랍니다.

 담임이 그러니 병가를 마친후에도 다시 학교로 돌아오지 않게 해달라고 신신부탁을 한것 같습니다. 교감선생님입장에서는  

그 학부모의 말하는 내용이 구체적이고 너무 상세해서 -제가 어떻게 수업을 안하고 놀았는지 너무나 자세히 상황 설명을 해서- 그 학부모 말이 완전히 거짓말이라고 믿기도 어려운 것 같았습니다.교감선생님은 제가 몸도 불편한 상황에서 그 학부모와 부딪혀서  곤란한 일을 계속 당하게 될까 두려워 하시는것 같았습니다.

 

제가 놀랐더니 교감선생님도 제가 안되어 보였나 봅니다. 남편 회사 사정이 어렵다니 강제로 쉬라고 말도 못하시는 것이고 결국 병가를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것으로 일단 이야기를 끝내고 돌아왔습니다.

 

 제가 병가 들어갈때  우리반 아이들이  저랑 헤어지는 것을 힘들어 해서 제가 아픈 마음을 부둥켜 안고 억지로 병가 들어갔습니다. 우리는 사이가 너무 좋았거든요. 저는 교직경력이 17년 되는데 올해 아이들처럼 순순하게 저를 따라주는 학생들을 만난 적이 없습니다.

게다가 작년에는 제가 그 아이들과 음악전담선생님으로 만났습니다 . 그때도 아이들이 너무 예뼛고 당연히 수업을 열심히 했습니다. 담임선생님들이 담임인 자기들보다  더  열심히 하지 말라고 말릴 정도로..

우리반 아이들은 저랑 같이 있으면서 공부도 열심히 했고 청소도 열심히 했어요.

어린이날에는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돌렸고요. (애들이 제말을 잘 따라준 보상으로)

수업을 하고 남은 자투리 시간에는 1분도 아까워서 유로 학습 싸이트 제돈으로 가입해서 좋은것 재미있는것 엄청 많이 보여줬고요.

봄 운동회로 바쁠때는 보강도 많이 했습니다. 아이들도 그 사실들을 잘 알고요.

그런데 왜 하필 수업을 가지고 그런 얼토당토않는 시나리오까지 짜서 저를 곤경에 빠뜨리는지 모르겠어요.

화가 좀 가라앉고 나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짐작가는 학부보 한분이 있어요.

4월경 전학온 아이인데 그 아이가 전학온날 저는 다른아이들한테 그러는 것처럼 메일로 환영 메시지를 보내줬어요.네가 전학와서 진심으로 기쁘고 반가우며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그런  환영 메시지를 아이가 받으면 보통의  학부모님들은 좋아하십니다. 굳이 학부모에게 인기를 끌려고 하는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다들 좋아하시고 싫어하시는 학부모님은 없습니다.그런데 그분은 나중에라도 좋았다는  반응도 없으시더군요.

전학온날은 아이가 인사만하고 바로 집으로 가고 다음날부터 정상수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교실에 마땅한 자리가 없어서 전학생을 임시로 3분단 제일앞에 앉혔습니다.

1교시 전담시간이라 교실을 비워졌다 돌아오니 아이가 엉뚱하게 2분단과 3분단 사이의 통로에 앉아 있는 것입니다. 

왜 그기 앉아 있니? 선생님이 정해준 자리에 앉아라 했더니 아이가 저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대답을 또박또박 하는 것입니다.

음악선생님이 여기 앉으라고 했어요.그리고는 제 할일만 합니다.

저는 순간 당황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그런  행동을 하는 아이를 17년  교직생활동안 못본게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심한 행동을 하는 아이들도 수두룩합니다)

현재 우리반의 분위기와 너무 다른 아이가 전학온 것에 대해서 당황한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아이를 나무래서 정해준 자리로 가게 했습니다.

그런데 그뒤 이아이는 우리반에 잘 적응을 못했습니다.

우리반에는 그런 친구가 한명도 없는데(심지어 남학생들도) 이 친구는선생님을 똑바로 쳐다보며  제 할말을 다 하는 그런 스타일이었습니다.

하루는 행정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전학온 아이가 우유를 못먹는다고  학부모가 행정실로 우유관계로 문의(?)를 했다는 것입니다.

거짓말이었습니다, 우리반 우유 당번 애들이 챙겨줬습니다.심지어 자기 우유를 내준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는 보통 수업시간에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이번에 교감교장 선생님께 전화를 한 학부모는 그 아이의 부모일 것입니다.

 

학교로 돌아가서 그 아이의 학부모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전체 학부모에게 담임 통신을 보내서 상황을 알리고 잃어버린 명예를 찾아야 할까요?그 학부모를 불러서 교감 교장선생님께 데리고 가서 저에게 공개 사과를 시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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