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고 오는 남자 ! 치료해 주는 여자/11편

나다2004.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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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차게 하루 시작하세요. 파이팅맞고 오는 남자 ! 치료해 주는 여자/11편

 

 

"안녕 귀여운 아가씨"

 

나에게 말을 걸고 있는 남자를 힐끗 쳐다보았다. 날 향해서 웃고 있는 느끼한 미소, 화려한 옷차림, 어울리지 않는 안경, 내가 보기에 한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정말 이 놈의 인기는 한국을 떠나도 사그라들 줄 모른다. ...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난 그저 무시할 생각이었다. 별로 대화하고 싶은 얼굴도 아니었고, 건달처럼 불량스러워 보였다.

 

"도도하기까지... 내 이름은 강기상이야. 만나서 반가워. 인연이라는 생각 안들어. 비행기 안에서 그것도 파리 비행기 안에서 바로 내 옆에 앉아 있는 아름다운 아가씨"

 

느끼. 느끼. 느끼. 이런 느끼도 없을 것이다. 닭살이....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지경이다. 이 남자는 자신이 배용준, 장동건쯤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내가 보기에는 어설픈 느끼 작업맨으로 밖에 안 보였다.

 

 

"아저씨. 조용히 좀 해주세요"

"오~~~노우 아저씨라니 오빠야 오빠"

 

무지 혀굴리고 있다. 이 남자 .참 특이한 캐릭터다.  어쩜  이 남자 말처럼 이것도 인연인지 모른다. 정말 이 남자 말대로 재미있는 유학생활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제이름은 박혜진이에요"

"이름도 얼굴만큼이나 예쁜 아가씨네"

 

이렇게 이 남자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자칭 바람둥이라고 하면서 한국 떠날때 자기때문에 여자 50명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아무튼 이 남자 파리 도착할때까지 자기 자랑으로 도백을 하고 있었다. 묻지도 않는 얘기까지 액션을 섞어 가면서... 참 재미 있는  사람이었다. 명문대 4학년인데 자신이 하고 싶은 패션공부를 위해 집에 거짓말하고 유학가는 길이라고 했다.

나랑 비슷한 구석도 있었다. 난 패션공부한다고 거짓말하고 아니 처음에는 그렇게 할 작정이었다. 우진만 다치지 않았으면... 그러나 내 힘으로 의사가 꼭 될 것이다. 꼭 좋은 의사가... 지금은 그게 내 꿈이다.

부모님한테는 죄송한 일이지만... 그래도 우리 부모님은 날 믿어주실 것이다. 죄송해요. 엄마, 아빠

 

 

 

유학생활 5년. 한국으로 돌아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의사로서 부족한 점이 없다고 생각한다. 난 그 동안 정말 죽을 힘을 다해 공부만 했다. 남들이 다 힘들다고 하는 해부학 실습도 무사히 통과했다. 처음 파리에 왔을때 난 영어만 할 줄 알면 만사 ok 인줄 알았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프랑스어로 공부할 줄 미쳐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 때문에 난 일년은 고생해야했다. 그리고 의대가기 위해 또 다시 일년은 죽을 고생를 했다. 기상오빠가 없었다며 아마 난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성격도 참 많이 변했다. 공주처럼 도도한 나의 이미지는 행방불명 된지 오래였고, 혼자 생활하기위해서는 공주는 필요 없었다. 모두 내 힘으로 하지 않으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설거지부터 집안 청소까지.. 심지어 전기도 만져야했다. 무수리가 되지 않으면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할 판이었다.

 

"혜진아. 너 오후에 뭐해"

"수업은 없는데... 독서실에 가서 자료 찾아야해. 내일부터 시체하고 살아야하거든. 그것 빼고는  별일 없어"

 

기상오빠의 긴 한숨소리와 함께 얘기가 시작되었다.

 

"우리집에서 드디어 알아버렸다. 나 패션공부하고 있는 것 말이야. 당장 오라고 난리야 너희집에서 몇달 신세지면 안되겠냐. 돈도 안붙어주네. 경영학 공부하는 줄 알고 유학간 아들이  패션공부하는 것 알고 기절하신다 우리 아버지"

"공짜는 안돼"

"당연하지. 역시 내가 사람보는 눈은 있다니까? 너 처음 봤을때 넌 나의 수호천사인지 알았다니까? 고마워... 그런데 혜진아 어디서 시큼한 냄새 안나니"

 

코를 킁킁거리면 오빠가 나에게 다가왔다. 역시 개코다. 난 가려운 머리를 열심히 글고 있었다. 삼일동안 집에 물이 나오지 않았다. 어디 수도꼭지가 막혔는지 물이 나오지 않았다. 머리도 못 감고 옷도 대충 츄리닝으로 때우고, 어제 오늘 고양이 세수만 하고 있었다.

 

"아마 내 머리에서 날거야"

"너보면 참...뭐라고 할 말이 없다. 유학생활 5년만에 너 처럼 되기도 힘들거야. 처음 파리비행기 옆에 널 봤을때 천사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내가 거지 한명을 키우고 있는 것 같다. 왜 이렇게 됐니 혜진아"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밥좀 사줘. 먹어도 먹어도 허기진 내 배는 채워지지 않아"

"내 옆에 있는 샌드위치 봉지는 네가 먹은 것 아니야"

"내가 먹었지"

"내 뱃속에 뭐가 들었는지 심히 궁금하다. 의사로써 한마디 좀 하지 전문의학용어로 그걸 뭐라고 하는지 아님 씨티촬영이라도 해보든지... 하루에 너보면 다섯끼는 먹는 것 같아"

"나 머리좋은 의대생이잖아. 그래도 내가 살은 ...좀 쪘나. 안 쪘지?"
"살까지 찌면 볼만하겠다. 한국에 있는 니 남자친구가 참 좋아라할거야. 아마 이 모습의 너를 보면 홀딱 깰거야"

"재수없는 소리하지마. 오빠 저리가"

 

버럭 소리쳤다. 오빠는 항상 우진이 바람피고 있을거라고 맨날 그렇게 말한다. 세상의 모든 남자가 오빠같은 줄 안다.

 

"삐졌냐"

 

기상오빠는 한번도 여자 사귄적이 없다.  내가 볼때는 없는 것 같다. 항상 내 옆에 있는 것보면 말이다. 아님 시간이 남아 돌던지... 아님 나 골탕먹이는 재미로 살던지.. 아무튼 오빠는 수업이 없을때면 나에게 와 이런저런 얘기로 날 재미있게 해주었다. 가끔 날 화나게도 만들지만 말이다.

 

요즘 시험기간이라서 우진에게 연락도 못했다. 그래도 먼저 우진이 연락해줬으면 좋을텐데.. 좀 길게 메일이나 음성이라도 남기면 좋을텐데.. 너무 짧아서 아쉬울때가 많았다. 그것도 내가 먼저 연락해야 가끔 연락이 왔다. 뭐하고 지내는지 아님 바쁜척 하는 것인지 도통 알수 없는 녀석이다.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