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우~티풀, 뷰티풀 향기!!!

슬픈그림2004.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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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기 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있지만 시간이 남는 김에 오늘은 마음먹고

필요한 짐들에 관한 리스트를 만들어 두기로 했다.

언제나 처럼 제일 먼저 1번에 적히는 물건은 " 샴푸" 이다.

그런 다음 씌여지는 이런저런 물건들과 옷가지들........

 

나는 유난히 샴푸에 집착을 하는 편이다. 평소에는 그렇지 않지만 우리 나라가 아닌 곳에만 가면

그런 까다로운 사람이 되어버린다.  왜 그런지를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나는 특별히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이유가 없기 때문인데, 그래도 꼭 반드시 대답을 해야만 한다면 아마도 그건 내가 다른 나라의 샴푸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작년 생각이 난다.

꽤나 긴 시간을 아테네의 플라카에서 보냈는데 내가 머물던 숙소의 폴란드계 주인 아줌마는 나만 지나가면 항상 좋은 향기가 난다며 냄새의 정체를 묻곤 했었다.

생각끝에 밝혀낸 그 냄새의 정체는 바로 나의 샴푸향기 였다. 그다지 진하지 않은데도 유난히 향기에 민감했던 그 아줌마는 나를 자주 뷰우~~티풀 걸이라 부르며 띄워주곤 했었다.

 

마지막 날,

비행기 시간에 맞추느라 이른 새벽 체크 아웃을 해야했던 나에게 따스한 커피 한잔과 아쉬운 포옹으로 마음을 전하시던 아주머니께 난 여행용 샴푸하나를 드렸다.

" 와우! 너무 고마워요. 당신의 뷰우~~~티풀한 향기를 기억할 수 있겠네요"

작은 선물에도 너무나 좋아하시는 아줌마의 굵은 목소리와 주근깨 가득한 얼굴에서 나는 다시 한번 인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줌마는 잘 계실까?

나의 뷰우~티풀한 향기를 아직 기억하시고 계실까?

한낮이면 죽은듯이 뻗어있던 플라카 골목의 커다란 개들은 여전히 그렇게 도도할까?

반드시 아침 10시가 되면 문을 여는 니키스 근처의 그 쬐끄만 샌드위치집 할아버지는 안녕하실까?

10분간의 수영에도 못버틸만큼 차갑고 진하던 바다와 한눈에 봐도 싸구려같은 반지와 씨디를 팔던 덩치큰 해변의 흑인들은 잘 있을까?

 

그리고...........

지중해의 바람으로도 결코 날려버리지 못했던 나의 아픈 흔적들도 밤이면 여전히 아크로폴리스의 불빛아래서 흩날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