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소설) 소설 여섯가지 <단편>

공포소설2009.07.22
조회82,804

- -.....................또다...세번째 톡이다.........

운영자님....왜이러세요..ㅠㅠ 아.... 이젠 기분좋은게

아니고...무섭습니다...ㅠㅠ 요번톡을 마지막으로...진짜

쉬어야 겠네요 .....ㅜㅜ 진짜 쉽니다..ㅠㅠ제 닉넴이 있어도

저 절대 아니예요 ㅠㅠㅠㅠ 그러니..ㅠㅠ제닉넴 쓰고 뭔가 되더라도..ㅠㅠ

저 욕하지 말아주세요 ㅠㅠ..ㅜㅜ

나중에 제가올렸던 장편소설 다음편 등가교환이라든지 손이라든지.. 사쿠라 이야긴...

나오는데로 꼭 올리도록 할께요 ㅠㅠ

정말...감사합니다..ㅠㅠ 단시간안에 톡을 세번이나 했네요..ㅠㅠ

제글도 아닌데... 이점은..정말 죄송해요 ㅠㅠ

그럼 다들 수고하시고 ㅠㅠ 다음에 뵐께요 ㅠㅠ

정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아...글이 길다길다...스크롤 압박 있다있다 

하시는 분들 !!!!!

 첫번째 이야기가 굉장히  ~~ 길어요^^;;

그래서  스크롤 압박이 있는거니깐...

긴글 싫으신분들은 첫번째 글 패스하시고 두번째 글부터 보세요 ~

두번째 글부턴 길지 않습니다 ! ^^;

(단편인데...여섯가지를 한꺼번에 올려서... 길어보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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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진짜 ㅋㅋㅋㅋ 완전 기분이 좋은거 같으면서

뭔가 좀... 이상하고 ㅋㅋㅋㅋ 전 오늘 이글말곤 글을 올리지 않았어요^^;;

제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인데...ㅋㅋㅋㅋ..;;

뭔가...기분이 좋네요 ^^;;;

어쨉든 ㅠㅠ 다들 너무 감사해요 ㅠㅠ나 완전 감동 받았음 !! ㅠㅠ

 톡 두번 되고 나니깐...

뭔가 좋으면서 찝찝하면서 답답해져서 ㅠㅠ

몇일쉬고 ...오도록 하께요^^;

제2의 공포소설님 소설을 애용해주세요 ^^;

그럼 전이만 ^^ 다들 수고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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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또 톡 되었어요 ....^^;;; 정말 감사합니다..ㅠㅠ

톡을 바라고 글을 올린건 아닌데...

처음엔 제가 재밌게 봤던 몇몇 소설만 올리다...

제 글을 원하시는분들이 한명두명 생기면서...

여지껏 올리게 되었네요 ^^;

제가 톡 되는거..솔직히...좀 그래요 ... 너무 과분하다는 생각이...

제가 쓴글도 아닌데...괜히 먼가 죄짓는 기분도 들고..ㅠㅠ

출처도 제가 처음에 일부로 안밝힌게 아니고...

그 생각자체를 못했었습니다..ㅜㅜ이 점에 대해선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ㅠ

 

오늘글을 마지막으로 좀쉬던가..글을 안올릴생각이예요...ㅠㅠ

뭔가 양심에 찔려서 안되겠네요....^^;;

여지껏 제글 읽어주신분..진심으로 감사감사합니다 !

 

다들 수고하시고 ~ 재밌게 읽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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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흔들리는 괘종시계






- 1 -


PM 10:30

가게에서 나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어느덧 밤이 깊어 있었다. 가볍게 몸을 추스리며 재빨

리 발을 옮겼다.

가게 일이 끝나고 한잔 하고 가자는 영배형의 권유를 어렵게 만류하고 5분이라도 더 빨리 집으로

돌아가 휴식을 만끽하고 싶었다. 불철주야로 계속 되는 연장 근무에 온 몸이 거미줄처럼 축 늘어

진 기분이었다. 피로가 온몸에 진득한 수액처럼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택시기사에게 목적지를 말하고 택시에 올라탔다. 그리고나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그곳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가면 따듯한 물을 가득 받아

놓은 욕조에 아늑한 내 방 침대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밤늦은 시간이지만 집으로 돌아간

다는 생각에 온몸이 가볍게 부상하는 기분이 들었다. 들뜬 마음을 감추기 위해 유리창 밖을 내다

보았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잔뜩 들어선 거리를 빠르게 지날 무렵 문득 영배형이 떠올랐다.

호프집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오늘도 어김없이 그는 나를 불러세웠다.


“기태야, 우리집 가서 한잔 하고 가지 않을래?”

“다음에요. 너무 피곤해서요”


몇 번의 거절 끝에 영배형은 못내 아쉬운 얼굴로 돌아섰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나도 어쩔수 없

었다. 두 다리로 버티고 서 있는게 신기할 정도로 몸이 말이 아니었으니까. 어쨌든 나의 몸은

술보다는 휴식을 원했다.

하지만 이제와서 괜시리 영배형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군대를 제대하고 방황하던 내게 그

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선해준 고마운 사람이었다. 덕분에 강남의 한 작은 호프집에 취직하게

됐고 그와 함께 일하게 된 게 작년 8월쯤이니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 셈이었다.

영배형에게 사과하고 싶었지만 어떤 명실상부한 이유도 없었다. 냉정하게 따지자면 내가 잘못한

일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정중하게 내 의사표현을 했을 뿐이고 그가 내 의사와는 상

관없이 자꾸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몇 차례 짜증을 냈던 것 뿐이다. 짜증에 살짝 욕이 섞여 있었

던 건 미안한 부분이지만 그렇다고 별 일도 아닌데 의례적인 말로 머리 숙여 사과하는 것 자체가

웃기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영배형이 처음부터 술을 좋아했던 건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 그의 모습은 처음 내가 그를 알게

됐을 때와는 너무나 달랐다. 입대 전 대학 동아리에서 알게 된 그는 한잔의 술도 입에 대지 않

을 정도로 술을 멀리했다. 그런 그가 어떤 뜻 깊은 계기와의 조우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안먹

던 술을 먹기 시작한 건 6개월 전 쯤이었다. 그때부터 그의 얼굴도 서서히 변해가기 시작했다.






어떤 연유에서인지 그날은 손님도 없고 가게 안이 아주 한산했다. 손님들이 남기고 간 테이블

정리를 하던 중 문득 영배형이 있는 카운터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초점이 없는 눈으로 허

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내가 이상해서 물었다.


“형 요즘 이상해요. 무슨 일 있어요?”


나의 물음에 영배형은 약간 당황한 듯 하다가 짐짓 태연하게 되물었다.


“뭐가?”


나는 더 집요하게 물었다.


“요즘 무슨 일 있죠? 그쵸? 돈 때문에 그래요? 아니면 여자? 혹시 아직도...?”

“그런 거 아냐, 임마”

“그럼 뭐예요? 그거 알아요? 형 요즘 표정이 너무 어두워 보여요. 잠은 제대로 자요?”

“그럼”

“그러지말고 내일이라도 한번 병원에 들러봐요. 사람 몰골이 장난이 아니야”

“네가 보기에도 그렇게 보이냐?”

“말도 마요. 꼭 무슨 살아있는 시체 같다니까?”


나의 말을 듣고 영배형은 걱정이 되는지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정말 살아있는 시체의 몰골이었

다. 언제부터인지 눈 밑의 시커먼 윤곽이 그의 얼굴 전체를 드리우고 있었다. 눈가와 이마에 잔

주름이 늘어나고 광대뼈가 훤히 드러나 보이도록 바싹 말라가고 있었지만 정작 본인은 모르는

눈치였다. 나는 점차 생기를 잃어가는 그의 모습이 걱정되서 재차 물었다.


"정말 별 일 없는거죠?"

"그렇다니까"


분명 영배형은 내게 뭔가 숨기는 게 있었다. 나는 처음에 그게 돈이나 여자와 같은 단순한 문제

인줄로만 치부했다. 어쩌면 갑작스레 형편이 어려워져 사채라도 빌려 쓴게 아닐까하는 의구심도

감출 수 없었다. 나는 진심으로 그가 걱정되었다. 하지만 그 날 나는 그에게서 어떠한 대답도 들

을 수가 없었다.






넋놓고 창밖을 응시하다가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얼마나 달렸을까. 택시기사가 인사불성이 된 나

를 흔들어 깨웠다. 희미하게 눈을 떴다. 감았던 눈커플을 다시 들어올리는 일만큼 버거운 일도

없었다. 피로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잠에서 깬 탓인지 술마신 다음날처럼 머리가 지끈거렸다.

택시기사가 한번 더 세차게 몸을 흔들었다. 2만원까지 올라가 있는 미터기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왔다.


“여기가 어디죠?”

“댁이지, 어디긴 어디유. 젊은 양반이 오밤중에 무슨 술을 그렇게 마셨디야?”

“술이라뇨, 피곤해서 그래요”

“어디보자, 2만 500원인데 2만원만 주슈”


나는 돈을 지불하고 택시에서 내렸다. 그리고나서 집까지 어떻게 가게 됐는지 기억조차 없었다.

내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내 방에 도착해 있었고 곧바로 침대에 쓰러지듯이 누워 참

았던 졸음을 쏟아냈다.






- 2 -


PM 11:40

나는 황급하게 눈을 떴다. 온몸에서 식은땀이 쉴새없이 베어나오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이 곤두박질

쳤다. 도무지 진정되질 않았다. 기분 나쁜 꿈이었다. 다시 심호흡과 함께 마음을 가라앉히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꿈이었지만 오히려 현실보다 생생했다. 쏟아지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뻗

어버렸던 게 마지막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나는 숙면을 취할 수 없었다. 잠깐이었지만 어떤

소리가 거실 쪽에서 들렸다. 규칙적이며 반복적인 소리였다. 요란한 소리가 멈추고 낮은 정적이 깔

렸다. 기괴한 음성이 들린건 바로 그 다음 순간이었다.


“기이이이...”


정신이 번쩍 들었지만 몸이 마비된 것처럼 움직이질 않았다. 가위에 눌린 기분이었다. 눈에 힘을

주어 눈커플을 밀어올렸다. 기괴한 음성이 속사포처럼 방 안으로 파고들었다.

침대 밑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침대에 누워있는 동안 그 기분 나쁜 움직임이 간헐적으로 느껴

졌다. 다시한번 듣기 싫은 소리와 동시에 검은색 머리칼을 길게 늘어뜨린 무언가가 침대밑에서 스

멀스멀 기어나왔다.


“기이이이....”


그 형체는 한눈에 알아보기 힘든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 여자의 몸을 하고 있었지만 남

자의 생식기가 달려 있었고 팔과 다리의 위치가 모두 바껴있었다. 나는 그 형체의 얼굴이라는 부분

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눈 앞에서 이해할수 없는 모순이 생겼다. 지극히 정상적으로 생각했을

때 입이 있어야 할 부분에는 눈이 달려 있었고 귀, 이빨, 혓바닥, 눈썹이 뒤죽박죽 섞여서 제멋대

로 엉겨 붙어 있었는데 마치 억지로 끼워 맞춘 퍼즐조각들을 보는 듯 했다.

괴생명체가 내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놈이 침대 위로 기어올라오기 시작했고 나는 격렬하게 저항

하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않았다. 잠들어있던 모공 하나하나가 열리면서 머리칼이 쭈뼛쭈뼛 섰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비명소리가 입 안에서 맴돌았다.


그리고 잠에서 깼다. 마른 침을 삼키며 알람시계를 들여다보았다. 한참동안 잔 것 같은데 얼마

지나지 않았다. 며칠 사이 몸이 많이 허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끔찍한 악몽이었다.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 타는듯한 갈증을 느꼈다. 정수기에서 차가운 냉수 한 모금을 뽑아 먹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부재중 전화 여덟 통과 이십여개의 문자메시지가 핸드폰에 찍혀있

는 것을 발견했다. 모두 영배형이었다.


‘기태야, 정말 미안한데 안 자고 있으면 잠깐 우리집으로 와 줄래?’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였다.






- 3 -


AM 00:50

영배형의 자취방에 들어선 순간 제일 먼저 시큼하고 비릿한 냄세가 코를 덮었다. 역한 냄세에

머리까지 어지러워졌다.


“집이 좀 지저분 하지? 앉아.”


그는 편의점에서 사온 소주와 마른 안주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형, 이 밤중에 무슨 일이에요?”


내가 자리에 앉으면서 물었다.


“마셔라”


영배형은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소주잔에 술을 따랐다. 내가 술잔을 기울이자 그가 기다렸

다는 듯이 다시 빈 잔을 채웠다. 그는 몇번이나 말없이 술잔을 들이키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

다.


“기태야”

“말해봐요. 뭐가 문제에요?”

“사실 그 동안 네가 모르는 일이 있었어”

“알고 있었어요. 돈 문제죠?”

“아니 그런 문제였다면 나 스스로도 어떻게 해결방법을 찾아냈을 거야”

“혹시 아직도 형수를 못 잊은 거예요?”

“그런 게 아니야”

“그럼 대체 뭔데요?”

“처음에는 어떻게든 혼자 해결해보려 했는데 그럴 수 없었어. 누군가에게 이 사실을 알려도

아무도 내 얘기를 믿어줄 것 같지 않았거든.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점점 미쳐가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어. 아닌게 아니라 그건 내 영혼마저 갉아 먹고 있었던 거야.”

“네?”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나의 이 문제를 속 시원히 풀어놓고 싶었어. 막연히 네 얼굴이 떠

오르더라고. 너라면 내 얘기를 믿어 주지 않을까 싶었어”

“그게 무슨...”

“네가 믿든 안 믿든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기는 전부 사실이다.”


그는 목이타는지 다시 술잔을 들이켰다.


“그게 언제 였냐면... 보름 정도 전이었지”


나는 잠자코 그의 얘기를 듣기 시작했다.


“그 날도 오늘처럼 일이 늦게 끝났고 가게 사람들과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

었거든. 너도 알잖아? 가게에서 우리집까지 걸어서 삼십분이면 충분하다는 걸 말야. 그래서

일이 끝나면 난 항상 차비도 아낄 겸 집으로 걸어가곤 했지. 근데 평소같았으면 걸어갔겠지만

그날은 왠지 몸이 피곤하더라고. 꼼짝달싹하기 싫을 정도로 말야. 게다가 초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가 점점 거세지기 시작하는거야. 그래서 택시를 잡아타기로 했어.

택시를 기다리는데 그날 따라 택시가 아주 안 잡히더라는 거야. 글쎄 가게에서 집까지 거리가

가까워서였는지 택시기사들에게 목적지를 말하니까 전부 차가운 얼굴로 그냥 쌩 가버리는 거야.

그렇게 삼십분 동안 비 맞은 생쥐꼴 마냥 주변을 서성이고 있는데 나의 오랜 벗 기철에게 연락

이 온 거야. 기철이라고 내가 전에 한번 말한 적 있어서 너도 알거야. 고등학교졸업하고 그

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서로 얼굴을 등지고 살았으니까 그게 얼마만이겠어. 나는 너무 반가워서

녀석에게 인사를 건넸어.

그런데 그 때였을까? 녀석의 목소리가 왠지 이상한거야. 왜 그런거 있잖아. 내색은 하지 않고

있지만 뭔가 불안에 떨고 있는 걸 말야. 나는 단번에 알아챘어. 그리고 무슨 일 있냐고 물었거

든? 그런데 녀석이 아주 오랫동안 뜸들이다가...”


영배형이 한잔의 술을 입안으로 털어넣었다.


“울고 있었어”

“울다뇨?”

“기철이 녀석은 울고 있었어”

“네?”

“나는 본능적으로 느꼈어. ‘녀석에게 무슨 일이 생긴게 틀림없다’ 라고. 그리고 녀석의 집으

로 향했지. 녀석의 집 앞에 도착해서 녀석을 불렀을 때 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았어. 초인종을

눌러보았지만 소용없었지. 이상한 나머지 나는 현관문을 잡아당겼어. 나는 그제서야 문이 열려

있는 것을 알아차렸어. 나는 집안으로 들어섰어. 집 안에 온통 불이 꺼져 있어서 아무것도 보이

지 않았어. 전등의 스위치를 찾기 위해 벽 어딘가를 아무렇게나 더듬어 보았는데 너무 어두워서

찾을 수가 없었거든. 금방이라도 뭔가가 튀어나올 것처럼 무서웠어. 그리고 굉장한 악취도 진동

했는데 고기 썩은내라고 해야 되나? 아무튼 그런 역겨운 냄세가 진동 하는 거야. 나는 얼른 코와

입을 틀어막았어. 그러지 않으면 그 역한 냄세에 곧장 취해 버릴 것만 같았거든.

집을 둘러보았어. 집 안은 온통 칠흑 같았지만 뭔가가 있었어. 그것을 더 정확히 식별 해내기 위해

눈을 가늘게 떴어. 곧 거실 어딘가에 희미한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어. 어두워서 잘은 보이지 않았

지만 분명 누군가가 어렴풋이 보였어. 나는 좀 더 가까이 가 보았지. 희미한 윤곽이 점차 뚜렷해지

면서 누군가의 얼굴이 들어오는거야. 바로 녀석이었어. 녀석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어.

순간 나는 ‘힉!’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나자빠졌지. 너무 놀라서 말야.”








- 4 -


“기... 기철아?”


어두워서 정확하게 식별이 어려웠지만 분명 녀석은 울고 있었어. 눈이 새빨갛게 충혈되서는.

그리고 나를 보자 다시 베시시 웃는거야.


“영배 왔구나”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녀석에게 다가섰어. 그리고 물었어.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이렇게 불까지 다 꺼놓고?”

“와 줘서 고마워”

“고맙다니?”

“내 꼴이 말이 아니지?”

“...”

“어쩌면 난 미친놈일지도 몰라. 아니 정말 제대로 미쳤지. 미치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될 리 없

잖아.”

“말해 봐, 도대체 무슨일인데 그래?”

“얼마전에...”

“얼마전에 뭐?”

“죽은 아버지가 다시 살아 돌아 오셨어.”



순간 녀석이 정말로 미친게 아닌가 싶었어. 녀석은 초점이 없는 눈으로 내가 아닌 다른 어딘가를

계속해서 응시하고 있었거든. 나는 눈살을 구기면서 다시 물었지. 녀석의 정신상태가 어떻게 된

건 아닌지 진심으로 걱정되서 말야.


“기철아. 도대체 왜 그래?”


내 말에 기철은 아무 대꾸 없이 어딘가를 가리켰어. 녀석의 손끝이 가리키는 곳은 어두운 거실

내부였어.


“저길 봐”


나는 녀석이 가리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어. 커다란 괘종시계가 보였어.


“저 괘종시계 보여?”

“저 시계가 왜?”

“너는 모를꺼야. 저 시계는 우리 아버지가 생전에 애지중지하셨던 유품이라는 것을. 수집가였던

아버지는 무엇이든 희귀한 것이면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모으는 성격이었거든. 언제쯤인가 아

버지가 동네 고물상에서 저 시계를 업어 온 거야. 엄마는 뭐 그런 고물덩어리를 여기저기서 얻어

오냐고 극성이었지만 아버지의 결연한 의지를 꺾을 수가 없었어. 나 역시 마찬가지였고.

가구, 옷장, 그릇, 동전, 우표, 옷, 라이터 등등... 그 종류만해도 천차만별이었어.

수집이라는 취미에 남다른 열정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적어도 그때까지 내가 알던 아버지의 모

습은 지극히 정상이었어. 저 시계가 모든 일의 원흉이자 발단인거야.”

“무슨 말이야?”

“저 시계를 들여온 이후로부터 아버지가 점점 이상해졌어.”

“...?”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야. 시계를 들여오고 나서 아버지의 수집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 몰랐지. 심지어는 희귀한 물건만 보이면 저 시계 안에 몽땅 모아 놓는 거야. 처음엔 대수롭

지 않게 생각했지. 아버지가 저 시계에는 다른 물건보다 더 애착을 갖고 있었던 걸 알고 있었거

든. 하지만 그 때까지도 우리 가족은 모르고 있었던거야. 아버지의 그런 취미생활이 점차 광적

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말야.

그러니까 아버지가 기괴한 취미(?)를 갖기 시작한 것은 이듬해쯤이었어. 그 날은 학교 레포트

때문에 밤늦게까지 도서관에 남아있었거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업친데 덮친격으로 비까지

내리는 거야. 우산도 없이 집까지 달려오는데 한 통의 전화를 받았어. 엄마였어. 지방발령으로

며칠간 집을 비운다는 거야. 뭐 아무 생각 없이 집까지 달리기 시작했어. 그런데 있잖아?

달리는 도중에도 뭔가 불길한 기분이 가시질 않는거야. 사실 도서관에 있는 내내 그런 기분이

들었었거든. 그런데 비까지 내리니까 더한거야. 그런거 있지? 뭔가 큰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시감 같은 것 말야. 나는 불안해서 집까지 내달렸지.

집에 도착했을 때 나를 반긴 건 코를 찌르는 악취였어. 금방이라도 헛구역질이 나오려던 것을

간신히 참고 아버지를 찾았어. 집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

불길한 기분은 점점 커져갔어. 그리고 내 예상이 딱 들어맞았던거야. 악취는 아버지의 서재쪽

에서 나고 있었어”

“서재?”

“응. 아버지는 항상 거기 계셨어. 나는 슬그머니 서재의 문고리를 돌렸어. 천천히 열어보았지.

그리고 눈에 들어온 그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어. 그건 고양이의 사체들이었지.

죽은 고양이들이 여기저기 머리, 가슴, 배, 팔, 다리, 눈알, 이빨, 발톱 등등 토막난 채로 널

브러져 있었던거야. 게다가 아버지는 뭔가에 홀린 것처럼 흰자위만 가득찬 눈으로 그것을 경이

롭게 바라보고 있었어. 마치 무슨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 마냥 내가 방에 들어온 것조차 모른

채로 말야. 심장이 요동치면서 곧장 터져버릴 것 같았어. 입밖으로 소리가 튀어나오려던 것을

간신히 삼켰어. 그랬다간 이미 그것들에 의해 넋이 나간 아버지가 나의 존재를 알아차릴 게 분

명했기에. 그 일이 있고 며칠동안 나는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없었지. 잊으려 해도 잊혀지지가

않아. 그러다가 정신적인 후유증에 시달리게 되었지. 게다가 일 때문에 지방으로 내려가신 어

머니는 며칠째 집에 돌아올 생각을 안하고. 결국 ‘수집’ 에 미친 아버지와 나의 불편한 동거

가 시작된거야.

아버지는 ‘그것’ 들을 수집하기 위해서 오늘처럼 밤늦게 비가 오는 날이면 커다란 여행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어. 그리고 새벽 늦은 시간에 엄청난 악취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곤 했지.

아버지의 가방 안에는 그 수집품들이 가득 들어 차 있었는데 모두 잘라낸 고양이의 사체들이었지.

아버지는 아무 거리낌 없이 가방 안에서 그것들을 꺼내 저 ‘괘종시계’ 안에 집어넣기 시작했

어.”

“뭐라구?”

“그렇게 시계 안은 처음엔 평범한 수집품들로 가득 했는데 점점 이상한 물건들로 들어차기 시작

했던거야. 아버지는 점점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행동했어. 마치 이미 죽은지 오래된 사람처

럼. 그도 그럴 게 그 눈이 살아있는 사람의 눈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비단 그게 끝이 아니었어.

아버지는 그것을 수집하는 것만으로 만족을 못하신 거야.”

“설마...”

“맞아. 그것들을 좀 더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던 거지. 소유욕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수집품에 대한 그런 엄청난 소유욕이 큰 화를 불러 일으킨 거야. 아버지가 ‘그것’ 들을 먹기 시

작한건 그로부터 보름 후였어.”

“말도 안 돼...”

“그래, 믿기지 않겠지. 나도 믿기 어려웠으니까. 하지만 지금부터 잘 들어야 해. 이게 끝이 아니

야. 한밤 중에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듣고 잠을 깼는데 부엌에서 나는 소리였거든. 그릇 부딪히는

소리? 틀림없이 엄마가 돌아왔다고 생각한 거야. 엄마가 돌아와서 개수대에 담긴 그릇을 보고 설겆

이를 하고 있었던 것이라 생각했지. 엄마가 너무 반가웠어. 사실 나를 이 지옥에서 구원시켜줄 사

람이 엄마밖에 없었거든. 그래서 너무 반가운 마음에 방문을 열고 나갔는데...”

“그, 그래서?”

“부엌에서 고양이를 머리 채 뜯어먹고 있는 아버지와 눈을 마주친거야. 엄마는 없었어.”

“세상에...”

“엄마가 돌아오신 건 그로부터 일주일 후였어. 물론 나는 엄마의 얼굴을 못 봤지만 말야.”

“못보다니?”

“정확히 일주일 후 학교 수업이 모두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 날은 왠지 집으로 돌

아가기 싫더라고. 끔찍하고 더럽다 못해 역겨운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말 나까지 미

쳐버릴것만 같았거든. 대학 동기들과 머리라도 식힐 겸 근방의 당구장에서 당구를 치고 있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온 거야. 지금 집에 돌아 가는 길이라고 말야. 너무 반가웠지만 일부러 내색하

지 않았어. 나는 엄마에게 아버지에 대해서 말할까하다가 그만뒀어. 옆에 친구들도 있었고 전

화로 할 얘기가 아닌 것 같아서. 전화로 얘기해봤자 엄마가 쉽게 믿을 것 같지도 않았거든.

근데 그게 실수였어”


기철이 녀석의 말은 믿기 어려웠지만 그때까지만해도 나는 충분히 일리는 있다고 생각했어.

녀석의 아버지가 그렇게 됐다는 건 다소 충격적이었지만 말야. 하지만 사람이 미치면 정말

뭔들 못하겠어? 녀석도 아버지 일로 미쳐버렸던 거야. 노파심에 드는 생각이었지만 녀석을

빨리 정신병원에 데려가야 할 것만 같았어.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


녀석은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어.






- 5 -


기철의 머릿속은 아드레날린 내분비로 끊임없이 교란되고 있었다. 어느덧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얼굴이 후끈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설사 자신이 생각하고 우려하는 일이 현실화 될 수 있다는 불

안감에 전신이 후들거렸다. 그는 급하게 엄마를 찾았다.


“어, 엄마! 엄마! 어디있어요? 나와보세요!”


정신없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집 안은 한결같이 조용했다. 빗소리가 더욱 맹렬해졌다. 장마철인

탓인지 비가 그칠 새 없이 퍼붓고 있었다. 기철은 숨을 헐떡이며 멀찍이 창밖을 내다보았다.

비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제외하고는 집 안은 아무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입술이 파릇

파릇 떨렸다. 비가 오는 날이면 까닭모를 불길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 날도 그런 날이었다.

아버지는 비가오는 날 밤이면 피에 굶주린 짐승처럼 행동을 개시하곤 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오늘은 아버지가 집밖을 나서지 않았다. 기철은 현관에 아버지의 구두가 멀쩡하게 남아있는 것을

보고 그것을 알아차렸다. 아버지의 신발 옆에는 엄마의 구두도 나란히 배치되어 있었다.

불길했다. 오만가지 생각들이 교차하는 정점에서 끔찍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피어올랐다. 기철의

얼굴이 석고상처럼 굳어졌다.


“댕, 댕, 댕, 댕!”


괘종의 종소리가 자정을 알렸다. 갑작스런 소리에 기철이 화들짝 놀라 괘종시계가 있는 2층으로

눈길을 돌렸다. 순간 아버지의 서재가 뇌리를 스쳐지났다. 그는 황급히 2층 계단을 밟고 서재로

향했다. 서재 안에서 수상한 소리가 들린 건 바로 그 때였다.


“오, 여보!”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오래전부터 느껴왔던 거지만 당신의 그 맛은 일품이야!”


소름끼치도록 갈라지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잠시 조용해지더니 이윽고 기괴한 소리가 연거푸 들

려왔다.


“우걱우걱, 쩝쩝, 우드득! 우드득!”


뼈와 살을 발라내서 무식하게 씹어먹는 소리임이 틀림없었다. 기철의 미간이 점점 구겨졌다.


“벅, 벅, 벅, 벅!”


누군가가 손톱으로 방문을 긁는 소리가 들린 건 그 다음이었다.


“제, 제발... 살려줘요... 여보...”


기철은 놀란 입을 차마 다물지 못했다. 바로 엄마의 목소리였기때문이었다. 아버지에게 산채로

뜯기면서 엄마는 살아남기 위해 본능적으로 방문을 긁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고양이에게서 사람으로 그 대상을 바꾼 건 엄마가 죽고 난 그 날부터였다. 사람의 맛을

알아버린 아버지는 살아있는 사람의 냄세만 맡아도 침을 흘렸다. 광기에 젖어드는 아버지 때문에

기철은 방문을 걸어 잠근 채 밖으로 나갈 수 조차 없게 되었다. 혹시라도 집 안을 돌아다니다가

아버지의 눈에 띄게 된다면 자신도 엄마와 똑같은 꼴이 나게 될지 모를 일이었다.

비오는 날 밤이면 아버지는 어김없이 집밖을 나섰다. 하지만 그 대상이 이제는 고양이가 아닌 사

람으로 바꼈을뿐이었다. 새벽 늦은 시간 아버지가 잘려나간 사람의 신체를 가방 한 가득 짊어지고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면 역겨운 피비린내가 집안을 가득 메웠다.


“삐걱- 삐걱-”


삐걱이는 나무 계단을 밟고 아버지가 2층 서재로 올라가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기철은 빠끔히 방문

을 열어보았다. 아버지는 늘 하던대로 피에 젖은 가방 안에서 그것들을 꺼내 괘종시계안에 담아내

고 있을 것이다. 기철은 보지 않고도 짐작할 수 있었다.

괘종시계는 아버지에게 있어서 일종의 부식고같은 개념이었다. 아버지는 그 곳에 자신이 들여 온

일련의 수집품들을 모두 넣어두었다가 배가 고플때마다 꺼내 먹었다. 귀중품들을 수집해서 자신이

가장 아끼는 창고에 넣어두었다가 결국 완전히 ‘자신의 것’ 으로 만드는 방식이었다.

하루 중 유일하게 행동 제약이 없는 시간은 바로 비오는 날 밤 아버지가 수집품 채집을 끝내고 집

으로 돌아온 바로 이 순간이었다. 아버지가 2층 서재에서 식사를 끝마칠때까지 기철은 1층에서 화

장실과 간단한 식사, 또 기타 필요한 물건들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 시간은 너무 짧았다. 너무 오래동안 방 밖으로 나와 있는다면 2층에 있는 아버지가 사람 냄세

를 맡을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야했다. 기철은 며칠동안 물과 누룩 곰팡이가 퍼렇게 핀 빵

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아버지가 그렇게 되고, 또 엄마가 죽고 나서 정상적인 식사

를 해 본 기억이 없었다. 누룩 곰팡이가 핀 빵 마저도 이제 거의 떨어져가는 실상이었다. 기철은

밀려오는 공복감을 이기지 못하고 정수기에서 한 컵의 물을 뽑아냈다. 오랫동안 필터를 갈아주지

못해서 정수기 안에선 시퍼런 녹물이 새어나왔다.


“삐걱- 삐걱-”


바로 그 때였다. 나무 계단을 밟고 아버지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심장이 곤두박질치기 시작

했다. 기철의 얼굴이 당황스럽게 일그러졌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기철은 다시 방으로 돌아가

기 위해 뒤로 돌아섰다. 부엌에서 방까지는 어느정도 거리가 있어서 방까지 도약하는데 일말의

시간이 필요했다. 만약 제 시간 안에 방에 도착해서 방문을 걸어 잠그지 못한다면 아버지의 눈에

띄어 영락없이 잡아먹히는 생쥐 꼴이 나고 말 것이다.

기철은 생각을 고쳐먹었다. 아버지는 이제 몇 초 후면 완전히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 몇 초 안

에 안에 방까지 도달한다는 보장이 없었다.


“삐걱, 삐걱, 삐걱, 삐걱!”


아버지의 발걸음이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 짧은 찰라의 순간에 기철은 굉장히 극심한 딜레마

에 빠져버렸다. 방으로 돌아가는게 최선책이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무리수가 있었다. 기철은

차선책으로 몸을 숨기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어디에도 몸을 숨길

만한 마땅한 공간이 없었다.

이제 아버지가 2층으로 이어진 계단에서 완연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더이상 선택의 여지

가 없었다. 기철은 거의 미끄러지듯이 소파밑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분명 무슨 소리가 들렸는데...”


식은 땀이 이마 밑으로 흘러내려 눈을 찔렀다. 기철은 호흡을 최대한 조절해가면서 눈커플을 힘들

게 깜빡였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기철은 간신히 아버지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1초라도 번복

됐다간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어디 쥐 새끼 한마리가 숨어 있나? 흐흐”


아버지가 갈라지는 목소리를 흘렸다. 어두운 소파 밑에 몸을 낮게 웅크린 기철의 시야에 들어오

는 거라곤 짐승처럼 털이 복실한 아버지의 발뿐이었다. 독수리처럼 길고 뾰족하게 뻗어 있는 아

버지의 발톱은 영락없는 짐승의 것이었다. 기철의 관자놀이와 콧잔등에 땀방울이 번들거렸다.


“기철이 너 맞지?”


순간 심장이 오그라들었다. 머리속이 또다시 하얘졌다. 기철은 바싹 타들어가는 입술을 적시며

숨을 죽였다. 소파 밑의 더운 공기가 얼굴을 에워쌌다. 기철은 숨을 몰아쉬었다. 더이상 참기

어려웠다. 조금이라도 더 참고 있다가는 살얼음판 같은 침묵을 깨고 곧장 입밖으로 소리가 튀어

나올 것만 같았다. 기철은 입을 틀어막았다.

바닥은 기철이 흘린 땀으로 흥건히 젖어있었다. 불편한 자세 때문인지 뒷목이 뻐근해는 것만 같

았다. 기철은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는 방향으로 몸을 틀어보려 했지만 여의치않았다. 바닥에 흘

린 땀 때문인지 미끄러워서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버지는 몇번이고 부엌을 서성이더니 이내 포기한 듯 다시 2층으로 올라갔다.

아버지가 2층 서재까지 완전히 올라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도 기철은 소파 밑에서 쉽사리 나올

수 없었다.







- 6 -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밤이면 아버지는 서슬 퍼런 칼을 들고 집 밖을 나섰다. 연일 계속해서

쏟아지는 빗줄기는 아버지의 식욕을 돋우는데 주력했다. 일기예보에서는 오늘 밤 또 한차례 폭우

가 있을 것이라 했다. 아버지는 일찌감치 가방을 메고 집밖을 나섰다. 오늘 밤은 몇 구의 사체가

아버지의 가방 안에 고스란히 담겨져 돌아 올지 기철은 궁금했다.

빗발이 거세지고 얼마지나지 않아 일기예보에서 예견한대로 폭풍우가 몰아쳤다. 맹렬하게 몰아치

는 폭풍우에 창문이 매몰차게 흔들렸다. 아버지가 집밖을 나선 건 한참전이었지만 기철은 조심

스럽게 방 문을 열었다. 시간이 얼마 없었다. 아버지가 다시 돌아올때까지 기철은 최대한 신속

하게 움직였다. 기철은 재빨리 다용도실로 향했다. 다용도실에는 여러가지 도구가 어지럽게 깔

려 있었다.

정면으로 맞서서 아버지에게 당해내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고 결국 도구에 의존하기로 마음을 고쳐

먹었다. 미치광이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생각해 낸 방법이 고작 이것뿐이라는 사실에 기철

은 괜히 측은해졌다. 그래도 아버지에 대한 일말의 동정심 따윈 없었다. 이미 아버지라는 사람은

그의 곁을 떠난지 오래였다. 그건 그가 알던 아버지의 모습이 아니었다. 살육에 미쳐 날뛰는 미치

광이 괴물에 지나지 않았다. 아버지는 죽어 있었던 것이다. 저 빌어먹을 시계가 아버지의 영혼마저

잠식해버린 것이다.

기철은 다용도실에서 듬직한 야구배트 하나를 발견했다. 아버지의 후두부를 강타해서 그 육중한

몸을 무너뜨리는데에는 이것으로 충분했다. 배트가 워낙 단단하고 무게감이 있어서 약간의 힘만

실어서 내려친다면 잘하면 한방에 보내버릴 수도 있었다.

사람들이 아버지를 살해한 폐륜아라 몰아세울 게 분명했지만 기철은 개의치 않았다. 이건 단지 정

당방위에 지나지 않는 일이었다. 그러지 않으면 기철은 자신의 엄마가 당했던 것처럼 아버지의 그

괴기스러운 입 속으로 빨려들어갈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기철의 존재를 알아차린 그

날 기철은 본능적으로 생명에 위화감을 느꼈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정말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버지를 살해하고 경찰에게 과실치사로 위장시킨다면 경찰은 명백히 그의 말을 믿어줄 것

이다. 언론에서는 연거푸 ‘연쇄 살인범’ 에 대해서 언급했다. 기철은 그게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경찰은 그의 말을 믿어 주지 않았다. 경찰이 아버지를 연행했을 때 아버지

는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

집안에 불을 꺼놓고 기철은 2층 아버지의 서재가 있는 곳으로 발을 옮겼다. 수집을 끝마친 그가

집에 도착했을 때 제일 먼저 향하는 곳은 2층 서재였다. 적절한 위치에 숨어있다가 그가 방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야구배트로 내리치는 것이다.

신중함과 노련함이 요구되기에 기철은 모든 행동에 만전을 기했다. 한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았

다. 한방에 보내지 못하면 자칫 전세가 역전되기 십상이었다.

기철이 서재로 들어서기 위해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엄청난 악취가 코를 찔렀다. 서재 중앙에는

아버지의 괘종시계가 우두커니 자리잡고 있었다. 악취는 시계 안에서 나는 것만 같았다. 스산하

고 이질적인 기운이 시계에서 감돌았다. 마치 악령이 깃들린 것처럼 시계는 떡하니 입을 벌린채

서 있는 모습이었다.


- 어서 먹이를 넣어줘 -


시계가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 7 -


기철이 아버지를 죽이기로 마음 먹은 그 날, 결국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버지의 행방은 묘연해졌다. 아버지가 행방불명 된 지 정확히 15일이 지날 무렵 경

찰이 집으로 찾아왔다.


“경찰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혹시 최병호님 아드님 되시나요?”

“네, 그런데요?”


기철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제 오후 9시경, 인근 하수구에서 아버님의 시신이 발견이 됐습니다. 그 곳 주민의 신고로

다행히 시신이 더 부패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만, 고양이들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

도로 뜯어 먹어서 신원을 알아내는데 저희도 애를 먹었습니다.”

“...그게 무슨?”

“충격이 크시리라 생각 됩니다. 저희가 볼 때 아무래도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입니다. 요즘 이

일대 주변에서 연쇄살인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건 알고 계시죠? 아버님 일은 유감이지만 문단속

철저히 하시고 무슨 일 생기면 신속하게 이리로 연락주십쇼”


경찰은 기철에게 전화번호가 적힌 작은 메모지 한장을 건네주었다. 경찰이 돌아가고 기철은 잠

시 사색에 잠겼다. 뭔가 어긋난 조각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기분 들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기철은 마치 실성한 듯 실소를 터트렸다.


“뉴스 속보 입니다. 어제 오후 9시경 안산 주변 일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살인의 29번째

시신이 인근 지역에서 주민의 신고로 발견됐습니다. 검찰은 시신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는 점과

여러가지 비슷한 정황으로 미루어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고 있지만 감식 결과 어떠한 단서도 찾

아낼 수 없음을 발표했습니다. 이지선 기자가 사건사고 전합니다. 이지선 기자?”


TV에서는 뉴스속보가 한참 진행중이었다. 기철은 창밖을 내다보았다. 밤새 퍼붓던 폭우는 이제

그쳐 제법 쾌청한 날씨였다. 그러고보니 방 안에 갇혀 시체처럼 시간을 보낸 게 어느덧 한달이

넘어 있었다. 아버지가 죽은 시체로 발견된 건 정말 모를 일이었지만 한달여간의 사투 끝에 기

철은 이 모든 길고 긴 악몽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정말 끝났다고 생각했다.






- 8 -


“댕, 댕, 댕, 댕...”


괘종의 종소리에 기철은 잠에서 깼다. 벽시계를 올려다보았다. 새벽 4시 정각을 가리키고 있

었다. 아버지가 죽고 나서도 2층 서재에 위치한 괘종의 종소리는 마치 먹이를 보채는 것처럼

음울하게 울려퍼졌다. 기철은 시계를 밖에 내다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가 없었다. 사실

시도조차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가 시계를 박살내기 위해 2층 서재로 올라간 것만 횟수로

헤아리기 힘들정도였다. 그런 기철의 시도가 매번 실패로 돌아가는 이유는 시계 안에 가득차

있는 사람들의 사체와 또 그로 인한 역겨운 피비린내가 구토를 유발했기 때문이었다.

용기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비위가 약한 기철이 그런 일을 해내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댕, 댕, 댕, 댕, 댕!”


종소리가 더 요란하게 울렸다. 아버지가 돌아 가신 이후로 나흘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빨리 먹을 것을 넣어달라고 그렇게 외치는 것만 같았다. 기철은 이불을 뒤집어썼다. 창밖에서

하늘이 찢어지는 천둥소리와 동시에 한줄기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젠장, 또다시 불길해졌다.

기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머리맡에 두었던 야구배트를 손에 움켜쥐었다.


“오늘이야 말로 끝장을 내 주지”


기철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리고선 시계를 깨부수기 위해 2층 서재로 이어지는 계단을 밟았

다.


“댕, 댕, 댕, 댕, 댕!”


종소리는 멈추지 않고 울려펴졌다.


“알아, 알아! 보채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 내가 지금 널 깨부수러 가는 길이니까”


기철은 씩씩대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기철이 서재에 다가갈수록 종소리는 점점 커졌다. 이제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마침내 저 빌어먹을 괘종시계와 결판을 낼 시간이 온 것이다.

기철이 서재 문을 열어재끼자 엄청난 악취가 그의 얼굴을 에워쌌다. 기생충들이 벽 이곳저곳에

덕지덕지 들러 붙어 비위가 상했지만 기철은 꾹 참고 괘종시계 앞까지 다가섰다.


“이 빌어먹을 놈의 시계가...”


기철이 시계 앞에 다가서자 괘종의 종소리가 마침내 그 울음을 멈추었다. 기철은 머리 위로

야구배트를 치켜올렸다. 있는 힘껏 시계를 내리치려는 순간 아주 기괴한 현상이 벌어졌다.

그 광경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 하고 있는 기철이 자신도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

었다. 시계문이 자동으로 열리면서 무언가가 시계안에서 꿈틀거렸던 것이다.


“으, 으아아악!”


시계안에서 형체를 알아 볼 수 없는 무언가가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기철은 뒷걸음질 쳤다.

그 흉물스런 형체를 자세히 쳐다볼수 없었지만 기철은 분명히 보았다. 눈, 코, 입이 뒤죽박

죽 섞인 괴생명체의 그 얼굴에서 잠깐동안이었지만 기철은 바로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계에서 기어나온 그가 기철을 발견하고는 그로테스크한 소리를 냈다.


“기이이이...”


기철은 황급히 서재에서 벗어나 계단을 밟고 뛰어내려갔다. 그건 분명 아버지였다. 죽은 아버

지가 다시 살아 돌아 온 것이다!






- 9 -


거기까지 듣고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기철이 녀석은 조용히 흐느꼈어. 그제서야 나는

알게 되었던 거지. 녀석은 슬퍼서 우는게 아니라 무서워서 울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내가 닥달하듯 물었어.


“아버지를 죽였어”

“죽였다고?”

“응. 나를 발견한 아버지는 마치 피에 굶주린 괴물처럼 나를 쫓기 시작했고, 결국 아버지에게

붙잡힌 순간 나는 이성을 잃고 말았어. 들고 있던 야구배트로 아버지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쳤

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아버지는 이미 죽어있었지. 하지만 문제가 생겼던 거야.”


나는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어.


“아버지의 시신을 어떻게 처리할 방법이 없었던 거야. 아버지가 그 안에서 기어 나온게 나도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이유야 어찌됐건 지금 내 앞에는 아버지의 시신이 있는 거잖아.

단지 그 뿐이었다고!”

“기철아...”


바로 그 때였을까? 기분탓이었는지 녀석의 눈이 점점 흰자위로 가득 차는 거야


“그리고 마침내 결정을 내렸지”

“결정?”

“아버지의 시신을 저 괘종시계 안에 다시 넣어두기로 말야”

“뭐?”

“그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었어. 어쨋건간에 아버지가 원래 있던 곳으로 다시 돌려놓는 것

뿐이잖아. 난 죄가 없다고. 게다가 아버지는 이미 죽어있는 상태였어. 아버지를 죽인건 내가

아니야.”


녀석의 얼굴이 점점 광기로 스며들었어. 전신에 소름이 돋았지.


“그리고 정확히 새벽 4시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아버지는 다시 저 괘종 안에서 멀쩡히 살아

나오셨어. 나는 몇 번이나 아버지를 살해해서 다시 시계안에 집어넣었지만 그건 소용없는 짓

이었어. 아버지는 저 시계안에서 얼마든지 부활했으니까.”

“세상에...”

“영배야”

“...?”


갑자기 녀석이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다소곳하게 부르는거야.


“지금이 몇신 줄 알아? 히히”


나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괘종시계를 바라보았어. 맙소사! 4시 정각이었어. 그 순간 괘종시계

에서 4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퍼지는 거야.


“끼이이...”


거짓말처럼 시계문이 자동으로 열리더니 시계에서 무언가가 기어나오기 시작했어. 나는 그 장면

을 숨죽이고 지켜봤어. 그리고 놀란 입을 다물수가 없었지. 그건 분명 괴물이었어. 주인 없는 팔

과 다리가 몸 이곳저곳에 아무렇게나 달라붙어 있었는데 마치 지네의 모습을 연상케 했어. 수십

개의 눈, 코, 입, 귀가 얼굴에 뒤죽박죽 섞여 있었고, 더 끔찍한 건 그 중엔 고양이의 것으로 보

이는 눈알도 섞여 있었던 거야.


“기이이이이.....”


기괴한 음색과 동시에 괴물이 나를 올려다보았어. 마치 오랫동안 피에 굶주린 것처럼 놈은 나를

보더니 침을 흘렸어. 그리고 그 수십개의 손과 발을 움직여서 바퀴벌레처럼 ‘사사삭’ 기어오

는거야.

나는 황급히 그 곳을 뛰쳐나왔어.






- 10 -


AM 01:50

나는 영배형이 따라준 마지막 잔을 입속으로 털어넣었다.


“그래서요?”


궁금해서 물었지만 그건 영배형의 다음 얘기에 대한 의례적인 물음에 지나지 않았다. 아무리

술이 취했다지만 그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늘어놓을지는 몰랐다. 나는 미덥잖은 표정으로

영배 형을 쳐다보았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떨리는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어. 그 광경을 머리속에서 지워 버리기 위해

잠을 청하려 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어. 아니 오히려 끔찍한 악몽의 되풀이였지. 며칠동안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제대로 된 정상생활을 할 수 없을 만큼 그 날의 충격은 컸던 거야. 기태, 네가

했던 말처럼 나의 얼굴은 점점 살아 있는 시체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던 거야.”


영배형이 침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


“이건 바로 얼마전의 일이야.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집앞으로 작은 편지 한장이 와 있

는 거야. 나는 얼른 편지를 뜯어 내용을 읽어 보았어. 기철이 보낸 거였어.”


- 나의 오랜 벗, 영배에게

안녕, 잘 지내지? 어디 다친데는 없는지...

그 날 네 녀석이 말없이 집밖으로 뛰쳐나가고 내가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몰라.

영배야, 나 많이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이게 마지막인것 같아. 내 얘기를 들어줘서 고마워

그럼 안녕 -


“기철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한 건 그로부터 일주일 정도 지나서였어. 경찰이 집앞으로 찾아

왔는데 방안에서 목을 매 자살한 기철의 시신이 심각하게 훼손돼있었다는 거야. 사인은 자살이

지만 타살의 흔적이 보인다고 말야. 그래서 기철의 핸드폰 내역을 조사한 결과 내 전화번호가

마지막으로 찍혀있는 것을 확인한 경찰이 나를 의심했던 거지.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어떤 단서

도 제공해주지 못했어. 그들에게 내 이야기를 사실대로 털어놓았지만 모두 비웃을 뿐이었지.

오히려 나를 정신병원으로 보내려는 것을 단호히 거부하고 집으로 돌아왔어. 그런데...”

“...그런데요?”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뒤로 나자빠졌어. 방 중앙에 그! 그 괘종시계가 떡하니 자리잡고 서

있는 거야!”

“예?”


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왜 집에 있는지 정말 모를 일이었어. 나는 기분이 나빠져서 그걸 집밖으로 내다버렸어.

하지만 새벽 4시만 되면 거짓말처럼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와 있지. 정말 믿기지 않지?”






- 11 -


AM 03:20

나는 택시기사에게 목적지를 말하고 택시에 올라탔다.

영배형이 집 앞까지 바래다 준 다는 것을 극구 말리면서 그의 자취방을 빠져나왔다. 영배형의

얼굴은 매우 어두워보였다. 새벽 4시가 되기 전에 얼른 돌아가라는 그의 마지막 말은 그의 머

리에 정말 정신적인 결함이 있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말도 안 되는 개소리에 불과했다. 나는 영배형의 얘기를 믿지 않았다.

영배형은 전부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척 능청스럽게 연기했다. 그와 백년해로를 기약한 그의

와이프, 아니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와이프가 될‘뻔’한 상미 누나는 이미 죽은지 오래

됐다.

영배형이 처음부터 술을 좋아했던 건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 그의 모습은 처음 내가 그를 알게

됐을 때와는 너무나 달랐다. 입대 전 대학 동아리에서 알게 된 그는 한잔의 술도 입에 대지 않

을 정도로 술을 멀리했다. 그런 그가 안먹던 술을 먹기 시작한 건 6개월 전, 상미 누나가 쥐

죽은 듯이 실종 된 후부터였다.


“네 형수가 보고 싶다”


영배형은 그 말을 버릇처럼 내뱉었다.


“형, 제발 정신 좀 차려요. 누나 실종된게 벌써 두 달이 넘어가. 이쯤 되면 그만 포기할때도 됐

잔아요!”

“아니, 네 형수는 죽지 않았어. 이렇게 매일 꿈속에 나타나서 밝게 미소 짓는데 죽긴 누가 죽어!”

“형!”


상미 누나가 실종됐다는 소식을 접한 그 날부터 영배 형은 술을 달고 살았다.


“쯧쯧, 가엾게도”


나도 모르게 혀끝을 찼다. 모르긴 몰라도 영배형이 전부 눈치를 챈 게 분명했다. 내가 상미누나

와 눈이 맞아 잠시 바람을 피웠던 것을.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6개월 전의 바로 그 날, 상미 누

나와 내가 심각하게 다퉜던 바로 그 날이 그녀가 실종된 날이라는 것을.






“도대체 왜 그래?”


영배형은 모를 일이지만 나와 상미누나는 그 당시에 동거중이었다. 그 와중에도 상미 누나는

영배형과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고 나와 그녀는 서로에게서 육체적인 희로애락을 즐겼을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당장 내다 버려, 기분 나쁘단 말야”

“기분 나쁘다니?”

“아 몰라!”


그 날 술에 흠뻑 취해 집으로 돌아왔을 때 거실에 들여놓은 커다란 괘종시계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그녀는 집 앞 고물상에서 얻어왔다고 했다.


“돈이 없으면 말을 해. 누나가 거지야? 저런 쓰레기 주어 오지 말란 말야!”

“쓰레기라니? 너 지금 말 다했어?”


사소한 말다툼은 곧 큰 싸움으로 번졌고 결국 술 기운에 이성을 잃은 나는 그녀의 목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었지만 다시 돌이키기에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나는 그녀의

숨통을 더 확실하게 끊어 놓기 위해서 양 손가락에 강한 압력을 밀어넣었다. 곧 그녀가 하얀 거품

을 물고 질식해 버렸다. 그녀가 죽고나서도 나의 분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나와 잠자리까지 함께

하면서 마음만은 항상 영배형에게 가 있는 누나가 미웠다. 사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상미 누나에

대한 감정이 사랑으로 싹트고 있었던 걸지도 몰랐다. 어떤 심산으로 그런 일까지 벌이게 됐는지

정말 모르겠는데 ‘술기운’ 에 ‘홧 김’ 이었던 것만은 확실했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상미 누나의 몸을 부위 별로 토막내고 있었고 토막 낸 시체들을 다시 괘종시계 안에 밀어넣었다.


“그렇게 좋으면 그 시계 안에서 평생 함께 살아!”


나는 씩씩대며 시계문을 닫았다. 바로 그 때 괘종의 종소리가 음울하게 울려퍼졌다.

새벽 4시 정각을 알리는 소리였다.






“이봐요 손님, 일어나 보세요”


이런, 또 잠이 들어버린걸까? 택시기사가 나의 몸을 매몰차게 흔든다. 오늘로써 벌써 두번째

다. 요즘 들어 부쩍 몸이 피곤해지는 걸 느낀다. 잠을 못잔 탓일까?

어디까지나 기분탓이겠지만 눈만 붙이면 끔찍한 악몽이 나를 기다렸다. 6개월 전 그 날 이후로

나는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렸다.


“손님, 손님! 다 왔으니까 좀 일어나 봐요! 오밤 중에 무슨 술을 이렇게 마셨대?”


나는 슬그머니 눈을 떴다.


“얼마나 잤죠?”

“글쎄, 40분? 택시에 타자마자 바로 곯아 떨어지던데 젊은 양반이 쯧쯧...”

“피곤해서 그래요”


힘겹게 몸을 일으켜 택시비를 지불하고 택시에서 내렸다.






- 12 -


AM 4:00


“댕, 댕, 댕, 댕!”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집에 도착해서 거실에 불을 켰을 때 무거운 괘종시계가 거실에 놓여있었던 것이다. 나는 눈을

비볐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순간 영배형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설마 그 얘기가

전부 사실이었던 걸까? 손발이 오그라든다.

바야흐로 4시 정각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듣기 싫은 마찰음을 내면서 시계 문이 열리기 시작

했고 곧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무언가가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꿈에서 보았던 그 기괴한 형체

였다.


“기이이이....”

“대체...”


나는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심장을 파고드는 공포에 숨소리마저 삼켰다.



“기이이이이이태애애애애애애야아아아아아아....”

“다, 다가 오지마!”


주인을 알 수 없는 수십개의 팔과 다리가 지네처럼 꿈틀거렸고, 눈, 코, 입, 귀, 그리고 수십

개가 넘는 고양이 눈알이 작은 얼굴에 뒤죽박죽 박혀있었는데 그 중에 영배형의 얼굴로 보이는

것도 있었다.


그건 시계 안에서 다른 사람들의 신체와 섞인 죽은 상미 누나의 모습이었다.

 
   

(두번째) 그녀 그년 그여자

 

 

 

 




- 후송 중이던 차량사고가 나서 여성범죄자들이 탈옥을,


기분 전환을 위해서는 뉴스보다 아무래도 음악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라디오를 끄고 CD플레이어를 켰다.


- 마치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날이야

마치 어제까지 나쁜 꿈을 꾼 듯 말이야


‘나쁜 꿈을 꾼 듯? 그렇겠지’


“끼이익-”


도로 한가운데 사람이 서있어 급히 차를 세웠다. 인적이 드믄 도로라 속도를 내며 달리고 있었는데,

다행히 브레이크를 일찍 밟아 누구처럼 사람을 치지는 않았다.


- 길고 슬픈 꿈에서 눈을 떠


나는 노래를 끄고 앞을 살폈다. 그 사람은 미동도 하지 않고 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차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차 앞에는 여자 하나가 위에 속옷만 입은 채 서있었다.


‘미친년인가?’


무시하고 돌아가려는데 그 여자가 말했다.


“아가씨, 저 좀 도와주세요.”


그 여자는 나를 향해 다짜고짜 도와달라는 말을 했다. 보아하니 나쁜 짓을 당한 모양이었다.

내가 걸치고 있던 외투를 벗어 건네자 그녀는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내게는 좀 작았던 외투가 왠지

그 여자에게 꼭 맞았다.


“저 좀 태워주세요.”


“태워드리죠.”


나는 그 여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살짝 웃어보였다.










#2


그녀의 인생에 있어, 두 손가락 안에 꼽히는 최악상황이다. 금방이라도 터질듯 한 울음을 꾹 참아내며

운전대를 잡고 있는 그녀였지만, 룸미러로 힐끔힐끔 보이는 시퍼런 칼날에 다시금 정신이 아찔해져

손아귀에 힘이 풀린다.


“덜커덩”


과속방지턱에 걸려 차체가 조금 흔들리자 칼날이 그녀의 목에 살짝 닿았다. 베이지 않고 살짝 닿기만 해서

아프지는 않을 거지만 그 끔찍한 촉감에 놀란 그녀의 입에서 작은 비명이 흘러나온다.


“꺄아”


“시끄러!! 죽고 싶어?!!”


그 작은 비명소리가 거슬렸는지 뒷좌석에 앉아, 그녀의 목을 겨누던 그년이 성질을 낸다.

그년의 살기어린 협박에 입은 어떻게든 틀어막았지만 흐르는 눈물은 그녀도 어쩔 수가 없다.

볼을 타고 흐르던 눈물이 이윽고 그년의 칼날에 뚝 떨어졌다. 그러자 그년이 칼날을 눕혀 그녀의 볼에

대며 칼에 묻은 눈물을 닦아냈다. 그녀가 흐느끼자 그년이 말했다.


“왜? 무섭니?”


그녀는 울음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룸미러로 보이는 그년의 눈빛이 너무 무서워 도저히 울 수가 없었다.

언제라도 죽일 수 있다는 눈빛. 정말이지 누구 말대로 그녀에게는 욕도 안 나오는 상황이다.

불과 조금 전까지도 이런 상황이 펼쳐질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던 그녀다.

그녀는 그저 남자친구랑 저수지 가는 길에 여자 하나를 태워준 것뿐인데.



시커먼 풀숲, 빛이라고는 자동차 라이트만이 존재하는, 사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곳에 다다르자

그년이 소리친다.


“야, 세워! 차 세우라고!”


그년의 말대로 차를 세운 그녀는 본능적으로 말했다. 살려달라고.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일단 내려”


내리는 동안에도 그년은 그녀를 향해 칼날을 휘저으며 겁을 줬다. 겁을 먹은 그녀는 사시나무 떨듯이

벌벌 떨었고, 그년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좋아한다. 아마 즐기는 모양이다.


“옷부터 벗자, 빨리 벗어”


차에서 내리자마자 그년은 다짜고짜 그녀에게 옷을 벗으라고 한다.


“내가 벗겨줘? 빨리 안 벗어?”


그년이 칼을 들이밀자 그녀는 울먹이며 옷을 벗는다.


“목숨만 살려주세요. 뭐든 할게요.”


그녀는 옷을 벗는 동안에도 살려달라는 말만 반복한다. 하지만 잔혹한 그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그녀가 옷을 다 벗자 그년은 옷을 주섬주섬 챙기는가 싶더니 이내, 그녀의 새하얀 몸뚱이에 칼을 찔러

넣는다.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그 끔찍한 고통이 그녀의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피가 콸콸 쏟아지는

복부를 부여잡은 그녀의 모습은 충분히 고통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그년에게는 뭔가 부족한 모양이다.

그년은 뭔가 아쉽다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칼을 쥔 손잡이를 있는 힘껏 비튼다. 그러자 그녀의 입에서

비명대신 검붉은 피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한바탕 살인을 저지르고 나자 그년의 표정이 가뿐해보인다. 필시 경찰에 붙잡혀있을 때,

오랫동안 참았던 게 분명하다.

그년은 피를 거의 쏟아낸 그녀의 시체를 싣기 위해 자동차트렁크 문을 열었다.


“이게 뭐야?”


트렁크 안의 그것을 보고 그년이 중얼거렸다.










#4


“뒷자리에 타시려고요?”


나는 은근슬쩍 뒷좌석으로 향하는 그 여자의 행동에서 얄팍한 꼼수를 알아챘다.

그녀의 바지 뒷주머니에 보이는 신문뭉치가 결정적인 단서였다.


“예?”


내 물음에 그 여자가 당황했다.


“그거 내가 자주 써먹는 방법인데”


“아!!”


난 당황하는 그 여자를 향해 아까 했던 대로 칼을 냅다 꽂아 넣었다.

그 여자에게 건네준 외투가 붉게 물들었다. 외투는 아까웠지만 이렇게 안 했다면 내가 먼저

당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어차피 이 외투도 원래 내 것이 아니었으니까.

나는 그 여자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그 여자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솔직히 아까보다는 재미가 없었다.

그 여자가 사망한 것을 확인한 나는 자동차트렁크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아, 시체 3개는 무린데”










#1


- 마치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날이야
마치 어제까지 나쁜 꿈을 꾼 듯 말이야


“쿵!!!!”


그녀의 인생에 있어 두 손가락 안에 꼽히는 최악의 상황이다. 운전을 하다가 음악에 취해 무심코 눈을

감아버렸고, 그것은 곧 끔찍한 사고로 이어졌다. 길가에 기다리고 있던 남자친구의 몸통이 공중으로 붕

떴다가 도로 한복판에 추락한다. 이 모든 장면이 그녀의 눈에는 슬로우 비디오처럼 보인다.

그녀는 차에서 뛰쳐나왔다. 하지만 나와서 확인해봤자 죽은 남자친구는 살아나지 않는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그런지 주변에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리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트렁크는 텅 비어있다.

더러운 생각.

그녀는 그 더러운 생각을 곧장 행동으로 옮겼다.


 (이해 안되시는 분들을 위해 -★ 여자(a)가 남자친구 댈러가다가 남친을 차로 치고 트렁크에 실음 >> 저수지 가는 길에 여자(a)가 태워준 여자(b)가 (a)를 죽이고 트렁크에 싣고 >>그 차를 몰고 가던 도중 여자(C)가 (B)에게 똑같은 수법을 쓰려하자 (B)가 먼저 알아차리고 먼저 (C)를 죽여버리고 트렁크에 실으며 시체3개는 무리라며 투덜거림 ) 
   
(세번째) 예견

 

 

 

 

 "딩동 딩동"




초인종 소리가 울린다.

문구멍으로 빼꼼히 내다보니 어리숙하게 생긴 집배원이 문 앞에 서있다.


“등기 왔습니다. 여기 사인 좀.”


언뜻 발송인을 보니 아무개다. 모르는 이름이다.

소포는 사절지 크기의 아담한 것이다.

부피도 작은 게 무슨 책이 들은 것 같다.


“옛소”


문을 닫고 소포를 ‘휙‘ 내 팽겨 친 후, 부산스럽게 방안으로 걸음을 옮긴다.

째깍 째깍 시계초침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한참 일에 몰두하고 있는데, 또다시 초인종 소리가 울린다.


“딩동, 딩동, 딩동,”


귀찮아서 반응을 보이지 않으려는데 집요하게 울려 퍼진다.


“옘병할”


혀를 차며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문구멍으로 빼꼼히 내다본다.

웬 낯선 남자가 문 앞에 서있다.

굵은 뿔태안경이 유난히 어색하게 느껴지는 모습이다.


“지금 바쁩니다. 돌아 가시요.”


나는 문을 열지 않고 고함친다.

본새로 보아 틀림없이 잡상인일거라 단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밖의 남자가 심상찮은 목소리로 간촉한다.


“아주 위급한 일입니다. 이문 좀 어서 열어주세요. 선생의 신변에 관한 일입니다.”


” 아 일없다니까.”


남자가 언성을 높이며 재촉한다.


“선생이 오늘 괴한에게 살해 당합니다!”


순간 귀가 '솔깃'한다.


“뭐라?”


“선생이 오늘 이 자택에서 괴한에게 살해 당할거란 말입니다! ”


하도 기가 막혀서 남자의 얼굴을 빼꼼히 주시하게 된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해괴망측한 헛소리를 나불대는 거요?”


“헛소리가 아닙니다. 예견입니다. ”


“예견이라? 지금 나에게 사이비 무당 같은 헛소릴 늘어놓겠단 거요?”


남자가 다짜고짜 문손잡이를 움켜잡고 흔들어댄다.

둔탁한 쇠 소리가 귀청을 따갑게 찔러댄다.


“뭐하는 짓이요?”


“선생이 살해되는 장면을 봤습니다.”


어이가 없는 소리가 연거푸 이어지자 이윽고 할말을 잃게 된다.


“선생이 이 집에서 괴한에게 참혹하게 살해당할거란 말입니다.

바로 오늘 이 시간 이 장소에서...”



“돌아가시오. 허무맹랑한 헛소리 그만 읊어대고.”


정신 나간 미친 작자가 틀림없다고 판단하고 일언지하 등을 보이려는데,

뒤에서 초인종소리가 연거푸 귀청을 찔러댄다.



“딩동, 딩동, 딩동,”



“도대체 당신 왜이렇게 사람을 귀찮게 하는거야? ”



“이 문부터 먼저 열어주시죠. 들어가서 자세한 얘길 드리겠습니다.”


마지못해 문의 걸쇠를 풀어준다.

풀기가 무섭게 다짜고짜 남자가 집안으로 몸을 들이민다.

연신 불안한 표정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안절부절 호들갑을 떨어댄다.


나는 그를 본능적으로 경계하게 된다.


“전, 정신과 의사입니다.”


남자가 안주머니에서 명함을 내민다. 그의 말이 거짓말은 아니였다.

그러나 이런 명함 쪼가리 하나 위조 하는게 무슨 대수겠는가?

뭔가 수상쩍은 남자가 틀림없다.


“도대체 이게 무슨 오만불손한 행동이요?”


“최면요법에 대해 좀 아십니까?”


'?'


“정신과에선 우울증 치료를 위해 환자에게 최면요법을 병행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환자에게 최면을 걸면 그 사람의 전생을 볼 수 있습니다. 간혹 지각이 뛰어난

사람들은 미래까지 투시하곤 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노스트라다무스'나 성경의 '

요한'같은 예언가들이 그런 범주죠.”


갑자기 말을 뚝 끊은 남자가 심각하게 미간을 일그린다.


“선생님이 살해되는 장면이 투시되었습니다. 바로 얼마전, 최면치료 중에 말입니다.

환자에게 최면치료를 하던 중, 느닷없이 환자가 선생의 최후를 예지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죽는 장면이 예지되었다? 안면부지의 환자에게?”


“그렇습니다. 그 환자는 최면 중에 간혹 생판모르는 타인의 미래를 투시할때가 있습니다.
우리로선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때문에 그 환자에겐 유독 비상한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이를테면 21c 노스트라다무스의 부활이라 할까요. 아니나 다를까,
환자의 예지는 조사해보니, 적중률이 무려 100%입니다.
틀린적이 단 한번도 없다는 겁니다. 물론 아직 정식적으로 학계에 통보되진 않았습니다만. ”


『그럴테지 지금 하는 말 자체가 새빨간 거짓부렁 일 테니』


난 속으로 이렇게 중얼대며 더욱더 그를 미심쩍게 쳐다본다.


“그 환자가 말했습니다. 누군가 위험하다고, 괴한이 침입해 집주인을 사정없이 칼로 찔러대고 있다고,.. ”


난 하도 어이가 없어 한숨을 토했다.


“환자의 말을 추슬러 보니 바로 이곳, 즉 선생이 살고 있는 이 아파트의 이 호수였습니다.

때문에 전 이곳으로 부랴부랴 달려온 겁니다. 그 환자의 예견은 현실과 놀랍도록 적중한

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아는 저이기에 말입니다.”


말을 맺은 남자가 어울리지 않는 뿔태안경을 한번 위로 치켜 올린 후,

심각한 표정으로 날 응시한다.


“얘기 끝났소?”


“선생님, 경솔하게 넘겨버리지 마세요. 이건 선생의 생명이 걸려있는 위급한 문젭니다.”

“이보쇼, 당신. 정신과 치료를 많이 하다보니 정신이 좀 어떻게 된 거 아니요?”


남자가 좀 언짢은 표정으로 날 쏘아본다.

뭔가 주춤하는 기색도 역력하다.

난 다시한번 매몰차게 말을 뱉는다.


“보시오. 의사양반. 쓸데없는 시간낭비 말고 환자치료에나 전념하시오.
그 허무맹랑한 소릴 지금 나보고 믿으란 거요? 내가 그렇게 아둔한 사람으로 보이요!”


“그렇게 받아들이신다니 정말 할말 없군요.”


” 할말 없으면 당장 사라져 주시요.”


내가 윽박지르자 의사가 못내 아쉬운 듯 푸념을 토하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나도 말없이 일어나 현관문을 조용히 열어주며 그의 퇴장을 재촉했다.


“정말 유감입니다. 선생.”


“나 역시 유감이오.”


남자가 신발을 신는다. 나는 물끄러니 그를 바라본다.

그런데 신을 신다 말고, 남자가 난데없이 내 쪽을 올려다보며 묘하게 눈을 번뜩인다.

‘이런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 구나’ 싶어 움찔 방어태세를 취하려는데,

남자의 입에서 엉뚱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선생, 혹시 선생 집에 '고흐'의 '해바라기' 모사품이 있지 않나요?”


“없소이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그는 물음푤 붙이기가 무섭게 번뜩이는 시선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뒤이어, 거실 벽의 한쪽에 표구된 '고흐'의 '해바라기' 모사품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 저기 있지 않습니까? 왜 거짓말을 하십니까?”


“...... 내가 신경쓸일이 아니요. 우리 집사람이 가져와 걸은거요.”


“보세요. 그 환자의 예지는 틀림없이 적중합니다. 선생의 아파트 명칭, 호실, 심지어 저 모사품들까지도 꿰뚫고 있지 않습니다. 가령, 고흐의 ‘해바라기’ 뿐 아니라 모네의 ‘중국여인’도 표구되어 있다고 저에게 피력했었습니다. 저기 걸려 있는 그대로 말입니다.”


그는 고흐의 액자가 표구되어있는 바로 옆의 그림손가락으로 당차게 가리키며 중얼거린다.


“이래도 제 얘기가 허무맹랑하다고 묵살하실 겁니까? 지금 선생의 상황은 매우 급박합니다. 제발 제 말대로 따라주세요.”


난 잠깐 동요하게 된다. 그의 말에 은근히 동조하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미심쩍은 구석이 남아있다. 때문에 그의 말에 반박하지 않을 수 없다.


“난 이렇게 멀쩡하지 않소. 그렇다면 그 예견은 애초부터 틀려 먹었다는 반증이 아니요?”



“아닙니다. 틀린게 아닙니다. 아마 조금 뒤에 사건이 발생할 겁니다. 그녀가 예견한 저 모사품이 이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으로 예견은 적중했습니다. 시간이 급박합니다. 어서 이곳을 피해야 합니다.”


난 잠깐 갈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일리가 있는 말이다.

적어도 저 모사품이 이집에 있다는 걸 간파할수 있는 방법은 추호도 없었다.

미리 봐두지 않는 한 말이다.......잠깐..... 미리........봐둔 .....다...

앗, 그렇다.


이런, 감쪽같이 속을 뻔 했다....


난 그에게 공박하듯 내뱉는다.


“이런, 잘도 날 속이려 수작을 부리는군! 당신, 당초 집에 들어와 자꾸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수상쩍은 행동을 보였던 와중에 저 그림들을 은근슬쩍 기억해 뒀단 걸 내가 모를 줄 아는가!”


놈이 묵묵부답으로 날 노려본다.

아마도 내 예상이 적중했나 보다. 뭔가 불안해 하는 기색을 역력히 드러낸다.

그렇다. 저 어울리지도 않는 뿔태안경으로 얼굴을 가리려 했을때 부터 수상했다.

아마도 음흉한 속셈이 깔려 있는 작자가 틀림없다. 절대 말려들면 안 된다.



“선생, 정말 말이 안 통하는 분이군요. 제가 뭐 하러 그런 짓을 했겠습니까?”


“내가 알 턱이 있나! 무슨 엉큼한 속셈을 숨기고 있을지, 아무튼, 그 안 어울리는 뿔태안경부터가 난 맘에 안 들어 !”


그는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토했다.


“나, 참, 정말 할말이 없군요.”


“나 역시 할말 없긴 매한가지야. 그러니 제발 내 귀중한 시간 그만 뺏고 당장 사라져!”


그는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연신 머리를 저었다. 그리곤 등을 돌려 문손잡이를 움켜쥐었다.

나는 놈의 퇴장을 재촉하기 위해 놈을 시종일관 을씨년스럽게 노려보았다.

그런데 다음순간,


놈이 갑자기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호주머니에서 뭔가 묵직한 것을 꺼내더니 느닷없이 내 머리를 후려갈기는 것이었다.

난 무방비 상태로 넋 놓고 놈의 일격탄을 그대로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눈이 돌아갈 정도의 통증을 느끼며 그대로 바닥에 풀썩 거꾸러질수 밖에 없었다.



『 빌, 빌어먹을, 애초에.....

......문을 열어주지 말것을... 』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엎질러진 물이다. 정신은 일순 몽롱해지더니 이윽고 빠르게 혼미해져 갔다.
먼 발치에서 놈이 뭐라고 중얼거리는 소리만 나즉히 귓가에 맴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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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차게 몸이 흔들린다. 누군가 날 무식하게 흔들어 깨우고 있는게 분명하다.

눈을 뜨니 요란하게 울려대는 싸이렌 소리에 귀가 왕왕거릴 정도다.

난 미친 듯이 사방을 둘러본다.

이윽고 혼란스런 시야에 낯익은 얼굴이 포착된다.

바로 놈이다.





『머린 좀 괜찮습니까?』




놈이 능글맞게 웃으며 날 위로하는 척 가증스러운 위선을 연기한다.



『선생, 제가 선생의 정체를 언제 알았는지 아십니까?』



난 침묵한다. 놈의 능청스런 얼굴에 침이라도 연신 뱉어 주고 싶은 심정이다.



『바로 선생의 집에 '고흐'의 해바라기 모사품이 있지 않냐고 물어보던 순간이였습니다.

선생은 없다고 딱잘라 일축했죠. 전 순간 의아했습니다. 뒤에 선생이 구차하게 '집사람이 걸어놓아서 신경쓸일이 아니다'라고 연유를 달았지만 저에겐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모사품이라고 해도 한두푼 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작품의 이름까지 모를수가 있나? 하물며 집주인이 말입니다....』



숨을 조절하지 못할 정도로 격분이 치솟는다. 구역질이 날 정도로 허파가 타들어가는

느낌이다.......굴욕적이다. 수치스럽다. 놈을 얼굴이라도 후련하게 갈겨줬으면 여한이 없겠다. 그러나 그럴수 없다.



내 두손은 수갑으로 단단히 포박되어 있기에...

빌어먹을.....




『그래서 전 한번 실험을 해봤습니다.
고흐의 그림 바로 옆에 걸려있던 모네의 '일본여인'을 은근슬쩍 '중국여인'이라고 바꿔 말하며 짐짓 선생의 반응을 주시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선생은 여전히 눈칠 못채더군요.
전 그때 비로소 확신했습니다.
선생이 이집의 주인이 아니란 것을, 그럼 선생은 누굴까요?


해답은 하납니다. 예견이 100% 적중률을 보인다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으니까요....... 즉, 제가 한발 늦었다는 겁니다. 집주인은 이미 괴한에게 살해당했다는 겁니다. 바로 당신에게 말입니다. 』

 

 


   (네번째) 현대동화(1). 미녀와 야수    

미녀와 야수







그녀의 웃음은 굉장히 아름다울 것 같아요. 물론 상상으로만 가능한 일이지요.

남들은 신혼,신혼 하는 데, 사실 진짜 신혼생활이 이런건지는 모르겠어요.

저는 제 아내가 웃는 모습을 본적이 한번도 없거든요.

아,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재석이라고 해요.

그리고 제가 제일 사랑하는 아내는 경아라고 하지요.

사실 제 아내가 그토록 웃지 않는게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왜냐면 그녀는 이 결혼을 원하지 않았거든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선 조금 더 과거로 거슬러 가야겠습니다.



저는 얼굴에 심한 화상 흉터가 남아있어요. 초등학교 시절에 수학여행을 갔다가 얼굴에 횃불을 쏟았거든요.

정말 치료를 여러번 받았지만, 마치 녹아내린 것 처럼 일그러진 제 얼굴은 어찌 할 수가 없었어요.

어머니는 그날 이후 항상 제게 동화를 들려주셨는데, 내용은 항상 미녀와 야수였지요.

그리고는 동화가 끝나시면 말씀하셨어요. 저도 야수처럼 언젠가는 멋진 미녀를 만날꺼라고 말이죠.



그렇게 저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입학했어요. 제 아내를 만난건 이때부터에요.

제 아내, 그러니까 경아는 중학교 첫학년 첫반에 저와 만났지요. 그러나 그때는 때가 아니였나봐요.

아내는 그때의 제 고백을 거절했죠. 나중에 친구를 통해서 안건데, 제 고백을 거절한 날 제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데요.

"재석이는 성격도 괜찮고 친구도 많은데 그 외모가 너무 맘에 안들어.."

그 얘기를 들은날, 저는 차인 날 보다 훨씬 많이 울었어요.

어쨌든 그렇게 제 중학생 시절이 지나가고, 고등학생 시절도 지나가요.

무슨 우연인지 고등학교 때도 그녀와 같은 학교 였어요. 그건 제게 크나큰 축복이였지요.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얼마 안가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그리고 뒤따라가시듯 아버지도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지요.

부모님의 죽음은 제게 너무도 큰 상처였어요. 그러나 저는 꿋꿋히 살아야 했어요. 동화속에 나오는 야수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었거든요.

제게는 두 분이 돌아가신후, 꽤 거금의 보험금이 들어왔어요. 그날 이후 저는 대학을 다니는 것을 포기하고
오로지 글 쓰는데에만 매달렸어요.

미처 말씀드리지 못했네요. 제 꿈은 작가였어요. 물론 지금은 이렇게 번듯한 작가구요.

어쨌든 저는 작가 생활을 하기위해 열심히 글을 썼고, 보험금은 반정도로 나눈뒤 주식을 사들였어요.

그러자, 영화같은 일이 벌어졌어요. 제가 사들인 주식의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던 거였어요. 아무런 지식도 없던 제가 말이죠.

게다가, 처음 낸 책은 생각 외로 잘 팔리기 시작했어요. 출판사에서 몇번이고 퇴짜를 맞았었는데 말이에요.

덕분에 저는 백만, 아니 억만 장자가 되었지요.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에요.



그날 이후로 제가 한일은 바로 경아를 찾아다니는 거였답니다. 비록 끔찍한 몰골이여도 돈을 보고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거지요.

수소문 끝에 경아를 찾아낸 날, 유감스럽게도 경아는 자신의 남자친구와 같이 걸어오고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보자 저는 물러나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그 남자친구가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말이에요.

그녀의 남자친구는, 골목에서 저를 마주치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어요.

"뭐 얼굴이 저따구로 징그럽게 생겼냐, 재수없다"

그 말을 들은 후 저는 복수감에 빠지고 말았어요. 그리고 돈을 이용해 그의 신상정보를 알아냈지요.

그자식의 이름은 진하 였어요. 현재 어떤 그룹의 드럼을 맡는다는데,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 없었어요.

그리고 저는 복수를 실행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계획은 완벽했지요.

일단 녀석의 공연장을 알아냈고, 그가 드럼을 치는 장소 바로 위의 조명을 떨어뜨릴 작정이였거든요.

결론만 말하자면, 계획은 성공적이였어요. 헐렁하게 조인 나사는 함성으로 진동하는 무대를 견딜 수 없었는지, 제가 자극을 주기 전에 떨어지고 말았거든요.

하지만 다 원하던 대로 되지는 않았어요. 그는 죽지 않았거든요. 다만 머리에 큰 중상을 입고 혼수상태에 빠진 것 뿐이였어요.

그러나 그 수술비는 꽤나 비쌌던 모양이에요. 게다가 진하라는 그 자식은 천애 고아여서 아는 지인은 같은 밴드와, 경아 하나뿐이였지요.

그러나 그들이 모은 돈은 수술에 턱없이 부족했었지요.

그 소식을 듣자. 제 머리속에는 다시 야비하면서도 달콤한 계획이 자리잡았어요.

저는 일단 경아에게 접근했어요. 그리고 최대한 안타까워하는 척하면서 그녀의 환심을 샀지요.

그리고 그녀가 마침내 저와 말문이 트일때 쯤, 저는 이 야비하고도 달콤한 계획의 마침표를 찍기위해 말을 꺼냈지요.

나와 결혼해주면 그자식의 수술비를 전부 대주겠다고...



이렇게 해서 그녀와 저는 결혼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그녀는 결혼식때부터 단 한번도 웃음을 보이지 않았어요. 뭐 어쩔수 없지만요.

오늘도 그녀는 저를 보지 않아요. 웃지도 않고, 그저 무표정일 뿐이에요. 그래도 저는 그녀가 제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그런데 왠일일까요,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저를 보고 말을 걸어왔어요.

"오늘밤, 와인마시지 않을래? 어제 나가다 샀는데.."

저는 이 갑작스러운 제안에 놀랐지만, 이내 활짝 웃으며 알았다고 말했지요.

그러자 그녀는 제 웃는 표정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자기 방으로 들어갔어요.



어느덧 기다리던 밤이 되었어요. 아내가 식당에서 저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저는 쓰던 것을 마무리 짓고는 식당으로 나섰어요.

그러자 아내는 여전히 무표정으로 제 잔에 와인을 따랐지요.

"마셔, 꽤 비싸긴 해도 맛은 그만큼 좋을꺼야."

그녀의 말마따나 포도주는 붉은색으로 흔들거리며 굉장히 아름다워 보였어요.

저는 한모금, 한모금 천천히 들이켰어요.

도수가 꽤 높은지 목이 타들어가는것 같았어요...

아니.. 목이 진짜로 타들어가기 시작했어요..

쨍강, 하는 소리와 함께 와인잔은 바닥에 떨어졌고, 저도 떨어졌어요.

고통때문인지 눈이 감기지 않았지요. 그녀는 그런 저를 보고 아름답게 웃었어요.

"미안해.. 그렇지만.."

그리고 그떄, 집안 어딘가에 숨어있던 그가 나왔어요. 그래요, 진하. 그녀의 옛애인이요.

그는 태연히 저를 바라보더니 제 아내..였던 그녀와 입을 맞추었어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녀의 웃는 모습을 보았어요.

그리고 천천히 눈을 감았어요. 비록 저는 죽지만,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 무언가를 그녀에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해요.

그래요, 아까 식당에 오기전에 쓰던것. 그건 유서였어요. 제가 자살한 것으로 만들기 위한 유서요.

사실, 아까 낮에 그녀가 자신의 옛애인과 몰래 계획짜는 것을 엿들었거든요.

이게 야수가 미녀에게 해줄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에요...



다음세상엔 왕자로 태어났으면 좋겠어요.        
(여섯번째)현대동화(2).

   # 백설공주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xx구 oo동에 사는 백혜연 이라고 합니다. 직업은 전업 주부이지요
제가 여러분과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글을 올리는 이유는 꼭 찾고 싶은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찾습니다. 이름은 박남현. 나이는 xx년 생으로 저와 동갑이며, 남자입니다.
아, 제가 왜 남현이를 찾냐구요? 물론 결혼까지 한 여자가 남자를 찾으니 이상하실겁니다.
하지만 다 그만한 사연이 있는거지요.

저와 남현이는 7살 때부터 같은 동네에서 자라, 같은 초등학교를 나오고, 같은 중학교를 나왔습니다. 그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을만큼 깊은 친구가 됐지요.
남녀사이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애와 저는 서로를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다른 고등학교를 배정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 서먹서먹한 사이가 되었어요. 같은 학교라면 모를까, 바쁘게 하루하루를 공부하며 살아가느라 만날 시간이 별로 없었거든요. 당시에는 핸드폰도 많이 보편화되있지 않았었구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제가 대학에 입학하고 지금의 남편될 사람과 교제중이였을 때였어요. 어디선가 불현듯 남현이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언제 그랬냐는듯, 서먹서먹한 사이를 깨고 다시 진정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나 봅니다. 남편은 항상 남현이와 저 사이의 관계를 억지로 추리해내기 일쑤였고, 그 때문에 크게 싸운적도 많았거든요.

하지만 얼마 안가 남편은 제게 화해와 함께 프로포즈를 했구요, 그 일을 계기로 남편과 저는 결혼을 해서 행복신혼생활을 보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남현이와는 연락이 끊겼구요.
그러던 어느날, 남편이 술에 잔뜩 취해 들어오더니 제게 계속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무슨일인가 했더니, 이게 왠걸? 남편 회사가 사기꾼때문에 부도가 나버린 것이였어요.
그 때문에 저와 남편, 그리고 한살난 딸은 당장 길거리에 나앉을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돌연 남현이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정말 많이 변했더군요. 딱봐도 어느 기업의 거물급이라는 걸 알 정도였어요. 비싸보이는 승용차에서 내리고, 뒤에는 경호원 둘이 따라붙었으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남현이는 사업에 크게 성공했다며, 이제 외국으로 나갈 생각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천천히 갚으라며 제게 거액이 든 통장을 건내고는 사라졌습니다.
이게 저와 남현이의 마지막 만남이였습니다.

그 돈을 밑천으로 남편은 조그마한 장사부터 다시 시작했고, 지금은 보란듯이 잘 살고 있답니다.
다시한번 부탁드립니다, 사람을 찾습니다. 이름은 박남현. xx년 생 남자입니다... 보신분께선 부디 연락해주세요



# 난쟁이의 사연



생각해보면, 제게 그다지 행복한 기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최소한 사랑이라는 감정에서는 말입니다.

어릴적 혜연이와 동네에서 만나게 된 것은, 제 슬픈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전주곡이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그녀를 정말 깊이 사랑했습니다. 그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말입니다.

어렸을적, 제게는 꿈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대학에 입학해 혜연이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빌어먹을 방해물이 존재하다니, 역시 신께선 장난이 심하신 것 같습니다.
어릴 적부터 고아로 자란 탓에 돈을 벌며 대학을 다녀야 했던 저에게 헤연이는 정말 과분한 여자였나 봅니다. 왠 녀석이 그녀 옆에 붙어있었거든요. 그래서 전 그녀와 친구라도 되려고 했지만, 그 쪼잔한 녀석은 저와 그녀의 우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녀를 자주 울리더군요.

어쩌겠습니까, 그 녀석에게 무릎꿇고 빌었지요. 혜연이와 다시는 만나지 않을테니 먼저 화해를 하고 그녀를 행복하게 해달라구요.

그렇게 이제는 그녀가 쭉 행복하나 싶었더니 이 남편이란 작자는 자기 회사를 말아먹더군요. 사실 그 남편은 죽든 말든 상관이 없었어요. 혜연이가 문제였지요. 저는 그녀가 괴로워하는 것 만큼은 절대 보지 못하거
든요.

아, 이제 이만 써야겠습니다. 야매들이 제 차례라고 손짓을 하는군요. 혹시라도 누군가가 이 노트를 발견하셨다면, 없에주세요. 그냥 제가 하소연한 것들이니까요.

앞으로 혜연이가 저를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을 겁니다. 하하하, 그렇습니다.
전 암흑루트를 이용해서 제 장기를 다 팔고 선금을 받아 혜연이에게 전부 준겁니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아요. 백설공주라는 동화 보셨겠지요? 거기서 백설공주는 왕자와 함께 행복하게 살지요.
그런데 혹시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에게 신경쓰신 분 계신가요?

그것 보세요. 난쟁이란 그런 존재거든요.              출처- 웃대.자 이제 잘보이시죠  ?제가 쓴거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