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소설) 불시착 #4

가네샤2009.07.24
조회883

 

"얘야! 일어나봐! "

 

나는 무슨 풀들 위에 누워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뒷머리가 깨질듯한 아픔과 함께 눈을 떴다.

나를 이쪽으로 내동댕이쳤던 바로 그 군인아저씨다.

그 아저씨 뒤로는 마치 아까 다 불태워졌었던 것만 같은 짙은 먹구름이

다시 도져있었다. 다시 하늘을 덮고 있었다. 아까의 풍경은 마치 ...

 

"이렇게 앉아있을 시간 없다. 어서 일어나"

"엇?"

 

내가 기절해있었던 동안 무슨일이 일어났었던 걸까.

아까 도로위에 지저분하게 밀려있었던 자동차들이 모두 여기저기로 날아가 뒤집힌채로 널려져있었다.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자동차안에서 죽음을 맞이하거나, 자동차에 맞아서 사지가 찢겨진채로 죽음을 맞이하거나, 아니면 아까 불었던 강한 바람에 휩쓸려가 죽음을 맞이했을 수도... 난 앗차하며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내 전자시계는 오후 5시 52분이라고 표시하고 있었다. 그럼 혹시 아까 봤던 풍경이

하이퍼플레어현상이었단 말인가?! ... 우리가족은?!

 

난 화들짝 놀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래도 우리의 자동차와 우리의 가족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내 주위에는 하이퍼플레어현상을 피해있는 열댓명의 군인아저씨들과 여섯명으로 이루어진 한 가족.

우리가족도 다 플레어현상을 피했었다면 좋았을텐데... 아니 못피했었더라도 좋다

지금 어디라도 살아있기라도 한다면... 휴.

흰머리 희끗희끗한 그 늙은 군인아저씨가 내 등을 한참 토닥거려주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군인아저씨들이 일제히 그만을 바라본다.

그는 무전기를 꺼내들고 몇번 무전을 시도해보더니 도로 무전기를 허리춤에 꽂아넣는다. 뭔가 생각대로 잘 안되나보다.

 

"각자 무기는 다들 챙겼는가?"

"네!"

"좋아... 현재시각 오후 5시 55분.청주공항 대피소로 이동을 계속하겠다."

"네!"

 

그는 꽤 권력있는 사람인 듯했다. 열댓명의 군인아저씨들이 그의 아래서 명령받는 것을 보면.... 나는 뒷통수를 부여잡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여섯명의 가족들(할아버지, 할머니,내 또래의 남자아이,아저씨,아주머니,여동생)도 서로서로 부축해주며 일어났다.

 

군인아저씨들은 주위를 둘러보면서 방음벽 밖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 후에 나와 그 '한 가족'들도 방음벽 밖으로 발을 내딛었다.

25분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서있었던 고속도로 이제는 완전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도로는 날라다니는 자동차에 의해 여기저기가 부서진듯 했고, 뒤집혀있는 자동차 속에서 밖으로 뻗어나와있는 어린 소녀의 팔. 마치 한 재앙영화의 설정처럼이나 안타깝게 보였다. 군인아저씨들은 갑자기 깜짝 놀라며 멈춰섰다.

나와 가족은 일제히 군인아저씨들의 시선이 꽂힌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러자 저 멀리서 움직이는 뭔가가 눈에 들어왔다.

피투성이가 된채로 우리에게 천천히 다가오려고 하고 있는 '사람'들.

 

다리 한쪽이 잘리든, 팔한쪽에 잘리든, 배밖으로 내장이 튀어나오던 간에

그들은 신음소리 하나 내지도 않고, 오직 우리만을 보며 흰자위만을 들어낸채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상한 낌채를 느낀 군인아저씨들은 M4를 두손으로 감싸잡으며

전투준비태세를 취했다.

마치 영화에서만 보던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늙은 군인아저씨는 우리보고 뒤로 물러서라하더니 한쪽 손을 번쩍 치켜들어올렸다.

 

"사격- 준비!"

그러자 군인아저씨들이 일제히, 마치 짠듯 각자 쏘기 편한 폼을 잡기 시작했다.

어두움에 묻혀있던 놈들의 수가 점점 늘어났다. 우리를 향해 다가오면서 어둠에 가려서 살짝 모습만 보였던 놈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늙은 군인아저씨가 중얼거린다.

 

"감염... 인가..."

그리고는 자신도 M4를 두손으로 치켜들었다.

우리는 이제 무슨 상황이 벌어질지 알고 있었다.

나와 '한 가족'은 뒤로 한발씩 물러섰다.

 

"총 - 사격!"

늙은 군인아저씨의 우렁찬 목소리가 먹구름 사이로 울려퍼졌다.

그러자 곧바로 천둥소리인 양 소란스러운 총음이 수십번씩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앞에 피를 흘리며 절뚝절뚝 다가오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하나 둘씩 아니 여섯 열씩, 정말 빠른 속도로 전멸해갔다.

 

조금 지나자, 이번엔 내 뒤에 있던 남자아이가 외마디의 비명을 질렀다.

군인아저씨들이 시선을 살짝 그들에게 돌렸다. 나 역시.

그러자 뒤에서도 엄청난 수로 다가오는 그들을 볼 수 있었다.

 

"이러다간 총알이 나마나지 않을 거야... 인천공항 쪽으로 이들을 뚫고간다! 거기 가족분들 저희쪽으로 바짝 붙으세요. 뒤쪽 놈들에게 안잡히도록! ... 어이 그리고 꼬마야!"

늙은 군인아저씨가 왠지 나를 부르는 것같아서 나는 바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어정쩡하게 서있는 나에게 그의 권총을 던져주었다.

나는 허겁지겁 땅에 떨어질뻔한 묵직한 권총을 받아들었다.

 

"거기에 13발 들어있어. 어떻게 쏘는지는 알고 있겠지? 혹시 우리가 못보게되는 상황이 보이면 네가 도와라. 총알은 되도록 아끼고... 알겠어?"

"네."

나는 총알을 아껴쓰라는 말을 듣자 혹시라도 이거 실수로 쏘게 되면 어쩌지 같은 쓸데없는 고민이 머릿속에 가득찼다. 웃기지만 그냥 그랬다. 나는 그 묵직한 권총을 한총으로 들어 잠금장치를 채워놓고, 쫓아오는 '그들'만큼이나 천천히 움직이시는 할머니,할아버지를 가족들과 함께 부축하고 뒤에서 쫓아오는 '그들'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힘썼다.

우리의 앞쪽에서는 군인아저씨들이 개머리판을 열심히 휘둘러가면서 길을 터내고 있었다. 근데 그들은 뭔가가 약해졌는 지, 개머리판으로 약간 강하게 칠정도로만 때리면, 모가지가 날아가거나 턱이 빠지곤 했다. 늙은 군인아저씨는 그럴 때마다 그들을 가만히보고는 뭔가 생각하고는 했다.

 

"엇?"

오른 쪽에서 개머리판을 휘두르던 한 군인이 뭔가를 발견한 듯 말했다.

 

"우리 부대 차입니다! 차 안에 무기가 있을텐데... 어떻게 할까요 부대장님!"

... 아, 그렇구나 그는 이 부대를 이끄는 부대장이었던거야.

나는 언제 공격당할지 모르는 이 정신 없는 상황에서 그들을 바라보며 할머니를 부축시켜 이동하고 있었다. 동시에, 한 군인이 찾았다던 그들의 차를 찾으려고 요리조리 둘러보았다. 그러자 고속도로 오른쪽 구석에 상태가 비교적 좋아보이는 군용 트럭이보였다.

아마도 영화에서 봤던 거로는 녹색 천막 안쪽에 무기들이 가득 쌓여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서 뒤이어 조금 심각한 생각이 들었다.

도로에 자동차들이 이렇게 널려있는 곳에서 차를 타고 탈출하겠다고?

 

"그렇군. 좋아, 차 열쇠는 저기에 꽂아두었나 운전병?"

비명소리에 혹시나라도 묻힐까봐, 부대장은 큰 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그의 왼쪽에서

큰 소리로 대답이 들려온다. "네!"

"좋아. 대원들! 고속도로 오른쪽 쯤에 있는 우리의 트럭쪽으로 길을 트겠다. 꼭 개머리판이 아니라도 좋다. 원거리 사격으로 놈들을 멀리 밀어내도록! 트럭 쪽으로 이동한 뒤에는 트럭을 둘러쌓고 지원사격을 해줄테니, 운전병은 빨리 들어가 시동을 걸고 속력을 어느정도 넣은 뒤에 우리가 뒤쪽에 탑승하고 이 도로에서 탈출한다. 알겠나!"

"네!"

군인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그리고 바로 작전에 들어간다. 군인들은 잠시동안 안썼던 총을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 가까이 있는 놈들을 개머리판으로 밀쳐낸 뒤에 사격을 하는 방식.

나 역시 도움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받아서 잠금장치를 풀고서는 두 손으로 권총을 꽉 움켜잡고만 있었다.

 

"이... 이러다간 잡히겠어요 할머니... 조금 빨리 움직이세요!"

"아버지... 빨리가셔야해요! 빨리!"

가족 전부가 업어드리지는 못할망정 걷기도 힘들어보이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뒤에서

재촉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손만 뻗어도 그들 가족의 옷깃이 잡힐정도로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 꺅!! 오빠!! "

 

뒤쪽에서 아직 어린여자아이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갑작스런 '산 사람'의 비명소리에 깜짝놀라며 어깨를 움츠렸다.

안좋은 예감이 잔뜩 긴장해있어 빠르게 두근거리는 심장을 더욱 건든다.

휴... 정상적인 숨을 쉬기도 힘들다.

뜨거운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 나는 두손에 쥐어져있는 그 묵직한 권총을 더 힘을 줘 꽉잡으며 빠르게 뒤돌아섰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ㅜㅜ

이 글은 픽션이므로 이 글에 나오는 공간,인물은 실제와 아무 관련 없습니다

- 가네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