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선 훈남 ^^

개똥이2009.07.29
조회848

안녕하세요.

 

저는 스물여섯살, 서울에 사는 직장인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오늘 퇴근무렵 지하철에서 생긴 일이 떠올라

 

잠이 오는 두눈을 비벼가며 컴앞에 앉았습니다. ^^

 

저녁7시쯤 친구와의 약속을 위해

 

6시쯤 칼퇴근을 하고 부랴부랴 회사를 나섰습니다.

 

회사는 양재에 있고, 저희 집은 2호선을 타야하기에 교대에서 갈아타야만 하죠.

 

칼퇴근도 했겠다, 다행히 2호선 전철도 금방 오더라구요.

 

(직장인 분들은 아시겠지만 퇴근무렵 교대는 그야말로 지옥철을 방불케 하죠 ㅠㅠ)

 

전철이 연속으로 왔는지 제가 탔던 2호선은 사람이 별루 없어서

 

룰루랄라하며 속으로 무척 기뻐했습니다. ㅋㅋ

 

교대에서 낙성대까지는 오른쪽문이, 서울대입구에서부터 신림까지는 왼쪽문이 열리고

 

제가 내리는 곳은 오른쪽문이 열리는 곳이라 낙성대를 출발할무렵

 

오른쪽문 귀퉁이에 서서 mp를 듣고 있었습니다.

 

헌데, 서울대입구에 다다랐을쯤 누군가 뒤에서 저를 밀치는 느낌이 나더군요.

 

사람이 많았으면 그러려니 했지만, 공간도 많았고 사람도 별루 없었던지라

 

전 문으로 통해서 뒷사람을 봤습니다.

 

근데 왠 아저씨가 제뒤에 서계시는거 아니겠습니까?

 

앉을 자리가 생겼는데 앉지도 않고..

 

그것도 제 뒤에 바짝붙어서......-_-

 

그때부터 슬슬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자리를 옮길까? 아님 그 아저씨를 째려볼까? 이런저런 생각을 했지만

 

별일이야 있겠어. 곧내리는데 조금만 참자 하고...

 

계속 그 아저씨를 주시하면서 갔습니다.

 

근데 아니나 다를까 전철노선도를 보는척하면서 한손으론 봉을 잡고 한손으로 문에다

 

갖다대는거 아니겠습니까? 전 그아저씨 속에 갇힌겁니다............아.......................

 

전철노선도만 보고 손을 떼겠지 생각했는데,,,,계속 그 상태로 그대로 있는겁니다.

 

정말이지...짜증이.......................

 

제가 문통해서 쳐다보다 눈이 마주치면 또 전철노선도를 보는척하고........

 

그러면서 저한테 7호선을 갈아타려면 어디서 갈아타야되냐고..

 

씨익웃으며...묻는겁니다...

 

그래서 대림역에서 갈아타면 된다고 말씀드렸는데,,,,자세는 계속 그 자세 --^

 

속으로 별 생각을 다했습니다.

 

내몸 살짝이라도 건들기만 해봐라......

 

진짜 너죽고 나죽는다..라는 오만가지 생각 ㅋㅋㅋ

 

제 옆으론 교대에서 같이 타셨던 대학생정도 되보이신 남자분이 계셨는데,,,

 

그 분도 신경쓰이셨는지...아저씨를 몇번 쳐다보시더라구요...

 

그런데도 그 아저씨는 계속 그 자세고....전 계속 갇혀있는 상태였지요.....

 

전 체념하고,,,,,,그냥 참자 했습니다.

 

신림역에 도착했을때쯤,

 

갑자기 제 옆에 있던 남자분이 그 아저씨께 한마디 하시는겁니다.

 

"아저씨, 앞사람 불편하게 그렇게 서 계시지 마세요.  그것도 일종의 성추행입니다.."

 

이러시는 겁니다..

 

아저씨는 당황하셨는지,,,무슨 성추행이냐고....막 뭐라고 하시는데..

 

그 남자분 내리시기전까지 앞으로 그렇게 있지말라고 딱부러지게 말씀하시더군요...

 

저두 그냥 신경 안쓰고 내릴줄 알았는데...

 

남자분이 그렇게 해주시니 고맙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해서,,,

 

그냥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남자분 내리시고,

 

그 아저씨는 어린놈이 x가지가 없다는둥 혼잣말을 하다 가만히 있더군요.

 

그때 일이 순식간에 지나간지라 어안이 벙벙하지만

 

조금지나고 나니 그 남자분께 너무 감사하더라구요.

 

보통 그런일이 있어도 내일이 아닌이상 그냥 지나치기 마련인데...

 

그렇게 말씀해주신게 정말이지 너무너무 고맙고,

 

그때 같이 내려서 고맙다고 말해야 되나 이런생각이 들더라구요.

 

제글을 보실지 안보실지는 모르겠지만

 

톡으로 통해서나마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진짜 고마웠어요.^^

 

그 아저씨처럼 개념상실한 몇몇남자분들도 있지만 아직까지 그 남자분처럼

 

훈훈하신 분들이 더 많은것 같아서 참 기분이 좋았던 하루였습니다.

 

아직까지 실실대게 만드네요^^

 

요새 외모적으로 조금 괜찮은 남자분들을 훈남이라고 하잖아요

 

근데 전 오히려 이 남자분처럼 마음 따뜻한 분들을 훈남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