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일전 사랑하는 오빠가 천사가 되었습니다.

Tons.2009.07.30
조회1,231

 

 

 

6월 6일.  새벽 5시 반쯤.

 

제 친오빠는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나중에 들은 얘긴데.. 오빠는 친구 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이틀밤을 새고..  친구가 권해주는 술을 몇 잔 마셨다고 .. 하더라구요..

 

안개가 잔뜩 끼어있었지만..

 

집까지 5분도 채 안 걸리는 거리여서..

 

오빠는 그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알콜 기운이 남은 상태에서..

 

운전을 했다고 하네요..

 

오빠가 탄 차는.. 집 앞 고가에서.. 추락했다고 합니다....

 

...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할 그럴 사람이 아닌데.. 사고 경위를 들었지만..

 

믿기지가 않더라구요..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희 오빠는 올해 24살입니다.

 

오빠는 사고 전까지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대학도 다니고 있었고,

 

씩씩하게 군대도 다녀왔고,

 

집에선 든든한 장남으로,

 

교회에선 활동적인 청년으로,

 

학교에선 예의바른 선후배동기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오빠는 착하고 바른 성품 덕에 친구도 많고, 

 

오지랖이 넓어 자기보다도 남들 챙기기에 급급했던 좀 미련하기도 한 사람이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살면서 단 한번도 화목하지 않다고 느낀적이 없을만큼..

 

평범하지만 사랑이 넘치는 가족이었습니다.

 

 

하지만 몇 년전.. 아버지 사업이 부도가 나셔서..

 

아버지는 저 멀리 부산으로 일하러 가셔야 했습니다.

 

저와 제 어머니만 함께 살았고,

 

군제대를 한 오빠는 학교 때문에 지방에 살게 되었습니다...

 

 

멀리 떨어져 지내다보니..

 

최근에는 서로 바빠서 연락도 잘 못하고 지냈습니다..

 

오빠와 마지막으로 통화를 한건..

 

사고 일주일 전 쯤이었습니다.

 

오빠가 기말고사 공부를 하는데.. 열심히 하기는 하는데 힘들다고..

 

집에서 무슨 책 좀 찾아서 보내달라 했었습니다...

 

저는 알겠다고 전화를 끊었지만..

 

저도 나름대로 정신없이 바쁜 학교생활을 하느라고..

 

오빠의 전화를 까마득히 잊고 있었습니다.

 

그게 마지막 통화가 될 줄 몰랐습니다..

 

 

 

 

사고 전날.

 

저는 학교 친구들과 밤 늦게까지 술을 마셨습니다..

 

친구들을 만날 때면 저는 재미있는 사건들을 항상 몰고다니는 저희 오빠 얘기 하는 걸 참 좋아했습니다.

 

그 날도 오빠의 사투리 말투를 흉내내며, 전 오빠 얘기들을 자랑스럽게 늘어놓았습니다.

 

친구들은 오빠 말투가 궁금하다며, 전화 한번만 걸어보라고 떼를 썼지만,

 

시간이 늦었으니까 오늘말고 내일 들려주겠다고 하며 친구들의 말을 무심히 넘겼습니다.

 

그 날 새벽 집에 돌아와 잠을 자는데..

 

전 심한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평소엔 시끄러운 알람소리에도 잘 못 일어나던 제가..

 

그 꿈 때문에 전화벨 소리 한번에 눈을 떴습니다..

 

 

 

 

엄마는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는 창백한 모습으로..

 

오빠의 사고소식을 얘기해 주었습니다..

 

 

정신없이 준비하고 고속버스에 올랐지만..

 

현충일에 주말이 겹친 새벽 고속도로는 평소보다  몇 배는 막혔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오빠 얘기를

 

7시간이라는 긴 시간동안 꼼짝도 하지 않는 차 안에서 그저 듣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  미칠 것 같았습니다.

 

 

 

 

병원에 도착했을땐.. 이미 오후 2시가 넘어있었습니다...

 

사고 난지 한참만에야.. 오빠를 보고..

 

퉁퉁 부어있는 오빠의 얼굴과 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한달만에.. 만나는 오빠는.. 눈에 눈물이 가득 맺힌 채..

 

입도 다물지 못하고..

 

온통 멍들고 부은 얼굴과..

 

소름돋게 살떨리는 무시무시한 양의 주사 바늘과 병원 기기에 의존하며..

 

누워있었습니다..

 

 

 

 

간호사는 엄마께 가장 먼저.. 놀라지 마시고 들으시라며.. 자녀분이 사망하실 확률이 높다는 얘기부터 꺼냈습니다..

 

엄만.. 그 자리에서 정신을 놓으셨습니다..

 

먼 곳에서 뒤늦게 달려온 아빠도..

 

충격적인 오빠의 상태에..

 

할 말을 잃으셨습니다..

 

 

쓰러진 엄마만 빼고, 아빠와 저는.. 의사선생님과함께 오빠의 씨티 결과를 봤습니다..

 

두개골 중 한개의 뼈가 완전히 부서져서..

 

이미 거의 사망하신 상태로..병원에 오셨다고..

 

머리를 열면 바로 사망하실 확률이 높아서.. 수술도 할 수 없다고..

 

의사선생님께선 단 1%의 희망의 말도 해주지 않으셨습니다..

 

그저 죄송하다고 하셨습니다.

 

 

 

중환자실로 돌아와서 저는 오빠의 얼굴도 만져보고.. 발도 만져보고. 손도 잡았습니다.

 

아직 온 몸은 따뜻했습니다.. 시퍼렇게 물들어버린 발만 빼고는..

 

심장도 손도 다 너무 따뜻했습니다..

 

 

 

한참을 오빠 손을 잡고 엉엉 울고 있는데..

 

오빠의 손이 살짝 움직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안간힘을 쓰는 손짓 같았습니다..

 

그게 오빠의 마지막 움직임이었습니다..

 

저는...

 

혹시 그게.. 오빠가 제게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는게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게.. 엄마와 아빠와 제가 병원에 도착한지.. 한 시간 반쯤 후에..

 

오빠의 사망신고를 하는 의사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의사선생님은 마지막으로..

오빠가 멀리서 오는 가족들을 기다려 준 것 같다고..

사고 즉시 사망을 하는게 당연할 만큼 큰 사고였는데..

9시간에 가까운 긴 시간을 가족들을 위해 버틴 것 같다고..

그렇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전날.. 제가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마지막으로 오빠에게 전화라도 했으면..

 

눈 뜬 얼굴은 보지 못해도..마지막 목소리라도..듣고 보냈었다면..

 

하는 후회와 무심했던 제 자신에 대한 원망이 밀려왔습니다. 

 

 

 

하늘 아래 가장 저를 아껴주고.. 늘 든든하게 손을 잡아주던..

 

천사 같던 오빠가 그렇게 하늘 위로 올라가 버렸습니다...

 

 

 

목사님께선 천사 자리 한 자리가 비어서 오빠를 부르신 거라 하시지만..

 

하나님께서도 오빠가 얼마나 착하고 바르게 살았는지 다 보셨을텐데..

 

날개 한번 펴보지 못한 너무 어린 저희 오빠를 데리고 가셔서.. 솔직히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오빠의 목소리가 귓가에 생생합니다..

 

영정사진을 안고 있으면..현실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무너져 내리지만..

 

아직도 금방이라도 오빠가 다시 돌아올 것 같은 어리석은 생각 속에 지내고 있습니다.

 

 

 

전엔 몰랐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어떤건지.. 정말 몰랐습니다..

 

하지만.. 가장 힘든 일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 거라는걸 너무 일찍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살아있을때..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한마디 하지도 못했는데..

 

늘 뒤에서 걱정해주고 챙겨주던 오빠가 매일매일 너무 그립습니다..

 

 

 

오늘도 오빠 싸이 홈피에서 흘러나오는 오빠의 노래소리와..

 

함께 찍은 몇 안되는 사진들을 보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하지만 .. 이젠 정말.. 떠난 오빠 맘이 편할 수 있게..

 

그만 울어야겠습니다..

 

 

 

누구에게도 꺼내 놓지 못했던.. 이 많은 말들을..

 

이렇게 글로 쓴게 잘 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이나마 종일 울어서 메말랐던 가슴이..

 

숨을 쉬는 것 같네요..

 

 

 

제 글을 읽으신 분이 한분이라도 계신다면..

 

마음을 담아서 오빠의 명복을 빌어주셨으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앞으로 저는 오빠 몫까지..

 

부모님께 아들도, 딸도 되어드리기 위해..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