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보고싶어? 죽어도 상관없다고? 그럼 여길 왜 찾아왔지? 그 곳으로 곧장 달려가면 되지"
"무슨...말씀이신지..."
"죽어도 상관없고 그 곳에 가면 그녀를 만날 수 있는데 곧장 거기로 가면 되지 여길 찾아온 이유가 뭐냐고!"
"그게..."
"훗...할 말 없겠지... 내가 말해줄까? 당신은 겉으로는 그녀를 보기 위해 목숨을 내 놓을 수 있을 것 같이 과장하며 멋진척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혹시나 모를 죽음이 두려운게지...그래서 나한테 혹시나 죽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려는 비겁한 계획을 짰고..."
"....."
세영은 재민의 말에 반박을 하지 못한 채 가만히 서 있을 뿐이다.
"어때? 내 추리가? 정확한가?"
"....."
"그녀를 볼 수 있다면 목숨도 버릴 수 있는 척 위선 떨지마...역겨우니까...무슨 이유에서건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없어"
(공포소설)안개-6화
순간 병실안은 알 수 없는 정적에 잠겼다.
벽으로 뒷걸음 질 하던 재민은 잠시 생각한 후에 야릇한 미소를 짓더니 다시 침대로 올라가 관심없다는 듯이 누워서 얼굴까지 이불을 덮었다.
더 이상 세영과 민수는 그에게 아무런 말도 못한 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마음이 맞았던 네 명의 친구를 동시에 잃은 재민의 충격은 겪어 보지 않았어도 짐작이 되었기에 그냥 몰아부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세영은 민수에게 조그마한 목소리로 얘기를 꺼냈다.
"돌아갈까..."
"잠깐만... 더 기다려보자...혹시 모르니까..."
그때였다.
갑자기 그가 덮었던 이불이 들썩 들썩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뭐...뭐야 발작인가?"
"크크크크큽 크크큽 크하하하하하하"
이불속에서 재민은 실성한 사람 처럼 웃기 시작했다.
다행히 세영과 민수가 염려한 발작은 아닌 것 같았다.
"뭐야...저사람..."
"크하하하하하하하하"
"....."
둘은 한참을 웃고 있는 재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불의 들썩 들썩 거림이 조금씩 줄어들며 이윽고 완전히 멈추었다.
"....."
다시 병실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졌다.
그때 이불속에서 재민이 중얼거렸다.
"킬링포그라....."
"네..."
"당신들도 안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군?"
재민은 초면인데도 불구하고 둘에게 꺼리낌 없이 말을 놓았다.
"네 그렇습니다만..."
"큭...당신들 목숨이 몇갠가?"
"...네?"
재민은 덮어놓았던 이불을 팽겨치고 누워있던 몸을 일으킨다.
예상 외로 이불속에서 웃고 있었던 재민의 얼굴은 눈물 범벅이었다.
"당신들 목숨이 몇개냐고!"
"목숨이야 세상에 있는 모든 존재가 하나 아닙니까..."
"그 소중한 목숨 하나를 미친 호기심때문에 버리지 마라..."
"저기... 저희는 그래도 그 정체불명의 안개의 미스테리를 풀어야 합니다"
재민은 눈물때문에 반질반질 거리는 얼굴을 손으로 훔친 후 다시 이불을 뒤짚어 쓴다.
"안개에 관한 일이라면 내가 해줄 말이 없군..."
"저기..."
"아~! 한가지 말하자면 아까 말했듯이 혈기와 패기가 넘쳐서 모든 할 수 있을꺼라고 생각하는 나이인건 알겠는데, 그 혈기와 패기를 쓸데없는 호기심으로 인하여 써먹어 보지도 못하고 눈 감는일 없길 바랄뿐이네"
"....."
"알아들었으면 돌아가 봐... 내가 할 말은 이것 뿐이니까"
"네...실례했습니다... 빨리 완쾌 하시길 바랍니다"
재민이 이불을 덮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민수는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 후 문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세영은 요지부동이었다.
민수는 세영의 옆구리를 찌르며, 문쪽으로 시선을 보낸다.
"뭐해...가자..."
한참을 가만히 서 있던 세영이 말을 꺼냈다.
"전....."
"전..... 단순한 호기심 따위로 목숨을 버릴만큼 미련한 새끼 아닙니다"
"전... 그 안개가 있는 곳에 가 봐야 합니다. 행여 제가 그 곳에서 목숨을 잃을지라도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정보를 얻어야 겠습니다"
이불속에 있던 재민이 질문을 꺼낸다.
"이유는?"
"사랑하는 여자가 갑자기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래서?"
"전 그 여자가 자살을 한 이유를 지금까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 곳에 찾아가 죽은 그녀의 영혼을 만나 이유를 묻고 싶다?"
"네... 이유를 알고 싶고.....그리고..."
"그리고?"
"그녀를 너무 보고 싶습니다"
재민은 이불을 다시 들추고 세영을 무섭게 노려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녀를 보고싶어? 죽어도 상관없다고? 그럼 여길 왜 찾아왔지? 그 곳으로 곧장 달려가면 되지"
"무슨...말씀이신지..."
"죽어도 상관없고 그 곳에 가면 그녀를 만날 수 있는데 곧장 거기로 가면 되지 여길 찾아온 이유가 뭐냐고!"
"그게..."
"훗...할 말 없겠지... 내가 말해줄까? 당신은 겉으로는 그녀를 보기 위해 목숨을 내 놓을 수 있을 것 같이 과장하며 멋진척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혹시나 모를 죽음이 두려운게지...그래서 나한테 혹시나 죽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려는 비겁한 계획을 짰고..."
"....."
세영은 재민의 말에 반박을 하지 못한 채 가만히 서 있을 뿐이다.
"어때? 내 추리가? 정확한가?"
"....."
"그녀를 볼 수 있다면 목숨도 버릴 수 있는 척 위선 떨지마...역겨우니까...무슨 이유에서건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없어"
"....."
"꺼져..."
"....."
민수는 멍하게 땅만 바라보고 있는 세영을 밖으로 끄집어 낸다.
끌려가는 세영에게 재민이 말했다.
"당신 이름이 뭔가?"
세영은 눈에 초점이 없이 멍한 표정으로 대답을 한다.
"세영... 김세영입니다..."
"그래...김세영씨 지금 당장에라도 그 곳에 가면 그녀를 만날 수 있을 확률이 높아... 그곳에서 귀신이 나오는건 확실하니깐...하지만 지금 당신 상태로는 그녀를 만난다 해도 그녀를 보는 순간..."
"보는...순간...?"
"죽어!"
"세영아 나가자..."
"......"
세영은 민수에 의하여 밖으로 끌려나갔다.
밖으로 나와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병원 밖으로 나올때까지 세영은 멍한 표정이다.
"괜찮아?"
"어...괜찮아..."
"신경쓰지마... 정신병자의 말이잖아..."
정신병자의 말이라...
틀린 말은 아니였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하지만 오늘은 일반적이지가 않다... 그의 말이 모두 맞는 것 같았다.
세영은 아무 말 없이 민수와 계속 걷고 또 걸었다.
맞는 말이다...
그녀를 볼 수 있다면 세영은 동호회고 뭐고 필요없이 그 곳으로 달려 갔어야 했다.
세영은 죽음이 두려워 동호회 사람들을 만난 것이고 혹시나 모를 위험을 피하기 위한 정보를 얻기 위해 재민을 찾아간 것이다.
죽음은 두렵지 않다고 했지만 사실은 죽음을 두려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영은 정처없이 앞을 향해 내딛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를 따라오던 민수도 발걸음을 멈추었다.
"왜 그래? 무슨 안 좋은 생각 하는거 아니지?"
"큭... 그럴 용기도 없는 놈인데 뭐 나란새낀..."
"무슨소리야? 그 자식 말 무시해버려! 미친놈 말이라니깐!"
"아냐... 틀린 말 하나도 없어... 맞는 말이야..."
"응?"
"혹시나 모를 죽음을 난 두려워 하고 있었어... 나도 몰랐던 내 속마음을 그에게 들킨거야..."
"세영아..."
"그렇다고 그녀를 만나는걸 포기하는건 아냐!"
"....."
"그래서 말인데! 난 죽지 않고 그녀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찾을꺼야!"
"방법이 뭔데?"
"더욱 더 확실히 준비를 한 후에 그 곳에 가는거지..."
"무슨 준비?"
"우리 네 명이 흉가... 폐교... 공동묘지... 이런 귀신 나올만한 유명한 곳을 가서 담력을 쌓는거야!"
"담력을?"
"그래! 담력! 귀신에게 홀리지 않기 위해 담력을 쌓으러 가는거야!"
"괜찮은 생각이네..."
"그럼 민수야 너가 귀신나오기로 좀 유명한 그런 장소 알아봐줘!"
"그래! 내가 조사해볼께!"
"그럼 오늘 이만 헤어질까?"
"괜찮겠어? 바래다 주지 않아도?"
"마음만으로도 너무 고맙다~! 여기까지 같이 걸어준 것도 감지덕지야~"
"그래~ 그럼~ 난 집에가서 알아보도록 할께~!"
"그래~ 기대할께~~!"
민수와 헤어진 세영은 근처 포장마차에 들어간다.
소주를 한잔, 두잔 입에 털어놓고 점점 의식이 희미해져간다.
"후우...겁쟁이 못난 나를 용서해라...미나야........................"
우우우우우웅~! 우우우우우웅~!
"으........."
우우우우우웅~! 우우우우우웅~!
"여...여보세요..."
"왜 이렇게 전화를 늦게 받아? 어제 늦게 잤어?"
"어...어... 민수구나..."
"술 마셨니?"
"어...그래...조금... 집에 어떻게 들어온지도 모르겠네..."
"아이쿠... 내가 그럴줄 알았다... 술친구라도 해 줬어야 하는데"
"아냐...그보다 어떻게... 알아봤어?"
"그래 알아봤지~"
"그래? 어딘데?"
"서강대 뒷산..."
"서강대 뒷산? 거길 왜?"
"거기에 억울한 귀신들이 자주 나온다는 소문이 있어"
"거기가 뭐 했던 곳인데?"
"유영철이 시체를 여러 구 파묻었던 곳이야"
"그래? 그 곳에 근데 귀신이 나온대?"
"응 그렇다네..."
"그럼 선길이와 지은이한테 연락해서 오늘 저녁 7시 까지 서강대 정문에서 보자!"
"그래... 좀 있다 보자... 싸이트에 준비물 올려놓을께... 준비 단단히 하고!"
전화를 끊고 세영은 알수없는 긴장감에 빠진다.
얼마나 지났을까...
시간은 2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빨리 빨리 가지 않는 시간을 원망하며 세영은 불안한 기다림을 계속한다.
약속 시간이 아직 멀었지만 세영은 준비물을 챙기고 더 이상 참을수가 없어서 서강대로 출발한다.
세영이 서강대에 도착하여 시계를 살펴보니 시간은 6시를 막 지나가고 있었다.
"후우...."
알수 없는 기운이 세영의 온 몸의 세포를 오그라들게 만들고 있었다.
역시나 민수는 약속 시간 한참 전인데도 모습을 드러냈다.
둘은 인사를 하지만 어제 병원에서 했던 그 반가운 인사가 아니였다.
"먼저 왔네? 내가 제일 먼저 온 줄 알았는데..."
"초조해서 참을수가 있어야지...어?"
이어 선길과 지은이 저 멀리서 걸어오고 있었다.
넷은 인사를 나눴다.
"이야~! 이거 오늘은 여기서 1박 하는거야?"
"안녕? 잘 지냈어?"
"그래 오늘 모이자고 한 이유는 안개 사건을 풀기 전에 사전에 미리 담력을 쌓는다는 의미로 모인거야"
"으스스한대..."
"그래 여기도 귀신이 사람들 눈에 자주 목격이 된다고 하나봐... 귀신으로 인한 사상자는 없지만..."
"사상자가 없다니 마음은 놓이네..."
"그래도 우린 여기서 오늘 하루 자는 거니깐 긴장 풀지 말자..."
"응~!"
"다들 준비 됐지?"
"그래..."
"그럼 뒷산으로 가볼까..."
이렇게 넷은 귀신과의 만남을 두려워 하면서도 기대하며 서강대 뒷산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상하게 쌔~한 분위기에 넷의 발걸음은 아주 무겁고...또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