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의 불타는 태양은 바닷물을 서서히 위로 끌어올려 수증기를 만들고 구름을 불러 모은다. 사방에서 용솟음치며 몰려드는 구름은 서로 부대끼고 엉키고 타넘으면서 검은 융단을 펼친다. 거대한 몸부림이 드디어 한쪽 방향으로 서서히 회전하기 시작하면서 바람을 일으키고 바다를 두드리며 그 속도를 더한다.
돌이엄마는 새벽까지 창가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겉으로는 평온한 모습이었지만 가슴속에는 몸을 일으킨 태풍이 서서히 발길을 내딛고 있었다. 태풍은 미아였다. 안주할 곳 없는 허공을 향하여 마구 돌진하는 사랑의 미아였다. 파르르 떨리는 돌이엄마의 눈꺼풀은 뒤로 물러설 수 없는 검객의 칼날이었고, 기어이 어디엔가 팍 꽂히며 부르르 떨어야 할 날아가는 화살이었다.
사랑도 성깔대로 하는 법이다. 입술을 지그시 깨무는 돌이엄마의 옹골진 표정에 절망을 잉태한 사랑의 각오가 감돌았다. 서서히 몸을 돌려 컴퓨터 앞에 앉은 돌이엄마는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 비의 낙화 *
정령의 신이 꽃잎으로 날리는 창밖을 보세요.
어둠 속에서 반짝반짝 빛을 발하며
땅에도 가슴에도 그리고 당신의 발끝에
마구 빛을 뿌리며 날리는 창밖을 내다보세요.
꽃은 바라보는 눈빛이 있어야 꽃인 줄 아시는지요.
빈 창가에서 흔들리는 꽃은
그냥 비바람일 수밖에 없는
낙화가 날리는 밤의 비밀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글 / 안개꽃
인간의 감정이 극에 치달으면 누구나 다 노래를 부른다. 언어는 이성의 일반이지만 시는 감성의 극단이다. 돌이엄마가 즉석에서 올린 시는 가 본 자만이 설명할 수 있는 비밀통로였으며 미로였다. 돌이엄마는 자신이 알 수 없는 세상에 던져진 것 같았다. 그냥 떨어진 운명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감정은 봄을 질근질근 밟아가는 느낌이었다.
다음 날 돌이엄마가 올린 시에 대모험의 꼬리글이 달렸다. 대단하다는 칭찬이었지만 돌이엄마는 침착했다. 그 침착성은 대담하게 몸을 던진 이후에 찾아오는 평화였다. 사랑은 자기감정이고 자기분출이다. 돌이엄마가 막연하게나마 느낀 사랑의 본질은 자기책임이고 자신이 휘두르는 칼날이라는 것이었다. 상대방이 자기를 끊임없이 흔들어대듯 자신도 상대방을 마구 흔들어야 하는 싸움이며, 일단 시작하면 기어이 승리해야 할 싸움이다. 지금까지 대모험에게 매달리기만 했지만 앞으로는 그를 장악해 버릴 것이라는 대담성이 돌이엄마의 가슴을 활짝 열었다.
자신이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한 돌이엄마의 현명함이었다. 사랑의 신은 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있다. 화살을 쏘아대면 누구에게 맞을지 모른다. 난데없이 날아온 사랑의 화살은 기존의 관념을 넘어선 태풍의 진로를 예고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평온을 되찾은 이면에는 돌이엄마의 대찬 성격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고집이 세고, 한번 마음먹은 일은 꼭 해내고야 마는 옹골진 돌이엄마의 성격은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유치원 때부터 고집불통으로 놀았던 돌이엄마는 곧잘 무서운 아버지와 맞부딪쳤지만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여 기어이 자기 뜻을 관철시키고야 마는 딸의 집요함이 아버지를 감탄시키기도 했었다. 서서히 회전하는 태풍은 확실하게 발걸음을 내딛었다.
* 사랑은 운명입니다 *
저에게 왜 사랑하는지 묻지 마세요.
저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별안간 내 눈에 사계절이 들어오고
안개꽃 가득 핀 들이 펼쳐진
그 이유를 묻는다면 운명이겠지요.
바보만이 운명을 믿지는 아닙니다.
아닙니다.
바보만이 운명을 믿을 수 있군요.
사랑은,
모두를 바보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글 / 안개꽃
이 단계까지 진전된 돌이엄마의 시는 카페회원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대모험은 별안간 좋아진 돌이엄마의 시를 보고 감탄하는 꼬리글도 달아 주었다. 다음날 자신이 올린 글을 보던 돌이엄마는 맹랑한 꼬꼬맹추의 꼬리글을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바보시군요. 축하합니다. 호홍~"
한참 모니터를 들여다보던 돌이엄마는 꼬꼬맹추가 선전포고를 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히 질투를 하고 쳐들어 왔다는 판단이었다. 그 밑에 꼬리글을 달았다. 그러자 십분도 안 되어서 꼬꼬맹추가 또 그 밑에 꼬리글을 달았다.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는 꼬리글 전쟁이 벌어진 것이었다.
"저는 멋진 바보에요. 같이 멋진 바보여행을 하면 어떨까요?"
"호호, 바보도 급수가 있는 모양이네요. 멋진 바보가 있나요?"
"그렇습니다. 멋진 바보가 세상에 있는 줄도 모르고 사셨군요. 불쌍해 보이네요."
"호홍, 혼자서 열심히 바보하세요. 저는 님의 말처럼 불쌍하게 살아 줄게요."
"호호호, 살아주지 마시고, 그냥 사세요. 자기 인생인데~"
"흥, 책상에 꽂아 놓은 안개꽃이나 거꾸로 매달아 말려야겠다."
"삼순이에게 콩나물을 사오라고 시켰더니 콩을 사오네..... 꼭 맹추 같아."
"호호호, 삼순이가 님의 딸인 모양이죠?"
"아니에요. 제가 손발처럼 부리고 있는 뒷집에 사는 과부에요."
"흥,"
"칫~"
돌이엄마는 꼬꼬맹추가 강력한 라이벌로 느껴졌다. 둘이서 주고받는 꼬리글이 카페에서 화제가 되면서 회원들은 은근히 둘 만의 전쟁이 다시 일어나기를 기대했으며, 대모험은 모른 척 하며 침묵으로 일관했다.
시에 있어서 꼬꼬맹추는 돌이엄마보다 한 수 아래라는 것이 카페회원의 중론이었다. 게시판에 올려진 두 사람의 시를 대조하면 꼬꼬맹추의 시는 약간 유희적이고 가벼웠다. 그러나 돌이엄마의 시는 직선적이고 깊은 맛이 느껴졌으며 바탕에는 항상 예측 불가능한 태풍의 진로가 휘몰아치는 기분이었다. 대모험은 자신을 가운데 두고 두 사람이 질투를 벌인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그러나 돌이엄마가 가끔 올리는 시를 대할 적마다 범상치 않은 글 기운과 끌리는 기분을 느꼈다. 까랑까랑한 성격과 전신을 던지는 대담함이 풍겼으니, 시는 글이 아니라 혼신을 다하는 삶이고 몸을 사리지 않는 도전이라는 자신의 시관과 일치하는 느낌이었다. 대모험은 카페에 들어오면 꼭 돌이엄마의 시를 찾았고, 자연스럽게 돌이엄마의 팬이 되어갔다. <계속>
[꽁트] 안개꽃의 외출, 제5편
5.
적도의 불타는 태양은 바닷물을 서서히 위로 끌어올려 수증기를 만들고 구름을 불러 모은다. 사방에서 용솟음치며 몰려드는 구름은 서로 부대끼고 엉키고 타넘으면서 검은 융단을 펼친다. 거대한 몸부림이 드디어 한쪽 방향으로 서서히 회전하기 시작하면서 바람을 일으키고 바다를 두드리며 그 속도를 더한다.
번쩍 태풍이 눈을 떴다.
회오리구름은 적군을 향하여 돌진하는 백만대군이다. 바람은 광풍이다. 장대비는 날아드는 화살이며 천둥번개는 독전의 북소리다.
돌이엄마는 새벽까지 창가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겉으로는 평온한 모습이었지만 가슴속에는 몸을 일으킨 태풍이 서서히 발길을 내딛고 있었다. 태풍은 미아였다. 안주할 곳 없는 허공을 향하여 마구 돌진하는 사랑의 미아였다. 파르르 떨리는 돌이엄마의 눈꺼풀은 뒤로 물러설 수 없는 검객의 칼날이었고, 기어이 어디엔가 팍 꽂히며 부르르 떨어야 할 날아가는 화살이었다.
사랑도 성깔대로 하는 법이다. 입술을 지그시 깨무는 돌이엄마의 옹골진 표정에 절망을 잉태한 사랑의 각오가 감돌았다. 서서히 몸을 돌려 컴퓨터 앞에 앉은 돌이엄마는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 비의 낙화 *
정령의 신이 꽃잎으로 날리는 창밖을 보세요.
어둠 속에서 반짝반짝 빛을 발하며
땅에도 가슴에도 그리고 당신의 발끝에
마구 빛을 뿌리며 날리는 창밖을 내다보세요.
꽃은 바라보는 눈빛이 있어야 꽃인 줄 아시는지요.
빈 창가에서 흔들리는 꽃은
그냥 비바람일 수밖에 없는
낙화가 날리는 밤의 비밀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글 / 안개꽃
인간의 감정이 극에 치달으면 누구나 다 노래를 부른다. 언어는 이성의 일반이지만 시는 감성의 극단이다. 돌이엄마가 즉석에서 올린 시는 가 본 자만이 설명할 수 있는 비밀통로였으며 미로였다. 돌이엄마는 자신이 알 수 없는 세상에 던져진 것 같았다. 그냥 떨어진 운명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감정은 봄을 질근질근 밟아가는 느낌이었다.
다음 날 돌이엄마가 올린 시에 대모험의 꼬리글이 달렸다. 대단하다는 칭찬이었지만 돌이엄마는 침착했다. 그 침착성은 대담하게 몸을 던진 이후에 찾아오는 평화였다. 사랑은 자기감정이고 자기분출이다. 돌이엄마가 막연하게나마 느낀 사랑의 본질은 자기책임이고 자신이 휘두르는 칼날이라는 것이었다. 상대방이 자기를 끊임없이 흔들어대듯 자신도 상대방을 마구 흔들어야 하는 싸움이며, 일단 시작하면 기어이 승리해야 할 싸움이다. 지금까지 대모험에게 매달리기만 했지만 앞으로는 그를 장악해 버릴 것이라는 대담성이 돌이엄마의 가슴을 활짝 열었다.
자신이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한 돌이엄마의 현명함이었다. 사랑의 신은 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있다. 화살을 쏘아대면 누구에게 맞을지 모른다. 난데없이 날아온 사랑의 화살은 기존의 관념을 넘어선 태풍의 진로를 예고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평온을 되찾은 이면에는 돌이엄마의 대찬 성격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고집이 세고, 한번 마음먹은 일은 꼭 해내고야 마는 옹골진 돌이엄마의 성격은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유치원 때부터 고집불통으로 놀았던 돌이엄마는 곧잘 무서운 아버지와 맞부딪쳤지만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여 기어이 자기 뜻을 관철시키고야 마는 딸의 집요함이 아버지를 감탄시키기도 했었다. 서서히 회전하는 태풍은 확실하게 발걸음을 내딛었다.
* 사랑은 운명입니다 *
저에게 왜 사랑하는지 묻지 마세요.
저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별안간 내 눈에 사계절이 들어오고
안개꽃 가득 핀 들이 펼쳐진
그 이유를 묻는다면 운명이겠지요.
바보만이 운명을 믿지는 아닙니다.
아닙니다.
바보만이 운명을 믿을 수 있군요.
사랑은,
모두를 바보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글 / 안개꽃
이 단계까지 진전된 돌이엄마의 시는 카페회원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대모험은 별안간 좋아진 돌이엄마의 시를 보고 감탄하는 꼬리글도 달아 주었다. 다음날 자신이 올린 글을 보던 돌이엄마는 맹랑한 꼬꼬맹추의 꼬리글을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바보시군요. 축하합니다. 호홍~"
한참 모니터를 들여다보던 돌이엄마는 꼬꼬맹추가 선전포고를 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히 질투를 하고 쳐들어 왔다는 판단이었다. 그 밑에 꼬리글을 달았다. 그러자 십분도 안 되어서 꼬꼬맹추가 또 그 밑에 꼬리글을 달았다.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는 꼬리글 전쟁이 벌어진 것이었다.
"저는 멋진 바보에요. 같이 멋진 바보여행을 하면 어떨까요?"
"호호, 바보도 급수가 있는 모양이네요. 멋진 바보가 있나요?"
"그렇습니다. 멋진 바보가 세상에 있는 줄도 모르고 사셨군요. 불쌍해 보이네요."
"호홍, 혼자서 열심히 바보하세요. 저는 님의 말처럼 불쌍하게 살아 줄게요."
"호호호, 살아주지 마시고, 그냥 사세요. 자기 인생인데~"
"흥, 책상에 꽂아 놓은 안개꽃이나 거꾸로 매달아 말려야겠다."
"삼순이에게 콩나물을 사오라고 시켰더니 콩을 사오네..... 꼭 맹추 같아."
"호호호, 삼순이가 님의 딸인 모양이죠?"
"아니에요. 제가 손발처럼 부리고 있는 뒷집에 사는 과부에요."
"흥,"
"칫~"
돌이엄마는 꼬꼬맹추가 강력한 라이벌로 느껴졌다. 둘이서 주고받는 꼬리글이 카페에서 화제가 되면서 회원들은 은근히 둘 만의 전쟁이 다시 일어나기를 기대했으며, 대모험은 모른 척 하며 침묵으로 일관했다.
시에 있어서 꼬꼬맹추는 돌이엄마보다 한 수 아래라는 것이 카페회원의 중론이었다. 게시판에 올려진 두 사람의 시를 대조하면 꼬꼬맹추의 시는 약간 유희적이고 가벼웠다. 그러나 돌이엄마의 시는 직선적이고 깊은 맛이 느껴졌으며 바탕에는 항상 예측 불가능한 태풍의 진로가 휘몰아치는 기분이었다. 대모험은 자신을 가운데 두고 두 사람이 질투를 벌인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그러나 돌이엄마가 가끔 올리는 시를 대할 적마다 범상치 않은 글 기운과 끌리는 기분을 느꼈다. 까랑까랑한 성격과 전신을 던지는 대담함이 풍겼으니, 시는 글이 아니라 혼신을 다하는 삶이고 몸을 사리지 않는 도전이라는 자신의 시관과 일치하는 느낌이었다. 대모험은 카페에 들어오면 꼭 돌이엄마의 시를 찾았고, 자연스럽게 돌이엄마의 팬이 되어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