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엄마는 대모험의 이메일이나 칭찬에 초연한 듯이 보였다. 개인적으로 대모험에게 접촉을 시도하지도 않았으며 아무런 내색도 안 보였다. 오직 맹랑하게 구는 꼬꼬맹추에게만 노골적인 적대감을 보였을 뿐, 대모험의 주변을 그림자처럼 감싸 돌았다.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여러 가지 변화를 일으켰다. 잘 났건 못 났건, 혹은 외도를 하건 말건, 죽을 때까지 자기의 배우자라는 관념이 흔들렸고, 어쩌다가 잠자리에서 남편이 슬쩍 손을 뻗히면 단박에 몸이 굳어져왔다. 여자는 신비한 것이다.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몸도 닫히고 마는 구조로 이루어졌다. 살림살이와 아이들을 꼼꼼하게 챙겼지만 이십 년을 넘게 살아온 남편에게는 점점 냉담해져 갔다. 가슴에 들어있는 대모험에게도 그림자였지만 남편에게도 그림자처럼 어른거릴 뿐이었다. 사랑의 고열은 외로움이었고 길 잃은 철새였다. 시시껄렁하게 불륜이 어쩌구저쩌구 하고 싶지도 않았고 남의 눈초리가 무서운 것도 아니었다. 그냥 자기 길만 가는 것이 인생이고 그 길은 사랑의 신호등으로 이어진 길이다. 돌이엄마의 무서운 변신이었다. 얼마나 돌이엄마가 골똘히 자기 자신을 뒤돌아보며 삶이란 자체를 끈질기게 사유했는가를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돌이아빠는 돌이엄마가 달라진 이유로 컴퓨터를 꼽았다. 인터넷혁명은 가정주부에게 직격탄을 퍼부었고, 자기 집안만 알았던 가정주부들에게 넓은 세상과 남의 사생활뿐만 아니라 침실 구석구석까지 모두 알게 하여 세상이 어떤 것인가를 직접 목격하게 만들었다. 전에는 인형의 집에서 탈출해야만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안방에 가만히 앉아서도 지구 반대편까지 모두 구경할 수 있다.
어느 날 중국에서 귀국하여 저녁에 집을 들어선 돌이아빠는 거실 구석에서 애절한 음악을 토하며 환하게 켜져 있던 컴퓨터가 눈에 띠었다. 컴퓨터를 부팅 시켜놓은 채 돌이엄마가 잠시 밖에 나간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돌이아빠는 재빠르게 마우스를 딸깍거리며 로그인되어 있는 돌이엄마의 사이트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우선 누구에게 이메일을 받았는지 확인했다. 카페에서 발송한 전체메일과 그저 안부만 묻는 몇 통의 평범한 메일이 전부였다. 고개를 갸웃한 남편은 다시 세밀하게 메모장까지 검색하던 중, 돌이엄마가 그 동안에 써놓은 시가 한꺼번에 쫙 펼쳐지는 장면에서 눈을 크게 떴다.
* 나누고 싶어요. *
가만히 누워서도 파도소리 들립니다.
1962년 6월 24일은
오동나무 서 있는
마당 넓은 집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던 날이랍니다.
나를 번쩍 들어서 어깨위에 태우고
시원한 저녁나절
장기판 벌인 이웃집으로
칭얼대는 나를 달래며
마실 다니던 나의 첫 남자를 만난 날,
순백의 안개꽃 날리던 복도 뒤에서
그 남자는 내 행복을 빌고
내 손을 놓으며 돌아선 순간
한쪽 손이 눈가로 올라가는 뒷모습
분명히 눈물을 훔치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누워 있어도 당신의 목소리 들립니다.
2004년 6월 24일은
오동나무집 아기가
텅 빈 집에서
돌아누우며 오직 한사람만 생각하는 날입니다.
첫 남자는 그렇게 돌아섰지만
두 번째 남자는 안개꽃 사이사이마다
잃었던 나를 주워 모아
오동나무 그늘을 촘촘히 박고
한여름의 바람을 두 손으로 떠
또 사이사이에 불어 넣으니 흔들림입니다.
화사한 웃음이라면 나누고 싶습니다.
첫 남자는 나누지 못했지만
두 번째 당신은 곁에 머물러
잡은 손을 내가 먼저 꽉 쥐고
눈물도 행복도 사랑도 나누고 싶습니다.
저에게 다가오세요. 조금도 두려워 마세요.
열린 가슴과 몸은
밤마다 창가에 매달려
밀려오는 파도소리에
설렘과 설렘으로 무엇이든지 다 드리고,
굳건한 철문을 꼭 닫아걸어
밤바다를 방안에 가두고
출렁출렁 몸을 흔들며 다가가
사랑의 묘약을 또 나누어
아침햇살도 살짝 고개 돌려 지나갑니다.
<밤의 정사를 꿈꾸는 밤에>
돌이아빠는 입을 딱 벌렸다. 이곳에서 첫 남자는 분명히 돌이엄마의 아버지를 뜻하는 것이었지만, 두 번째 남자는 의문이 일었다. 손목만 잡아도 탁 쳐 버리는 돌이엄마의 쌀쌀함인데 설마하니 자기를 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면 분명히 엉뚱한 녀석일 것이다. 더구나 마지막에 써 있는 <밤의 정사를 꿈꾸는 밤에>라는 구절에서는 눈에 불이 확확 일었다.
현관을 열고 거실로 들어서던 돌이엄마는 남편이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몸이 확 얼어붙었다. 돌아보는 남편의 눈에 시선이 마주친 순간 거대한 불기둥이 두 사람 사이에 솟아올랐다. 한참의 침묵이 흘렀다.
"당신, 누구와 바람난 거야?"
순간 돌이엄마의 꼭지가 확 돌았다. 자신의 감정은 성역이었다. 누구도 발을 딛지 말아야 할 성스러운 장소를 남편이 무례하게 마구 짓밟은 느낌이었다. 싸늘하게 굳어져가는 표정으로 돌이엄마는 비수를 던지듯 말했다.
"바람이 나면 안 되나요?"
벌떡 일어선 돌이아빠의 두꺼비 같은 손이 돌이엄마의 뺨으로 철썩 날아왔다. 눈에 불똥이 팍 튀면서 비틀거린 돌이엄마는 벽을 붙잡고 몸을 지탱했다. 남편은 거대한 몸짓으로 씨근대며 말했다.
"누구와 붙어먹은 건데? 당신이 완전히 미쳤군."
아뜩했던 정신이 돌아온 돌이엄마는 고개를 들어 남편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돌이엄마가 바람 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속으로만 누구를 그리워했으며 사랑했을 뿐이다. 불륜의 결정판이라는 육체적인 관계를 가진 적도 없었으며 더구나 얼굴 한번 본 적도 없었다. 그러나 돌이엄마는 그까짓 몸뚱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곧잘 하곤 했다. 마음이 가면 다 가는 것이다. 점점 타인으로 변해가는 남편과 백년을 살건 천년을 살건 무슨 소용인가, 마음이 떠나면 다 떠나는 것이다. 굳이 남편의 말대로 누구와 붙어먹었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 육체적인 관계를 안 가졌다고 결백을 주장하는 자체가 수치스럽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파란빛을 발하는 눈으로 돌이엄마는 또박또박 말했다.
"내가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당신이 궁금한 적이 있어요? 당신의 호적에 내 이름을 올려놓기만 하면 내가 당신의 소유물이 되는지 아세요? 호호, 착각하지 마세요. 돌다리도 자꾸 두드려보고 건너는 사람이 바보라서 그런 줄 아시는 모양인데, 세상에 변치 않는 것은 없어요. 그냥 내 사람이니깐, 하고 당신은 안심하고 지냈겠지만 나는 안 그래요. 당신은 분명히 남자죠? 남자가 여자에게 하는 일이 뭔가요? 여자라는 사실을 자꾸 확인시켜 주는 것은 아닌가요? 뻑 하면 가정의 평화가 어쩌구, 자식이 저쩌구 하면서 옆에 있는 사람을 틀에 가두는 남자가 바로 당신이 아닌가요? 맞아요. 저도 그런 줄 알고 그렇게 살아왔어요. 그렇게 살다보니 이만큼 가정도 유지되었고 적당한 당신의 바람기도 무시하고 넘어갔어요. 그런데..... 흑흑, 나는 뭔가요? 이십 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의 나는 무엇이죠? 나를 찾아 주실 수 있어요? 그 동안에 실종된 나를 당신이 찾아 줄 수 있냐는 말이에요. 내가 어디 있어요? 도대체 내가 어디에 있냐는 말이에요?"
돌이엄마의 확실한 반란이었다. 실종된 자신을 부르는 소리였고 잃었던 언어의 뇌임이었다.
세월은 무섭다.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무심은 도둑놈이다.
새벽에 잠을 깬 주인은 이십 여 년 동안 잠만 잤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젊음을 도둑질 당했다는 망연함에 방황하고 있었다. 그리고 철철 흐르는 눈물로 자신의 인생에 반항하고 있었다. <계속>
[꽁트] 안개꽃의 외출, 제6편
6.
돌이엄마는 대모험의 이메일이나 칭찬에 초연한 듯이 보였다. 개인적으로 대모험에게 접촉을 시도하지도 않았으며 아무런 내색도 안 보였다. 오직 맹랑하게 구는 꼬꼬맹추에게만 노골적인 적대감을 보였을 뿐, 대모험의 주변을 그림자처럼 감싸 돌았다.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여러 가지 변화를 일으켰다. 잘 났건 못 났건, 혹은 외도를 하건 말건, 죽을 때까지 자기의 배우자라는 관념이 흔들렸고, 어쩌다가 잠자리에서 남편이 슬쩍 손을 뻗히면 단박에 몸이 굳어져왔다. 여자는 신비한 것이다.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몸도 닫히고 마는 구조로 이루어졌다. 살림살이와 아이들을 꼼꼼하게 챙겼지만 이십 년을 넘게 살아온 남편에게는 점점 냉담해져 갔다. 가슴에 들어있는 대모험에게도 그림자였지만 남편에게도 그림자처럼 어른거릴 뿐이었다. 사랑의 고열은 외로움이었고 길 잃은 철새였다. 시시껄렁하게 불륜이 어쩌구저쩌구 하고 싶지도 않았고 남의 눈초리가 무서운 것도 아니었다. 그냥 자기 길만 가는 것이 인생이고 그 길은 사랑의 신호등으로 이어진 길이다. 돌이엄마의 무서운 변신이었다. 얼마나 돌이엄마가 골똘히 자기 자신을 뒤돌아보며 삶이란 자체를 끈질기게 사유했는가를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돌이아빠는 돌이엄마가 달라진 이유로 컴퓨터를 꼽았다. 인터넷혁명은 가정주부에게 직격탄을 퍼부었고, 자기 집안만 알았던 가정주부들에게 넓은 세상과 남의 사생활뿐만 아니라 침실 구석구석까지 모두 알게 하여 세상이 어떤 것인가를 직접 목격하게 만들었다. 전에는 인형의 집에서 탈출해야만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안방에 가만히 앉아서도 지구 반대편까지 모두 구경할 수 있다.
어느 날 중국에서 귀국하여 저녁에 집을 들어선 돌이아빠는 거실 구석에서 애절한 음악을 토하며 환하게 켜져 있던 컴퓨터가 눈에 띠었다. 컴퓨터를 부팅 시켜놓은 채 돌이엄마가 잠시 밖에 나간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돌이아빠는 재빠르게 마우스를 딸깍거리며 로그인되어 있는 돌이엄마의 사이트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우선 누구에게 이메일을 받았는지 확인했다. 카페에서 발송한 전체메일과 그저 안부만 묻는 몇 통의 평범한 메일이 전부였다. 고개를 갸웃한 남편은 다시 세밀하게 메모장까지 검색하던 중, 돌이엄마가 그 동안에 써놓은 시가 한꺼번에 쫙 펼쳐지는 장면에서 눈을 크게 떴다.
* 나누고 싶어요. *
가만히 누워서도 파도소리 들립니다.
1962년 6월 24일은
오동나무 서 있는
마당 넓은 집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던 날이랍니다.
나를 번쩍 들어서 어깨위에 태우고
시원한 저녁나절
장기판 벌인 이웃집으로
칭얼대는 나를 달래며
마실 다니던 나의 첫 남자를 만난 날,
순백의 안개꽃 날리던 복도 뒤에서
그 남자는 내 행복을 빌고
내 손을 놓으며 돌아선 순간
한쪽 손이 눈가로 올라가는 뒷모습
분명히 눈물을 훔치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누워 있어도 당신의 목소리 들립니다.
2004년 6월 24일은
오동나무집 아기가
텅 빈 집에서
돌아누우며 오직 한사람만 생각하는 날입니다.
첫 남자는 그렇게 돌아섰지만
두 번째 남자는 안개꽃 사이사이마다
잃었던 나를 주워 모아
오동나무 그늘을 촘촘히 박고
한여름의 바람을 두 손으로 떠
또 사이사이에 불어 넣으니 흔들림입니다.
화사한 웃음이라면 나누고 싶습니다.
첫 남자는 나누지 못했지만
두 번째 당신은 곁에 머물러
잡은 손을 내가 먼저 꽉 쥐고
눈물도 행복도 사랑도 나누고 싶습니다.
저에게 다가오세요. 조금도 두려워 마세요.
열린 가슴과 몸은
밤마다 창가에 매달려
밀려오는 파도소리에
설렘과 설렘으로 무엇이든지 다 드리고,
굳건한 철문을 꼭 닫아걸어
밤바다를 방안에 가두고
출렁출렁 몸을 흔들며 다가가
사랑의 묘약을 또 나누어
아침햇살도 살짝 고개 돌려 지나갑니다.
<밤의 정사를 꿈꾸는 밤에>
돌이아빠는 입을 딱 벌렸다. 이곳에서 첫 남자는 분명히 돌이엄마의 아버지를 뜻하는 것이었지만, 두 번째 남자는 의문이 일었다. 손목만 잡아도 탁 쳐 버리는 돌이엄마의 쌀쌀함인데 설마하니 자기를 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면 분명히 엉뚱한 녀석일 것이다. 더구나 마지막에 써 있는 <밤의 정사를 꿈꾸는 밤에>라는 구절에서는 눈에 불이 확확 일었다.
현관을 열고 거실로 들어서던 돌이엄마는 남편이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몸이 확 얼어붙었다. 돌아보는 남편의 눈에 시선이 마주친 순간 거대한 불기둥이 두 사람 사이에 솟아올랐다. 한참의 침묵이 흘렀다.
"당신, 누구와 바람난 거야?"
순간 돌이엄마의 꼭지가 확 돌았다. 자신의 감정은 성역이었다. 누구도 발을 딛지 말아야 할 성스러운 장소를 남편이 무례하게 마구 짓밟은 느낌이었다. 싸늘하게 굳어져가는 표정으로 돌이엄마는 비수를 던지듯 말했다.
"바람이 나면 안 되나요?"
벌떡 일어선 돌이아빠의 두꺼비 같은 손이 돌이엄마의 뺨으로 철썩 날아왔다. 눈에 불똥이 팍 튀면서 비틀거린 돌이엄마는 벽을 붙잡고 몸을 지탱했다. 남편은 거대한 몸짓으로 씨근대며 말했다.
"누구와 붙어먹은 건데? 당신이 완전히 미쳤군."
아뜩했던 정신이 돌아온 돌이엄마는 고개를 들어 남편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돌이엄마가 바람 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속으로만 누구를 그리워했으며 사랑했을 뿐이다. 불륜의 결정판이라는 육체적인 관계를 가진 적도 없었으며 더구나 얼굴 한번 본 적도 없었다. 그러나 돌이엄마는 그까짓 몸뚱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곧잘 하곤 했다. 마음이 가면 다 가는 것이다. 점점 타인으로 변해가는 남편과 백년을 살건 천년을 살건 무슨 소용인가, 마음이 떠나면 다 떠나는 것이다. 굳이 남편의 말대로 누구와 붙어먹었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 육체적인 관계를 안 가졌다고 결백을 주장하는 자체가 수치스럽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파란빛을 발하는 눈으로 돌이엄마는 또박또박 말했다.
"내가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당신이 궁금한 적이 있어요? 당신의 호적에 내 이름을 올려놓기만 하면 내가 당신의 소유물이 되는지 아세요? 호호, 착각하지 마세요. 돌다리도 자꾸 두드려보고 건너는 사람이 바보라서 그런 줄 아시는 모양인데, 세상에 변치 않는 것은 없어요. 그냥 내 사람이니깐, 하고 당신은 안심하고 지냈겠지만 나는 안 그래요. 당신은 분명히 남자죠? 남자가 여자에게 하는 일이 뭔가요? 여자라는 사실을 자꾸 확인시켜 주는 것은 아닌가요? 뻑 하면 가정의 평화가 어쩌구, 자식이 저쩌구 하면서 옆에 있는 사람을 틀에 가두는 남자가 바로 당신이 아닌가요? 맞아요. 저도 그런 줄 알고 그렇게 살아왔어요. 그렇게 살다보니 이만큼 가정도 유지되었고 적당한 당신의 바람기도 무시하고 넘어갔어요. 그런데..... 흑흑, 나는 뭔가요? 이십 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의 나는 무엇이죠? 나를 찾아 주실 수 있어요? 그 동안에 실종된 나를 당신이 찾아 줄 수 있냐는 말이에요. 내가 어디 있어요? 도대체 내가 어디에 있냐는 말이에요?"
돌이엄마의 확실한 반란이었다. 실종된 자신을 부르는 소리였고 잃었던 언어의 뇌임이었다.
세월은 무섭다.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무심은 도둑놈이다.
새벽에 잠을 깬 주인은 이십 여 년 동안 잠만 잤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젊음을 도둑질 당했다는 망연함에 방황하고 있었다. 그리고 철철 흐르는 눈물로 자신의 인생에 반항하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