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부 회전판 위로 뱅글뱅글 돌아가는 음식들을 보며 수정은 손도 못대고 앉아 불안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 수정의 표정을 힐끔 보던 태희는 고소해 죽겠다는 듯 야릇한 표정을 짓더니 시침을 떼고 음식을 먹는다. -왜, 안 먹어? -어?....아...아니, 난 원래 중국 음식 별루야....많이 먹어. 수정은 거의 울상이지만 애써 웃어 보이며 음식들을 쳐다 본다. 침이 꿀꺽 넘어가고 수정은 태희 몰래 돈 계산을 한다. -이..이게 대체...얼마나 되는 거야....아이씨...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수정을 태희는 모른 척한다. -정말 안 먹어? -괜찮다니까...너나 많이 먹어....아휴, 아침을 늦게 먹었더니 소화가...안되네. 수정이 침을 삼키며 물잔을 들고 애꿎은 물만 자꾸 마신다. 태희는 슬밋 웃음이 나지만 애써 참고 맛있게 음식을 먹는다. 수정이 힐끔힐끔 태희를 보는데 눈치 없는 놈이 얄밉다. -근데, 저번에 그 남자친구는....어떻게 된거냐? 태희가 먹으며 심드렁하게 묻자 수정이 마시던 물이 목에 걸린다. -켁.... 눈물까지 찔금거리며 기침을 하는 수정이 손사레를 치며 뭔가를 말하려 하는데 기침만 자꾸 나온다. 제 가슴을 두드리며 겨우 진정 시키는 수정이 고인 눈물을 손으로 닦아 낸다. -뭐....그냥, 끝났지...어떻게 되긴...뭐가 어떻게 돼. 말을 더듬거리며 괜히 민망해서 손부채질을 한다. -아휴, 디게 덥네. -더워? -어...좀 덥네. 태희가 주위를 둘러 보더니 수정을 뚱하게 쳐다보며 말한다. -에어컨 빵빵하게 돌아가고 있구만, 뭐가 덥다구 그러냐? 난, 추워 죽겠구만. 눈치가 없는 건지, 알면서 모른 척 하는 건지 태희의 행동에 수정은 얄밉기만 하다. 하지만 애써 참는다. -저기.... 수정이 어렵게 말을 꺼내자 태희가 막 음식을 입에 집어 넣으며 본다. 우적우적 씹어 먹는 태희를 보니 수정은 침이 저절로 넘어가고, 다시 물잔을 들어 물을 마신다. -뭐? -그게 말야....너, 호텔에서 일한지 얼마나 됐어? -그건 왜? -그...그냥, 궁금해서. -이제 뭐 이년쯤 다 되어 가지. -그럼 윗사람들하구 친하겠네? 수정의 말에 그제서야 태희는 수정의 속셈을 알 것 같다. 하지만 태희는 모른 척 시침을 뗀다. -조금 친하지 내가....근데 그건 왜? -혹시...혹시 말야.... 수정이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망설이는데 태희는 관심없는 척 계속 음식만 먹어댄다. 수정의 입이 바짝 마른다. -거기 직원 안 구하니? 눈 딱 감고 수정이 한 번에 묻는다. 태희가 음식을 먹다가 수정을 돌아본다. -아니. 딱 잘라 말하는 태희의 말에 수정이 실망한 표정이다. 태희는 그래도 모른 척 한다. 수정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물을 마시고 태희를 본다. 어지간히 좀 먹어라 이 돼지 같은 놈아....며칠 굶었냐?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걸 참는다. 나두....먹구 싶다구, 아이씨... -니가...좀...그러니까....윗사람들한테..... -취직 시켜달라구? 수정의 말이 답답한지 태희가 먼저 묻자 수정이 반가운 듯 고개를 힘차게 끄덕인다. -어. -싫어. 태희의 말에 수정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아...아니 왜 싫어?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태희의 말에 수정은 말문이 막히고, 생각해보니 그건 그렇다. 그러나 너무 잘라서 말하는 태희가 야속하기만 하다. -나 그런 힘 없어..니가 알아서 해...아, 배부르다.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태희는 배가 부른지 젓가락을 놓고 물을 마신다. 그리고는 보란 듯이 꺼억 거리며 트림까지 한다. 수정이 드러워 죽겠다는 듯 입을 벌리고 흘겨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다 먹었지? 수정이 토라진 듯 툭 내뱉자 태희가 일어나지 않고 수정을 올려다 본다. -디저트는 먹고 가야지. 아우....내가 미쳤지, 저런 인간한테 뭘 바란다구...수정은 분통이 터질 것 같아서 미칠 지경이다. 하지만, 그게 뭐 태희 잘못만은 아니지 않는가. 뭐가 아쉬워서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느냔 말이다. 디저트까지 챙겨 먹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태희는 뒤도 안돌아보고 먼저 나간다. 수정이 지갑을 꺼내며 카운터 앞에 서 있다. -얼마에요? -팔만칠천원요. -네?...얼...얼마요? 직원이 말한 금액을 듣고 수정이 놀라 입을 쩍 벌린다. -아...아니, 무슨 밥 한끼가 이렇게 비싸? 수정이 지갑을 열고 돈을 꺼내자 나오는 건 딱 오만원이다. 수정이 당황하고 어쩔 줄을 모른다. 직원이 오만원을 받아 들고 수정을 보자 수정이 씨익 하고 웃는다. -잠...잠깐만요. 수정이 밖으로 나가 태희의 등을 손가락으로 쿡 찌른다. -저기... 태희가 수정을 돌아본다. -혹시.....돈 좀 있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태희가 한심하게 수정을 본다. -왜, 돈이 없냐? -아...아니, 내가 미처 생각을 못했지 뭐야, 돈을....찾아 온다는게... 현금이 지금 모자르네. -그럼 카드로 계산해. 태희의 말에 수정의 얼굴이 붉어지고, 쪽팔려 죽겠단 표정이다. -난, 신용카드 같은 거 안 키워.....좀 빌려줘, 찾아서 줄게...누가 떼어 먹냐? -이자까지 쳐서 준다고 하면...뭐, 생각해볼게. 태희의 말에 수정의 인상이 확 구겨진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지 않은가. -알았어, 준다 줘....아이씨, 내가 뭐 돈이 없어서 이러는 줄 아냐? 없어서 이런다..아이씨....쪽팔리게....수정은 거의 울상이다. 그제서야 태희가 지갑에서 돈을 꺼내 준다. 수정이 확 낚아채며 쏘아 보고는 안으로 들어간다. 태희는 그런 수정을 골려 먹는 게 재밌어 쿡쿡 웃는다. -야이 싸가지야, 너두 당해보니까 죽겠지? 나는 고소해 죽겠다. 킥킥대며 태희가 휘파람까지 분다. 수정이 그런 태희를 흘겨보며 나온다. 가방끈을 움켜 잡으며 수정이 태희를 보고는 손바닥을 내민다. -뭐?....손수건? -전화번호 적어 줘야 할 거 아냐, 그래야 내가 돈을 갚든지 하지. 태희가 안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주려다 아차 싶은 생각에 다시 손을 거둔다. -휴대폰 줘 봐. 태희의 말에 수정이 휴대폰을 건네주자 태희가 폰에 제 번호를 입력한다. 그리곤 다시 건네준다. -잘 먹었다, 잘 가라. 태희가 먼저 돌아서 가자 수정이 그런 태희를 흘기다 한숨을 내쉰다. -아이씨...괜히 생돈만 날렸잖아. ************ 수정이 다니던 패스트푸드점 가게 앞에서 서성이는 진우. 그러다 가게 안의 직원 한 명과 눈이 마주친다. 직원이 진우를 알아보고 눈치를 보며 나온다. -안녕하세요? 직원이 먼저 아는 척을 하며 인사하자 진우가 머쓱하게 인사를 한다. -혹시....수정언니 만나러 오셨어요? -아...아뇨, 그냥...지나는 길에....수정이 뭐해요? -모르셨어요? 언니 그만 뒀는데. 직원의 말에 진우가 놀란 눈으로 본다. 수정의 집으로 올라가는 골목길은 길게 늘어져 있다. 가로등 불빛이 듬성 듬성 어두운 골목길을 밝혀주곤 하지만, 아주 추운 겨울 날의 밤은 그 골목 길을 더 춥게 만들곤 했다. 지난 겨울 그 골목길을 수정이와 함께 오르락 내리락 거리던 기억들이 새삼 떠오른다. 진우는 골목 입구에서 보이지 않는 골목 끝을 바라보고 서 있다. 실장님이 좀..깐깐해요, 애시당초 수정언니를 맘에 안들어 했는데, 자기 맘대루 그냥...잘라버렸지 뭐에요...언니, 아마 지금 많이 힘들거에요....아까 오후에 가서 직원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린다. 진우는 수정을 떠올리자 가슴이 아린다. 맘 아픈 표정으로 진우가 돌아서는데 수정의 모습이 나타나자 순간 옆 집 담벼락 밑의 전봇대 뒤로 숨는다. 수정이 힘없이 가파른 골목길을 올라가는 걸 진우는 지켜본다. 진우의 눈에 눈물이 그렁해진다. -기운내, 수정아.... 진우가 중얼거리며 수정의 뒷모습을 보고 서 있다. 수정이 진우를 못보고 걸어 올라가는데 휴대폰이 울린다. -오늘 나 늦을 거야, 먼저 자. 현숙은 용건만 말하고 전화를 끊어 버린다. 수정은 입을 삐죽거리며 휴대폰을 가방에 다시 넣는다. ************* 내일 있을 세미나 만찬을 위해서 호텔은 늦게까지 실내 장식이며, 셋팅을 하느라 저녁 10시쯤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태희는 굽은 허리를 펴고 가벼운 스트레이칭을 한다. 총지배인이 그런 태희를 돌아보다 씨익 웃는다. -강태희, 오늘 수고 했다....그만 가봐. -정말 가두 돼? -오늘만큼만 해라 앞으로. -내가 할려고 들면 잘 하지, 이정도쯤이야 뭐. 총지배인이 그런 태희를 보며 못말린다는 듯 피식 웃는다. 태희가 손을 들어 보이고 나간다. 탈의실로 들어간 태희는 옷을 갈아 입다가 문득 수정을 떠올린다. 그러자 웃음이 나고, 재밌어 죽겠단 표정을 짓는다. -근데, 이름도 안 물었네?...허긴, 내가 그 싸가지 이름을 알아서 뭐해. 탈의실을 나오는데 영석이에게서 전화가 걸려 온다. -왜, 오늘도 뭐 환영회 있냐? -아이, 자식이...왜 그렇게 삐딱하냐? -할 말만 해. -여기 올래? 아주 죽여주는 애들 있다, 이 형아가 널 위해서 남겨둔 게 있지, 눈물나지? -아주 지랄을 떨어라....뭐하는 애야? -모델이야 임마...쭉쭉빵빵, 아주 눈부셔서 못 보겠다. 영석의 호들갑은 알아준다. 태희는 그런 영석의 말에 몇 번이나 속았다. -속는 셈 치고 가는 거다. -그래, 와서 직접 봐...이번엔 제대로다. 장소를 듣고 전화를 끊은 태희는 휘파람을 불며 나간다. ********** 양푼이에 밥 넣고 온갖 반찬 집어 넣고 고추장에 쓱쓱 비벼서 다 먹은 수정은 그제서야 허기짐이 사라진다. 이제 살 것 같은 표정이 아주 가관이다. -배고파 죽는 줄 알았네, 그 느끼한 음식보다 이게 훨씬 낫다. 그릇을 치우고 수정은 좁은 욕실로 들어가 씻는다. 백수가 시간만 많다고 씻고 나서 오랜만에 머드팩이나 할까 하고 들어와 팩을 얼굴에 바른다. 그리곤 배를 깔고 누워 책을 꺼내 독서를 한다. 그때 휴대폰이 울리고 수정은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상대는 말이 없이 가만히 있다가 그냥 끊어 버린다. 대수롭지 않게 수정이 전화를 닫고 책을 본다. 그러다 잠이 자꾸 쏟아진다. 잠깐만 누워 있겠다는 것이 깜박 잠이 든 모양이다. 얼마나 잠을 잤을까. 무슨 소리에 눈을 뜬다. -현숙이니? 잠결에 물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얼굴이 무지하게 땡긴다. -아이씨...너무 오래 잤나, 디게 땡기네. 수정이 일어나 앉아 고개를 드는데 복면을 하고 서 있는 시커먼 사내와 눈이 마주친다. -아악.... -헛... 사내는 검은 머드팩을 하고 앉아 있는 수정의 얼굴에 놀라고 수정은 사내를 보고 놀란다. 그러다 사내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칼을 들이댄다. -조용해....소리만 내봐. 사내가 칼로 위협하며 수정에게 들이대자 수정이 숨을 헉 들이마시며 가만히 있다. 수정은 벌렁 거리는 심장을 애써 누르며 이 상황을 어찌 모면해야 할지를 생각한다. -뭐....뭐에요? -쉿, 조용해....이불 덮어 써. -네? -아이, 씨팔....이불 안 덮어? -알...알았어요, 그러니까 그...그 칼 좀....치워요. -죽을래? 빨리 덮어 써. 수정이 겁을 잔뜩 집어 먹고 이불을 덮어 쓴 채 엎드린다. -하느님, 아부지...부처님....제발....제발, 그냥 가게 해주세요...아흐흑 수정이 너무 놀라 눈물도 안나온다. 순간 이불 속에 있는 휴대폰을 본다. 사내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온 집안 구석구석을 죄다 뒤지며 수정을 감시한다. 아무리 봐도 훔쳐 갈만한 물건은 보이지 않는다. 수정은 조심스럽게 휴대폰을 열고 단축번호인 1번을 누른다. 어라?....럭셔리란 글자가 액정에 뜨면서 전화가 걸린다. -뭐...뭐야, 이거? 럭셔리가 누구야?...아이씨, 몰라...제발 받기만 해라. 낯선 사내는 정신없이 수정의 가방을 뒤지고 옷장을 죄다 뒤지느라 정신없다. 전화가 연결되는 소리가 띠리릭 울리자 수정은 당황해서 손으로 막는다. 숨도 쉬지 않고 가만히 웅크리고 있다가 사내가 별 눈치를 못채자 입에다 갖다 댄다. -여보세요? 태희의 목소리다. 아이씨...럭셔리 같은 소리하시네...왜 하필 너냐? 그제서야 아까 오후에 그가 직접 전화번호를 저장한 것을 기억한다. -여보세요? 수정은 일단 들을 수 있도록 입에다 대고 속삭인다. -사람 살려요.... -뭐라는 거야, 여보세요? -사람.....살려줘요....아이씨....나야 나, -너 지금 장난하냐? 너 누구야?... 수정은 태희가 말귀를 못알아 듣자 답답하다. 사내가 순간 뒤돌아 본다. 수정은 일부러 헛기침을 한다. -저기요, 가지고 갈 만한 건 정말 없거든요... 일부러 수정이 크게 말하자 사내가 수정의 엉덩이를 발로 찬다. -입 다물어. 사내는 수정을 한 번 노려보다가 다시 뒤지기 시작한다. -너, 싸가지냐? 그제서야 태희가 수정의 목소리를 알아 듣는다. 수정은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동네에 뭘 훔쳐갈 게 있다고 오세요? 강남에나 가시지....여긴요, 정말 돈 없는 사람들만 사는 곳이거든요. 제발 부탁인데요, 아무거나 가지고 빨리 가주시면 안되요? 수정의 말에 다시 사내가 엉덩이를 냅다 찬다. -죽고 싶어? -제 지갑 보면요, 정말 오천원 밖에 없거든요....신용카드 같은 것도 하나도 없어요...가져갈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는데....살려 주세요. 수정의 말에 태희가 뭔가 이상한 듯한 느낌이 든다. -너, 뭐야? 설마...쇼하는 건 아니지? -살다 살다 찢어지게 가난한 우리집에 도둑 들기는 첨이다 증말. 수정의 말에 사내가 신경질적으로 홱 돌아본다 -아, 거 드럽게 말 많은 기집애네...너 한 번만 더 지껄이면, 테이프로 입 발라버린다. 사내의 말에 수정이 입을 꾹 다문다. 수정이 낮게 휴대폰을 입에다 갖다 대고 속삭인다. -빨리 좀 와줘.... 그리고는 수정이 전화를 끊는다. 이제 운에 맡기는 수 밖에 없다. 제발....이 눈치 코치 없는 놈아, 제발 좀 와줘라.....아이, 엄니... *****약속은 지켰죠? 히히히 아이구 허리야...이제 좀 씻구 쉬어야 겠습니다. 7부는 낼 오전중에 올리겠습니다^^ 기다리게 해서 다시 한 번 지송하구요, 좋은 꿈들 꾸시고, 내일 밝은 얼굴로 다시 뵐게요^^ 굿나잇 하세여~
신데렐라를 꿈꾸며-제6부-
제 6 부
회전판 위로 뱅글뱅글 돌아가는 음식들을 보며 수정은 손도 못대고 앉아
불안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 수정의 표정을 힐끔 보던 태희는 고소해 죽겠다는
듯 야릇한 표정을 짓더니 시침을 떼고 음식을 먹는다.
-왜, 안 먹어?
-어?....아...아니, 난 원래 중국 음식 별루야....많이 먹어.
수정은 거의 울상이지만 애써 웃어 보이며 음식들을 쳐다 본다. 침이 꿀꺽
넘어가고 수정은 태희 몰래 돈 계산을 한다.
-이..이게 대체...얼마나 되는 거야....아이씨...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수정을 태희는 모른 척한다.
-정말 안 먹어?
-괜찮다니까...너나 많이 먹어....아휴, 아침을 늦게 먹었더니 소화가...안되네.
수정이 침을 삼키며 물잔을 들고 애꿎은 물만 자꾸 마신다. 태희는 슬밋
웃음이 나지만 애써 참고 맛있게 음식을 먹는다. 수정이 힐끔힐끔 태희를
보는데 눈치 없는 놈이 얄밉다.
-근데, 저번에 그 남자친구는....어떻게 된거냐?
태희가 먹으며 심드렁하게 묻자 수정이 마시던 물이 목에 걸린다.
-켁....
눈물까지 찔금거리며 기침을 하는 수정이 손사레를 치며 뭔가를 말하려
하는데 기침만 자꾸 나온다. 제 가슴을 두드리며 겨우 진정 시키는
수정이 고인 눈물을 손으로 닦아 낸다.
-뭐....그냥, 끝났지...어떻게 되긴...뭐가 어떻게 돼.
말을 더듬거리며 괜히 민망해서 손부채질을 한다.
-아휴, 디게 덥네.
-더워?
-어...좀 덥네.
태희가 주위를 둘러 보더니 수정을 뚱하게 쳐다보며 말한다.
-에어컨 빵빵하게 돌아가고 있구만, 뭐가 덥다구 그러냐? 난, 추워 죽겠구만.
눈치가 없는 건지, 알면서 모른 척 하는 건지 태희의 행동에 수정은 얄밉기만
하다. 하지만 애써 참는다.
-저기....
수정이 어렵게 말을 꺼내자 태희가 막 음식을 입에 집어 넣으며 본다.
우적우적 씹어 먹는 태희를 보니 수정은 침이 저절로 넘어가고, 다시
물잔을 들어 물을 마신다.
-뭐?
-그게 말야....너, 호텔에서 일한지 얼마나 됐어?
-그건 왜?
-그...그냥, 궁금해서.
-이제 뭐 이년쯤 다 되어 가지.
-그럼 윗사람들하구 친하겠네?
수정의 말에 그제서야 태희는 수정의 속셈을 알 것 같다. 하지만 태희는
모른 척 시침을 뗀다.
-조금 친하지 내가....근데 그건 왜?
-혹시...혹시 말야....
수정이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망설이는데 태희는 관심없는 척 계속
음식만 먹어댄다. 수정의 입이 바짝 마른다.
-거기 직원 안 구하니?
눈 딱 감고 수정이 한 번에 묻는다. 태희가 음식을 먹다가 수정을 돌아본다.
-아니.
딱 잘라 말하는 태희의 말에 수정이 실망한 표정이다. 태희는 그래도 모른 척
한다. 수정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물을 마시고 태희를 본다.
어지간히 좀 먹어라 이 돼지 같은 놈아....며칠 굶었냐?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걸 참는다. 나두....먹구 싶다구, 아이씨...
-니가...좀...그러니까....윗사람들한테.....
-취직 시켜달라구?
수정의 말이 답답한지 태희가 먼저 묻자 수정이 반가운 듯 고개를 힘차게
끄덕인다.
-어.
-싫어.
태희의 말에 수정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아...아니 왜 싫어?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태희의 말에 수정은 말문이 막히고, 생각해보니 그건 그렇다. 그러나
너무 잘라서 말하는 태희가 야속하기만 하다.
-나 그런 힘 없어..니가 알아서 해...아, 배부르다.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태희는 배가 부른지 젓가락을 놓고 물을 마신다.
그리고는 보란 듯이 꺼억 거리며 트림까지 한다. 수정이 드러워 죽겠다는
듯 입을 벌리고 흘겨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다 먹었지?
수정이 토라진 듯 툭 내뱉자 태희가 일어나지 않고 수정을 올려다 본다.
-디저트는 먹고 가야지.
아우....내가 미쳤지, 저런 인간한테 뭘 바란다구...수정은 분통이 터질 것
같아서 미칠 지경이다. 하지만, 그게 뭐 태희 잘못만은 아니지 않는가.
뭐가 아쉬워서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느냔 말이다. 디저트까지 챙겨 먹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태희는 뒤도 안돌아보고 먼저 나간다. 수정이
지갑을 꺼내며 카운터 앞에 서 있다.
-얼마에요?
-팔만칠천원요.
-네?...얼...얼마요?
직원이 말한 금액을 듣고 수정이 놀라 입을 쩍 벌린다.
-아...아니, 무슨 밥 한끼가 이렇게 비싸?
수정이 지갑을 열고 돈을 꺼내자 나오는 건 딱 오만원이다. 수정이 당황하고
어쩔 줄을 모른다. 직원이 오만원을 받아 들고 수정을 보자 수정이 씨익 하고
웃는다.
-잠...잠깐만요.
수정이 밖으로 나가 태희의 등을 손가락으로 쿡 찌른다.
-저기...
태희가 수정을 돌아본다.
-혹시.....돈 좀 있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태희가 한심하게 수정을 본다.
-왜, 돈이 없냐?
-아...아니, 내가 미처 생각을 못했지 뭐야, 돈을....찾아 온다는게...
현금이 지금 모자르네.
-그럼 카드로 계산해.
태희의 말에 수정의 얼굴이 붉어지고, 쪽팔려 죽겠단 표정이다.
-난, 신용카드 같은 거 안 키워.....좀 빌려줘, 찾아서 줄게...누가 떼어
먹냐?
-이자까지 쳐서 준다고 하면...뭐, 생각해볼게.
태희의 말에 수정의 인상이 확 구겨진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지 않은가.
-알았어, 준다 줘....아이씨, 내가 뭐 돈이 없어서 이러는 줄 아냐?
없어서 이런다..아이씨....쪽팔리게....수정은 거의 울상이다. 그제서야 태희가
지갑에서 돈을 꺼내 준다. 수정이 확 낚아채며 쏘아 보고는 안으로 들어간다.
태희는 그런 수정을 골려 먹는 게 재밌어 쿡쿡 웃는다.
-야이 싸가지야, 너두 당해보니까 죽겠지? 나는 고소해 죽겠다.
킥킥대며 태희가 휘파람까지 분다. 수정이 그런 태희를 흘겨보며 나온다.
가방끈을 움켜 잡으며 수정이 태희를 보고는 손바닥을 내민다.
-뭐?....손수건?
-전화번호 적어 줘야 할 거 아냐, 그래야 내가 돈을 갚든지 하지.
태희가 안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주려다 아차 싶은 생각에 다시 손을 거둔다.
-휴대폰 줘 봐.
태희의 말에 수정이 휴대폰을 건네주자 태희가 폰에 제 번호를 입력한다.
그리곤 다시 건네준다.
-잘 먹었다, 잘 가라.
태희가 먼저 돌아서 가자 수정이 그런 태희를 흘기다 한숨을 내쉰다.
-아이씨...괜히 생돈만 날렸잖아.
************
수정이 다니던 패스트푸드점 가게 앞에서 서성이는 진우. 그러다 가게 안의
직원 한 명과 눈이 마주친다. 직원이 진우를 알아보고 눈치를 보며 나온다.
-안녕하세요?
직원이 먼저 아는 척을 하며 인사하자 진우가 머쓱하게 인사를 한다.
-혹시....수정언니 만나러 오셨어요?
-아...아뇨, 그냥...지나는 길에....수정이 뭐해요?
-모르셨어요? 언니 그만 뒀는데.
직원의 말에 진우가 놀란 눈으로 본다.
수정의 집으로 올라가는 골목길은 길게 늘어져 있다. 가로등 불빛이 듬성
듬성 어두운 골목길을 밝혀주곤 하지만, 아주 추운 겨울 날의 밤은 그 골목
길을 더 춥게 만들곤 했다. 지난 겨울 그 골목길을 수정이와 함께 오르락
내리락 거리던 기억들이 새삼 떠오른다. 진우는 골목 입구에서 보이지 않는
골목 끝을 바라보고 서 있다. 실장님이 좀..깐깐해요, 애시당초 수정언니를
맘에 안들어 했는데, 자기 맘대루 그냥...잘라버렸지 뭐에요...언니, 아마
지금 많이 힘들거에요....아까 오후에 가서 직원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린다.
진우는 수정을 떠올리자 가슴이 아린다. 맘 아픈 표정으로 진우가 돌아서는데
수정의 모습이 나타나자 순간 옆 집 담벼락 밑의 전봇대 뒤로 숨는다.
수정이 힘없이 가파른 골목길을 올라가는 걸 진우는 지켜본다. 진우의 눈에
눈물이 그렁해진다.
-기운내, 수정아....
진우가 중얼거리며 수정의 뒷모습을 보고 서 있다. 수정이 진우를 못보고
걸어 올라가는데 휴대폰이 울린다.
-오늘 나 늦을 거야, 먼저 자.
현숙은 용건만 말하고 전화를 끊어 버린다. 수정은 입을 삐죽거리며
휴대폰을 가방에 다시 넣는다.
*************
내일 있을 세미나 만찬을 위해서 호텔은 늦게까지 실내 장식이며, 셋팅을
하느라 저녁 10시쯤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태희는 굽은 허리를 펴고
가벼운 스트레이칭을 한다. 총지배인이 그런 태희를 돌아보다 씨익 웃는다.
-강태희, 오늘 수고 했다....그만 가봐.
-정말 가두 돼?
-오늘만큼만 해라 앞으로.
-내가 할려고 들면 잘 하지, 이정도쯤이야 뭐.
총지배인이 그런 태희를 보며 못말린다는 듯 피식 웃는다. 태희가 손을 들어
보이고 나간다. 탈의실로 들어간 태희는 옷을 갈아 입다가 문득 수정을
떠올린다. 그러자 웃음이 나고, 재밌어 죽겠단 표정을 짓는다.
-근데, 이름도 안 물었네?...허긴, 내가 그 싸가지 이름을 알아서 뭐해.
탈의실을 나오는데 영석이에게서 전화가 걸려 온다.
-왜, 오늘도 뭐 환영회 있냐?
-아이, 자식이...왜 그렇게 삐딱하냐?
-할 말만 해.
-여기 올래? 아주 죽여주는 애들 있다, 이 형아가 널 위해서 남겨둔
게 있지, 눈물나지?
-아주 지랄을 떨어라....뭐하는 애야?
-모델이야 임마...쭉쭉빵빵, 아주 눈부셔서 못 보겠다.
영석의 호들갑은 알아준다. 태희는 그런 영석의 말에 몇 번이나 속았다.
-속는 셈 치고 가는 거다.
-그래, 와서 직접 봐...이번엔 제대로다.
장소를 듣고 전화를 끊은 태희는 휘파람을 불며 나간다.
**********
양푼이에 밥 넣고 온갖 반찬 집어 넣고 고추장에 쓱쓱 비벼서 다 먹은
수정은 그제서야 허기짐이 사라진다. 이제 살 것 같은 표정이 아주 가관이다.
-배고파 죽는 줄 알았네, 그 느끼한 음식보다 이게 훨씬 낫다.
그릇을 치우고 수정은 좁은 욕실로 들어가 씻는다. 백수가 시간만 많다고
씻고 나서 오랜만에 머드팩이나 할까 하고 들어와 팩을 얼굴에 바른다.
그리곤 배를 깔고 누워 책을 꺼내 독서를 한다. 그때 휴대폰이 울리고
수정은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상대는 말이 없이 가만히 있다가 그냥 끊어 버린다. 대수롭지 않게
수정이 전화를 닫고 책을 본다. 그러다 잠이 자꾸 쏟아진다.
잠깐만 누워 있겠다는 것이 깜박 잠이 든 모양이다. 얼마나 잠을 잤을까.
무슨 소리에 눈을 뜬다.
-현숙이니?
잠결에 물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얼굴이 무지하게 땡긴다.
-아이씨...너무 오래 잤나, 디게 땡기네.
수정이 일어나 앉아 고개를 드는데 복면을 하고 서 있는 시커먼 사내와
눈이 마주친다.
-아악....
-헛...
사내는 검은 머드팩을 하고 앉아 있는 수정의 얼굴에 놀라고 수정은 사내를
보고 놀란다. 그러다 사내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칼을 들이댄다.
-조용해....소리만 내봐.
사내가 칼로 위협하며 수정에게 들이대자 수정이 숨을 헉 들이마시며
가만히 있다. 수정은 벌렁 거리는 심장을 애써 누르며 이 상황을
어찌 모면해야 할지를 생각한다.
-뭐....뭐에요?
-쉿, 조용해....이불 덮어 써.
-네?
-아이, 씨팔....이불 안 덮어?
-알...알았어요, 그러니까 그...그 칼 좀....치워요.
-죽을래? 빨리 덮어 써.
수정이 겁을 잔뜩 집어 먹고 이불을 덮어 쓴 채 엎드린다.
-하느님, 아부지...부처님....제발....제발, 그냥 가게 해주세요...아흐흑
수정이 너무 놀라 눈물도 안나온다. 순간 이불 속에 있는 휴대폰을
본다. 사내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온 집안 구석구석을 죄다 뒤지며
수정을 감시한다. 아무리 봐도 훔쳐 갈만한 물건은 보이지 않는다.
수정은 조심스럽게 휴대폰을 열고 단축번호인 1번을 누른다.
어라?....럭셔리란 글자가 액정에 뜨면서 전화가 걸린다.
-뭐...뭐야, 이거? 럭셔리가 누구야?...아이씨, 몰라...제발 받기만
해라.
낯선 사내는 정신없이 수정의 가방을 뒤지고 옷장을 죄다 뒤지느라
정신없다. 전화가 연결되는 소리가 띠리릭 울리자 수정은 당황해서
손으로 막는다. 숨도 쉬지 않고 가만히 웅크리고 있다가 사내가
별 눈치를 못채자 입에다 갖다 댄다.
-여보세요?
태희의 목소리다. 아이씨...럭셔리 같은 소리하시네...왜 하필 너냐?
그제서야 아까 오후에 그가 직접 전화번호를 저장한 것을 기억한다.
-여보세요?
수정은 일단 들을 수 있도록 입에다 대고 속삭인다.
-사람 살려요....
-뭐라는 거야, 여보세요?
-사람.....살려줘요....아이씨....나야 나,
-너 지금 장난하냐? 너 누구야?...
수정은 태희가 말귀를 못알아 듣자 답답하다. 사내가 순간 뒤돌아 본다.
수정은 일부러 헛기침을 한다.
-저기요, 가지고 갈 만한 건 정말 없거든요...
일부러 수정이 크게 말하자 사내가 수정의 엉덩이를 발로 찬다.
-입 다물어.
사내는 수정을 한 번 노려보다가 다시 뒤지기 시작한다.
-너, 싸가지냐?
그제서야 태희가 수정의 목소리를 알아 듣는다. 수정은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동네에 뭘 훔쳐갈 게 있다고 오세요?
강남에나 가시지....여긴요, 정말 돈 없는 사람들만 사는 곳이거든요.
제발 부탁인데요, 아무거나 가지고 빨리 가주시면 안되요?
수정의 말에 다시 사내가 엉덩이를 냅다 찬다.
-죽고 싶어?
-제 지갑 보면요, 정말 오천원 밖에 없거든요....신용카드 같은 것도
하나도 없어요...가져갈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는데....살려 주세요.
수정의 말에 태희가 뭔가 이상한 듯한 느낌이 든다.
-너, 뭐야? 설마...쇼하는 건 아니지?
-살다 살다 찢어지게 가난한 우리집에 도둑 들기는 첨이다 증말.
수정의 말에 사내가 신경질적으로 홱 돌아본다
-아, 거 드럽게 말 많은 기집애네...너 한 번만 더 지껄이면, 테이프로
입 발라버린다.
사내의 말에 수정이 입을 꾹 다문다. 수정이 낮게 휴대폰을 입에다
갖다 대고 속삭인다.
-빨리 좀 와줘....
그리고는 수정이 전화를 끊는다. 이제 운에 맡기는 수 밖에 없다.
제발....이 눈치 코치 없는 놈아, 제발 좀 와줘라.....아이, 엄니...
*****약속은 지켰죠? 히히히
아이구 허리야...이제 좀 씻구 쉬어야 겠습니다.
7부는 낼 오전중에 올리겠습니다^^
기다리게 해서 다시 한 번 지송하구요,
좋은 꿈들 꾸시고, 내일 밝은 얼굴로 다시 뵐게요^^
굿나잇 하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