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흐렸었다. 비가 많이 왔었지만 어머니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하은을 뒷자석에 태우고 빗길을 달렸었다. 앞에 조금만 가면 아버지가 보인다...아버지다...하은은 으레 흐리거나 비오는 날이 다가오면 그날이 생각난다. 그리곤 하찮은 죄의식이 그를 휘감는다. '부모를 잡아먹고 혼자 살게 되었다..'는..
"얌마~ 집에 안가? 야자없어서 학교가 텅텅 비었는데...벌써 7시다." 한팔에 농구공을 낀 재건이 다른 한 팔로 하은의 목을 감싸며 묻는다.
하은은 창가에 시선을 둔 채 감싼 팔에 고개를 기댄다.그리곤 당연하단듯이 말한다. "음.....현이 기다려야돼."
"너무 티내는거 아니냐? 저번에 아무리 내가 너한테 한대 얻어맞았기로소 걔한테 아무 흑심 없는거 적나라하게 밝히는게 아니었는데..."
재건은 섭섭한 표정이 되어버린다..
일주일 전이었다. 한밤중에 재건을 불러낸 하은이 재건의 멱살을 잡고 강하게 물었다."현이 확실히 니 맘에 있는거냐?"
재건은 하은의 주먹이 자신보다 센 것을 느꼈다. 놀랄일은 아니었다. 다만 그 상황이 약간 의외일 뿐이었다. 그런 밤중에 주먹질하는 하은이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원인이 뭣도 아닌 뚱뚱하기까지 한 여자애라는 점에서 약간 자존심이 상하는 재건이었다. 그런데 이녀석 하은은 지금 너무 행복해 보인다.
하은은 여유있게 웃으며 대답한다 "첨부터 너랑 사귄다느니 그런 말 믿지 않았어 넌 현이 타입이 아니니까.."
"어~쭈? 이제 정식으로 등록할수 있다 이건가..? 자신있는데? 그나저나 점심시간엔 어디갔었냐? 안보이더라"
재건은 하은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 장난스럽게 감싸던 팔을 풀어 주먹으로 짧게 살짝 툭툭 친다.
하은의 미간이 좁아지고 눈이 약간 흐려지며 대답한다."음....해결할게 좀...있었어."
"걔 뚱...아니...현이랬나? 걔 일이지? 걱정마라. 내가 알아보니까 걔 옆에 붙어있는 그...이름이 뭐였지? 나영이랑 세정인가? 그 기집애들도 한 성격 하더라..괜찮을거야." 애써 밝게 대답했으면서도 재건은 하은의 표정이 맘에 걸린다. 그렇게 표정이 확 바뀌는 건 일곱살때 부모의 사망 소식을 접한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이었다 무언가 소중한 것을 빼앗기게 될 위기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기에 나오는 표정..그래서 걱정이 더 된다. '뭔가 단단히 걸렸군..' 재건은 그렇게 생각하며 농구공을 들어 손가락으로 돌리며 아무렇지도 않게 툭 한마디 던진다.
"얌마 농구나 한판하자. 그 뚱...아니 현이 끝나려면 멀었잖아."
"그래 잡생각엔 머리 대신 몸을 굴리는게 최고지." 하은이는 저만치 가면서 말한다.
재건은 뒷모습을 보며 혼잣말한다 "짜식이....말은 참 폼나게 한단말야.."
둘은 운동장구석에 있는 농구 코트로 갔다.
가방을 스텐드에 아무렇게나 집어 던지고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농구공을 집어들었다. 커다란 농구공을 뺏고 뺏기고, 막고 막히고 치열한 몸싸움끝에 슛을 하면 리바운드로 다시 뺏아버리고 접전이 이어진다. 지칠대로 지쳐 농구코트위에 쓰러진 재건이 고개를 돌려 옆을 보자 하은은 땀에 젖은 머리와 옷을 아랑곳 하지 않고 혼자 농구 골대 앞에서 드리볼 하고 있다. 가끔씩 숫을 하기도 한다.
재건은 손을 바닥에 짚으며 농구코트위에 앉았다. 안그래도 우울한 하늘에서 비가 한두방울씩 쏟아지고 있었다.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땀으로 범벅된 하은에겐 비가 약일 것이다. 오는비를 그대로 맞으며 그는 그렇게 농구코트에 앉아있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안타까워 보이는 하은의 농구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얼마 후 제법 굵어진 빗줄기 속으로 재건이 드디어 절규하듯 소리친다.
"얌마...차라리 속 시원하게 말을 하면 어디가 덧나냐? 그렇게 어디가 아픈 표정으로. 웃으면 누구나 다 '허 웃는구나 괜찮구나' 그러면서 넘어가줄줄 알아? 아프면아프다고 차라리 말을 해 나한테 그렇게 아픈효정으로 웃지 말란 말이다. 언제부턴가 니 웃음이 굉장히 슬프다고...그래서 안좋았는데 그...뚱 아니 현이만나고 나서 밝아져서 다행이었는데 ...오늘은 또 뭐냐? " 참다 못한 목소리다. 재건은 참아줬던 거다. 도대체 누가 그 착한 아이의 심장에 못을 박았는지는 둘째 치더라도 이녀석의 웃는 표정만큼은 내 앞에서 고치고 싶다. 땀에 젖었던 하은의 옷이 아까부터 비에 흠뻑 젖어 있었다. 재건이 그러거나 말거나 하은의 말없는 덩크는 어김없이 농구골대를 정확히 명중시킨다..그 뒤로 몇번의 드리볼과 슛이 성공하자 재건을 돌아보며 묻는다 " 몇시냐?"
"잠시만.. "재건은 10초안에 스텐드로 가서 핸드폰을 꺼내 시계를 본다.
9시 40분을 지나고 있었다. "9시 40분이야."
하은은 흠뻑 젖어서는 한손에 농구공을 들고 스텐드로 올라서서 한손으론 가방을 돌고는 재건에게 한마디 한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재건의 눈에 심하게 충혈된 하은의 눈이 보이기 시작했다.
"현이 데리러 가야지.근데 우산이 없어서..." 애써 밝은목소리가 안타깝게 떨리고 있다.
재건이 자신의 우산을 내밀어 보인다.
"마 이거 들고가.그 뚱 ....아니 현이가 불쌍하잖냐..남자친구라는게 우산도 못챙겨서 비맞은 돼에.. 아니..생쥐가 되는게..난...뭐...이미 맞을 비는 다 맞은거 같고...그냥 집에나 가련다."
그러더니 농구공을 재건에게 던지며 목에 뭐가 걸린듯한 목소리로 묻는다..
"내가 널 왜 좋아하는지 아냐?"
재건은 피식 웃으며 무슨말을 하려그러나 하는 표정으로 보다가 말한다. "뭐?"
가방을 매고 재건에게서 돌아서며 하은이 대답한다."목소리가 크거든..니 목소리는 어딜 가든 잘 들려."
빠른 걸음으로 스텐드를 내려선 하은이 돌아보며 한마디 더한다.
"아까 그 대답 말인데 속시원히 털어놓으란거..나한텐 현이가 first다 뭐든지...간다."
운동장 빗속을 달려가는 뒷모습을 보던 재건이 혼잣말한다
"녀석..그래 여자생겼다 이거냐? " 씁쓸한 표정을 감출 길이 없어서 재건이 하은에게 소리친다.
"얌마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몰래 울지나 마라..임마..눈물하고 빗물은 다행히 구분된다."
뚱녀는 내 반쪽(9) ----Episode--두남자 .
하늘이 흐리다..비가 올것같다.
그날도 흐렸었다. 비가 많이 왔었지만 어머니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하은을 뒷자석에 태우고 빗길을 달렸었다. 앞에 조금만 가면 아버지가 보인다...아버지다...하은은 으레 흐리거나 비오는 날이 다가오면 그날이 생각난다. 그리곤 하찮은 죄의식이 그를 휘감는다. '부모를 잡아먹고 혼자 살게 되었다..'는..
"얌마~ 집에 안가? 야자없어서 학교가 텅텅 비었는데...벌써 7시다." 한팔에 농구공을 낀 재건이 다른 한 팔로 하은의 목을 감싸며 묻는다.
하은은 창가에 시선을 둔 채 감싼 팔에 고개를 기댄다.그리곤 당연하단듯이 말한다. "음.....현이 기다려야돼."
"너무 티내는거 아니냐? 저번에 아무리 내가 너한테 한대 얻어맞았기로소 걔한테 아무 흑심 없는거 적나라하게 밝히는게 아니었는데..."
재건은 섭섭한 표정이 되어버린다..
일주일 전이었다. 한밤중에 재건을 불러낸 하은이 재건의 멱살을 잡고 강하게 물었다."현이 확실히 니 맘에 있는거냐?"
재건은 하은에게 대답한다."하....그럴리가 있냐..얌마 놔..아파."
하은의 주먹이 강하게 재건의 턱을 관통한다 "다신 이딴 장난치지마..다음에 건드리면 가만안둬."
재건은 하은의 주먹이 자신보다 센 것을 느꼈다. 놀랄일은 아니었다. 다만 그 상황이 약간 의외일 뿐이었다. 그런 밤중에 주먹질하는 하은이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원인이 뭣도 아닌 뚱뚱하기까지 한 여자애라는 점에서 약간 자존심이 상하는 재건이었다. 그런데 이녀석 하은은 지금 너무 행복해 보인다.
하은은 여유있게 웃으며 대답한다 "첨부터 너랑 사귄다느니 그런 말 믿지 않았어 넌 현이 타입이 아니니까.."
"어~쭈? 이제 정식으로 등록할수 있다 이건가..? 자신있는데? 그나저나 점심시간엔 어디갔었냐? 안보이더라"
재건은 하은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 장난스럽게 감싸던 팔을 풀어 주먹으로 짧게 살짝 툭툭 친다.
하은의 미간이 좁아지고 눈이 약간 흐려지며 대답한다."음....해결할게 좀...있었어."
"걔 뚱...아니...현이랬나? 걔 일이지? 걱정마라. 내가 알아보니까 걔 옆에 붙어있는 그...이름이 뭐였지? 나영이랑 세정인가? 그 기집애들도 한 성격 하더라..괜찮을거야." 애써 밝게 대답했으면서도 재건은 하은의 표정이 맘에 걸린다. 그렇게 표정이 확 바뀌는 건 일곱살때 부모의 사망 소식을 접한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이었다 무언가 소중한 것을 빼앗기게 될 위기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기에 나오는 표정..그래서 걱정이 더 된다. '뭔가 단단히 걸렸군..' 재건은 그렇게 생각하며 농구공을 들어 손가락으로 돌리며 아무렇지도 않게 툭 한마디 던진다.
"얌마 농구나 한판하자. 그 뚱...아니 현이 끝나려면 멀었잖아."
"그래 잡생각엔 머리 대신 몸을 굴리는게 최고지." 하은이는 저만치 가면서 말한다.
재건은 뒷모습을 보며 혼잣말한다 "짜식이....말은 참 폼나게 한단말야.."
둘은 운동장구석에 있는 농구 코트로 갔다.
가방을 스텐드에 아무렇게나 집어 던지고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농구공을 집어들었다. 커다란 농구공을 뺏고 뺏기고, 막고 막히고 치열한 몸싸움끝에 슛을 하면 리바운드로 다시 뺏아버리고 접전이 이어진다. 지칠대로 지쳐 농구코트위에 쓰러진 재건이 고개를 돌려 옆을 보자 하은은 땀에 젖은 머리와 옷을 아랑곳 하지 않고 혼자 농구 골대 앞에서 드리볼 하고 있다. 가끔씩 숫을 하기도 한다.
재건은 손을 바닥에 짚으며 농구코트위에 앉았다. 안그래도 우울한 하늘에서 비가 한두방울씩 쏟아지고 있었다.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땀으로 범벅된 하은에겐 비가 약일 것이다. 오는비를 그대로 맞으며 그는 그렇게 농구코트에 앉아있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안타까워 보이는 하은의 농구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얼마 후 제법 굵어진 빗줄기 속으로 재건이 드디어 절규하듯 소리친다.
"얌마...차라리 속 시원하게 말을 하면 어디가 덧나냐? 그렇게 어디가 아픈 표정으로. 웃으면 누구나 다 '허 웃는구나 괜찮구나' 그러면서 넘어가줄줄 알아? 아프면아프다고 차라리 말을 해 나한테 그렇게 아픈효정으로 웃지 말란 말이다. 언제부턴가 니 웃음이 굉장히 슬프다고...그래서 안좋았는데 그...뚱 아니 현이만나고 나서 밝아져서 다행이었는데 ...오늘은 또 뭐냐? " 참다 못한 목소리다. 재건은 참아줬던 거다. 도대체 누가 그 착한 아이의 심장에 못을 박았는지는 둘째 치더라도 이녀석의 웃는 표정만큼은 내 앞에서 고치고 싶다. 땀에 젖었던 하은의 옷이 아까부터 비에 흠뻑 젖어 있었다. 재건이 그러거나 말거나 하은의 말없는 덩크는 어김없이 농구골대를 정확히 명중시킨다..그 뒤로 몇번의 드리볼과 슛이 성공하자 재건을 돌아보며 묻는다 " 몇시냐?"
"잠시만.. "재건은 10초안에 스텐드로 가서 핸드폰을 꺼내 시계를 본다.
9시 40분을 지나고 있었다. "9시 40분이야."
하은은 흠뻑 젖어서는 한손에 농구공을 들고 스텐드로 올라서서 한손으론 가방을 돌고는 재건에게 한마디 한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재건의 눈에 심하게 충혈된 하은의 눈이 보이기 시작했다.
"현이 데리러 가야지.근데 우산이 없어서..." 애써 밝은목소리가 안타깝게 떨리고 있다.
재건이 자신의 우산을 내밀어 보인다.
"마 이거 들고가.그 뚱 ....아니 현이가 불쌍하잖냐..남자친구라는게 우산도 못챙겨서 비맞은 돼에.. 아니..생쥐가 되는게..난...뭐...이미 맞을 비는 다 맞은거 같고...그냥 집에나 가련다."
그러더니 농구공을 재건에게 던지며 목에 뭐가 걸린듯한 목소리로 묻는다..
"내가 널 왜 좋아하는지 아냐?"
재건은 피식 웃으며 무슨말을 하려그러나 하는 표정으로 보다가 말한다. "뭐?"
가방을 매고 재건에게서 돌아서며 하은이 대답한다."목소리가 크거든..니 목소리는 어딜 가든 잘 들려."
빠른 걸음으로 스텐드를 내려선 하은이 돌아보며 한마디 더한다.
"아까 그 대답 말인데 속시원히 털어놓으란거..나한텐 현이가 first다 뭐든지...간다."
운동장 빗속을 달려가는 뒷모습을 보던 재건이 혼잣말한다
"녀석..그래 여자생겼다 이거냐? " 씁쓸한 표정을 감출 길이 없어서 재건이 하은에게 소리친다.
"얌마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몰래 울지나 마라..임마..눈물하고 빗물은 다행히 구분된다."
하은은 빗속을 달리며 자기도 모르게 말해버린다 "보고싶어"
그 다음말은 가슴속으로 스며든다. '오늘따라 니가 더 보고싶다. 현아..'
그렇게 우산을 그대로 들고서 하은은 현에게 뛰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