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부 머리를 질끈 대충 묶은 수정은 앉은뱅이 책상 앞에 앉아 빨간 펜으로 구인란을 하나씩 긋고 있다. 휴대폰을 들고 구인란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본다. -안녕하세요, 구인광고 보고 전화 드렸는데요....네...아, 네...수고하세요. 또 한 줄의 빨간 줄이 그어진다. 수정은 한숨을 길게 내쉰다. 그러다 가스렌지에 올려 놓은 냄비에 물이 끓는 걸 보고 일어나 나가 라면을 끓인다. 대충 끓인 라면 냄비를 들고 와 책상 위에 올려 놓고 후후 불어 가며 먹는 수정. 먹으며 신문을 한 장 넘기고 구인란을 찾는다. 그때 휴대폰이 울린다. -네? -어이 싸가지, 집에 있으니까 좋지? 태희의 목소리다. 수정은 먹던 라면을 오물오물 씹어 삼키며 입을 삐죽 거린다. -어, 무지 좋아서 지금 춤추고 있는 중이었다. -어쩌냐, 내가 보기엔 인생 종 칠 때까지 춤만 춰야 겠는데... -취직 시켜 줄 것두 아니면 전화 끊어. -춤 추느라 바쁘신가봐? 이 오빠가 오늘 술이 고프다. 이따 저녁에 전화할게. 접 때처럼 돈이 모자라서 개망신 당하는 일 없길 바란다. 그리곤 태희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린다. 수정은 휴대폰이 마치 태희인냥 흘기며 신경질적으로 휴대폰을 닫아 버린다. 그리곤 가방을 꺼내 지갑을 열어 안을 본다. 허탈하다.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시 라면을 먹는다. *********** 경락 맛사지를 받으며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새어머니와 혜지. 둘은 엎드려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새어머니는 잠이 쏟아지는지 눈을 지그시 감는다. -오늘 아버지 퇴원 아냐? -맛사지 받고 들어가봐야지...근데, 수정인 요즘 전화도 한 통 없다? 뭘 하고 다니는지...그 기집애 혹시 만나는 남자 있는 거 아냐? 어쨌든 수정이가 먼저 시집간다고 하기전에 니가 먼저 가야돼. 새어머니는 갈수록 나이만 먹는 수정이 두렵다. 그도 그럴 것이 수정이 때문에 그동안 생계를 이어나간 것인데 갑자기 결혼이라도 하겠다고 나오는 날에는 잃을 게 너무도 많았다. 마사지가 끝나고 두 모녀는 아주 눈부신 얼굴로 나온다. 피로가 확 풀렸는지 새어머니는 기분이 날아갈 듯한 표정으로 혜지를 본다. -더운데 우리 냉면 먹고 들어갈까? -좋지. 혜지가 웃으며 새어머니의 팔짱을 끼고 걸어 간다. 그들이 나란히 냉면 집으로 들어가는 걸 편의점에서 나오던 현숙이 스쳐 본다. 현숙이 놀란 표정으로 살금살금 다가가 냉면 가게 안을 기웃거리며 보자 두 모녀가 마주 보고 앉아 있다. 현숙의 표정이 의미심장하다. -오늘 분명히 수정이 아버지 퇴원하시는 날이라고 그랬는데... 저것들이 지금 팔자 좋게 여길 왜 왔대? 현숙이 확 들어가서 머리끄댕이라도 휘어 잡고 싶은 심정으로 흘겨 보고 있다. 분통이 터지는지 현숙은 제 가슴을 툭툭 치며 지나간다. -어이구, 가슴이야....잡것들이 아주 살판 났네. *********** 윤미는 단골 집인 조은뷰띠끄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마네킹 코디를 하고 있던 성희가 돌아본다. -어머, 이게 누구야? -안녕하셨어요? 성희는 윤미를 보고 반가운 화색이 돌고 여직원에게 차를 내오라고 말하며 자리에 앉는다. -엄마가 가보라고 하셔서요... -그렇지 않아도, 내가 한 번 오라고 하려던 참이었어. 이번에 새 디자인이 나왔는데, 너 입히면 딱 좋겠다 싶드라...근데, 연애하니? -네? 윤미가 무안해하며 피식 웃는다. -그게 얼굴에 보이나 봐요? -그럼, 아무리 감추려고 해두 그것만큼 감추긴 힘들지. 누구야? -그냥...좀 길들이기 힘든 사람이에요. -서운하다, 내 조카랑 붙여 줄려구 그랬는데...내가 한 발 늦었네. 성희가 웃으며 말하자 윤미가 활짝 웃는다. 여직원이 차를 내와 탁자위에 내려 놓는다. -뭐하는 집안 아들이야? -아직...뭐, 깊은 건 아니구요...나중에 말씀 드릴게요, 근데 이모님은 결혼 안하세요? -니 나이쯤엔 결혼에 대한 환상이 좀 컸더랬지, 근데...지금은 너무 분명한 현실을 봐버려서...아마, 좀 힘들걸. -그럼 내가 이상한건가? 난 지금도 분명한 현실이 보이는데. -그러니? -네, 너무 분명해서...사실 결혼 따로 연애 따로 하는 애들...이해해요. 의외라는 듯 성희가 윤미를 물끄러미 본다. -우리 친구중에도 그런 애가 있었거든요, 연애 오년한 남자 차버리구 결혼은 다른 남자랑 하더라구요...근데, 더 웃긴 건 결혼후에도 옛 남자랑 연애는 계속 하더라구요. -무섭다, 정말 영화 속 얘기네. -내가 그런 친구 이해하는 거...그거 나두 이상한 거에요? -글쎄...사람마다 뭐, 가치관이 다르듯이 사랑 방식두 다를 수 있겠지. 근데, 난 그러지 않았음 좋겠다....차, 마셔. -네. 성희는 다소 놀란 눈으로 차를 마시는 윤미를 힐끔 본다. 그때 전화벨이 울리자 성희가 윤미에게 살짝 웃어 보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수화기를 든다. -네, 강성흽니다. -자기, 잘 있었어? 딴 놈이랑 그새 바람 피운 건 아니지? 태희의 목소리에 성희가 어이없이 피식 웃는다. -자기보다 더 잘난 남자가 없더라구, 목 빼고 기다리고 있는데 언제 오시나? 성희 역시 농을 걸며 윤미를 힐끔 본다. 윤미가 차를 마시다 고개를 들고 성희를 본다. -나 지금 죽게 생겼수. -무슨 말이야? -아버지가 차 바꾸래. -알만하다, 늬 아버지 아직도 그러시니? 내가 사준 건데, 왜 그걸 바꾸래? -그러니까 고모가 말 좀 해줘. -그 차 선물했을 때 늬아버지가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 기억 안나? 석달동안 니네 집 근처도 얼씬 못했었어...내가 무슨 힘이 있니? 바꾸라 그러시면 그렇게 해...그러지 말구 시간 나면 한 번 들러. -차라리 고모가 내 차 사라. -내가 니 속을 모를까...나중에 보고 얘기하자. 지금 손님 있거든, 태희야 낼쯤에 한 번 와. 전화를 끊고 성희는 피식 웃으며 수화기를 내려 놓는다. 다가와 윤미 앞에 앉는 성희. -철부지 도련님이 하나 있는데, 처치 곤란이야. -그거 내 전공인데...맡겨 보실래요? 한 달안에 확 바꿔 놓을게요. 윤미가 농담을 하며 웃자 성희가 피식 웃는다. ************ 태경이 총지배인을 앞세워 호텔 구석구석을 살핀다. 총지배인의 말을 진지하게 들으며 이따금씩 노트에 메모를 하곤 한다. 태희가 식당안에서 나와 힐끔 둘을 본다. 태경이 고개를 돌리다 태희를 본다. -할만해? -죽을만해. 태경이 다가와 묻자 태희가 입을 삐죽거리며 말한다. -오우, 좀 티가 나는데? 앞으로 부사장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깐죽거리며 태희가 태경의 옷에 묻은 먼지를 털 듯 툭툭 치며 말한다. 태경이 그런 태희를 보고 피식 웃는다. -제주도 갈 날 얼마 안 남았어, 그동안 제대로 배워. -어련하시려구, 형이나 잘하셔. 태희가 돌아서 들어가자 총지배인이 어이없게 웃는다. -가시죠. 총지배인이 안내를 하자 태경이 고개를 돌리고 뒤따라 걷는다. 태희는 총지배인이 방향을 바꾼 걸 보고 냉큼 튀어 나온다. 그리곤 옥상으로 올라간다. 볕이 드는 옥상 구석은 가끔 태희가 시간을 떼우기 위해 찾는 곳이다. 담배를 꺼내 피워 무는 태희. -제주도야 기다려라, 강태희가 간다. 태희는 중얼거리듯 연기를 내뿜으며 말한다. -회장님,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요....강태희가 어떤 놈인지 제대로 한 번 보여줄겁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낮잠자기 좋은 날씨다. 태희는 천천히 눈을 감는다. ************ 택시에서 내린 수정은 뒷자석문을 열고 아버지를 부축해서 집으로 들어간다. 수정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새어머니와 혜지가 보이지 않았다. 한 시간을 기다려도 오지 않자 수정인 퇴원수속을 밟고 아버지와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 작은 마당을 지나 마루청에 오르면 왼쪽에 방 하나와 오른쪽에 방 하나..그리고 주방은 방과 방 사이에 있다. 안방 문을 열고 들어서자 청소를 한지가 언젠지 이불이 그대로 펼쳐져 있다. 수정은 한숨을 길게 내쉰다. -아버지, 잠깐만 앉아 계세요. 수정이 이불을 들고 마당으로 나와 힘겹게 먼지를 탁탁 털어낸다. 뿌연 먼지가 휘날리며 허공으로 흩어진다. 그리곤 이불을 들고 다시 들어가 말끔하게 깔아 놓고 아버지를 눕힌다. -피곤하세요? -어...눈 좀 붙여야겠다. -그러세요, 청소 좀 할게요. 수정이 일어나 팔을 걷워 붙이고 나와 주방으로 들어가자 개수대에 쌓인 빈 그릇들을 보니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수정은 씩씩하게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한다. 한 시간째 청소하느라 수정의 이마에 땀이 맺히고, 쓰레기봉투를 꽉꽉 채워서 테이프로 붙여 그것을 들고 밖에 내다 놓는데, 아래에서 새어머니와 혜지가 올라온다. -얘 좀 봐....가면 간다구 말을 해야할 거 아냐, 괜히 사람 헛걸음만 치게 만들구 있어.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새어머니가 눈에 쌍짐질을 키며 수정에게 핀잔을 준다. 수정은 기가 막혀 한심한 듯 보고 섰다가 들어간다. -쟤 좀 봐, 엄마...쟤 하는 짓 봤어? 혜지가 옆에서 흥분하며 거들자 새어머니는 씩씩거리며 대문을 열고 들어간다. -너, 뭐하는 짓이야? 새어머니의 말에 수정이 홱 돌아본다. -집안 청소 안한지 얼마나 됐어요? 설거지는 그렇다쳐요, 아버지 몸도 편찮으신데, 방이라도 좀 치워놨어야 하잖아요....이불 빨래를 언제하셨는지, 곰팡이 냄새가 나요. -그래서 뭐? 그게 니 살림이니, 내 살림을 가지구 니가 뭔데 상관이야? 새어머니의 말에 수정은 짜증나지만 꾹 참는다. -아주 웃겨 증말. 혜지의 말에 수정이 혜지를 노려보자 새어머니가 수정의 머리통을 한대 때린다. -이게 오냐오냐 하니까 아주 지 애미나 언닐 우습게 아네? 너 어디서 그런 못된 짓거리 배웠니? 내가 누구 때문에 고생하는데? 지금껏 늬 아버지가 벌어다 준 돈이 있었니, 재산이 있길 했니....나두 처음 이 집 왔을 때 공장 다니면서 고생 많이 했다. 그랬어두 나, 늬아버지랑 안헤어졌어. 이제 조금 벌어다 준다구 니가 지금 유세하니? 새어머니의 말에 수정은 아무 말 없이 그저 서 있다. 이제 참는 것에도 이력이 난 것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가 알아서 해...니가 상관할 일 아냐. 한 번만 더 건방 떨어봐, 그땐 그 머리털 다 뽑힐 줄 알어. 새어머니가 수정의 어깨를 툭 치며 방으로 들어가자 혜지는 혀를 쏘옥 내밀며 약을 올린다. 수정이 홱 노려보며 잡아 먹을 듯 보자 혜지가 놀라 후다닥 뛰어 들어간다. 수정은 큰 대야에 담긴 빨래감을 보고는 물을 받아 신발을 벗고 들어가 맨발로 밟기 시작한다. -난, 괜찮아....난, 괜찮아... 난 괜찮아란 노래를 소리소리 지르며 부르는 수정. -시끄러. 안에서 새어머니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수정이 소리를 낮춰 계속해서 부른다. *************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 입고 나오는 태희가 야릇하게 웃으며 휴대폰으로 전화를 건다. -수고했다. 총지배인의 말에 태희가 손을 들어보이며 걸어 나간다. 한참 후에서야 수정이 전화를 받는다. -왜 이렇게 늦게 받어? 짜증을 내며 태희가 말하며 밖으로 나온다. -내가 니 종년이냐? 수정의 말에 태희가 피식 웃는다. -아니냐 그럼?....어디야? -어디면 뭐? -어쭈, 죽을래? 즉각 튀어 나와. -니가 와 임마. 수정이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리자 태희가 황당한 듯 휴대폰을 보고는 열 받은 듯 다시 전화를 건다. -지금 너 튕구냐? -술 사라며? 술 사는 것두 억울한데, 내가 가랴? -하, 이것 봐라....그래, 아쉬울 거 없다 이거지? 좋아...어디루 가면 돼? -우리집 근처로 와, 와서 전화해. -니네집? 그 촌동네에 술집이 어딨다구 그래? -야, 여기두 사람 사는 곳이야...여긴 안 먹구, 안 마시구, 안 자는 사람들만 사니? 있을 거 다 있으니까 니가 걱정할 일 아냐. 수정의 말에 태희는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다. -얘가 약을 먹었나, 너 미쳤어? -도착하면 전화해. 수정이 다시 전화를 끊자 태희는 화가 난다. -그런다구 내가 안가냐? 간다....아이씨... 태희가 도로로 나와서 택시를 잡고 차에 오른다. ************ 수정이 옷을 편안한 차림으로 갈아 입고 내일 아침에 먹을 밥을 미리 준비해놓는다. 수정은 내내 기분이 언잖다. 아버지를 그렇게 두고 온 것이 맘에 걸리기도 하고, 새어머니나 혜지를 생각하면 자꾸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다. 그때 휴대폰이 울린다. 수정은 또 태희인가 싶어짜증난 듯 전화를 받는다. -오면 전화하랬잖아...또 뭐니? -수정아... 태희가 아니다. 진우의 목소리를 듣고 수정은 머쓱해진다. -무슨...일이야? -잠깐...내려 올래? -왜? 수정은 말을 그렇게 하지만 사실 그래도 삼년을 만났던 남자다. 전혀 미련이 없을 수는 없다. 가끔은 문득문득 진우와 함께 했던 일들이 떠오르곤 한다. 어쨌든 수정의 속사정을 처음부터 다 알고 있는 진우가 그런 점에선 위안이 되었기 때문이다. -보기 싫겠지만, 얼굴 한 번만 보여주라. 수정은 순간 갈등한다. -어딘데? -포장마차에 와 있어. -기다려... 전화를 끊은 수정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손을 닦고 나간다. 수정이 도착하자 진우는 혼자 앉아 저번처럼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수정이 그런 진우를 물끄러미 보다 다가와 마주 보고 앉는다. 진우가 그런 수정을 안쓰럽게 보다 수정 앞에 놓인 빈 잔에 술을 채워준다. -왜, 윤미하구 싸웠니? 툴툴거리는 목소리로 시큰둥하게 수정이 묻고는 잔을 비운다. -미안하다.....미안해. 진우의 목소리는 잠겨 있다. 수정은 그런 진우를 새삼스럽게 본다. -무슨...일인데 그래? 수정이 이번에는 조용히 묻는다. -그냥....니가 보고 싶어서 왔어, 뻔뻔하다 하겠지만.... -알면 됐어. 수정이 제 잔에 술을 채워 마신다. 그리곤 잔을 탁 내려 놓는다. -아버지....수술을 잘 되셨니? -상관없잖아...말하기 싫어. 수정의 말에 진우는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인다. 그런 진우를 보니 수정은 또 화가 난다. -그러게 왜 그랬니?....내가....너한테 뭘 잘못했다구....너 정말 나쁜 놈이야. 갑자기 서글픔이 밀려와 수정은 목이 매인다. 지금....내가 얼마나 힘든줄 알어 이 나쁜 자식아? 너라두...있었으면 좋았잖아...그러면 내가 지금... 조금은 덜 힘들었을 거잖아... 수정은 차마 그렇게 말을 못하고 빈 잔에 소주를 채운다. 진우는 그런 수정을 보고 미안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알아...난, 정말 나쁜 놈이야....알어. 수정이 눈물을 훔치고 술을 마신다. 그때 휴대폰이 울린다. 액정화면에 럭셔리란 글자가 뜬다. -앞에 왔어, 어디루 가면 돼? 태희가 묻자 수정이 진우를 본다. -합석해두 되지? -누군...데? -친구.....여기가 어디냐면... 수정이 태희에게 설명을 하고 전화를 끊는다. -나 약속있어...불편하면 니가 가. 수정이 그렇게 말하고 빈 잔에 술을 다시 따르려 하자 진우가 술병을 뺏어 들고 자신이 따라 준다. 수정이 그런 진우를 물끄러미 본다. -일자리는....알아보고 있어? 진우의 말에 수정이 굳은 표정으로 본다. 진우가 제 잔에도 술을 따르며 지나가는 말투처럼 툭 내뱉는다. -며칠 전에 가게에 갔었어... -니가 거길 왜 가니? 너...잊었니? 깜박깜박 해? 너랑 나...끝났어. 너 이렇게 나 찾아오면 안되는 거 아냐? 윤미가 알면...내 자존심 판 돈...다시 내놓으라고 할 거야. 나...그 돈 없어, 당장 갚기도 힘들어. 수정은 지금 그런 말이 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화가 나서 아무렇게나 떠들고 있는 자신에게 더 화가 난다. 진우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잔을 비운다. 그때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오는 태희. 두 사람을 보고는 뭐야 하는 표정이다. -야, 싸가지...여기서 뭐하냐? 태희의 목소리에 수정과 진우가 동시에 고개를 들고, 진우와 시선이 마주친 태희는 눈을 동그랗게 뜬다. ****지송합니다...오늘도 역시 무지 바쁩니다. 일하다 말고 작업해서 8부를 올립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낼까지는 많이 바쁠 것 같아요...그래도 틈틈히 시간을 내서 9부를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도 굿데이 되시구요,,,,정말 지송합니다~
신데렐라를 꿈꾸며-제8부-
제 8 부
머리를 질끈 대충 묶은 수정은 앉은뱅이 책상 앞에 앉아 빨간 펜으로
구인란을 하나씩 긋고 있다. 휴대폰을 들고 구인란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본다.
-안녕하세요, 구인광고 보고 전화 드렸는데요....네...아, 네...수고하세요.
또 한 줄의 빨간 줄이 그어진다. 수정은 한숨을 길게 내쉰다. 그러다
가스렌지에 올려 놓은 냄비에 물이 끓는 걸 보고 일어나 나가 라면을
끓인다. 대충 끓인 라면 냄비를 들고 와 책상 위에 올려 놓고 후후 불어
가며 먹는 수정. 먹으며 신문을 한 장 넘기고 구인란을 찾는다.
그때 휴대폰이 울린다.
-네?
-어이 싸가지, 집에 있으니까 좋지?
태희의 목소리다. 수정은 먹던 라면을 오물오물 씹어 삼키며 입을 삐죽
거린다.
-어, 무지 좋아서 지금 춤추고 있는 중이었다.
-어쩌냐, 내가 보기엔 인생 종 칠 때까지 춤만 춰야 겠는데...
-취직 시켜 줄 것두 아니면 전화 끊어.
-춤 추느라 바쁘신가봐? 이 오빠가 오늘 술이 고프다. 이따 저녁에 전화할게.
접 때처럼 돈이 모자라서 개망신 당하는 일 없길 바란다.
그리곤 태희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린다. 수정은 휴대폰이 마치 태희인냥
흘기며 신경질적으로 휴대폰을 닫아 버린다. 그리곤 가방을 꺼내 지갑을 열어
안을 본다. 허탈하다.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시
라면을 먹는다.
***********
경락 맛사지를 받으며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새어머니와 혜지. 둘은 엎드려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새어머니는 잠이 쏟아지는지 눈을 지그시 감는다.
-오늘 아버지 퇴원 아냐?
-맛사지 받고 들어가봐야지...근데, 수정인 요즘 전화도 한 통 없다?
뭘 하고 다니는지...그 기집애 혹시 만나는 남자 있는 거 아냐?
어쨌든 수정이가 먼저 시집간다고 하기전에 니가 먼저 가야돼.
새어머니는 갈수록 나이만 먹는 수정이 두렵다. 그도 그럴 것이 수정이
때문에 그동안 생계를 이어나간 것인데 갑자기 결혼이라도 하겠다고
나오는 날에는 잃을 게 너무도 많았다.
마사지가 끝나고 두 모녀는 아주 눈부신 얼굴로 나온다. 피로가 확
풀렸는지 새어머니는 기분이 날아갈 듯한 표정으로 혜지를 본다.
-더운데 우리 냉면 먹고 들어갈까?
-좋지.
혜지가 웃으며 새어머니의 팔짱을 끼고 걸어 간다. 그들이 나란히
냉면 집으로 들어가는 걸 편의점에서 나오던 현숙이 스쳐 본다.
현숙이 놀란 표정으로 살금살금 다가가 냉면 가게 안을 기웃거리며
보자 두 모녀가 마주 보고 앉아 있다. 현숙의 표정이 의미심장하다.
-오늘 분명히 수정이 아버지 퇴원하시는 날이라고 그랬는데...
저것들이 지금 팔자 좋게 여길 왜 왔대?
현숙이 확 들어가서 머리끄댕이라도 휘어 잡고 싶은 심정으로 흘겨
보고 있다. 분통이 터지는지 현숙은 제 가슴을 툭툭 치며 지나간다.
-어이구, 가슴이야....잡것들이 아주 살판 났네.
***********
윤미는 단골 집인 조은뷰띠끄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마네킹 코디를
하고 있던 성희가 돌아본다.
-어머, 이게 누구야?
-안녕하셨어요?
성희는 윤미를 보고 반가운 화색이 돌고 여직원에게 차를 내오라고
말하며 자리에 앉는다.
-엄마가 가보라고 하셔서요...
-그렇지 않아도, 내가 한 번 오라고 하려던 참이었어. 이번에 새
디자인이 나왔는데, 너 입히면 딱 좋겠다 싶드라...근데, 연애하니?
-네?
윤미가 무안해하며 피식 웃는다.
-그게 얼굴에 보이나 봐요?
-그럼, 아무리 감추려고 해두 그것만큼 감추긴 힘들지. 누구야?
-그냥...좀 길들이기 힘든 사람이에요.
-서운하다, 내 조카랑 붙여 줄려구 그랬는데...내가 한 발 늦었네.
성희가 웃으며 말하자 윤미가 활짝 웃는다. 여직원이 차를 내와 탁자위에
내려 놓는다.
-뭐하는 집안 아들이야?
-아직...뭐, 깊은 건 아니구요...나중에 말씀 드릴게요, 근데 이모님은
결혼 안하세요?
-니 나이쯤엔 결혼에 대한 환상이 좀 컸더랬지, 근데...지금은 너무
분명한 현실을 봐버려서...아마, 좀 힘들걸.
-그럼 내가 이상한건가? 난 지금도 분명한 현실이 보이는데.
-그러니?
-네, 너무 분명해서...사실 결혼 따로 연애 따로 하는 애들...이해해요.
의외라는 듯 성희가 윤미를 물끄러미 본다.
-우리 친구중에도 그런 애가 있었거든요, 연애 오년한 남자 차버리구
결혼은 다른 남자랑 하더라구요...근데, 더 웃긴 건 결혼후에도 옛 남자랑
연애는 계속 하더라구요.
-무섭다, 정말 영화 속 얘기네.
-내가 그런 친구 이해하는 거...그거 나두 이상한 거에요?
-글쎄...사람마다 뭐, 가치관이 다르듯이 사랑 방식두 다를 수 있겠지.
근데, 난 그러지 않았음 좋겠다....차, 마셔.
-네.
성희는 다소 놀란 눈으로 차를 마시는 윤미를 힐끔 본다. 그때 전화벨이
울리자 성희가 윤미에게 살짝 웃어 보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수화기를
든다.
-네, 강성흽니다.
-자기, 잘 있었어? 딴 놈이랑 그새 바람 피운 건 아니지?
태희의 목소리에 성희가 어이없이 피식 웃는다.
-자기보다 더 잘난 남자가 없더라구, 목 빼고 기다리고 있는데 언제
오시나?
성희 역시 농을 걸며 윤미를 힐끔 본다. 윤미가 차를 마시다 고개를
들고 성희를 본다.
-나 지금 죽게 생겼수.
-무슨 말이야?
-아버지가 차 바꾸래.
-알만하다, 늬 아버지 아직도 그러시니? 내가 사준 건데, 왜 그걸 바꾸래?
-그러니까 고모가 말 좀 해줘.
-그 차 선물했을 때 늬아버지가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 기억 안나?
석달동안 니네 집 근처도 얼씬 못했었어...내가 무슨 힘이 있니? 바꾸라
그러시면 그렇게 해...그러지 말구 시간 나면 한 번 들러.
-차라리 고모가 내 차 사라.
-내가 니 속을 모를까...나중에 보고 얘기하자. 지금 손님 있거든, 태희야
낼쯤에 한 번 와.
전화를 끊고 성희는 피식 웃으며 수화기를 내려 놓는다. 다가와 윤미
앞에 앉는 성희.
-철부지 도련님이 하나 있는데, 처치 곤란이야.
-그거 내 전공인데...맡겨 보실래요? 한 달안에 확 바꿔 놓을게요.
윤미가 농담을 하며 웃자 성희가 피식 웃는다.
************
태경이 총지배인을 앞세워 호텔 구석구석을 살핀다. 총지배인의 말을
진지하게 들으며 이따금씩 노트에 메모를 하곤 한다. 태희가 식당안에서
나와 힐끔 둘을 본다. 태경이 고개를 돌리다 태희를 본다.
-할만해?
-죽을만해.
태경이 다가와 묻자 태희가 입을 삐죽거리며 말한다.
-오우, 좀 티가 나는데? 앞으로 부사장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깐죽거리며 태희가 태경의 옷에 묻은 먼지를 털 듯 툭툭 치며 말한다.
태경이 그런 태희를 보고 피식 웃는다.
-제주도 갈 날 얼마 안 남았어, 그동안 제대로 배워.
-어련하시려구, 형이나 잘하셔.
태희가 돌아서 들어가자 총지배인이 어이없게 웃는다.
-가시죠.
총지배인이 안내를 하자 태경이 고개를 돌리고 뒤따라 걷는다.
태희는 총지배인이 방향을 바꾼 걸 보고 냉큼 튀어 나온다. 그리곤
옥상으로 올라간다. 볕이 드는 옥상 구석은 가끔 태희가 시간을 떼우기
위해 찾는 곳이다. 담배를 꺼내 피워 무는 태희.
-제주도야 기다려라, 강태희가 간다.
태희는 중얼거리듯 연기를 내뿜으며 말한다.
-회장님,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요....강태희가 어떤 놈인지 제대로
한 번 보여줄겁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낮잠자기 좋은 날씨다. 태희는 천천히
눈을 감는다.
************
택시에서 내린 수정은 뒷자석문을 열고 아버지를 부축해서 집으로
들어간다. 수정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새어머니와 혜지가 보이지
않았다. 한 시간을 기다려도 오지 않자 수정인 퇴원수속을 밟고
아버지와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 작은 마당을
지나 마루청에 오르면 왼쪽에 방 하나와 오른쪽에 방 하나..그리고
주방은 방과 방 사이에 있다. 안방 문을 열고 들어서자 청소를
한지가 언젠지 이불이 그대로 펼쳐져 있다. 수정은 한숨을 길게
내쉰다.
-아버지, 잠깐만 앉아 계세요.
수정이 이불을 들고 마당으로 나와 힘겹게 먼지를 탁탁 털어낸다.
뿌연 먼지가 휘날리며 허공으로 흩어진다. 그리곤 이불을 들고
다시 들어가 말끔하게 깔아 놓고 아버지를 눕힌다.
-피곤하세요?
-어...눈 좀 붙여야겠다.
-그러세요, 청소 좀 할게요.
수정이 일어나 팔을 걷워 붙이고 나와 주방으로 들어가자 개수대에
쌓인 빈 그릇들을 보니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수정은 씩씩하게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한다. 한 시간째 청소하느라 수정의 이마에
땀이 맺히고, 쓰레기봉투를 꽉꽉 채워서 테이프로 붙여 그것을
들고 밖에 내다 놓는데, 아래에서 새어머니와 혜지가 올라온다.
-얘 좀 봐....가면 간다구 말을 해야할 거 아냐, 괜히 사람 헛걸음만
치게 만들구 있어.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새어머니가 눈에 쌍짐질을 키며 수정에게
핀잔을 준다. 수정은 기가 막혀 한심한 듯 보고 섰다가 들어간다.
-쟤 좀 봐, 엄마...쟤 하는 짓 봤어?
혜지가 옆에서 흥분하며 거들자 새어머니는 씩씩거리며 대문을
열고 들어간다.
-너, 뭐하는 짓이야?
새어머니의 말에 수정이 홱 돌아본다.
-집안 청소 안한지 얼마나 됐어요? 설거지는 그렇다쳐요, 아버지
몸도 편찮으신데, 방이라도 좀 치워놨어야 하잖아요....이불 빨래를
언제하셨는지, 곰팡이 냄새가 나요.
-그래서 뭐? 그게 니 살림이니, 내 살림을 가지구 니가 뭔데 상관이야?
새어머니의 말에 수정은 짜증나지만 꾹 참는다.
-아주 웃겨 증말.
혜지의 말에 수정이 혜지를 노려보자 새어머니가 수정의 머리통을
한대 때린다.
-이게 오냐오냐 하니까 아주 지 애미나 언닐 우습게 아네? 너 어디서
그런 못된 짓거리 배웠니? 내가 누구 때문에 고생하는데? 지금껏 늬
아버지가 벌어다 준 돈이 있었니, 재산이 있길 했니....나두 처음 이 집
왔을 때 공장 다니면서 고생 많이 했다. 그랬어두 나, 늬아버지랑 안헤어졌어.
이제 조금 벌어다 준다구 니가 지금 유세하니?
새어머니의 말에 수정은 아무 말 없이 그저 서 있다. 이제 참는 것에도
이력이 난 것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가 알아서 해...니가 상관할 일 아냐. 한 번만
더 건방 떨어봐, 그땐 그 머리털 다 뽑힐 줄 알어.
새어머니가 수정의 어깨를 툭 치며 방으로 들어가자 혜지는 혀를 쏘옥
내밀며 약을 올린다. 수정이 홱 노려보며 잡아 먹을 듯 보자 혜지가
놀라 후다닥 뛰어 들어간다. 수정은 큰 대야에 담긴 빨래감을 보고는
물을 받아 신발을 벗고 들어가 맨발로 밟기 시작한다.
-난, 괜찮아....난, 괜찮아...
난 괜찮아란 노래를 소리소리 지르며 부르는 수정.
-시끄러.
안에서 새어머니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수정이 소리를 낮춰 계속해서
부른다.
*************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 입고 나오는 태희가 야릇하게 웃으며 휴대폰으로
전화를 건다.
-수고했다.
총지배인의 말에 태희가 손을 들어보이며 걸어 나간다. 한참 후에서야
수정이 전화를 받는다.
-왜 이렇게 늦게 받어?
짜증을 내며 태희가 말하며 밖으로 나온다.
-내가 니 종년이냐?
수정의 말에 태희가 피식 웃는다.
-아니냐 그럼?....어디야?
-어디면 뭐?
-어쭈, 죽을래? 즉각 튀어 나와.
-니가 와 임마.
수정이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리자 태희가 황당한 듯 휴대폰을 보고는
열 받은 듯 다시 전화를 건다.
-지금 너 튕구냐?
-술 사라며? 술 사는 것두 억울한데, 내가 가랴?
-하, 이것 봐라....그래, 아쉬울 거 없다 이거지? 좋아...어디루 가면 돼?
-우리집 근처로 와, 와서 전화해.
-니네집? 그 촌동네에 술집이 어딨다구 그래?
-야, 여기두 사람 사는 곳이야...여긴 안 먹구, 안 마시구, 안 자는 사람들만
사니? 있을 거 다 있으니까 니가 걱정할 일 아냐.
수정의 말에 태희는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다.
-얘가 약을 먹었나, 너 미쳤어?
-도착하면 전화해.
수정이 다시 전화를 끊자 태희는 화가 난다.
-그런다구 내가 안가냐? 간다....아이씨...
태희가 도로로 나와서 택시를 잡고 차에 오른다.
************
수정이 옷을 편안한 차림으로 갈아 입고 내일 아침에 먹을 밥을 미리
준비해놓는다. 수정은 내내 기분이 언잖다. 아버지를 그렇게 두고 온
것이 맘에 걸리기도 하고, 새어머니나 혜지를 생각하면 자꾸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다. 그때 휴대폰이 울린다. 수정은 또 태희인가 싶어
짜증난 듯 전화를 받는다.
-오면 전화하랬잖아...또 뭐니?
-수정아...
태희가 아니다. 진우의 목소리를 듣고 수정은 머쓱해진다.
-무슨...일이야?
-잠깐...내려 올래?
-왜?
수정은 말을 그렇게 하지만 사실 그래도 삼년을 만났던 남자다. 전혀
미련이 없을 수는 없다. 가끔은 문득문득 진우와 함께 했던 일들이
떠오르곤 한다. 어쨌든 수정의 속사정을 처음부터 다 알고 있는 진우가
그런 점에선 위안이 되었기 때문이다.
-보기 싫겠지만, 얼굴 한 번만 보여주라.
수정은 순간 갈등한다.
-어딘데?
-포장마차에 와 있어.
-기다려...
전화를 끊은 수정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손을 닦고 나간다. 수정이
도착하자 진우는 혼자 앉아 저번처럼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수정이 그런 진우를 물끄러미 보다 다가와 마주 보고 앉는다.
진우가 그런 수정을 안쓰럽게 보다 수정 앞에 놓인 빈 잔에 술을 채워준다.
-왜, 윤미하구 싸웠니?
툴툴거리는 목소리로 시큰둥하게 수정이 묻고는 잔을 비운다.
-미안하다.....미안해.
진우의 목소리는 잠겨 있다. 수정은 그런 진우를 새삼스럽게 본다.
-무슨...일인데 그래?
수정이 이번에는 조용히 묻는다.
-그냥....니가 보고 싶어서 왔어, 뻔뻔하다 하겠지만....
-알면 됐어.
수정이 제 잔에 술을 채워 마신다. 그리곤 잔을 탁 내려 놓는다.
-아버지....수술을 잘 되셨니?
-상관없잖아...말하기 싫어.
수정의 말에 진우는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인다. 그런 진우를
보니 수정은 또 화가 난다.
-그러게 왜 그랬니?....내가....너한테 뭘 잘못했다구....너 정말 나쁜 놈이야.
갑자기 서글픔이 밀려와 수정은 목이 매인다. 지금....내가 얼마나 힘든줄
알어 이 나쁜 자식아? 너라두...있었으면 좋았잖아...그러면 내가 지금...
조금은 덜 힘들었을 거잖아...
수정은 차마 그렇게 말을 못하고 빈 잔에 소주를 채운다. 진우는 그런
수정을 보고 미안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알아...난, 정말 나쁜 놈이야....알어.
수정이 눈물을 훔치고 술을 마신다. 그때 휴대폰이 울린다. 액정화면에
럭셔리란 글자가 뜬다.
-앞에 왔어, 어디루 가면 돼?
태희가 묻자 수정이 진우를 본다.
-합석해두 되지?
-누군...데?
-친구.....여기가 어디냐면...
수정이 태희에게 설명을 하고 전화를 끊는다.
-나 약속있어...불편하면 니가 가.
수정이 그렇게 말하고 빈 잔에 술을 다시 따르려 하자 진우가 술병을
뺏어 들고 자신이 따라 준다. 수정이 그런 진우를 물끄러미 본다.
-일자리는....알아보고 있어?
진우의 말에 수정이 굳은 표정으로 본다. 진우가 제 잔에도 술을 따르며
지나가는 말투처럼 툭 내뱉는다.
-며칠 전에 가게에 갔었어...
-니가 거길 왜 가니? 너...잊었니? 깜박깜박 해? 너랑 나...끝났어.
너 이렇게 나 찾아오면 안되는 거 아냐? 윤미가 알면...내 자존심 판
돈...다시 내놓으라고 할 거야. 나...그 돈 없어, 당장 갚기도 힘들어.
수정은 지금 그런 말이 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화가 나서 아무렇게나
떠들고 있는 자신에게 더 화가 난다. 진우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잔을 비운다.
그때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오는 태희. 두 사람을 보고는 뭐야 하는 표정이다.
-야, 싸가지...여기서 뭐하냐?
태희의 목소리에 수정과 진우가 동시에 고개를 들고, 진우와 시선이 마주친
태희는 눈을 동그랗게 뜬다.
****지송합니다...오늘도 역시 무지 바쁩니다.
일하다 말고 작업해서 8부를 올립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낼까지는 많이 바쁠 것 같아요...그래도 틈틈히
시간을 내서 9부를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도 굿데이 되시구요,,,,정말 지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