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를 꿈꾸며-제9부-

까미유200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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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 부




-왔으면 앉어.


수정이 손짓을 하며 태희에게 말하자 진우의 표정은 그런 태희를

경계하는 시선이다. 태희는 그런 진우를 쳐다보며 수정의 옆에 앉는다.


-누가 내 옆에 앉으래?


수정이 툭 내뱉듯 말하자 태희가 들은 척도 안하고 진우를 계속 본다.

아줌마가 빈 잔을 가지고 와서 태희 앞에 내려 놓자 진우가 잔에

술을 채워준다.


-우리 구면이죠?


진우가 먼저 묻자 태희가 그제서야 힘을 주고 있던 눈을 푼다.


-오늘이 세 번짼데, 알고 있었어요?


태희가 건성으로 말하자 진우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지하철에 한 번 봤었는데, 싸가지한테...아니, 수정이한테 얻어

터지던 날...거기서 젤 처음 봤죠.


태희가 건방진 말투로 툭 내뱉자 진우가 기분이 상한다.


-술 사라 그랬지? 먹구 싶은 거 다 말해...여기서 내가 한 턱

쏠테니까.


수정이 제 잔에 술을 채우며 말하자 태희가 주위를 둘러본다.

어쩐지 낡은 포장마차 안은 비위생적인 듯 한 느낌이 든다.


-여기서?

-그럼, 어디서?


태희의 말에 수정이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툭 쏜다.


-너무 심하지 않냐?

-웃기시네, 호텔 보이 주제에..너는 뭐가 잘나서 비싼 밥만 먹냐?

너, 월급이 얼마나 돼? 몇 백만원 되냐?....그냥, 먹어이씨..


수정이 흘겨보다 잔을 들고 진우 앞으로 내민다.


-건배 안할래? 이렇게 셋이 만난 것두 인연인데...


수정의 행동에 진우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곤 태희를 내려다 보며

굳은 표정으로 말한다.


-나이가 나랑 비슷한 거 같은데, 말 놓을게....마시고, 수정이 데려다

주고 가라....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진우가 수정에게 시선을 돌리고 말하자 수정이 고개를 든다.


-뭐하러 연락하니? 할 거 없어....잘 가.


그리고는 수정이 고개를 푹 꺽는다. 태희는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더니

진우를 힐끔 올려다 본다. 수정을 보던 진우의 표정은 착찹해지고

그러다 태희를 기분 나쁘게 보던 진우는 자리에서 나가버린다.


-그 자식 디게 기분 나쁘네...지가 뭔데 나더러 데려다 주라

마라야...그건 내 맘이다 자식아.


태희가 궁시렁 거리며 수정을 한심하게 돌아보다 진우가 앉았던

자리로 가서 앉는다.


-아줌마 여기 소주 한 병 더요.


수정이 말하자 아줌마가 술을 꺼내와 탁자에 놓고 간다. 수정이

다시 제 잔에 술을 채우려 하자 태희가 술병을 빼앗는다.


-너 싫다고 간 놈, 뭐하러 만나냐?


태희가 핀잔을 주듯 툭 쏘아 말하며 잔에 술을 채워준다.


-남이야, 만나건 말건...왜 니가 그런 것까지 상관해? 술 마시러

왔음 술이나 마셔.


수정이 다시 잔을 비운다. 태희가 그런 수정을 짜증나게 본다.


-술은 지가 더 고팠구만....


태희가 궁시렁 거리며 잔을 비우고 수정의 잔에 술을 채운다.

안주를 먹으려고 보다가 태희는 도무지 손이 가질 않아 그냥 오이만

먹는다. 수정이 한숨을 푹 내쉬다 다시 잔을 비운다.


-천천히 좀 마셔, 무슨 기집애가 술을 물 마시듯 하냐?

-상관마, 니가 돈 낼 거 아니잖아.


수정이 제 잔에 술을 따르더니 다시 한숨을 푹 내쉰다.


-너...돈 얼마나 모았어?


수정이 턱에 손을 받치며 풀린 눈으로 태희를 본다. 얼굴이 발그스레하다.


-내 돈을 니가 왜 궁금해 하냐?

-너 돈 많어?....그럼, 나 좀 사라...얼마나 줄거야?


수정의 말에 태희가 기가 막힌 듯한 표정을 짓더니 술을 마신다.


-너를 누가 돈씩이나 주고 사냐? 거저 준다구 해두 싫어.

-나....심각하단 말야...장난 아닌데.


풀이 죽은 듯 고개를 숙이는 수정. 그런 수정을 뜬금없는 표정으로 보는

태희. 수정이 다시 잔을 든다.


-건배할래?


얼결에 태희가 잔을 들고 부딪히고 그러다 이게 아닌데 하는 표정이다.

수정이 잔을 비우고 캬 소리를 진하게 낸다.


-가지가지한다 정말.

-난 말야...돈 없는 사람하구는 술도 안 마실거야...너 돈 있어?

-너는 젊은 애가 무슨 돈 타령이냐? 돈에 미쳤냐?

-어...나 돈에 미쳤어...너무 없이 살아서 돈만 보믄 환장한다 임마.

단 돈 육백원이 없어서...너, 한시간이나 되는 길을 걸어본 적 있어?

천 원이 없어서...옆집 아주머니한테 빌려 본 적 있어?.....있으면

나처럼 돈에 환장하게 되어 있어.


수정이 한숨을 길게 내쉰다. 오래전의 일을 떠올리니 새삼 서글퍼지는

인생이다. 한때 진우와도 돈이 없어서 놀이터에 죽치고 앉아 데이트를

하던 날들이 떠오른다.


-이 놈의 돈들은 죄다 어디루 숨은 거야? 어떡하믄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내 소원이 뭔줄 아니?


수정의 물음에 태희는 그저 가만히 듣고만 있다.


-밍크코트 입구, 멋진 차를 타는 거야...물론 기사까지 있어...백화점을

한 바퀴 돌면서 쇼핑한 가방들 들고 졸졸 따라오는 기사 앞에서 고개를

빳빳히 들구, 고상하게 걸어가는 거지...그리곤 넉넉하게 팁을 챙겨주는 거야.

주말이면 해외로 여행을 떠나고, 매일 아침 이태리 식탁 앞에 앉아서

아침을 근사하게 먹고, 저녁이면 근사한 바에 가서 술을 진탕 마시는 거지...

가끔은 골프도 치러 가고, 멋진 남자랑 데이트도 하고....히히히히


수정이 갑자기 키득키득 웃는다. 태희는 그런 수정에게 묘한 연민을 느낀다.


-그건 순전히...그냥 하는 말들이구, 그냥....돈 걱정 안하구 살아봤으면

좋겠다. 우리 아버지 살아 계실 때....함께 여행도 한 번 하구 싶은데...

좋은 음식, 좋은 옷, 좋은 신발...그런거 해드리고 싶은데....


수정의 눈에 눈물이 그렁하게 차오른다. 그러자 수정은 애써 웃으며

잔에 술을 채운다. 그리곤 잔을 들고 태희 앞에 내민다.


-너두 그렇지? 우리같이 없는 사람들에게 꼭 밝은 날이 오기를...

아니지, 행운이 꼭 오기를...건배.


태희가 얼결에 건배를 하고 술을 마시는 수정을 물끄러미 본다.




**********



진우는 담배를 꺼내 피워 물며 도로 앞에 나와 선다. 밤바람이 시원하다.

조금 전 태희의 얼굴을 떠올린다. 어쩐지 계속해서 진우의 신경을

건드린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현숙이 걸어오다 진우와 마주친다.


-니가 여긴 어쩐 일이냐?


현숙이 가시 돋힌 것처럼 건들건들 묻는다.


-이제 퇴근 하고 오는 길이야?

-윤미하고는 잘 되가냐?


현숙은 진우의 인사에도 대답하지 않고 비꼬듯 묻는다. 진우는

그런 현숙에게 아무 말도 못한다.


-왜 그랬냐? 안그래도 상처 많은 애를...너까지 상처줘야 했냐?

그동안 수정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정말 남자 무서워서 어디

연애 하겠냐?....잘가라.


현숙이 비아냥거리다 돌아서 가자 진우는 착찹한 마음으로 현숙의

뒷모습을 보다가 천천히 돌아서 걷는다. 차라리 걷자...그게 낫겠다.

진우는 수정을 생각하니 다시 마음이 아프다.


현숙이 골목길 입구에 막 들어서는데 낯선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온다.


-수정이 아냐?...


현숙이 뛰어가 태희앞에 막아 선다. 수정을 들쳐 업은 태희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다.


-안녕하세요...그런데, 얜 왜 이래요?

-술을 너무 많이 마셨어....좀 비킬래, 무거워 죽겠는데...


현숙이 놀라서 비켜서자 태희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업고 골목길을

올라간다.


-누가 이렇게 먹였어요?

-먹이긴..누가 먹였다구 그래, 지가 마신거지...아이씨, 무겁기는 왜 이렇게

무겁냐.....내가 미쳤지, 뭐한다구 여기까지 와서...아, 빨랑 가서 문이나

열어.


태희가 짜증난 목소리로 말하자 현숙이 입을 삐죽거리다 서둘러 올라간다.

그러다 홱 돌아본다.


-혹시 성진우 만났어요, 그쪽두?

-성진우가 누구야, 힘들어 죽겠는데...자꾸 말 시킬래?


태희의 말에 현숙이 어이그 하는 표정으로 한대 줘 팰 것처럼 주먹을

올렸다가 그냥 돌아서 올라간다. 숨을 헐떡이며 집에 도착한 태희는

현숙이 깔아 놓은 이불 위에 수정일 홱 던진다. 그리곤 자신도 벌러덩

넘어진다.


-아이씨....얘, 도대체 몸무게가 얼마야?...다이어트 좀 하라 그래.


태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짜증을 부리자 현숙이 기가 막힌 듯 꼴아본다.

그러다 누워 있는 수정의 다리를 잡고 똑바로 눕히며 현숙이 말한다.


-어쨌든 수고하셨어요.

-아이씨...다리에 마비 오는 거 아냐?


태희가 돌아서 나가자 현숙이 입을 삐죽거리며 뒤따라 나간다.

현관 밖에 선 태희, 현숙이 안에서 머리만 내밀고 서 있다.


-조심해서 가세요 그럼.


태희가 걸어가다 돌아본다.


-술 많이 마셨으니까....아침에 해장국 끓여줘...그리구, 일어나면

나한테 전화하라 그래.


그리곤 돌아서 가는 태희를 보던 현숙이 기가 막힌다는 듯 문을 닫고

들어온다.


-어머, 어머...기가 막혀서...지가 날 언제 봤다구 계속 반말이야?

나이 많은 게 뭐 자랑이냐?....해장국? 웃기네...그렇게 걱정되면 지가

끓여주면 될 걸...내가 지 종년이야 뭐야...기분 확 상하네.


현숙이 방으로 들어와서 잠들어 있는 수정을 내려보다 한숨을 내쉰다.

그러다 발로 수정의 엉덩이를 사정없이 차버린다.


-어이그 이 화상아.....너는 술만 쳐먹으면 진우 등에 업혀서 들어오더니

이제 저 인간으로 바꿨냐?




***********



집 앞에 도착해서 택시에서 내리는 태희. 초인종을 누르자 모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금 몇 시야?


삑 소리가 나고 대문이 열리자 태희가 문을 열고 들어간다.

정원에 들어서니 람보가 꼬리를 치며 태희를 반긴다. 태희는 그런 람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간다. 모친이 앞에 나와 서

있다.


-지금이 몇 시야, 요즘 왜 이렇게 귀가 시간이 늦어?


모친이 소리를 지르며 나무라는데 눈치는 영 안방쪽이다. 힐끔힐끔

안방쪽을 보며 들으란 듯 태희를 혼낸다. 그리곤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을 대며 쉿 한다.


-들어가 어여...아버지 오늘 일찍 들어오셨어....좀 일찍일찍 다녀.


모친이 소리를 죽여 태희에게 말하며 어서 올라가라고 손짓한다.

태희가 웃으며 이층으로 올라가자 안방에서 강회장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쇼하지 말고 들어와.


강회장의 말에 모친은 움찔하고 시침을 떼고는 문을 열고 들어간다.


-하루 이틀이야 어디?

-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요?


강회장의 말에 무안한 듯 모친이 엉거주춤 앉는다.


-당신이 그러니까 애들이 저 모양이야....등이나 긁어.


강회장이 돌아서 앉자 모친은 그런 강회장을 흘겨보다 옷 속으로  손을

집어 넣고는 일부러 손톱을 세워 박박 긁는다.


-아...아...거 살살 안해?


강회장이 화들짝 놀라 물러나 앉으며 소리를 버럭 지른다.


-등가죽을 아예 벗겨라 벗겨.

-엄살은....


모친이 흘기며 못마땅한 듯 살살 긁는다.


이층에 올라간 태희는 욕실에서 씻고 나와 제 방으로 들어가 침대위에

걸터 앉아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닦는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듯

손을 멈추고 수정을 떠올린다. 지하철에서 처음 수정을 만났던 날을

떠올리고, 이제 막 조금 전에 만났던 수정을 떠올리자 이상하게도

마음이 뭉클해진다.


-우리 아버지 살아 계실 때....함께 여행도 한 번 하구 싶은데...

좋은 음식, 좋은 옷, 좋은 신발...그런거 해드리고 싶은데....


수정의 말을 떠올리자 마음이 심란스럽다. 태희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거 디게 사람 신경 쓰이게 하네....내가 무슨 상관이야.


태희는 수건을 홱 던져 놓고 침대 시트 안으로 들어가 눕는다.




************


눈을 떴을 때 머리가 깨질 듯 아파온다. 속은 누군가 까뒤집어 놓은

듯 쓰리다. 수정이 겨우 무거운 머리를 들고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열고 생수를 꺼내 마신다. 그리고는 다시 들어오는데 방에서 아직

잠을 자고 있는 현숙을 보다 시계를 본다. 아침 여덟시다.


-출근 안해?...야, 현숙아...

-아이씨...오늘 비번이야...글구, 일요일이잖아.


현숙이 이불을 덮어 쓰고 돌아 눕는다. 수정은 그제서야 오늘이

일요일이란 걸 기억한다.


-백수생활 하다보니까 시간 개념이 없어지네...아이구, 머리야.


수정은 머리를 감싸쥐며 자리에 다시 눕는다. 잠깐 다시 잠이 들려고

하는데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깬다. 수정이 다시 무거운 머리를

움켜 쥐고 엉덩이를 쭉 빼고는 현관앞에 선다.


-누구세요?

-나야, 문열어.


태희의 목소리다. 수정은 현관문을 열고 아까 그 자세로 서 있다.

태희가 그런 수정을 보며 혀를 찬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지금이 몇 신줄 알어?


머리는 산발에다 똥마련 강아지처럼 서 있는 수정일 보자 태희는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다.


-꼬락서니하고는....빨랑 씻구 나와.

-머리 아파 죽겠는데, 어딜 가려구?

-잔말 말구 씻구 나와...딱 십분만 기다릴거야.


태희가 현관문을 닫고 다시 나가자 수정인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머리를 움켜 쥔다.


-아이씨...꼭두 새벽부터 쟤가 미쳤나....


그러면서도 욕실로 들어가는 수정. 현숙은 태희의 목소리에 잠이 깨고

신경질적으로 이불을 확 젖히며 일어난다.


-니들만 연애하냐?....아이씨...없는 년은 잠도 못자냐?...하여튼

유별나게도 하지....


현숙이 소리를 버럭 지른다. 그리곤 제 머리를 헝클리며 벌떡 일어난다.

쿵쿵 소리를 내며 걸어나와 현관문을 열고 고개를 내민다.

태희가 서서 담배를 피워 물다가 고개를 돌린다. 현숙은 수정보다

더 가관이다. 머리에 아주 까치집을 여러 개 지었다. 입을 쩍 벌리고

한심한 듯 태희가 현숙을 본다.


-아침부터 뭐에요? 잠 좀 잡시다...거 참 이상한 사람이네....어디가는데?


투덜거리더니 바로 꼬리 내리며 묻는다.


-나두 델꼬 가면 안되요?


현숙의 말에 태희가 할 말을 잃고 멍하게 현숙을 본다.

 

 

******낼 아침에 올리려다 퇴근 하기 전에 올려 놓구

갑니다..아침에 또 바빠질 것 같아서요....저는 이제서야

퇴근합니다..아흐흑~

집에 가믄 아홉시 넘겠당....다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구요

낼은 틈틈히 작업해서 10부 올리겠습니다^^

좋은 꿈 꾸시구요, 낼 다시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