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성(城)을 향해 가는 길 [2-③]-인내심※

미강200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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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주방으로 들어간 하연은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애써 진정시키며 냉장고 안에서 생수병을 꺼냈다.

 

 

잘 건조된 컵을 꺼내 물을 따르려 했지만

 

덜덜 떨리는 손 덕분에 절반은 컵 밖으로 비집어 나갔다.

 

 

이빨에 컵이 다닥다닥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며 벌컥벌컥 찬 물을 들이켰다.

 

몇 모금이 채 되지 않는 물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하연에게 있어서 그 어떤 진정제보다도 훌륭히 제 역할을 해 냈다.

 

 

 

[…이유? 내가 준 돈 받았잖아! 내 지시 따르기 싫으면 먹은 돈 토해 내던가!]

 

 

 

민혁의 말은 참 아프게도 하연의 가슴 속을 비집고 들어왔다.

 

물론 처음에는 대단한 액수에 가슴이 부풀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공격당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방으로 달려가 예전 간병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하연도 부랴부랴 짐을 싸들고 이 집을 나가버리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아드득 소리가 나도록 이를 악물고 나자 그런 생각은 씻은 듯이 없어졌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특별히 강단이 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하연에겐 태어날 때부터 뼈 속 깊이 새겨진 어떤 고집 같은 게 존재했다.

 

 

 

그런 고집들은 절벽 끝에 서 있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

 

하연을 지탱시켜 준 원동력이 되었다.

 

 

이대로 물러서고 싶지는 않았다.

 

피도 눈물도 없는데다 함께 있는 사람의 따뜻한 피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냉랭한 사람에게

 

함부로 평가받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두고 보라지!

 

 

하연은 식탁 위에 탕, 소리가 날 만큼 세게 물 컵을 내려놓고는

 

후다닥 방으로 들어갔다.

 

 

하연의 핸드폰은 가방의 옆 주머니에서 얌전히 머물러 있었다.

 

 

일단, 하연은 꺼져있던 핸드폰을 켜서 부랴부랴 문자를 찍었다.

 

 

 

〔일은 해볼만 함. 걱정하지 말 것. 업무상 전화 마음대로 할 수 없음〕

 

 

 

평상시라면 이모티콘과 상냥한 말투로 문자를 찍었을 테지만 지금은 평상시와 달랐다.

 

 

문자를 다 찍은 하연은 윤경의 번호를 향해 문자를 전송시켰다.

 

돈을 주고 고용한 사람은 자기 마음대로 부려먹어야 속이 시원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구태여 버르적거리며 애 쓸 필요는 없다는 게 하연이 내린 결론이었다.

 

 

대신, 돈을 받고 고용된 사람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행동하면 그만인 것이었다.

 

 

하연은 핸드폰을 한 손에 꼭 쥐고 민혁의 방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똑― 똑― 정확히 노크 두 번.

 

들어오라는 말소리 대신 조비서가 방문을 열어 주었다.

 

 

여전히 민혁은 그림을 향해 돌아앉아 있었다.

 

 

 

 

“무슨 일이지? 다시는 이 방에 찾아올 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죄송합니다.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어차피 내 말대로 할 거면서 뭐 하러 무모한 짓을 한 거지?”

 

 

“죄송합니다. 아직 이 집에 관해서 모든 게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울었나?”

 

 

“아닙니다. 그럴 이유…없습니다.”

 

 

“…떠날 생각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그럴 이유…없습니다.”

 

 

“조금 있다 조비서 따라서 시내에 잠깐 나갔다 오도록 해. 조비서가 알아서 해 줄 거야.”

 

 

“…알겠습니다.”

 

 

“나가 봐도 좋아.”

 

 

 

하연은 나가기 전 조비서의 손바닥 위에 탁 하고 핸드폰을 놓아주었다.

 

조비서는 두 눈으로 똑똑히 모든 상황을 지켜봤음에도 불구하고

 

방금 전 벌어진 일들이 아직도 정리정돈 되지 않았다.

 

 

어쩌면 모든 상황을 정리하기엔 꽤나 긴 시간이 걸릴 지도 모르지만.

 

 

하연은 돌아보지도 않는 민혁의 등을 향해 꾸벅 고개까지 숙인 뒤 방을 나갔다.

 

 

 

“기다려 보면 알 거라고 했던 말, 아직도 기억하나?”

 

 

“…아, 예. 기억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냥 감이야. 어떤가? 이래도 날 의심할텐가?”

 

 

“아닙니다. 제가 어떻게 도련님을….”

 

 

“…아니야. 분명히 의심했어. 게다가 내 말을 믿지 않았지. 설마…하면서 말야. 아닌가?”

 

 

“솔직히 말하라면…조금은. 정말이지 도련님은….”

 

 

“둘만 있을 땐 그런 호칭 따위 집어 치워. 그 소리, 지겨워.”

 

 

“…습관이 되어 놓아서….”

 

 

“확률 없는 곳엔 절대 배팅하지 않아. 그게 나야.”

 

 

“그래서 결론은 내리셨습니까?”

 

 

“충분해. 적어도 그녀는 여기 어둠 속에 먹힐 사람은 아냐. 그게 내 결론이지.”

 

 

“그럼 어둠을 피해 도망칠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군요.”

 

 

 

“보통사람보다 인내심이 100배는 강한 여자더군.

 

모든 감정들이 생생하게 살아있는데도 그 정도 인내력을 지녔다는 게…솔직히 부러워.”

 

 

 

부럽다는 마지막 말은 민혁이 속으로만 웅얼거리며 삼켜 버렸기 때문에

 

조비서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

 

 

조비서가 미처 생각에 잠기기도 전에 민혁이 휠체어를 빙그르르 돌리며 말을 이었다.

 

 

 

 

“…시내에 나가서 내가 지시한 사항 제대로 잘 처리하고.

 

아, 참. 그리고 내가 지시한 통계자료는 어떻게 됐나?”

 

 

“자료들 보안이 심하다 보니 통계가 조금 늦어지고 있습니다.

 

삼일 내로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그럼, 이제 전 하연씨에게 가 보겠습니다.”

 

 

 

방 안에 혼자 덩그러니 남게 된 민혁은 눈물이 그렁하게 맺히던 하연의 눈동자를 떠올렸다.

 

 

조금 멀리 떨어져서 봤지만 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깊고 검은 호수가 일렁이고 있었다.

 

사실 하연의 얼굴에서 눈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척이나 컸다.

 

 

그녀는 알고 있을까?

 

 

자신이 사람의 마음을 열게 만드는 눈동자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그 눈동자 덕분에 오래 전에 딱딱하게 굳어버렸던 마음이 동요했었다는 사실을.

 

 

죽어 버렸다고 생각한 마음이 보내는 신호 때문에 민혁 자신도 놀랬다는 사실을.

 

아마 모를 것이다.

 

민혁 스스로의 입으로 고백하는 날이 오지 않고서야

 

죽을 때까지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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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글을 못 올렸어요. ㅋㅋ

 

들어오셨다가 그냥 나가신 분이 계시다면...죄송요~

 

지난 회 리플은 모두 댓글을 달아놓았습니다.

 

추천 주신 님들, 발자취 남겨 주신 님들...그리고 클릭해주신 님들~

 

오늘 하루, 행복하고 힘차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미강이는 있다 오후쯤 한 편 더 올리기 위해 

 

부지런히 써야겠단 결심을 하고 있습니다. 헤헤.

 

 

미강이는 이만 물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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