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퍼서 물 마시고 밭 갈아서 밥 먹는데 꽃밭에 노랑 나리꽃 수줍게 피었다 뒤를 이어 원추리꽃도 활짝 피었다 참나리도 질세라 훌쩍 피었다 강원도 어느 산골에서 케어다 심은 겹꽃 참나리도 우람하게 피었다 나리꽃들 속에 흰 백합이 고고히도 공주처럼 피어있다 범의귀꽃이 하얀 실타래처럼 꼬여 나도 꽃이라 한다 해바라기가 내려다보며 싱그운듯 웃는다 울타리 타고 오른 물외 한 놈 툭 따고 매운 풋고추 몇 알 텃밭에서 골라내어 넓은 호박잎에 된장 한 술 담아서 시원한 막걸리 한사발에 꽃을 보다 갈증난 목을 축이니 능소화가 뚝 떨어지며 그 꽃잔에 저도 한 잔 달라며 발아래로 굴러온다 온 세상 사람이 제각기 제 멋으로 살아가지만 그것이 하늘이 내려준 이치인줄 모른다 아주 아주 옛날 한 노인이 땅을 치며 노래한 <격양가>를 나도 오늘은 흔쾌히 노래한다 해 돋으면 밭갈이 하고 해가 지면 잠 자고 우물 퍼서 물 마시고 밭 갈아서 밥 먹는데 임금의 힘이 나와 그 무슨 상관이리 ! 2004 07 07 김 명 수
신귀거래사 81 / 우물 퍼서 물 마시고 밭 갈아서 밥 먹는데
우물 퍼서 물 마시고 밭 갈아서 밥 먹는데
꽃밭에 노랑 나리꽃 수줍게 피었다
뒤를 이어 원추리꽃도 활짝 피었다
참나리도 질세라 훌쩍 피었다
강원도 어느 산골에서 케어다 심은 겹꽃 참나리도 우람하게 피었다
나리꽃들 속에 흰 백합이 고고히도 공주처럼 피어있다
범의귀꽃이 하얀 실타래처럼 꼬여 나도 꽃이라 한다
해바라기가 내려다보며 싱그운듯 웃는다
울타리 타고 오른 물외 한 놈 툭 따고
매운 풋고추 몇 알 텃밭에서 골라내어
넓은 호박잎에 된장 한 술 담아서
시원한 막걸리 한사발에 꽃을 보다 갈증난 목을 축이니
능소화가 뚝 떨어지며 그 꽃잔에 저도 한 잔 달라며 발아래로 굴러온다
온 세상 사람이 제각기 제 멋으로 살아가지만
그것이 하늘이 내려준 이치인줄 모른다
아주 아주 옛날 한 노인이 땅을 치며 노래한 <격양가>를
나도 오늘은 흔쾌히 노래한다
해 돋으면 밭갈이 하고
해가 지면 잠 자고
우물 퍼서 물 마시고
밭 갈아서 밥 먹는데
임금의 힘이 나와 그 무슨 상관이리 !
2004 07 07
김 명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