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어서...'

비오는날2004.07.07
조회1,134

'돈이 없어서...' 설겆이하다 답답해서 이렇게 들어왔습니다.'돈이 없어서...''돈이 없어서...'.. 비오는 날.. 아이와 카레도 만들어 먹고.. 열심 웃으면서 오후를 보냈는데... 기냥 막 답답하네요..'돈이 없어서...'

 

비도 오고 울시댁에 전화를 드려볼까 하다 한발 늦었습니다. 울어머니께서 먼저 전화를 하셨네요. 그 때 저 텔비를 보고 있었는데 얼마나 뜨끔했는지.. (근데 제가 왜 뜨끔해야 하나요.. 일하던 며느리 쉬면서 텔비 좀 봐도 되지 않나요? .. 이럴 땐 정말 제가 싫네요..) 울어머니 저랑 통화하면서 비도 오고 해서 전화하셨다고 하더군요. 여름 맞아서 집수리 하신다고.. 저희 시댁 시골에서 민박도 하시고... 여하튼 수리를 하신답니다. 그러시면서 꼭 하시는 말씀.. '돈이 없어서.. 작년에 한 번에 못 하고...' '돈이 없어서...' 음...  그 놈의 돈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돈이 없어서...' 좀 과감하게 정리하셔서 빚도 좀 갚으시고 그냥 농사나 조금씩 지으시면서 사시면 될 것을.. 회갑이 지난 아버님과 낼모레 회갑을 바라보시는 저의 시부모님 민박에 식당하시느라 특히.. 여름이면 허리 한 번 제대로 못 펴시고 일하십니다. 그리고 아프시다고 하고.. 그런 어머님 뵈면 마음이 안 좋답니다. 한편으론 힘드시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한편으론 왜 그러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결혼 안 한 시누이와 도련님이 계시지만 시누이 알뜰해서 결혼할 만큼 돈을 모아두었고.. 도련님은 결혼할 상황이 못 되시고... 매일 이자에 허덕이시면서 땅 팔아서 빚 갚는다고 하신지 3년이 다 되어가고.. 돈 없다는 말씀만 하시고.. 일하셔서 힘들고 아프다고 하시고.. 방학에 내려와서 같이 식당 일 좀 했으면 하시고..

 

그런데 저도 변한 것 같습니다. 저 결혼 전 2년동안 여름휴가면 시댁가서 정말 노력봉사 열심 했습니다. 결혼하고도 지난 해까지 길든 짧든 휴가때면 내려가 놀러 온 사람들 뒷수발 들었습니다. 사실 저도 여름 휴가면 놀러가서 재밌는 휴가를 보내고 싶습니다. 저도 개울에 발담그고 닭백숙도 먹고 싶고 밤하늘 별 바라보면서 맥주도 한 잔 하고 싶습니다. 일주일 휴가 동안 시댁에서 정말 열심 일하고 친정에 하루나 이틀 다녀오는거 눈치봐야 하는 것도 이젠 싫습니다. '돈이 없어서...' 이렇게 된 원인 중 하나가 돈이란 놈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시부모님이 열심 일한만큼 내가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가서 열심 일한만큼 뭔가 보여야 하는데 울 시어머니 돈 없단 소린 해를 거듭할수록 더해가시고..'돈이 없어서...' 

저도 10년된 차대신 새차 타고 싶고 3년째 버르는 베란다 수리도 하고 싶습니다. 울 시어머니 얼마 되지도 않는 집 한 채 가지고 있는 저희가 무지 부자인지 아시는지 아님 신랑 회사에서 무슨 대출이라도 받을 수 있는지 아시는지 지난 겨울엔 빚 좀 어떻게 해달라고 하시더군요. 저 그랬습니다.

"어머니, 우리집 팔아도 1억도 안 나와요."'돈이 없어서...' 울 시댁 빚 1억이 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땅 나중에 우리 거라고 말씀하시지만 전 지금 맘 편하게 살고 싶습니다. 많이 해드리지 못 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두 분이 해 주시는 만큼요. 사실 아들 낳아서 키운건 저의 친정부모님도 마찬가지지요. 그걸로 무얼 대놓고 요구하시지는 않지만 그건 부모이면 다하는 것 아닌가요?

 

울 친정부모님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십니다. 어떤 때는 새벽 4시부터 일어나셔서 밭에 일하시러 가십니다. 넘 더우면 일하기 힘드시다고.. 덥기 전에 하신다고.. 사실 농사 지어서 별로 남는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말씀은 안 하시지만.. 그래도 울 어머니 오빠네나 동생네에게 돈 없단 말씀 안 하십니다. 명절이나 휴가때 가면 아이들한테 만원짜리 하나라도 더 쥐어주시려고 하고.. 맞벌이하는 언니 힘들다고 김치 택배로 부쳐주시곤 합니다. 덕분에 저도 얻어먹고 있지요.'돈이 없어서...' 쓰러져 가는 초가삼간에 사실지라도 돈없다고 뭐 좀 해 달란 말씀 절대 안 하십니다. 그런 친정부모님과 비교되어서 더 마음이 이렇게 심란한 것 같네요..'돈이 없어서...'

 

어쨌든 이번 여름휴가엔 좀 나쁜 며느리 하렵니다. 내 맘이 편하고 봐야겠으니까요. 근데 그렇게 마음먹은 마음도 편하지만은 않네요.'돈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