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열은 한달에 한번씩하는 봉사활동일정을 서원의 일행들과 맞춰서 활동했다. 그들을 보는 것 만 으로도 행복해지는 기분이였기 때문이다. 특히... 서원의 모습이... 서원을 보면서 느낀 점은 사람이 참 한결같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말을 하기 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것을 좋아했고... 말을 할 때에도 조심스런 말을 했다. 그리고 그 음성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었다. 정신과 의사로서의 좋은 장점중의 하나일 것이다. 차분하고 천상여자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서원이였지만 아이들과 함께 놀때는 누가 아이고 어른인지 분간이 가질 않았다. 그만큼 순수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도 서원을 잘 따랐다. 봉사활동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긴 했지만... 그런 모습마저도 행복해 보였다. 밝은 성격 덕분에 모든 사람과 잘 지냈으며 웃는 모습이 너무 맑아서 그 주위가 다 같이 밝아지는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었다.
- 서원이 참 참하죠?
- 네? 예... 그렇네요... 요즘 아이들 같지 않아요...
- 누가 데려갈지 복덩어리 데려 가는 거죠...
- .......나이가 아직 어린데... 벌써 그런가요?
-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다 애인이 있어요. 스물한살이 적은 나이는 아니죠.
- 그럼... 있겠죠?
- 당연히! ...없습니다.
- 예... 예? 원장님께서 저를 놀리신 거군요?
- 하하하하... 제가 알기론 아직은 없는 것같더라구요. 서두르셔야 할 거예요. 노리고 있는 사람이 많아서... 아차! 하는 순간에 누군가 채어 갈지 모르거든요...
- 원장님.... 알고 계셨습니까?
- 그렇게 노골적으로 ‘이 아이는 내가 찍어 놓은 아입니다.’ 이렇게 쳐다보시는데... 누가 모르겠어요. 그런데... 성훈이가 지금 몇이죠?
- 스물셋이죠. 막 제대 했습니다.
- 딱 좋네요... 선 한번 보이셔야죠? 아! 전 아무런 도움 안 드릴 테니까... 기대하지 마세요. 괜히 편들었다가 밤길을 위험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것보다 이건 순전히 제 노파심에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서원이 고아나 다름없어요? 괜찮으시겠어요? 물론 제가 이런 말 하면 안 되는 줄 알고 있지만... 그게 머리와 마음이 일치되지 않는게 자식 문제잖아요. 선생님 정도라면 뭐... 더 좋은 집안과 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 싶어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나중에 괜히 서원이가 상처 받을 일이 생긴다면... 처음부터 시작 안 하는게 좋을테니까요. 전 서원이 편이거든요...
- 저도 장담은 할 수 없죠. 살다보면 서로가 상처를 주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한 가지는 약속할 수 있습니다. 집안이나 그런 문제로 상처를 주지는 않을꺼라는 걸요. 집안 이런거 보려면 제가 여기 있으면 되겠습니까? 청담동이나 압구정 같은 곳의 뷰티숍이나 이런 곳을 기웃거려야죠... 하하하... 그리고 아직 저만 맘에 든거지 아들 녀석은 모르고 있으니... 강요할 생각은 없거든요... 그 녀석 선택에 맡겨야지... 정신이 제대로 박힌 놈이라면 알아서 선택하겠죠... 편 안들어 주신다더니... 그런 걱정까지 하고 계셨습니까? 감사합니다.
- 전 서원이 편이라니까요....
- 그럼요...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유심히 살핀 결과 서원을 자신의 며느리로 삼을 마음을 먹은 범열이였다. 빨리 아들에게 선을 보이고 싶은 마음이 많았지만 군복무 중이였기에 제대할 날만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제대를 했던 것이다.
- 어떠냐?
- 그럭저럭... 나쁘진 않네요?
- 그러냐?...... 그럼 말아라... 난 언제나 네 의견을 존중하니까...
- 하하하... 아버지 이번엔 제 의견 존중하지 마세요... 하하하 ^^;;
- 먼저 말했듯이 난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한다. 여기 같이 오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꽤 인기가 있는 것 같더구나... 그리고 이 많은 아이들을 적으로 돌리고 싶진 않거든... 그러니 이제부터는 네가 알아서 해라....
- 옙!!! 만나게 해주신 것 만으로도 충분하십니다. 오늘처럼 아버지가 멋있어 보인 적이 없습니다.
- 예끼.. 욘석! 하하하 난 먼저 가마...
사람의 보는 눈은 거의 다 비슷한 모양이다. 간혹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서원의 경우는 많은 사람들이 좋게 보고 있었다. 물론 서원이 빼어난 미인인건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이 정직한게... 아름다운 외모보다는 그 사람의 내면에서부터 품어져 나오는 아름다움을 더 좋아한다는 거다. 막말로 얼굴 뜯어 먹으면서 살건 아니니까 말이다.
- 저...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 예? 예... 안녕하세요...어떻게 오셨는지?
- 아! 예... 저희 아버지께서 의료 봉사오신다고 하시기에 함께 왔습니다.
- 그러세요. 그럼 안으로 들어가시지 않구 왜 밖에 나와 계세요?
- 제 이름은 이성훈입니다.
- 예? 예... 전 문서원이라구 해요.
- 서원씨!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제가 좀 도와드려도 괜찮을까요?
- 아니요. 괜찮아요.
- 무겁겠네요... 같이 하죠...
서원은 이불빨래를 널고 있었다. 그 모습마저 성훈의 가슴을 설레이게 했다면 ... 지금 서원을 향한 성훈의 마음이 어떤지 짐작되리라 생각된다. 성훈은 왜 밖에 있냐는 서원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질문을 피해 다른 질문을 해버린 것이다. 그렇다구 처음 보는 사람에게 당신을 보느라고 이렇게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밖에 있다고 하면... 너무 가벼워 보일 것이 아닌가... 서원에게 가벼운 남자로 보이고 싶지는 않은 성훈이였다. ‘처음 볼 때부터 아! 이여자다.’라는 생각이 간절했으니까... 복이라면 복일 수 있는 서원의 첫인상은 무척 호감이 가는 인상이였다. 여러 사람을 한눈에 사로잡아 버린... 그런 눈을 가진 서원이였다. 깊고 맑은 눈!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무슨 일에도 당당한 듯한...
- 서원아~~~
- 왜! 나 여깄어!!!
- 같이 하자니까 그샐 못 참고 혼자 왔니? 빨래 무거워... 그런데 누구?
- 저기 의료봉사오시는 의사선생님 계시잖아... 그분 아드님이셔... 그리고 혼자 안했어 이분이 도와주셨어...
- 아뇨~~~ 제가 좀 한 눈치 하거든요!!!! 그런데 어떻게요... 서원이 잰 왕 둔친데... 애 좀 먹으실꺼예요...
- 그래요? 효주씨가 옆에서 좀 많이 도와주셔야겠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 효주야! 너 정말 왜그래... 그리고 저기....이 성훈씨도...
- 푸하하하~~~ 이성훈씨래요! 정말 힘드시겠는데요.
- 그럴 것 같은데요...하하하~~
- 난 들어 갈꺼야...
- 야~~ 어디가 빨래마저 널구 가야지!!!
- 내가 반 했으니까... 니가 나머지 해!!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감싸며 서원은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쿵!’
- 어쿠...
- 꺅!
- 네가 부딪히고는 네가 소리를 지르면 어떻게 니가 소리 지르는 바람에 내가 더 놀랬다.
- 죄송해요. 선배님....
- 됐구... 뭐가 그렇게 급해서 앞도 안보고 뛰어 들어와! 무슨 일 있어?
- 아뇨! 아무 일도 없어요... 죄송해요... 선배님...
- 뭐가 그렇게 죄송해... 나 안 다쳤어... 멀쩡해! 넌 괜찮아?
- 예... 그럼 저 가볼께요... 식사 준비 하시는거 도우러 가야 하거든요...
- 그래? 그럼 가... 무리하진 말고...
- 예....
서원은 종종걸음으로 식당으로 갔다. 상현과 부딪혀 깜짝 놀라는 바람에... 자신이 왜 그렇게 급하게 뛰어왔는지 조차도 잊어버리고선 말이다.
성훈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이끌고 집으로 향했다. 더 있고 싶었지만... 작전상 후퇴라는 명목아래...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 서원을 뒤로하고 천사마을을 나섰다. 나름대로 서원에게 자신이 서원에게 관심 있다는 것을 알렸으니... 뜻 깊은 하루였다고 해도 무관했다.
- 서원아~~ 왜? 너의 성훈'씨'가 없으니... 힘이 빠지니?
- 무슨 소리야? 성훈?....... 아! 최. 효. 주. 너 절망 그럴래?
- 어구... 그렇게 째려보면 어쩔건데... 한대 패겠는걸~~~
- 그만하자... 나 정말 기운 없다.
- 시러시러시러 너 반응 보는게 너무 재미나거든!!!!
잊고 있었던 성훈을 효주 때문에 생각나는 서원이였다. 하지만 별일 없었는데... 진짜 무슨일이라도 있었던양 떠들어 대고 있는 효주를 말릴 기운도 없는 서원이였다. 연중행사!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감기 초기 증상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효주는 머리가 울리도록 떠들어대고 있었다.
- 아냐... 화 안났어... 좀 피곤해서 내가 날카로웠던거야... 소리 질러서 내가 미안해... 늦었다 서두르자...
과민방응! 서원의 반응은 그랬다. 서원 자신은 피곤해서 그런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성훈이 마음에 들었지만...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어차피 오르지 못할 나무 쳐다보지도 말자... 쳐다봤다가 나중에 자신만 상처 받는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는데... 자꾸만 효주가 성훈을 생각나게 하자 화가 난 것 이였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서 서원은 결국엔 여름감기로 몸져누웠다. 몸은 따뜻한걸 원하는데 여름이라 어딜가나 에어컨바람 때문에 추웠기 때문이다. 꼼짝도 못하고 집안에 들어 앉아 있어야만 했다.
Rrrrrrrr Rrrrrrrrr
- ... 꿀꺽 여보세요?
- 예... 안녕하세요. 이성훈입니다. 기억하시겠어요?
- 누구요? 콜록 이.. 아! 예... 어쩐일로? 어! 제 전화번호는 어떻게 아셨어요? 콜록...
- 감기가 심하신가봐요... 병원은 갔었어요?
- 예... 콜록 이번엔 빨리 나아지지 않네요... 콜록 어디세요?
- 집 앞이요...
- 그러세요... 콜록 그럼 잘 들어가세요... 전 이만 콜록 누워야겠거든요...
- 정말 들어갑니까? 저 그냥 들어가도 괜찮겠어요? 나중에 딴소리하기 없습니다.
- 제가 무슨 딴소리를 해요. 콜록 그만 들어가세요... 전화 끊을께요...콜록콜록
- 그럼 저... 들어갑니다.
‘딩동’
전화를 끊자마자 누군가 찾아왔는지... 벨소리가 났다.
- 에휴~~~ 콜록콜록 머리 울리는데... 또 누구지? 누구세요! 콜록콜록
문을 열어주러 나가는 그 순간에도 서원의 머리는 빙빙 돌고 있었다. 비틀대며 간신히 문을 열었더니 성훈이 떡하니 서있었다.
- 어! 어....
- 분명히 나중에 딴소리 안한다고 했습니다.
- 그...그건 콜록
- 일단 가서 앉죠? 그래도 손님인데...
자리를 옮기려고 발걸음을 떼는 순간 서원은 휘청이며 쓰러졌다. 놀란 성훈이 잡아서 바닥을 뒹굴지는 않았지만 정신을 차리지는 못했다.
- 어! 서원씨... 서원씨 정신차려요... 서원아! 서원아!
성훈의 팔안에 축 늘어진체 서원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정신을 잃은 서원을 들쳐 업고 성훈은 무조건 뛰었다. 도로로 나와 택시를 잡는 성훈은 화가 났다. 평소에는 그렇게 많이 다니던 택시가 한대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택시에 올라타고는 무조건 병원을 향해 달리라고 난리를 쳤다.
- 서원아! 조금만 기다려... 조금만...
기가 막혀서 할말을 잃은 범열과 성훈이 잠들어 있는 서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요즘에도 영양실조가 있을 줄이야... 혼자 자취생활을 하는 서원에게 아플때는 정말 서러운 날들이다. 아프니까... 움직이기 싫고 밥 맛 없고... 그래서 굶기를 밥 먹듯... 거기다 빈속에 약까지 먹었으니... 영양실조에... 약물 과다복용! 이게 서원을 쓰러지게 한 병명 이였다.
- 아버지... 학교에서 이런건 안 배웁니까? 그래도 의관데...
- 그러게... 부끄러워지는구나... 그래도 다행이잖니? 다른데 이상이 없으니... 흠흠
- 혼자 있다고 밥도 잘 안 챙겨 먹나 봐요...
- 니가 옆에서 좀 챙겨주려무나...
- 그렇잖아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범열이 땀에 젖은 서원의 머리를 쓸어 넘겨줬다.
- 아버지! 어머니에게 고자질 합니다.
- 무슨 소리냐?
- 서원이를 너무 좋아 하시잖아요... 그거 바람입니다. 그리고 곧 며느리가 될 여자인데... 그런 눈으로 보시면 곤란하죠...ㅋㅋㅋ
- 실없는 소리 하는구나... 그리고 니 엄마는 눈도 깜짝 안하고 딸 삼자고 할꺼다. 그러면 너에게도 별로 좋지는 않을텐데... 니 엄마가 얼마나 딸을 갖고 싶어 하는지 잘 아는 녀석이...
- 아!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아버지~~ 제 편들어 주실꺼죠?
- 글쎄다... 너 하는 것 봐서... 난 이만 간다. 일어나면 속 달래는 음식 사 먹이고... 집까지 데려다 줘!
- Yes, sir!!!!
‘서원아!!! 왜 난 너의 눈을 보면서 따뜻함과 동시에 상처를 보게 되는 걸까? 무슨 상처가 있니? 내가 잘 못 본거였으면 좋겠다.’
성훈이 잘못 본 것일까? 아니면 제대로 본 것일까? 만나는 사람마다 즐거움을 전염시키는 서원인데...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다. 서원이 말하기 전까지는...
--------------------------------------------------------------------------------------- 굿데이 하셨나요!!! 글 올리는 타임이 점점 느려지고 있어 죄송스러움을 금치 못하고 있는 라엘입니다. 요즘 업무량이 좀 늘어나서... 뭐... 이런 저런 복잡한 일이 있어서...앞으로는... 회사에서는 글을 쓰기가 너무 힘들어 질듯... 그래도 지금의 페이스는 맞추도록 노력 할께요.... 오늘은 날씨가 좋으네요... 담주 월요일부터 또 비가 온다고 하니... 미리 햇살 많이 받아두세요~~~~ 후후후 일은 안하고 이러고 있는거 위에서 보시면 저 짤리겠죠? 조심해야 합니다...ㅋㅋㅋㅋ
YESTER DAY - 5
범열은 한달에 한번씩하는 봉사활동일정을 서원의 일행들과 맞춰서 활동했다. 그들을 보는 것 만 으로도 행복해지는 기분이였기 때문이다. 특히... 서원의 모습이... 서원을 보면서 느낀 점은 사람이 참 한결같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말을 하기 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것을 좋아했고... 말을 할 때에도 조심스런 말을 했다. 그리고 그 음성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었다. 정신과 의사로서의 좋은 장점중의 하나일 것이다. 차분하고 천상여자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서원이였지만 아이들과 함께 놀때는 누가 아이고 어른인지 분간이 가질 않았다. 그만큼 순수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도 서원을 잘 따랐다. 봉사활동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긴 했지만... 그런 모습마저도 행복해 보였다. 밝은 성격 덕분에 모든 사람과 잘 지냈으며 웃는 모습이 너무 맑아서 그 주위가 다 같이 밝아지는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었다.
- 서원이 참 참하죠?
- 네? 예... 그렇네요... 요즘 아이들 같지 않아요...
- 누가 데려갈지 복덩어리 데려 가는 거죠...
- .......나이가 아직 어린데... 벌써 그런가요?
-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다 애인이 있어요. 스물한살이 적은 나이는 아니죠.
- 그럼... 있겠죠?
- 당연히! ...없습니다.
- 예... 예? 원장님께서 저를 놀리신 거군요?
- 하하하하... 제가 알기론 아직은 없는 것같더라구요. 서두르셔야 할 거예요. 노리고 있는 사람이 많아서... 아차! 하는 순간에 누군가 채어 갈지 모르거든요...
- 원장님.... 알고 계셨습니까?
- 그렇게 노골적으로 ‘이 아이는 내가 찍어 놓은 아입니다.’ 이렇게 쳐다보시는데... 누가 모르겠어요. 그런데... 성훈이가 지금 몇이죠?
- 스물셋이죠. 막 제대 했습니다.
- 딱 좋네요... 선 한번 보이셔야죠? 아! 전 아무런 도움 안 드릴 테니까... 기대하지 마세요. 괜히 편들었다가 밤길을 위험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것보다 이건 순전히 제 노파심에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서원이 고아나 다름없어요? 괜찮으시겠어요? 물론 제가 이런 말 하면 안 되는 줄 알고 있지만... 그게 머리와 마음이 일치되지 않는게 자식 문제잖아요. 선생님 정도라면 뭐... 더 좋은 집안과 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 싶어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나중에 괜히 서원이가 상처 받을 일이 생긴다면... 처음부터 시작 안 하는게 좋을테니까요. 전 서원이 편이거든요...
- 저도 장담은 할 수 없죠. 살다보면 서로가 상처를 주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한 가지는 약속할 수 있습니다. 집안이나 그런 문제로 상처를 주지는 않을꺼라는 걸요. 집안 이런거 보려면 제가 여기 있으면 되겠습니까? 청담동이나 압구정 같은 곳의 뷰티숍이나 이런 곳을 기웃거려야죠... 하하하... 그리고 아직 저만 맘에 든거지 아들 녀석은 모르고 있으니... 강요할 생각은 없거든요... 그 녀석 선택에 맡겨야지... 정신이 제대로 박힌 놈이라면 알아서 선택하겠죠... 편 안들어 주신다더니... 그런 걱정까지 하고 계셨습니까? 감사합니다.
- 전 서원이 편이라니까요....
- 그럼요...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유심히 살핀 결과 서원을 자신의 며느리로 삼을 마음을 먹은 범열이였다. 빨리 아들에게 선을 보이고 싶은 마음이 많았지만 군복무 중이였기에 제대할 날만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제대를 했던 것이다.
- 어떠냐?
- 그럭저럭... 나쁘진 않네요?
- 그러냐?...... 그럼 말아라... 난 언제나 네 의견을 존중하니까...
- 하하하... 아버지 이번엔 제 의견 존중하지 마세요... 하하하 ^^;;
- 먼저 말했듯이 난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한다. 여기 같이 오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꽤 인기가 있는 것 같더구나... 그리고 이 많은 아이들을 적으로 돌리고 싶진 않거든... 그러니 이제부터는 네가 알아서 해라....
- 옙!!! 만나게 해주신 것 만으로도 충분하십니다. 오늘처럼 아버지가 멋있어 보인 적이 없습니다.
- 예끼.. 욘석! 하하하 난 먼저 가마...
사람의 보는 눈은 거의 다 비슷한 모양이다. 간혹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서원의 경우는 많은 사람들이 좋게 보고 있었다. 물론 서원이 빼어난 미인인건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이 정직한게... 아름다운 외모보다는 그 사람의 내면에서부터 품어져 나오는 아름다움을 더 좋아한다는 거다. 막말로 얼굴 뜯어 먹으면서 살건 아니니까 말이다.
- 저...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 예? 예... 안녕하세요...어떻게 오셨는지?
- 아! 예... 저희 아버지께서 의료 봉사오신다고 하시기에 함께 왔습니다.
- 그러세요. 그럼 안으로 들어가시지 않구 왜 밖에 나와 계세요?
- 제 이름은 이성훈입니다.
- 예? 예... 전 문서원이라구 해요.
- 서원씨!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제가 좀 도와드려도 괜찮을까요?
- 아니요. 괜찮아요.
- 무겁겠네요... 같이 하죠...
서원은 이불빨래를 널고 있었다. 그 모습마저 성훈의 가슴을 설레이게 했다면 ... 지금 서원을 향한 성훈의 마음이 어떤지 짐작되리라 생각된다. 성훈은 왜 밖에 있냐는 서원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질문을 피해 다른 질문을 해버린 것이다. 그렇다구 처음 보는 사람에게 당신을 보느라고 이렇게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밖에 있다고 하면... 너무 가벼워 보일 것이 아닌가... 서원에게 가벼운 남자로 보이고 싶지는 않은 성훈이였다. ‘처음 볼 때부터 아! 이여자다.’라는 생각이 간절했으니까... 복이라면 복일 수 있는 서원의 첫인상은 무척 호감이 가는 인상이였다. 여러 사람을 한눈에 사로잡아 버린... 그런 눈을 가진 서원이였다. 깊고 맑은 눈!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무슨 일에도 당당한 듯한...
- 서원아~~~
- 왜! 나 여깄어!!!
- 같이 하자니까 그샐 못 참고 혼자 왔니? 빨래 무거워... 그런데 누구?
- 저기 의료봉사오시는 의사선생님 계시잖아... 그분 아드님이셔... 그리고 혼자 안했어 이분이 도와주셨어...
- 안녕하세요? 이성훈입니다.
- 예... 전 최효주예요... 기지배... 너 일부러 나 떼놓고 혼자 온거지?
- 아냐! 그런거 아니야...
- 어머! 기지배 아니면 말지 발끈하기는... 성훈... 오빠 맞죠? 그래 보이는데...
- 맞습니다. 맞고요!!!
- ㅋㅋㅋ 솔직히 부세요? 서원이한테 관심있죠?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친절을 베풀리가 없어요.
- 허걱! 그렇게 티 납니까?
- 아뇨~~~ 제가 좀 한 눈치 하거든요!!!! 그런데 어떻게요... 서원이 잰 왕 둔친데... 애 좀 먹으실꺼예요...
- 그래요? 효주씨가 옆에서 좀 많이 도와주셔야겠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 효주야! 너 정말 왜그래... 그리고 저기....이 성훈씨도...
- 푸하하하~~~ 이성훈씨래요! 정말 힘드시겠는데요.
- 그럴 것 같은데요...하하하~~
- 난 들어 갈꺼야...
- 야~~ 어디가 빨래마저 널구 가야지!!!
- 내가 반 했으니까... 니가 나머지 해!!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감싸며 서원은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쿵!’
- 어쿠...
- 꺅!
- 네가 부딪히고는 네가 소리를 지르면 어떻게 니가 소리 지르는 바람에 내가 더 놀랬다.
- 죄송해요. 선배님....
- 됐구... 뭐가 그렇게 급해서 앞도 안보고 뛰어 들어와! 무슨 일 있어?
- 아뇨! 아무 일도 없어요... 죄송해요... 선배님...
- 뭐가 그렇게 죄송해... 나 안 다쳤어... 멀쩡해! 넌 괜찮아?
- 예... 그럼 저 가볼께요... 식사 준비 하시는거 도우러 가야 하거든요...
- 그래? 그럼 가... 무리하진 말고...
- 예....
서원은 종종걸음으로 식당으로 갔다. 상현과 부딪혀 깜짝 놀라는 바람에... 자신이 왜 그렇게 급하게 뛰어왔는지 조차도 잊어버리고선 말이다.
성훈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이끌고 집으로 향했다. 더 있고 싶었지만... 작전상 후퇴라는 명목아래...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 서원을 뒤로하고 천사마을을 나섰다. 나름대로 서원에게 자신이 서원에게 관심 있다는 것을 알렸으니... 뜻 깊은 하루였다고 해도 무관했다.
- 서원아~~ 왜? 너의 성훈'씨'가 없으니... 힘이 빠지니?
- 무슨 소리야? 성훈?....... 아! 최. 효. 주. 너 절망 그럴래?
- 어구... 그렇게 째려보면 어쩔건데... 한대 패겠는걸~~~
- 그만하자... 나 정말 기운 없다.
- 시러시러시러 너 반응 보는게 너무 재미나거든!!!!
잊고 있었던 성훈을 효주 때문에 생각나는 서원이였다. 하지만 별일 없었는데... 진짜 무슨일이라도 있었던양 떠들어 대고 있는 효주를 말릴 기운도 없는 서원이였다. 연중행사!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감기 초기 증상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효주는 머리가 울리도록 떠들어대고 있었다.
- 어구... 최효주!
- 어! 상현 선배님~~ 주방엔 어인일로...
- 니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전쟁이라도 난줄 알았다.
- 어우~~~ 선배님... 너무하세요... 제 목소리가 커 봤자 얼마나 크다구...
- 그리고! 누가 식사준비 하면서 그렇게 말을 많이 해...
- 그게... 그치만 어쩔수 없었거든요... 글쎄... 서원이 한테...
- 최. 효. 주!
- 아! 깜짝이야... 알았어! 알았다구... 기지배... 괜히 과민방응이야... 선배님은 그만 나가세요... 이제 우리도 나갈꺼예요...
- 그래... 다들 기다리고 있다. 부탁하자...
- 서원아... 화났니? 미안해... 그냥 난...
- 아냐... 화 안났어... 좀 피곤해서 내가 날카로웠던거야... 소리 질러서 내가 미안해... 늦었다 서두르자...
과민방응! 서원의 반응은 그랬다. 서원 자신은 피곤해서 그런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성훈이 마음에 들었지만...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어차피 오르지 못할 나무 쳐다보지도 말자... 쳐다봤다가 나중에 자신만 상처 받는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는데... 자꾸만 효주가 성훈을 생각나게 하자 화가 난 것 이였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서 서원은 결국엔 여름감기로 몸져누웠다. 몸은 따뜻한걸 원하는데 여름이라 어딜가나 에어컨바람 때문에 추웠기 때문이다. 꼼짝도 못하고 집안에 들어 앉아 있어야만 했다.
Rrrrrrrr Rrrrrrrrr
- ... 꿀꺽 여보세요?
- 예... 안녕하세요. 이성훈입니다. 기억하시겠어요?
- 누구요? 콜록 이.. 아! 예... 어쩐일로? 어! 제 전화번호는 어떻게 아셨어요? 콜록...
- 감기가 심하신가봐요... 병원은 갔었어요?
- 예... 콜록 이번엔 빨리 나아지지 않네요... 콜록 어디세요?
- 집 앞이요...
- 그러세요... 콜록 그럼 잘 들어가세요... 전 이만 콜록 누워야겠거든요...
- 정말 들어갑니까? 저 그냥 들어가도 괜찮겠어요? 나중에 딴소리하기 없습니다.
- 제가 무슨 딴소리를 해요. 콜록 그만 들어가세요... 전화 끊을께요...콜록콜록
- 그럼 저... 들어갑니다.
‘딩동’
전화를 끊자마자 누군가 찾아왔는지... 벨소리가 났다.
- 에휴~~~ 콜록콜록 머리 울리는데... 또 누구지? 누구세요! 콜록콜록
문을 열어주러 나가는 그 순간에도 서원의 머리는 빙빙 돌고 있었다. 비틀대며 간신히 문을 열었더니 성훈이 떡하니 서있었다.
- 어! 어....
- 분명히 나중에 딴소리 안한다고 했습니다.
- 그...그건 콜록
- 일단 가서 앉죠? 그래도 손님인데...
자리를 옮기려고 발걸음을 떼는 순간 서원은 휘청이며 쓰러졌다. 놀란 성훈이 잡아서 바닥을 뒹굴지는 않았지만 정신을 차리지는 못했다.
- 어! 서원씨... 서원씨 정신차려요... 서원아! 서원아!
성훈의 팔안에 축 늘어진체 서원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정신을 잃은 서원을 들쳐 업고 성훈은 무조건 뛰었다. 도로로 나와 택시를 잡는 성훈은 화가 났다. 평소에는 그렇게 많이 다니던 택시가 한대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택시에 올라타고는 무조건 병원을 향해 달리라고 난리를 쳤다.
- 서원아! 조금만 기다려... 조금만...
기가 막혀서 할말을 잃은 범열과 성훈이 잠들어 있는 서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요즘에도 영양실조가 있을 줄이야... 혼자 자취생활을 하는 서원에게 아플때는 정말 서러운 날들이다. 아프니까... 움직이기 싫고 밥 맛 없고... 그래서 굶기를 밥 먹듯... 거기다 빈속에 약까지 먹었으니... 영양실조에... 약물 과다복용! 이게 서원을 쓰러지게 한 병명 이였다.
- 아버지... 학교에서 이런건 안 배웁니까? 그래도 의관데...
- 그러게... 부끄러워지는구나... 그래도 다행이잖니? 다른데 이상이 없으니... 흠흠
- 혼자 있다고 밥도 잘 안 챙겨 먹나 봐요...
- 니가 옆에서 좀 챙겨주려무나...
- 그렇잖아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범열이 땀에 젖은 서원의 머리를 쓸어 넘겨줬다.
- 아버지! 어머니에게 고자질 합니다.
- 무슨 소리냐?
- 서원이를 너무 좋아 하시잖아요... 그거 바람입니다. 그리고 곧 며느리가 될 여자인데... 그런 눈으로 보시면 곤란하죠...ㅋㅋㅋ
- 실없는 소리 하는구나... 그리고 니 엄마는 눈도 깜짝 안하고 딸 삼자고 할꺼다. 그러면 너에게도 별로 좋지는 않을텐데... 니 엄마가 얼마나 딸을 갖고 싶어 하는지 잘 아는 녀석이...
- 아!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아버지~~ 제 편들어 주실꺼죠?
- 글쎄다... 너 하는 것 봐서... 난 이만 간다. 일어나면 속 달래는 음식 사 먹이고... 집까지 데려다 줘!
- Yes, sir!!!!
‘서원아!!! 왜 난 너의 눈을 보면서 따뜻함과 동시에 상처를 보게 되는 걸까? 무슨 상처가 있니? 내가 잘 못 본거였으면 좋겠다.’
성훈이 잘못 본 것일까? 아니면 제대로 본 것일까? 만나는 사람마다 즐거움을 전염시키는 서원인데...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다. 서원이 말하기 전까지는...
--------------------------------------------------------------------------------------- 굿데이 하셨나요!!! 글 올리는 타임이 점점 느려지고 있어 죄송스러움을 금치 못하고 있는 라엘입니다. 요즘 업무량이 좀 늘어나서... 뭐... 이런 저런 복잡한 일이 있어서...앞으로는... 회사에서는 글을 쓰기가 너무 힘들어 질듯... 그래도 지금의 페이스는 맞추도록 노력 할께요.... 오늘은 날씨가 좋으네요... 담주 월요일부터 또 비가 온다고 하니... 미리 햇살 많이 받아두세요~~~~ 후후후 일은 안하고 이러고 있는거 위에서 보시면 저 짤리겠죠? 조심해야 합니다...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