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SK(탈)-2부 대륙에 부는 바람 7

바람200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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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

 

 

 

치우는 창고 문에 귀를 대고 안의 기척을 느끼려 했다.

 

‘음. 사람의 느낌이 느껴지지 않는데....’

 

치우는 조용히 문을 열었다. 그러나 안쪽에 또 다른 중문이 있었다.

이 중으로 문이 되어있는 것이다.

 

‘분명 내가 생각했던 대로 중요한 곳임에 틀림없는데 문이 이렇게 열려

있다는 것은....음‘

 

치우는 조심스럽게 중문을 다시 열었다.

문을 열고 안을 살피던 치우는 놀랐다. 안 쪽은 또 다른 세상이었던 것이다.

그가 생각했던 대로 이곳은 창고를 가장한 금품 저장고 였던 것이다.

방의 벽에는 고급스런 벽화가 즐비했고 장식장에는 갖가지 귀중한 물품이

가득 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상당히 비싼 물건들로 가득 찼다.

방안은 중앙에 커다란 고급 원목 원탁이 자리 잡고 있고 금색으로 칠해진

의자가 세 개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안쪽으로 또 다른 문들이 세 개가 보였다.

방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로 나뉘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방 북측 벽에는

고급스런 장식장이 나열되어 있었는데 그 안에는 각종 검들이 장식되어 있었다.

 

“오! 대단하구나!”

 

치우는 놀라서 입이 벌어졌다. 그가 언제 이런 고급스런 물품들을 보았겠는가.

치우는 한동안 방을 살펴보다 생각했다.

 

‘고급 물건들은 필요가 없다. 자은이 필요하다. 분명 어딘가 자은을 보관하고

있는 곳이 있을 것이다.‘

 

치우는 방 안을 조용히 뒤지기 시작했다. 그 때였다.

안 쪽 방의 문 쪽에서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그 놈을 아직도 못 찾았어? 멍청한 놈들!!”

 

치우는 깜짝 놀랐다.

 

‘아이쿠! 그렇구나 안쪽에 사람이 있는 것도 모르고....그러니 문이 잠겨있지

않았지.‘

 

치우는 가슴이 쿵쿵 뛰는 것을 느끼며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였다.

그때 안쪽에 있던 사람들이 치우가 있는 방 쪽으로 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당황하던 치우의 눈에 방 북쪽의 장식장 옆에 서 있는 검은 장이 눈에 뛰었다.

 

‘저기에 숨으면 되겠다.’

 

검은 장은 여러 사람이 들어가도 충분 할 정도로 컸다.

사람이 문 앞까지 다가온 것을 느낀 치우는 지체 않고 검은 장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가 막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옆 방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치우가

있던 방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치우는 검은 장안에서 안도의 한 숨을 쉬려다 그만 다시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

 

너무 놀란 그가 소리치려하자 시커먼 손이 그의 입을 막았다.

 

“읍!!”

 

입이 막힌 치우는 소리를 칠 수 없었지만 눈만은 튀어나올 정도로 커졌다.

그의 눈앞에 검은 복장을 한 노인이 실실 웃으며 있는 것이 아닌가.

노인의 얼굴은 온통 주름살투성이라 웃음을 짓는 것이 꼭 우는 것 같은

모습이어서 무척이나 이상야릇하게 보였다.

어두운 장안에서 그런 기괴한 노인을 갑자기 만났으니 치우가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치우는 자신의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것을 꿀꺽 삼키며 다시 노인을 보았다.

노인은 치우의 놀라는 모습이 재미있는지 연실 실실거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입을 가르키며 소리 내지 말라는 신융을 했다.

그 모습에 치우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노인이 치우의 입에서 손을 떼었다.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찾은 치우는 궁금증이 일었다.

 

‘저 노인 또 뭔가? 혹시! 경비무사들을 제압했던 사람인가? 그럼 저 노인도 도둑?’

 

머릿속으로 무수한 생각이 스쳤으나 장 밖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치우는 검은 장에 약간씩 뚫려있는 구멍을 통해 밖을 보았다.

노인도 치우의 하는 냥을 보고 한번 씩 웃으며 따라서 구멍에 눈을 가져다 대었다.

밖에는 낮에 보았던 그 뚱뚱한 추량이 금색의자에 앉아서 앞에 있는 노인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추량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자네는 뭐 했나? 추민 그 놈이 또 도망가는 것을 막으라고 사람을 붙여

줬더니만 그세 놓쳐? 내가 아주 속이 터진다.“

 

추량의 신경질에 노인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말했다.

 

“어르신 죄송합니다. 저희는 도련님이 어떻게 호위무사들의 눈을 피해서

나가셨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분명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뭐야? 나오지 않은 놈이 왜 방에 없어?”

 

“죽을죄를 졌습니다요.”

 

노인이 무릎을 꿇고 빌자 추량은 한 숨을 쉬며 말했다.

 

“일어나게! 휴! 다 내가 아들 놈 잘 못둔 죄지....나가보게.”

 

“예.”

 

노인이 나가자 추량은 다시 한숨을 쉰 후 일어나 동측 벽 쪽으로 다가갔다.

추량은 동측 벽 앞에서 주위를 한 번 살핀 후 벽에 새겨진 꽃 그림 중 붉은

꽃을 눌렀다. 그러나 갑자기 벽의 한 부분이 ‘툭’하며 안쪽으로 꺼져 들어갔다.

그러자 추량은 그 들어간 부분에 손을 집어넣고 무엇인가를 잡아당겼다.

 

“덜컥!!”

 

무엇인가 걸리는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벽의 한 부분이 갈라지면 문이 생겼다.

벽의 뒤쪽에 또 다른 비밀 방이 있었던 것이다.

추량은 다시 한번 주위를 살핀 후 그 방안으로 들어갔다.

치우와 이상한 노인은 구멍을 통해 그 모습을 다 보고 있었다.

노인은 추량이 들어간 방을 보고는 얼굴에 희색이 만면한 웃음을 그렸다.

그러나 치우는 그 얼굴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노인의 웃음은 많은 주름 때문에 너무나 기괴하고 이상하게 보였던 것이다.

인상 쓰는 치우를 본 노인은 치우의 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아이야. 너도 물건 훔치러 왔지?”

 

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클클클. 담 큰 놈이군. 추산장은 지키는 놈들이 많아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는데 넌 운이 좋은 놈이다.“

 

“무슨 소리죠?”

 

치우의 물음에 노인은 갑자기 웃음을 걷우며 정색을 하고 말했다.

 

“뭐야? 그럼 네 놈 실력으로 이곳에 들어 왔다고 생각하느냐?”

 

“그럼요. 그럼 누가 절 여기다 데려다 줬다는 말인가요?”

 

치우의 대답에 노인이 헛웃음 치며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놈아. 내가 이곳에 들어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호위무사 놈들을 잠들게

했는 줄 아느냐? 네 놈은 내가 떨거지들을 다 정리해 놓으니까 저지 받지

않고 들어 온 거야 알겠느냐?“

 

노인의 말을 들은 치우는 그제서야 자신이 너무 쉽게 추산장에 잠입했다는

것을 꺠달았다. 자신이 들어오는 동안 막았던 호위무사는 몇 되지 않았다.

치우는 자신이 조심스럽게 들어와 성공했다고 자부했는데 노인의 말을

들으니 그 사정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치우는 노인을 뻔히 쳐다보며 말했다.

 

“그런데요?”

 

치우의 담담한 물음에 노인이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뭐? 그런데요? 헛! 이놈 봐라? 넌 도둑의 규칙도 모르냐?”

 

“무슨 규칙이요?”

 

노인은 치우를 아래위로 흝어 본 후 무게를 잡으며 말했다.

 

“허흠! 모른다니 이 형님이 읊어주지.”

 

‘헉! 형님?’

 

치우의 황당한 눈빛을 뒤로 한 채로 노인은 말했다.

 

“첫쨋, 도둑은 도둑의 물건을 훔치지 않는다. 둘째, 선배의 물건에 탐내지 않는다.

셋째, 선배의 말은 하늘이다. 고로 넌 이 선배님의 물건에 탐내면 안되며 선배의

말을 하늘처럼 받들어야 된다는 말이다. 알겠느냐?“

 

노인의 말을 들은 치우는 갑자기 헛웃음이 나왔다.

 

“풋! 그거 할아버지가 정한 규칙이죠?”

 

치우의 말에 노인은 갑자기 방방 뛰며 말했다.

 

“허! 네 놈은 눈을 달고 다니는 거냐? 아님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는 것이냐?

어디 봐서 내가 할아버지야? 응? 이렇게 젊은 할아버지 봤어? 앙? 형님이라

불러!! 형님 해봐!!“

 

치우는 노인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하하하. 정말 이상한 성격의 노인이네.’

 

그러나 정색을 하고 말하는 노인 앞에서 웃을 수가 없었다.

주름진 얼굴이 더욱 괴상하고 이상하게 일그러져 있어서 만약 형님이라

불러주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소리치며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였다.

지금은 남의 집에 도둑질을 하기위해 들어왔는데 이곳에서 소란이 일면

낭패였다.

치우는 할 수 없이 노인을 진정시키기 위해 말했다.

 

“혀....형...님!!”

 

치우의 말을 들은 노인은 언제 화냈었냐는 듯이 갑자기 입을 찢어질 듯이

웃으며 치우의 손을 잡았다.

 

“헐헐헐. 네 놈이 첨부터 맘에 들었어. 그럼, 아주 싸가지가 있는 도둑이다.

아직 어리니 좀 더 노력하면 대성 하겠어.“

 

노인의 말에 치우는 한숨을 쉬었다.

그때 갑자기 노인이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어? 그런데 네 놈은 어떻게 이곳에 들어왔지?”

 

“그냥 들어왔는데요?”

 

“아니. 아니....그 말이 아니라 넌 어떻게 이곳이 금품을 감춘 곳인지 알고

바로 이곳으로 왔냐 말이다. 이곳은 창고처럼 허름해서 아무나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닌데....흠....이상타. 네 놈 나이로 봐서 아직 도둑의 이치를

알 놈은 아닌데.....정말 이상하네.“

 

노인의 말에 치우는 웃으며 말했다.

 

“뭐가 이상해요? 간단한 것인데....만약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누구나

이곳이 금품을 감춘 곳이지 다 알겠던데요. 뭐!“

 

“뭐라? 뭘 어떻게 신경을 쓰면 아는데?”

 

“이곳 추산장은 중앙의 연못을 기점으로 추량의 전각과 그 부인들의 집들이

배치되어 있지요. 그리고 그 외곽으로 각종 창고와 하인들의 집들이 있고

만약 일반적으로 생각한다면 금품은 추량의 전각이나 그 주위에 화려하게

지어진 3층 누각들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요.“

 

치우의 말에 흥미를 느낀 노인이 맞장구를 쳤다.

 

“그렇지. 일반적으로 금품은 주인의 잠자리 근처에 있거나 그가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곳에 있는 것이 상식이지.“

 

“맞아요. 그리고 산 위에서 추산장을 살폈는데 호위무사들이 추량의 전각과

3층 누각 주위를 물샐틈없이 지키고 있더라구요.“

 

“맞아. 그렇지, 그런데 넌 왜 추량의 전각이나 3층 누각으로 가지 않았지?”

 

치우는 노인의 말에 살짝 웃으며 말했다.

 

“저도 처음엔 그럴 생각이었죠. 그런데 낮에 추량이란 사람을 본 느낌이

결코 저렇게 허술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추량은 비록 욕심이

많고 의심이 많은 인물이지만 결코 멍청한 사람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경비가 저렇게 많이 지키고 있다는 것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함정일 거라구.“

 

“오호라!!”

 

“그래서 생각했죠. 의심이 많으니 결코 자기 전각에서 많이 떨어지진

않았을 거고, 그렇다고 남들의 눈에 쉽게 띄게 하지는 않을 곳을 찾았죠.

그런 제 눈에 추량의 전각 뒤 쪽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이 눈에

띄었죠. 솔직히 반반의 확률이었으나 제 느낌을 믿었죠.“

 

치우의 말에 노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치우를 찬찬히 살폈다.

 

“헐헐헐. 고놈 참!”

 

그들이 이야기를 나눌 때 추량이 들어갔던 방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

치우와 노인은 추량이 나오자 조용히 구멍으로 그의 행동을 살폈다.

추량은 기관을 다시 움직여 벽을 원상태로 복원시켜 놓고는 방을 빠져나갔다.

추량이 나가자 바로 치우와 노인이 검은 장에서 나왔다.

나오자마자 노인이 치우를 보며 말했다.

 

“아이야. 넌 이제 가봐라.”

 

노인의 말을 들은 치우는 황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가라니요. 어디를요?”

 

“어허! 요놈이 아직도 내가 말해준 것을 깨우치지 못했느냐? 이미 이 선배

형님이 이곳에 침을 발라 놓았으니 넌 빠져야지 어디 버르장머리 없게

선배의 밥에 침을 묻히려해!!“

 

노인은 치우에게 훈계를 한 후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추량이 했던대로

벽의 기관을 움직였다.

이내 벽이 갈라지며 입구가 들어나자 노인은 당당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헛참! 웃긴 할아버지 아냐?”

 

치우는 투덜거리며 노인의 뒤를 쫒아 벽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벽 안쪽의 또 다른 방안의 정경은 정말 입이 벌어질 정도였다.

치우는 방안에 둘러쳐져 있는 황금 병풍을 보고 눈이 커졌다.

 

“오와!”

 

각종 새들 그림으로 조각된 황금 병풍이 벽 사면을 다 두르고 있었고

방 중앙엔 커다란 삼층 장식장이 놓여있었는데 그곳엔 각종 귀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방 곳곳에는 진귀한 가구들과 검, 도자기, 그림들이

수푹히 쌓여 있었다.

그 중에서도 치우의 눈에 가장 띄는 것은 커다란 금고였다.

북측 벽 쪽으로 두개의 작은 금고가 있었고 서측 벽 쪽에 무척 큰 금고가 있었다.

그러나 이미 서측 벽 쪽의 큰 금고는 노인이 다 털어 내어서 텅텅 비어버렸다.

각종 보석과 금들에 환장한 듯이 좋아 하던 노인은 치우가 방으로 들어온 것을

보더니 소리쳤다.

 

“아니. 이 쥐방울한 놈이 이 형님 말을 안듣고 들어왔어?”

 

치우도 지지 않고 맞섰다.

 

“할아버지가 무슨 상관이예요? 같은 도둑끼리 서로 도와야하는거 아니예요?”

 

치우의 말에 노인이 방방 뛰며 말했다.

 

“뭐...뭐? 할아버지? 이놈이...!! 같은 도둑? 어찌 내가 네 놈과 같은 도둑이냐?”

 

“그럼. 도둑이 아님 뭡니까?”

 

치우의 물음에 우물거리던 노인이 갑자기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

 

“예 이놈!! 형님이 말하는데 말대꾸냐? 얼른 썩 사라지지 못해?”

 

“싫어요! 이게 뭐 모두 할아버지 겁니까? 나눠가져도 충분하겠는데...”

 

“헐! 이놈 보소? 못해!! 안해!! 난 그렇게 못해 천하의 천일(天一)이 훔칠 물건을

나누어 주었다면 개가 웃을 일이야. 안돼!! 이건 다 내꺼야.“

 

노인의 어거지를 무시하고 치우는 방안에서 돈이 될만한 것을 챙기려했다.

그 순간 갑자기 노인이 치우의 완맥을 잡으려 했다. 그러나 치우는 예상이라도

한 듯 손을 틀며 오히려 노인의 곡지혈을 눌렀다.

치우의 반격에 놀란 노인이 실실 웃으며 손을 빼고는 갑자기 앞으로 ‘쑥’ 몸을

밀고 들어오는 것이다.

치우는 노인이 어느 순간 자신의 코 밑까지 다가오자 놀라며 칠성보를 이용해

몸을 옆으로 틀었다.

 

“헛! 이 놈 봐라?”

 

노인이 치우의 몸놀림에 놀라며 계속해서 몸을 붙여왔다.

노인의 움직임은 마치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고 빨라서 치우가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면 바로 다가들고 한 발짝 옆으로 빠지면

또 바로 옆으로 붙어왔다.

치우는 칠성보를 익힌 후 이처럼 당황한 적은 처음이었다.

아직 자신의 공력이 약해 미욱 하지만 노인의 집요한 움직임엔

대책이 없었다.

노인은 치우가 움직일수록 그 보법을 찬찬히 보면서 계속 놀라워했다.

 

“어린놈아! 너 그 보법을 어디서 배웠느냐? 무척이나 특이하고 대단하구나.”

 

노인의 물음에 치우는 답 할 수 없었다.

칠성보의 움직임에 이미 모든 기운을 쏟고 있었기 때문에 만약 입을 연다면

기운이 뒤틀려 발이 꼬이고 말 것이다.

그러나 노인은 치우가 아무 대답을 않자 더욱 화가 나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었다.

 

“이런!! 쓰브를 어린 놈이 내 말을 씹어? 어른이 말을 하면 쪼만한게 얼른

대답을 할 것이지.....헐!! 씹는다 말이지? 분명 너 내 말 씹었지?“

 

노인의 주름진 얼굴이 인상을 쓰자 더욱 괴상하게 변했다.

노인은 치우에게 소리쳤지만 치우는 대답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헉!! 입을 열수가 있어야 답하지!! 아이구 저 노친네....늙으면 노망난다더니

저건 분명 노망이야!!‘

 

치우가 생각할 때 갑자기 노인이 앞에 나타나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헉!!”

 

너무 주름이 져서 괴상한 얼굴이 갑자기 나타나자 치우는 놀라며 칠성보를

밟던 발이 꼬이고 말았다.

 

“아야!!”

 

치우가 넘어지자 노인이 손뼉을 치며 웃었다.

 

“케케케케. 재미있다. 재미있어. 다시 한번 넘어져봐라. 아주 재미있다.”

 

치우는 온 몸이 뒤틀리는 충격에 인상을 쓰며 노인을 속으로 욕했다.

 

‘젠장할 놈의 노친네. 완전히 맛 갔구만....’

 

한동안 웃던 노인은 쓰러진 치우의 등덜미를 잡았다.

 

“엇! 뭐예요. 놔 주세요.”

 

등덜미를 잡히자 치우는 갑자기 힘이 쭉 빠졌다.

그저 노인이 약간의 힘을 가했을 뿐인데 힘을 쓸 수가 없었다.

 

“켈켈켈. 선배님의 물건을 훔치려한 네 놈은 벌을 받아야해.”

 

노인은 말하며 치우를 방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비밀 방을 나온 노인은 자신이 훔친 물건을 담은 보자기를 등에 단단하게

짊어지고서는 다시 치우를 붙잡고 창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치우가 놀라서 말했다.

 

“혀....형님!! 절 어쩌려고 그럽니까?”

 

“헐헐헐!!”

 

치우의 물음에 웃음을 짓던 노인은 주위를 한 번 흝어 보더니 갑자기

크게 소리를 질렀다.

 

“도둑이야!! 도둑이 들었다. 켈켈켈”

 

노인의 우렁찬 고함 소리가 어두운 추산장의 정적을 깨트렸다.

치우는 노인의 고함소리를 듣고 순간 등골이 시렸다.

추산장이 갑자기 시끄러워지며 수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소리의 근원지가 어딘지를 찾는 듯 보였다.

그 모습을 본 노인은 치우의 귀에 대고 말했다.

 

“헐헐. 이 형님은 가실 테니...뒤 처리 잘 부탁한다. 아이야.”

 

말을 마친 노인은 사람들이 몰려오는 방향으로 치우를 냅다 던지면서

다시 소리쳤다.

 

“도둑이다. 도둑 잡아라. 케케케케.....도둑 날아간다....케케케”

 

노인은 치우를 던지고 소리치며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노인의 마지막 웃음은 멀리서 들려왔다.

치우는 노인에 의해 경비무사들이 달려오는 방향으로 몸이 날아가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

 

“아. 이렇게 죽게 되는구나.”

 

그런데 순간 바닥으로 떨어진 치우는 자신의 몸이 자유스럽다는

것을 알았다.

 

“어. 몸이 굳었던게 풀렸네.”

 

치우는 기뻐했지만 이미 호위 무사들이 가까이 접근하고 있었다.

누군가 치우를 보고 소리쳤다.

 

“이놈!! 게 섰거라.”

 

치우는 호위무사들이 몰려오자 놀라며 몸을 날렸다.

그의 공력이 비록 깊지 못했으나 일반 무사가 따라 올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치우는 뒤 쪽에서 오는 경비무사들을 피해 서측의 담 쪽으로 달렸다.

그 때 소리치며 경비무사 하나가 검으로 치우의 등을 찔러왔다.

치우는 지체하지 않고 몸을 틀며 경비무사의 몸 앞으로 붙이며 그의 복부를

주먹으로 쳤다.

 

“컥!”

 

그러나 잠시 지체하는 사이 다른 경비무사 둘이 치우의 양옆에서 공격해왔다.

 

‘이렇게 여기서 이들을 상대하다가는 잡히고 만다.’

 

치우는 두 사람의 경비무사들이 공격 해와도 무시하고 칠성보를

이용해 담 쪽으로 몸을 피했다. 그러나 경비무사들이 공격은 집요했다.

어느 순간 치우의 등과 허리를 양쪽에서 찔러오는 것이다.

치우는 놀라며 허리를 뒤로 틀며 미끄러지듯 물러났다.

그리고 시간을 주지 않고 경비무사 쪽으로 다시 몸을 붙이며

그들의 다리 쪽에 있는 중도혈(中都穴) 눌러버렸다.

 

“윽!!”

 

호위무사 둘이 쓰러지자 치우는 지체하지 않고 곧 바로 담을 뛰어 넘었다.


순식간에 담을 뛰어넘던 치우는 갑자기 아래쪽에 무엇인가 있음을

 느끼고 몸을 틀려 했으나 이미 늦어버렸다.

 

“아이쿠!! 어떤 놈이여? 어떤 놈이 날 밟아?”

 

치우가 뛰어내린 담 아래 사람이 누워있었던 것이다.

치우는 물컹한 느낌에 놀랐지만 다행이 사람이란 것을 알고 말했다.

 

“아이구! 죄송합니다. 여기에 누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치우의 말에 눈을 게슴츠레 뜬 사내가 술 냄새를 푹푹

풍기며 말했다.

 

“헤헤헤. 뭐 미안하면 한잔 사슈!”

 

“예?”

 

“술 말이유 술! 술 한 잔 사면 내 넘어가 주지.”

 

“저...그것이...”

 

사내는 치우를 위아래로 쳐다보더니 물었다.

 

“어? 근데 당신 누구슈? 왜 담을 넘었소? 당신 도둑이야?”

 

사내의 물음에 치우는 털컥! 심장이 내려앉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여...여긴! 아! 우리집이예요. 부모님 몰래 도망쳐 나오느라. 헤헤!”

 

치우가 당황해서 말하자 사내가 말했다.

 

“호! 그래? 당신도 나처럼 아버지 피해 도망 다니는 구나. 하하하 나 같은

사람 여기 또 있네.“

 

치우는 더 이상 사내와 이야기 하다 경비무사들이 몰려오면 큰일 나기 때문에

자리를 피하려 했다.

그때 사내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그런데...말이오! 이상하네. 정말 이상해...이 집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단 말야.”

 

그 사내의 말에 치우는 더욱 당황되었다.

 

“헤헤. 추산장이니 당연히 봤겠죠. 태민시에서는 유명한 곳이니...헤헤”

 

치우의 말에 사내는 갑자기 알았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아! 추산장!! 맞아!...추산장....하하하 그러니 내가 알지. 어! 그래도 이상하네.”

 

사내가 주정하듯이 치우의 한 팔을 붙들고 계속 말을 하자 치우는

 점점 짜증이 났다.

 

“뭐가 또 이상하나는 겁니까?”

 

사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추산장엔 아들이 하난데...당신이 그 아들이란 말이오?”

 

“맞아요. 이제 궁금한 것 없으면 가겠습니다.”

 

치우의 말에 사내는 더욱 심각한 얼굴로 술 냄새를 풍기며 치우에게 물었다.

 

“어? 그래요? 그럼...난 누구지? 난 누굴까요? 헤헤. 난 누굴까.”

 

치우는 사내의 횡설수설에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당신이 누군 줄 내가 어떻게 알아요? 이제 전 가보겠습니다.”

 

치우가 막 앞으로 나가려하자 사내가 다시 치우의 손목을 잡으며 물었다.

 

“난 누구죠? 당신이 추산장의 아들이면 이 추민은 누구냐구?”

 

그의 물음에 치우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