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

그냥나200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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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가 문득, 모든 풍경이 낯설게 느껴지는 때가 있다. 그럴때면 나는 그 멈춰진 순간의 빛과 소음을 멍해진 눈으로 느끼며, 오후에야 떠진 눈에 들어온 하루의 첫 햇살과 같은 희미하고 아련한 예감을 가슴 속에서 추스린다. 그 예감은 조금씩 멀어져 사라지고, 나는 그 시간 동안 인생의 이유를 찾느라 정신없이...나을 놓아버린다. 오후와 밤의 사이, 사거리 횡단보도와 신호등만큼 낯선 것은 드물다.

내 눈 앞에 놓여진 나의 두 손은 감동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감동의 대상이다. 인생은 가슴을 저민다. 모든 것들은 눈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들이 메마른 이유는 그것들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익숙함 속에서 떨림을 발견해내기란 쉽지 않다. 일상의 망각 속에서는...살면서 가슴 저미는 감정을 느끼는 순간은 많지 않다. 무엇도 지속될 수는 없다. 그래서, 모든 것은 사랑이다. 사랑은 영화이고, 음악이며, 시인 동시에 소설이다. 그리고 사랑은 논픽션이다. 그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진정한 사랑이라면 그것은 영원하다. 익숙해져서 결국에는 느껴보려해도 느낄 수 없게 된다 해도 그것은 온전할 것이다. 우리들의 안에서...

난 로맨스를 좋아한다. 내 사랑의 대상을 세상 무엇보다 아름답게 빛내어 주기 때문이다. 우리의 청춘은 로맨스만으로 채워도 그 공간이 부족하다. 혼자 방에 앉아 있지만, 그녀를 향한 로맨스는 내 주위를, 내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녀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지만, 나의 얼굴은 아마도 미소짓고 있을 것이다. 그녀의 짜증과 투정의 대상이 나라는 사실에 너무도 감사한다. 나를 향한 그녀의 눈물이, 그리움과 아픔, 슬픔, 상실에서 오는 것이 아님을 감사한다. 알고 싶어하고 확인하고 싶어하던 자신이 참 바보스럽다. 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할 뿐인데, 거기에 또 무엇을 바란단 말인가. 내가 느끼는 이 사랑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머릿 속 그녀의 영상이 각인되어 내 눈을 채워주는 것 만으로도 내가 살아갈 이유는 충분하다.

게으르고 변덕쟁이에다가 자기 기분만 생각하고, 끊기 없고 염세적이고 거기에 절약할 줄 모르고 계획성 없는 그녀. 머리숱도 적고 뱃살에다 굵은 팔뚝을 가진 그녀. 그럼에도 그녀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나를 본다. 그런 그녀가 좋다. 그냥 그녀가 좋다. 나를 향한 눈빛만으로 충분하다. 그녀가 더이상 내 곁에 없는 순간을 상상해본다. 그것은 지옥이다. 내 안의 모든 것이 빠져나가버려 빈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다. 더 이상 존재이유가 없는 매미의 허물과 같게 될 것이다.

내 인생의 미션은 그녀를 지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