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드라마응모--가을은..상처받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계절..

푸딩천사2006.12.22
조회529

부제 : 가을은.......상처입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계절


사랑 때문에 상처입어 웃음을 잃은 수안에게 웃음을 찾게 해준 새로운 여인. 상처입은 사람들이 사랑을 하는 힘든 과정을 유쾌하지만 그 깊은 곳을 살짝 건드려주는 센스까지 짧게 버무리려니 조금 힘든점도 있지만 나름 만족스럽네요. 내용은 시나리오 형식이 아닌 소설형식이라서 조금 길어서 시놉시스를 먼저 첨부했습니다. 시간이 되시면 내용전문을 다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사중에 중요한 대사들은 일부 발췌해서 시놉시스에 삽입해보았습니다. 글쓰는 걸 좋아해서 밤을 새면서 글을 써봤는데 정말 기분이 좋네요. 정성 들여 쓴 것이니 꼭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혹시 시간되시면 제 메일로 내용에 관한 지적도 해주시면 정말 감사드릴께요.(welper@naver.com)


■시놉시스

맞선에는 별 관심이 없는 수안과 지수(백번째 맞선녀의 이름). 수수하고 털털한 지수는 수안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거북한 맞선을 계속하느니 둘이 만나는 것으로 양가 부모에게 거짓말을 하고 주말에 그냥 만나서 술친구나 하자는 거래.

무뚝뚝하고 얼음처럼 차가운 수안 앞에서도 유쾌한 지수를 보고 시연은 불안감이 몰려온다.


--본문일부--

“보아하니 맞선 보기가 이빨 뽑기 싫다고 한참을 울며 불며 징징대는 애들보다 더 싫으신 것 같은데..맞아요? 그럼 저랑 거래하실래요? 집에 돌아가서 마음에 든다고 몇 번 더 만나보겠다고 말을 하는 거죠. 뭐 어차피 저도 결혼은 아직 생각에 없는데다, 자유를 조금 더 누리고 싶거든요. 맘에도 없는 맞선 나와서 매일 같은 질문, 같은 대답에, 레파토리 똑같은 코스를 도는 것보다야 저랑 같이 대충 노는 것도 좋지 않겠어요?”

--중략--


거래성사로 인해 다음 주 주말에 만난 두 사람. 약속시간에 늦은 수안에게 대뜸 초밥을 사달라고 끌고가지만 수안은 연우와 헤어진 이후로 연우와 자주 먹던 초밥을 안 먹게 되었다. 수안이 먹지 않은 초밥을 개의치 않고 다 먹어치운 털털한 지수. 시연과는 딴판임을 깨닫게 되면서 거래를 중지하자고 한다.

마지막 날을 기념하듯 술을 마신 두 사람. 술에 취해 주저리 주저리 혼자 떠들던 지수에게 사랑의 상처가 있음을 알게 된다. 지수의 털털하고 웃음진 행동은 과거 백혈병으로 죽은 사랑했던 남자의 부탁이었던 것. 어쩌면 수안이 얼음왕자였기에 지수는 거래를 제안했는지도 모른다.


--본문 일부--

“제가요..예전에 딱 수안씨 같았었답니다. 세상이 너무나 싫어서 말하기도 싫고, 웃기도 싫고, 먹기도 싫었죠. 그러다가...그러다가요..훌쩍 여행을 떠나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바닷가 등대곁에서 한 남자 사진을 찍었더랬죠. 근데 나중에 인화를 해보니 어찌나 멋져보이던지...나랑 똑같더라구요. 아니지..지금의 딱 수안씨 같은 표정이었지. 하여간에 그래서 그 사람을 찾아 다시 내려갔죠. 그리고는 어떻게 됐게요? 뭐 뻔한거죠. 둘이 동거하고 같이 2년을 살았죠. 그 사람 한번 웃기려고 내가 먼저 웃었죠.”

마치 수안이 없기라도 한듯이, 지수는 그냥 말을 이어갔다.

“그 사람이 너무 좋았는데, 너무 사랑했는데, 어쩜 조아..헤헤헤헤. 죽어버렸어요. 백혈병으로 그냥 죽어버렸어요. 마지막에 저보고 자기 몫까지 웃어달래요. 전 웃는게 이쁘다구...그래서 전 매일 웃어요. 그게 그 사람한테 사랑한다고 말하는거랑 똑같거든요. 그러니까 수안씨도 웃어야해요”

눈물이 범벅이 된 지수는 이제 말이 없었다. 잠이 들었다.

수안은 지수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얼음처럼 차가워진 것이 연우가 자신을 떠나서 배신감에 세상을 불신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연우에 대한 그리움때문인지 알수가 없었다.

--중략-


지수 이후로 선을 안보게 되면서 주말이 넉넉해진 수안.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 황간호사가 회식을 제안하고 시연은 수안에게 고백을 해야 할 마지막 기회라는 불안감에 마음을 다잡는다. 우연히 둘이 남게 되자 시연은 수안에게 자신의 심정을 고백하지만 수안은 냉정하게 거절한다. 그러면서 시연이 맞선이야기를 꺼내면서 수안은 지수를 떠올린다.


한참이 지난 어느날 지수가 병원을 찾게 된다. 신경이 쓰이는 시연과 황간호사. 지수는 편하게 진료를 받으러 왔다고 했지만 왠지 수안은 지수에게 신경이 쓰인다. 점심을 먹고 온 수안을 바라보는 시연은 왠지 달라진 수안의 행동에 마음이 쓰려온다.


--본문일부--

“그 때 맞선본 여자 맞지? 수수한게 보기 좋네”

시연이 말을 먼저 걸었다.

“그냥 그렇지 뭐. 밥 사준다길레...비싼 초밥 얻어먹고 왔지.헤헤”

“오랜만에 웃는 구나? 초밥은 싫다고 하더니만...”

“응? 그냥 먹을게 마땅치 않아서 말야....”

시연은 그 의미가 왠지 그대로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중략--


왠지 허전한 마음에 지수에게 술친구를 요청한 수안. 호프집에서 노래자랑이 열리게 되고 용기백배 지수가 무대로 달려나가 노래를 부른다. 노래는 분위기 전혀 맞지 않는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마이크를 두손으로 꼭 잡고 동요를 부르듯이 트로트를 용감하게 부르는 모습에 사람들이 어느순간 박자에 맞추어 박수를 치게 되고 수안도 어느덧 그런 수수하고 맑은 지수를 보며 웃음을 짓게 된다.

(여기서부터 수안이 지수에게 마음이 조금씩 생기는 중요한 에피소드입니다. 동백아가씨는 간들어지게 불어야함에도 불구하고 지수는 마치 발라드 부르듯 하지만 그 또한 매력적으로 보이게 되죠)


편안한 술친구가 되버린 두 사람이 불안해진 시연은 황간호사와 나여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수안에게 마음이 있었던 세 여자는 의기투합해서 연합방해작전을 펴기로 결정을 한다.(이들의 방해공작이 에피소드로 짧게 짧게 만들어지면 재미있을 것 같네요.) 시연은 늦게까지 일거리를 맡기고 황간호사는 전화를 안 돌려주고 나여사는 늦게 진료를 보러온다. 심지어 두 사람이 술을 마시는 자리에 합석을 해서 혹시나 모를 일을 미연에 훼방놓게 된다. 그러나 그 훼방이 둘 사이에 미묘한 감정을 더 부채질한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데...


술친구를 핑계 삼아 자주 만남을 갖게 되는 두 사람. 세 여자의 방해공작도 소용이 없이 그 날도 약속장소로 가던 수안은 우연히 길에서 연우를 보게 되고 쫒아간다. 그녀를 부르는 순간, 남편과 아이와 함께 손을 잡고 행복해 보이는 연우를 보고 숨어버리는 수안. 5년간 기다린 사랑에 대한 갈등에 고민하느라 지수의 전화를 받지 못한다.

고민상담을 위해 시연을 찾은 수안.


--본문 일부--

“그런데..그런데 시연선배. 전 왜 이렇게 마음이 허전하죠? 전 연우도 저처럼 힘들어 하면서 기다릴거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제가 너무 이기적인거겠죠? 다시 만나면 잘해주고 싶었는데..예전에 못해준 것 다 해주고 싶었는데...”

“누가 그러더라. 남자는 이별을 할때 자신이 그녀의 첫사랑이길 바라고 여자는 자기가 그 남자의 마지막 사랑이길 바란다고. 사람들은 여자들이 사랑에 더 독하다고 하지만, 남자들은 언제나 상대에게 좋게만 보이고 싶어할 뿐 해주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 첫사랑..말은 좋지...하지만 남는게 뭐니? 내가 너를 좋아해서 남는게 뭘까? 이제 그만 연우 놓아라. 아마 연우도 너가 어디선가 좋은 사람과 행복할거라고 생각하고 있을꺼야.”

--중략--


연우에 대한 미련이 단순한 과거라는 걸 깨달은 수안. 지수도 자신에게 어느정도 마음이 있음을 전화통화로 알게되면서 사랑에 급물살을 타게 된다.


몇일 후 병원에서 시연은 연합작전이 실패했음을 황간호사와 나여사에게 흐뭇하게 알린다. 이제는 방해공작이 아닌 도우미로 나서야 할때라고 말을 한다. 수안은 지수의 알콩달콩 마음을 알게되면서 웃음을 되찾게 되고 모두가 사랑을 찾아 떠나는 해피엔딩으로 마감한다.


--본문 일부--

카메라, 전화통화하며 흐뭇하게 웃고 있는 수안을 지나치고 수다떠는 황간호사, 나여사, 시연을 비추고 화창한 가을하늘로 옮겨간다. 배경으로 세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니 근데, 그냥 친구라던 사람들이 어떻게 저렇게 됐데요?”
“서로 상처 있는 사람들이 더한다잖아요. 상처 없는 사람은 사랑도 못한다니까요..하하”

“나도 상처 있다구..이혼 한번 했음 상처 아닌가?”
“어머머, 나여사님 한테는 상처라기 보다는 훈장 아닌가요?”
“뭐라구, 황간호사!!”

“농담이예요. 농담...하하하하”

“하하하하하”


자막이 조용히 뜬다....


가을은..........................................상처 입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계절....

--END--



■ 내용전문


-- 수안의 맞선장소


"잘 됐네요..저도 이런 맞선은 딱 질색이라서 말이죠...서로 시간 낭비 안하는게 좋겠죠?"

무덤덤한 표정의 수안의 행동에 백번째 맞선녀(name : 정지수)가 정색을 했다..'요거 봐라..'


"참..내 정신 좀 봐. 좀 있다 엄마한테 보고를 하려면 뭔가는 알아야 하는데..죄송하지만 우리 수다나 떨다 헤어지는건 어때요? 맞선 때문에 딱히 주말에 약속 잡아논것도 없는데..좋죠?"

수수한 차림만큼이나 넉살도 좋은 지수를 보며, 수안도 집에 가서 말할거리를 만들어야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 어머 강수안선생님 지금 맞선보는거예요? 어쩜 좋아.." 황간호사가 유리창 뒤에 숨어 호들갑을 떨었다.

"아따, 가만 좀 있어봐..맞선인지 맞짱인지 좀 봐야 알거 아녀?" 나여사가 눈을 흘기며 혀를 찼다.

하지만 시연은 얼마전부터 부쩍 집에서 전화가 자주왔던 수안을 보며 예상을 하던 일이었다.

'어쩌면 지금 저 맞선이 처음은 아닐꺼야...하지만.....'

언뜻 수안과 연우와의 과거가 떠올랐다. 유난히 시연을 따르던 수안은 연우을 사귀고 제일 먼저 시연에게 인사를 시켜주었고 언니 동생하면서 셋이 자주 붙어다녔다. 시험이나 학회발표핑계로 수안이 바쁠때는 연우를 챙겨주는건 언제나 시연의 몫이었다.


-- 5년전

"요즘에는 언니가 내 애인같아요.." 시무룩한 연우가 동동주를 기울이며 불쑥 말을 내뱉었다. 벌써 세병째였다.

"하하..그러게. 이러다가 우리 이상한 소문 나는거 아냐?" 멋적게 시연이 웃으며 말을 막아보려 했다.

"언니...저..너무 힘들어요. 그렇게 오래 사귀고도 속 마음 하나 모르는 그 사람을 계속 기다려야 할지..

과연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고는 있는 건지...내가 그 사람을 사랑은 하는건지..."

"무슨 소리야.니들은 바퀴벌레 커플인거 몰라? 왜 그런말 있자나. 못생긴 남자랑 여자랑 사귀면 바퀴벌레라자나.하하.

내가 보기에는 집 성화에 못이겨 그러는 거니 자격증만 따면 잘해줄꺼야. 조금만 기다려봐..."

수안이의 무뚝뚝함을 너무나도 잘 아는 시연이었지만 지금으로써는 달리 할말이 없었다. 거짓말 밖에는..

"그러겠죠? 단지...바빠서 그런거겠죠? 그래요..바빠서...그냥 바빠서..."

힘없이 술을 들이키는 연우의 눈이 글썽해지는 걸 시연은 애써 모른척했다.

그것이 연우를 본 마지막이었다. 무정한 자식...장인 돌아가시는 날에 그 놈의 학회가 뭐가 그리 대단하다구..


어쨌든 두 사람의 이별로 인해 수안은 그 전보다 더 차가워졌고 웃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 냉철함을 유지해야하는 의사를 직업으로 선택한 것이 다행이었다. 어쩌면 대학병원의 전문의를 그만 둔것도 그 차가운 성격탓에 대인관계가 불편해졌기 때문일것이다.

그런데 맞선 테이블을 바라보는 시연은 왠지 불안해졌다. 수안에게 점점 이성적으로 끌려가는 걸 느끼긴 했지만 왠지 수안이 정작 맞선을 보는 장면을 목격하자 가슴이 콩닥거렸던것이다. 더군다나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수안을 앞에 놓고 저렇게 태연하게 웃고 떠드는 사람을 보자 문득 연우를 처음 만났던 그 때가 떠올랐다.

“보아하니 맞선 보기가 이빨 뽑기 싫다고 한참을 울며 불며 징징대는 애들보다 더 싫으신 것 같은데..맞아요? 그럼 저랑 거래하실래요? 집에 돌아가서 마음에 든다고 몇 번 더 만나보겠다고 말을 하는 거죠. 뭐 어차피 저도 결혼은 아직 생각에 없는데다, 자유를 조금 더 누리고 싶거든요. 맘에도 없는 맞선 나와서 매일 같은 질문, 같은 대답에, 레파토리 똑같은 코스를 도는 것보다야 저랑 같이 대충 노는 것도 좋지 않겠어요?”

수안을 보고 말하는 건지, 건너편 테이블을 보고 말하는 건지 주위를 연신 두리번 거리며 지수는 건성으로 말을 건넸다.

수없이 많은 맞선 상대를 만나봤지만 자신에게 관심 없는 여자도 처음이었지만 이런 황당한 거래를 제시한 여자도 처음이었다.

“원래 말수 적은 분 같으니까 승낙한걸로 알께요. 그럼 오늘은 대충 집에 보고하고 다음주에 만나죠. 제 연락처니까 전화하세요. 그럼 저 먼저 일어날께요. 약속이 생겼거든요..헤헤”

프리랜서 사진작가 정지수. 심플한 명함에는 단지 그것뿐이었다.


-- 다음날

아침부터 출근부를 찍은 나여사와 아침도 거른채 출근한 황간호사는 오랜만에 둘이 모여 수안의 병실을 바라보며 쑥덕거리고 있었고 시연은 창밖으로 지나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시연선배, 노크소리도 못 듣고 뭘 그리 생각해요?”

“어? 어..그냥...낙엽이 떨어지길래...”황급히 둘러대긴 했지만 서툴렀다.

“낙엽이요? 참나..시연 선배도 그런 센치한 구석이 있었나. 차트 여기있어요. 검토해보세요”

센치라...언제나 편한 누나, 입무거운 카운슬러 역할로 만족했던 오시연..하지만 그녀도 여자였다.

“저,,수안아? 오늘 시간 되면 저녁 어때? 저기 깔끔한 일식집 생겼던데..”

“초밥 안 좋아하잖아요. 황간호사랑 가세요.”


-- 주말

“설마 또 맞선을 보러가는 건가?” 궁시렁 대는 황간호사의 말에 시연은 불안했다.

“주말 잘 보내세요.” 황급히 인사를 하고 빠져나가는 수안


“여자를 이렇게 기다리게 하시면 안되는 거 모르세요?하하. 아무리 거래라지만 너무하시네요. 제가 봐드릴테니 저녁이나 사세요. 저 초밥 좋아하거든요..좀 비쌀꺼예요..”

“저...초밥은...”

수안의 말은 듣지도 않은채 지수가 앞장을 섰다.


“왜 안드세요? 아하..초밥 안 좋아하시는 구나. 그럼 저라도..”

허락은 둘째치고 수안의 눈치조차도 안본채 지수는 수안의 초밥을 넙죽 먹었다.

시연도 초밥을 좋아했었다. 그때는 수안도 초밥을 잘 먹었었다. 시연은 언제나 맛있는 연어와 장어초밥은 항상 수안의 접시에 옮겨주었다. 그런 그녀가 그리웠다.

“저도 맞선이 싫어서 나오긴 했지만...이렇게 만나는게 별로 편하진 않네요. 차라리 맞선이 더 나을수도..”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하세요. 뭐 싫다는 사람, 저도 만나고 싶진 않거든요. 그럼 제가 밥은 얻어먹었으니 술 한잔 하는건 어때요?”

수안도 술 생각이 간절했다.


-- 신당동 곱창집

“여기 곱창이 끝내준다니까요. 배추에 싸서 한번 먹어봐요. 이모, 여기 소주 일병!!”

지수를 만나고 수안은 채 열마디도 안한 듯 싶었지만 지수는 아랑곳 없이 신이 나 있었다.

“수안씨, 세상 뭐 그렇게 어렵게 살아요? 잘생기면 얼마나 잘생겼다구, 집이 빵빵하면 얼마나 빵빵하다구. 얼굴 좀 펴고 좀 웃어봐요. 인생 뭐 있어요?”

테이블에는 소주가 다섯병째였고 그 중에 네병은 지수가 마신 소주였다.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지수는 플라스틱 의자에서 삐끗삐끗하면서도 중심을 잘 잡고 있었다.

“제가요..예전에 딱 수안씨 같았었답니다. 세상은 너무나 싫어서 말하기도 싫고, 웃기도 싫고, 먹기도 싫었죠. 그러다가...그러다가요..훌쩍 여행을 떠나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바닷가 등대곁에서 한 남자 사진을 찍었더랬죠. 근데 나중에 인화를 해보니 어찌나 멋져보이던지...나랑 똑같더라구요. 아니지..지금의 딱 수안씨 같은 표정이었지. 하여간에 그래서 그 사람을 찾아 다시 내려갔죠. 그리고는 어떻게 됐게요? 뭐 뻔한거죠. 둘이 동거하고 같이 2년을 살았죠. 그 사람 한번 웃기려고 내가 먼저 웃었죠.”

마치 수안이 없기라도 한듯이, 지수는 그냥 말을 이어갔다.

“그 사람이 너무 좋았는데, 너무 사랑했는데, 어쩜 조아..헤헤헤헤. 죽어버렸어요. 백혈병으로 그냥 죽어버렸어요. 마지막에 저보고 자기 몫까지 웃어달래요. 전 웃는게 이쁘다구...그래서 전 매일 웃어요. 그게 그 사람한테 사랑한다는 말하는거랑 똑같거든요. 그러니까 수안씨도 웃어야해요”

눈물이 범벅이 된 지수는 이제 말이 없었다. 잠이 들었다.

수안은 지수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얼음처럼 차가워진 것이 연우가 자신을 떠나서 배신감에 세상을 불신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연우에 대한 그리움때문인지 알수가 없었다. 


-- 한참이 지난 후 병원

“강선생님, 요즘은 주말에 별로 안 바쁘신가봐요. 오랜만에 회식이나 해요.”

황간호사가 코가 맹맹한 목소리로 회식건의를 했다.

“회식하시게요? 저도 오늘 비번인데..어디로 가실건데요?” 언제 왔는지 김순경이 은근슬쩍 황간호사를 보며 끼어들었다.

“어머, 병원 회식에 김순경님이 왜 끼어요? 이건 엄연히 병원 회식이라구요”


“그래요. 시연선배, 오랜만에 일도 일찍 끝났는데, 우리 회식이나 할까요? 김순경님도 같이 가시죠”

수안의 제안에 김순경은 웃고, 황간호사는 볼이 부어올랐다. 수안이 순순히 회식을 가자는 말에 시연은 오늘은 무언가 말을 꺼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바

“제가 갑자기 속이 안 좋아서요..죄송해요 강선생님..저 잠시 약 좀 사먹고 올께요.” 아까부터 새파란 얼굴로 버티던 황간호사가 일어나자 김순경도 뒤를 따랐다.“저도 같이 가요”

둘만의 멋쩍은 시간. 수안은 술을 마셨고 시연은 떨리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요즘 맞선은 안보나보네...”

“응? 알고 있었어? 그냥...맞선도 보다 보니 밑천이 떨어지나보지. 이젠 집에서 좀 골라서 맞선을 보이겠다고 해서, 다행이지 뭐”

“연우는 다 잊은거야?”

시연과 수안 사이에는 무언으로 해서는 안될말이 있었다. 바로 연우이야기였다.

“선배가 연우 이야기하는거 오랜만이네. 그냥 그래..잊은 건지 아니면 간직하고 있는건지..이젠 얼굴도 가물가물하고..소식 끊기지 벌써 5년인데..”

“그래도 너, 아직 연우 못잊은 것 같은데...”

“그렇게 보여? 선배가 그렇게 봤다면 그런거겠지. 아니, 맞을꺼야. 맞선을 나가도 매번 연우와 비교가 되고,,아무래도 결혼하기 힘들 것 같기도 하고..”

“수안아....”

“오늘따라 선배, 이상하게 조신하네. 예전같으면 벌써 술 한병 더 시켜야 했을텐데..”

“그게 말이야..나...너 좋아하는 것 같아...”

순간 수안이 마시던 술을 다시 놓았다. 한참이 흘렀다.

“그랬어? 난 몰랐는데...그냥 시연선배는 언제나 편한 형처럼 대했는데...그랬었구나..."

"그냥 웃음 잃은 널 옆에서 지켜보면서, 조금씩 마음을 주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이렇게 되버렸어.“

술을 한잔 마시고 시연은 오늘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기로 했다.

“혹시 딱히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없다면..”

“시연선배...난 선배를 여자로 생각해본적 한번도 없는데....단지...”

“...........”

“선배가 싫다는게 아니라 지금 내 상황이...”

“그래..너 마음 알아..사실은 지난번 너 맞선볼때 장난삼아 쫒아갔었는데, 그 여자, 왠지 너랑 맞을 것 같아서,,,지금 아니면 너에게 내 마음을 고백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말한거야...”

시연 선배가 말하는 그 여자가 지수씨인가? 갑자기 지수의 낯가림 없는 웃음이 떠올랐다.


“어머. 뭐가 이렇게 진지해요?”

황간호사와 김순경이 돌아왔다. 시연이 금세 분위기를 바꿨다.

“진지하긴 뭘..자 오래만에 회식이니 내가 쏠께. 한잔들 하자구...하하”

시연은 술의 힘을 빌어 쿨해보이고 싶었다.


-- 몇일 후 병원

“여기 강수안 선생님 계신가요?”

역시나 수수하게 늘어트린 머리로 지수가 병원에 들어섰다.

“네? 아..네. 지금 진료중이세요..누구시라고 전해드릴까요?”

지수의 얼굴을 알아본 황간호사가 놀라며 물었다.

“아뇨. 그냥 아는 분인데 진료받으러 왔거든요. 접수만 해주시면 돼요.”


황간호사는 급하게 나여사에게 전화를 했다.

시연도 정지수를 보고 긴장을 했다. 무슨 일일까?

정작 놀란 것은 수안이었다.

“여기는 왠일이시죠? 무슨 볼일 이라도”

“치과에 볼일이 뭐 있겠어요? 엊그제부터 사랑니가 욱신욱신했는데, 근처 지나는 길에 아는 분이면 잘해주실 것 같아서 들른거죠.”

‘근처는 무슨 근처, 강선생님한테 꼬리치러 온거 뻔히 알거든. 가까이서 보니 나보다도 못생겼네 뭐’

황간호사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지난번 실수한 것도 있고 점심이나 같이 먹을까 해서요. 시간 되시죠?”

지수는 언제나 자기 마음대로 였지만 수안은 그런 지수가 싫지 않았다. 아니 귀여운 것 같았다.


-- 점심 시간 후 병원

“그 때 맞선본 여자 맞지? 수수한게 보기 좋네”

시연이 말을 먼저 걸었다.

“그냥 그렇지 뭐. 밥 사준다는데...비싼 초밥 얻어먹고 왔지.헤헤”

“오랜만에 웃는 구나? 초밥은 싫다고 하더니만...”

“응? 그냥 먹을게 마땅치 않아서 말야....”

시연은 그 의미가 왠지 그대로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 병원 근처 호프집

술이 거하게 취한 여자 세명. 시연, 은정, 나여사가 있다.

“아니, 오선생님 그게 사실이예요? 강선생님 눈이 어떻게 된거 아니예요? 애를 낳아도 서넛 나은 것 같은 그런 여자가 뭐가 좋단 말이예요?”

황간호가사 대뜸 화를 냈다.

“애 얘기는 여기서 왜 꺼내? 애 딸리게 요즘 죄야? 나 그래도 아직 팔팔하다구. 강선생, 내가 잘 보필할 수 있는데...에구 말도 못 꺼내봤구만...”

나여사가 혼자서 훌쩍 댔다

“조용 조용...누가 내 맘을 알아주냐구..난 5년이야 5년..그 여시 같은 것이 어디서 튀어나와가지구 수안이를 홀라당 채가다니...어쩜 좋아..”

“어머, 오선생님도 강선생님 좋아했어요? 어머머머 응큼쟁이”

“순정 다 바쳐서 그 동안 지켜줬는데..난 뭐냐구...데이트 한번 못해보구...”

“아니. 우리 이럴게 아니라 일단은 우리 셋이 뭉쳐서 그 여자를 강선생한테서 떼어놔야 하는거 아니냐구. 어때, 내 생각이?” 나여사가 제안을 했다.

“그래요. 오선생님..일단은 우리 셋이 연합전선을 구축한 담에 페어플레이를 하는게 좋겠어요. 저도 찬성”

“좋아요..좋아요..나도 이렇게 수안이 놓칠순 없으니까..우리 모두 건배...”

세 여자의 연합플페이가 시작되었다.


-- 같은 날 저녁 다른 호프집

“오늘 병원가길 잘했네요. 이렇게 술도 얻어먹구”

“그냥 술생각이 나서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본 지수지만 역시 편안했다.


“자..오늘 노래자랑에서 일등을 하신분에게는 양주 한병과 과일안주를 드리겠습니다.”

호프집 MC가 노래자랑을 할 지원자를 물색하고 있었다.

“저 노래 한곡 하고 와도 돼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지수가 무대로 걸어나갔다. 예전 교수님이 노래 한곡을 하라고 시켜도 극구 사양하던 부끄러움 많던 연우와는 정반대인 지수. 연우와 지수가 오버랩되면서 수안은 미묘한 감정에 빠졌다.

“네, 이번에는 용감한 여성분이신데요..앞에 분들이 워낙 쟁쟁해서 말이죠. 자 어떤 노래 하실건가요?”

노래방 기계에서 음악이 흘러나왔다. 다들 차분한 발라드겠거니 생각했던 예상을 깨고 흘러나온 노래는 이미자의 동백아가씨였다.

“해일수 없이 수많은 밤을....”

간드러진 트로트는 아니었지만 맑고 순수하게 노래를 부르는 지수. 왠지 언발란스해보이기도 했지만 용감하게 부르는 지수의 노래에 어느 순간 사람들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수안 역시 따라 박수를 치며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오랜만에 가져보는 편안함이었다.


“자 오늘의 일등을 발표하겠습니다. 다들 가수 뺨치실 수준급이셨지만...두구두구...오늘의 일등은 동백아가씨를 불러준 6번테이블에게 돌아갔습니다.”

손님들의 박수소리에 화답을 하듯 시연은 일어나 인사를 했고 덩달아 수안도 손을 흔들어 화답을 했다.


“우리 나중에 또 만나서 술친구나 할까요? 오늘 오랜만에 즐거웠거든요.”

“얼음왕자님께 이런 칭찬을 다 듣네요. 하하. 저야 좋죠. 대신 집에는 저랑 만나고 있다고 말을 좀 해주셔야 겠는걸요..하하하하”

연우와 헤어진 이후로 이렇게 편하게 지낸 저녁은 처음이었다. 수안은 그런 지수가 단순히 편한 줄만 알았다.


-- 그 날 이후

그 날 이후 세 여자의 연합작전은 본격적으로 돌입하게 되었다.


“강선생님 지금 진료가 밀리셨어요. 핸드폰으로 전화해보세요.”

냉랭한 황간호사의 대답에 지수는 전해달라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황간호사 오늘 핸드폰 안가져왔거든요. 저 찾는 전화 있으면 말해주세요”

“네, 꼭 전해드릴께요.”

애엄마(지수를 부를 황간호의 별명) 전화를 말할 순 없지..황간호사는 고소한 마음에 웃음이 났다.


“시연선배 오늘 일찍 퇴근 했으면 하는데..약속이 있어서 말야..”

“그래? 그런데 어쩌지? 정리할 차트가 많아서 말이야. 부탁 좀 할게”

횡하니 나가는 시연선배가 야속한 수안, 지수에게 못 만날 것 같다고 전화를 한다.

‘내가 일찍 퇴근 시켜줄수는 없지...“


“나 여사님 오늘은 제가 일이 있어서 진료 볼수가 없거든요. 내일 오시죠..”

“안되요. 정말 치통이 심해서 잠을 잘 수가 없다니까요..저 바쁘신거 강선생이 더 잘알잖아요. 지금 꼭 치료해주셔야 해요.”

“그래, 단골이신데 부탁 좀 들어드려”

시연 선배까지 거드는데야 수안도 도리가 없었다. 미안하다는 문자를 지수에게 보냈다.

나여사가 시연에게 눈짓을 찡긋 하며 미소를 보냈다.


-- 보름 지난 날, 병원근처 술집

“얼굴 한번 보기 힘드네, 뭐가 그리 바뻐요?”

만나자 마자 맥주로 목을 축이면서 지수가 궁시렁 거렸다.

“그러게 말이죠. 지수씨랑 술약속만 하면 번번히 일이 생기니..”

“누가 우리 만나지 말라고 주문이라도 거는건가? 하하하하”

그때 시연과 황간호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머, 여기서 또 보네요? 저 기억하시죠?”

황간호사가 반갑다는 듯 덥석 자리에 앉았고 시연도 눈인사를 한 후에 수안옆에 앉았다.

“우리도 마침 맥주 한잔 하러 들렸는데 합석해도 되겠죠?”

황간호사는 수안의 말도 듣지 않은채 맥주를 더 주문했다.

시연과 황간호사의 너스레로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다들 술이 취하면서 자리이동을 하게 되었고 수안과 지수가 같이 앉게 되었다.

평상시와 다름 없는 지수와는 달리 수안은 왠지 마음이 두근거렸다. 혹시 지수가 여자로 느껴지는 것일까?

“정말 두분 아무 사이도 아닌거예요?”

“그렇다니까요. 저랑 수안씨가 어딜봐서 어울리게 생겼어요? 황간호사님, 보기보다는 안목이 떨어지시네요..하하”
“그러게요...헤헤..혹시나 해서 말이죠..또 누가 알아요? 둘이 사귀게 될런지? 어머, 내가 말실수를 했네”

시연의 눈치를 보면서 황간호사가 입을 막았다.

“자 보세요. 우리는 그냥 술친구라구요. 이렇게 어깨동무도 편하게 하는...”

순식간에 지수가 수안의 어깨에 팔을 올리면서 둘이 뽀뽀를 하게 되었다. 당황하는 수안,시연,황간호사

“하하하하.이거봐요. 이렇게 해도 아무일 없죠..그냥 친구라니까요..친구..”


넷은 그렇게 즐겁게 술을 마셨다. 수안은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시연은 즐겁게 웃고 떠드는 수안을 떠나보내면서....


-- 몇일 후 저녁 무렵

차를 타고 지수를 만나러 가는 수안은 오랜만에 꽃을 샀다. 왠지 지수에게 꽃을 선물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주면서는 선물받은건데 그냥 가져왔다면서 편하게 주리라 마음 먹었다.

신호를 기다리면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때 멀리 연우와 비슷한 여자가 지나갔다. 아니 분명 연우였다.

수안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차에서 내려 뛰어갔다. 신호가 바뀌고 차들이 울리는 경적을 듣지도 못한채 수안은 연우를 뒤쫒았다.

‘연우니? 연우 맞지? 그 동안 어디 있었던 거야, 연우야?’

5년동안 기다렸던 연우임을 확신한 채 만감이 교차했다. 거의 다 따라잡아 연우를 외치려는 순간, 연우는 한 남자와 아이를 반갑게 맞이했다. 얼핏 보아도 금슬 좋은 부부였다.

순간 수안은 연우를 부르다 말았다. 연우가 누군가 뒤를 돌아봤을때 수안은 벌써 건물로 사라져있었다.

5년이 지나는 동안 수안은 연우도 자신을 생각하며 혼자 지낼 것이라 믿고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둘은 다시 만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단지 수안의 미련이고 후회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지수에게서 전화가 울려왔지만 수안은 받을 수가 없었다.


-- 시연의 집 근처 카페

“무슨 일이니? 차는?”

“저 오늘 길에서 연우를 봤어요.”

“연우? 연우를 봤다구? 어때 잘 지낸데? 뭐하고 살았다는데?”

“물어보지도 못했어요. 멀리서 봤는데, 말을 하려고 쫒아갔는데, 결혼한 것 같더라구요. 남편이랑 아이랑 만나서 행복해 보이더라구요.”

“결혼 했겠지. 벌써 5년이 지났는데...행복하다니 다행이다.”

“그런데..그런데 시연선배. 전 왜 이렇게 마음이 허전하죠? 전 연우도 저처럼 힘들어 하며 기다릴거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제가 너무 이기적인거겠죠? 다시 만나면 잘해주고 싶었는데..예전에 못해준 것 다 해주고 싶었는데...”

“누가 그러더라. 남자는 이별을 할때 자신이 그녀의 첫사랑이길 바라고 여자는 자기가 그 남자의 마지막 사랑이길 바란다고. 사람들은 여자들이 사랑에 더 독하다고 하지만, 남자들은 언제나 상대에게 좋게만 보이고 싶어할 뿐 해주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 첫사랑..말은 좋지...하지만 남는게 뭐니? 내가 너를 좋아해서 남는게 뭘까? 이제 그만 연우 놓아라. 아마 연우도 너가 어디선가 좋은 사람과 행복할거라고 생각하고 있을꺼야.”

“.......”

“그리고 말야. 나 이제 너 안좋아할꺼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돼. 괜히 나, 의식할 필요도 없고. 지수씨라고 했던가? 내가 보는 눈이 좀 있잖니. 지수씨 좋은 사람 같더라..아닌척 해도 배려심도 많아보이고. 뭐니 뭐니 해도 널 웃게 해주잖니..나나 황간호사나 나여사, 셋이 모여도 못 웃기는 너를 말이야..꽉 잡아. 도와줄테니..”

시연의 말을 듣고 수안은 전화를 꺼내들었다. 연우의 일로 지수와의 약속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지수에게서 여러 통의 문자메세지가 와 있었다.

첫 번째 문자 메시지 : “뭐야 바쁜거야, 아니면 약속을 잊은거야? 나, 화낸다^^”

두 번째 문자 메시지 : “무슨 일 생겼나? 이거 보면 전화 줘요, 괜히 걱정되네ㅠㅠ"

세 번째 문자 메시지 : “수안씨, 걱정돼. 안자고 있을테니 꼭 전화줘요”

새벽 2시, 혹시나 해서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 훌쩍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지수씨. 지금 울어요?”

“뭐예요? 증말. 사람 놀라게 하구. 병원 부숴버리려다 참고 있었다구요.”

“근데 왜 울어요..?”

“그냥요..기뻐서 그냥요...왜요.울면 안돼요??”

그녀의 어린양 섞인 목소리에 수안은 가슴이 울렁거렸다.

“저 지금 갈께요. 가서 말 다 해줄께요..”


-- 몇일 후 병원

“어머 오선생님. 연합작전 펴자고 해놓구 혼자 이러시면 어떻게 해요? 저희는 어쩌라구요?”

황간호사와 나여사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옆에서 김순경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눈치를 보고 있었다.

“제가 딱 지켜보니까 우리 셋이 달려들어도 지수씨 하나 못당하겠더라구요. 지수씨, 보기보다는 단수가 높던데요?”

“어머 내가 그럴줄 알았다니깐..이렇게 빨리 결판 날거였음 술값 쓰지 말구 옷이나 살걸.”

황간호사가 아쉬운 표정으로 김순경을 흘깃거렸다.

“그럼 뭐야, 이제는 우리 방해하지 말고 도와주자는 말인가?”

“도와줄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수안을 쳐다보며 시연은 미소를 지었다.


“지수씨 미안요. 오늘은 나여사님 때문이 아니라 정말 진료가 밀려서 늦게 퇴근한다니까요. 이해해줘요. 제가 오늘 저녁은 맛있는 곱창 쏠께요”


수안의 통화를 들으며 황간호사와 나여사가 부러운 듯이 쳐다보았다.

“에구 닭 열심히 쫗다가, 지붕이나 쳐다봐야겠네”

황간호사가 넉두리를 했다.

“왜요. 황간호사는 김순경님 있잖아요. 나여사님은 멋쟁이 아드님 계시구요..”

“어머머 김순경님은 왜 같다 붙이세요? 관심도 하나 없구만..치”

황간호사가 손사래를 쳤다

“그렇게 되는건가? 우린 그렇다 치구 오선생은 누가 있는건가?”

“그럼요, 저라고 왜 없겠어요. 저 사실은 내일 맞선본답니다. 수안이처럼 딱 백번만 보려구요. 설마 백번안에 제 반쪽 못 찾겠어요?하하”

“어머머. 백번 보시려면 한참 또 바빠지시겠네요. 그럼 오선생인 맞선기념으로 오늘 한번 뭉칠까요? 어때요?”
황간호가사 김순경에게 눈짓을 하며 손을 들었다.

“좋지. 나도 맞선이나 볼까나? 하하하하”


카메라, 전화통화하며 흐뭇하게 웃고 있는 수안을 지나치고 수다떠는 황간호사, 나여사, 시연을 비추고 화창한 가을하늘로 옮겨간다. 배경으로 세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니 근데, 그냥 친구라던 사람들이 어떻게 저렇게 됐데요?”
“서로 상처 있는 사람들이 더한다잖아요. 상처 없는 사람은 사랑도 못한다니까요..하하”

“나도 상처 있다구..이혼 한번 했음 상처 아닌가?”
“어머머, 나여사님 한테는 상처라기 보다는 훈장 아닌가요?”
“뭐라구, 황간호사!!”

“농담이예요. 농담...하하하하”

“하하하하하”


자막이 조용히 뜬다....


가을은..........................................상처 입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