醜面游龍

솔아2004.07.20
조회921

 

사부의 지시대로 모든 것을 수습한 후 연아는 동굴을 살펴 나가기 시작했다. 연아는 이 큰 신망이 서식하기 위해서는 밖으로 나가는 길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동굴을 따라 사부를 등에 업고 움직여 갔다.  멀리서 밝은 빛이 보이기 시작하고 신선한 공기의 흐름이 느껴지자 사부도 “이제 밖이 얼마 안 남은 것 같다.”

“그런 것 같군요.” 대답을 한 연아는 부지런히 밝은 곳으로 몸을 움직여 나갔다. 둥굴속의 모퉁이를 돌자 갑자기 눈부신 햇살에 눈에 통증이 온다. “아!”하는 소리와 함께 사제는 눈을 감고 잠시 눈부신 햇살에 적응한다. 잠시 후 연아가 먼저 눈을 뜨고 “사부님 이제 바깥세상에 왔습니다.”하자 “음....” 대답도 못하는 사부는 연아의 등에 업혀 푸른 하늘만 바라다  본다. “다신 하늘을 못 볼 줄 알았는데...” 잠깐 바라본 하늘과 달리 발아래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절벽이다. 위를 바라다보자 겨우 발 디딜 틈이 있는데 묘하게도 이어져있다. 아마도 신망이 다녔던 길인가 싶다. 걱정이 된 연아는 신망의 힘줄로 사부를 자신의 등에 단단히 묶고 그 길을 따라 조심조심 기듯이 움직여 나갔다. 이각이상을 기어가니 그제서야 제법 다닐만한 길이 나타나고 연아는 속도를 내어 앞으로 나아갔다. 한참을 가다보니 자기가 돌문을 움직여 들어갔던 동굴 앞이었다. “여기 잠깐 서 보거라.” 하는 사부의 말에 연아가 서고 사부가 줄을 풀라하여 연아가 힘줄을 풀어 사부를 조심스럽게 내려놓는다. 사부는 두손을 이용하여 움직여 동굴 입구의 기관이 있는 곳으로 가서 기관장치를 부수어 버린다.

그리고는 “연아야, 이제 네게 우리 사문의 숙제와 비지의 위치를 알려줄 테니 그곳으로 가자.”

“예” 대답을 한 연아는 자기가 말을 묶어 놓았던 곳으로 갔다. 말은 연아가 돌아오지 않자 고삐를 풀어 어디론가 가버린 듯 하였고 관도에 접어든 연아는 사부를 등에 업은 채 평지를 달리듯 발길을 재촉하여 사부가 알려주는 방향으로 계속하여 몸을 날리는데 말이 달리는 속도보다 오히려 빠른듯하다. 길을 가는 중 사부는 틈틈이 내려서 혼자 움직일 방법을 강구 하는듯했고 이를 알아챈 연아는 사부의 다리를 대신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궁리하다가 흑단을 구해 쉬는 틈을 타서 다리처럼 만들었다. 두 짝을 만들어 사부의 무릎아래에 대고 신망의 껍질과 힘줄을 이용하여 무릎에 고정되게 하였다. 그러자 사부는 조금씩 움직이며 부자연스럽긴 해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동쪽으로 방향을 잡은 연아와 사부는 보름여 만에 양자강이 보이는 곳까지 오게 되었고 연아가 지니고 있던 은자는 요긴하게 쓰였다. 사람들은 연아의 얼굴을 보면 고개를 돌려 버릴 정도였지만 이에 개의치 않는 연아는 이제 얼굴의 면사조차 벗어 버리게 되었다. 하지만 수 없이 만나는 사람마다 고개를 돌려버리게 만드는 자신의 얼굴 생김에 대하여 낙담하였음은 물론이다. 이런 환경은 연아를 점점 더 냉혹한 성격으로 만들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게 하였으며 특히 여자를 대하는 연아의 태도는 마치 귀신을 대하는 듯 하였다. 그 사이 사부는 혼자서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었고 무공의 힘으로 이제는 경신술을 자유롭게 펼치게 되었다. 사제는 양자강을 따라 남하하다가 여산 방향으로 들어 쌍검봉을 향하였다. 연아는 지나는 길에서 여산폭포의 웅장함에 잠시 세상만사를 잊고 싶은 마음이 들자 길을 늦추고 사부에게 이곳에서 몇 일간 쉬다가 가는 게 어떠한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지만 사부는 단호하게 길을 재촉한다 쌍검봉을 뒤로하여 청옥협에 이르자 사부는 청옥협의 가장 험준한 곳으로 인도한다. 연아는 사부의 몸놀림이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는 것을 느끼며 사부의 무공에 감탄할 뿐이었다. 반나절을 더 가자 작은 폭포가 보이고 그 곳에서 사부는 폭포를 향해 몸을 날린다. 아니 폭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연아도 별수 없이 그 속으로 몸을 날리자 폭포수 뒤편에 공간이 있고 잠시 따라 들어가자 사부가 기다리고 있었다. 사부는 연아에게 “월인을 꺼내라.”

“예” 연아가 월인을 꺼내어 건네자 사부는 월인을 바위틈의 좁은 곳으로 월인을 밀어 넣었다. 월인이 기관을 동작케 하는 열쇠였던 것이다. 기관이 작동하자 그르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동문이 열리고 사부가 들어가자 연아도 따라 들어섰다.

“이곳이 본문의 비지이다. 이곳에서 너의 무공과 나의 모든 것을 익혀야 할 것이며 특히 본문 심법과 각종의 절예를 모두 익혀야 한다.” 길을 따라가며 말하는 사부의 뒤를 따라 가는데 천정에는 야명주가 박혀있고 천연동굴에 인공을 가미하여 살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조치를 한 것이 눈에 띄었다. 한식경정도 들어가자 커다란 광장에 도달하였는데 연무장인지 석벽쪽에 각종의 무기가 진열되어있었다. 사부는 연아에게 “이곳이 네가 앞으로 연공을 끝낼 때까지 머무를 곳이며 오른쪽이 서고이며 가운데가 약실이고 왼쪽이 내가 기거할 곳이다. 너는 주로 서고에서 생활을 하며 그 서고의 모든 책자를 전부 너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연아는 서고 앞으로가 문을 열어 보았다. “으악” 속으로 비명을 지르고 만 연아의 눈에는 수 백권의 책만 보였다. 물론 서점에서 일할 때 많은 책을 보아서 거부감은 없었지만 자기가 모두 공부하여야 할 책이라니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부는 조금의 휴식도 주지 않고 바로 들어가 서법, 필법을 요구한다. 필법 속에 검의(劍意)가있고 서법 속에 초식이 숨어있으니 그것을 찾으라 하였다. 이때부터 연아는 오로지 책과 씨름을 시작하였다.

기다림이 지루하다는 말 얼마나 사치스러운가?

사부는 연아의 수련을 위하여 잠시도 한눈팔지 않고 독려하고 연아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 몰입해 있으니 어찌 시간의 지나감이 지루할까?

괄목상대(刮目相對)가 연아의 상황을 바로 표현하는 말일 밖에........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이 연아의 턱에 돋는 수염의 길이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연아는 급한 마음에 본신의 진력마저 써가며 공부에 몰입해 있다.

고서에서부터 범어로 된 경문과 사상 오행 팔괘의 역서, 진법, 파해법, 각종서법과 필법 음률과 음공 의학과 요법 시독과 제독 암기와 각종 병장기 무가에 필요한 모든 지식을 배우는 연아는 배울수록 본인의 무지했음을 통감한다. 드디어 마지막 책자의 막장을 넘기게 된 날이었다. 연무장 쪽에서 사부의 음성이 석벽을 통하여 잔잔히 들려온다.

“연아야, 에제 나올 때가 되었지 않느냐? 얼마나 세월이 지났는지 느낄 수도 없다. 그저 벽곡단과 옥수로 연명하며 오로지 공부에만 매달렸던 연아는 문을 열자 코를 찌르는 맛있는 음식의 냄새에 눈이 번쩍 뜨인다. 사부는 어디서 조달했는지 상다리가 부러지게 상을 차려놓고 연아를 불러내었다. 연아의 학문 성취를 축하해주려는 배려일까? 연아는 이제 사부와 같이 먹고 마시며 짧지만 보통의 사람들과 같은 시간을 잠시 보낸다. 사부가 연아에게 권한 술은 천일취로 건장한 사람이 마셔도 취해 떨어질 정도로 독한 술이었지만 사제는 술독이 빌 때까지 마셨지만 아직 멀쩡하다. 이건 아주 사람이 아니라 술고래랄 수밖에...... 

다음날부터 연아는 각종 외가 무공의 수련에 들어갔고 무슨 일인지 사부도 방에 틀어박혀 밖에 나오지도 않는다. 연아가 각종 기문병기의 사용법과 운용에 대하여 숙달되었을 때 사부 역시 하시던 일을 완성하였는지 밖으로 나왔다. 양손에 들고 있는 물건을 연아에게 펼쳐 보이는데 한 가지는 갑옷형태라 알 수 있었지만 한 가지는 도무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네놈이 앞으로 강호를 떠돌 때를 대비해서 내가 이걸 만들었다. 이 갑옷은 천잠사와 독각신망의 비늘을 가공하여 만든 천잠보의(天蠶寶衣)라 한다. 비늘을 가공하여 부드럽게 한 뒤 천잠사로 엮어내었기에 피한과 피수는 물론 어지간한 암기는 그냥 튕겨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교룡편이라 하여 네가 잡은 신망의 힘줄을 엮어 만들었다. 질기기는 천잠사보다 더하며 내력을 주입하면 강철과 같고 평시에는 허리에 둘렀다가 채찍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끝에는 신망의 독아를 달아놓았으니 이에 스치기만 하여도 세 걸음을 걷기 전에 혼백이 그를 떠날 것이다.” 사부의 설명을 듣기만 하던 연아는 감격하여 말을 잇지 못하고 바라보기만 하였다. 세상에 태어나서 키워주신 할아버지와 사노인의 은혜만으로도 자기에게는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생면부지였던 사부를 만나 모든 것을 배우고 또 천하의 기물을 손에 넣게 되었으니 어찌 감격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무런 말도 못하는 연아를 바라보는 사부의 눈빛에서 연아는 한도 끝도 없는 사랑을 느끼게 되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 적이고 나를 괴롭히고 괴물 취급했다고 생각했던 사실이 부끄럽기 까지 하였다. 잠시 이런 생각을 하는 연아를 말없이 바라보던 사부가 입을 연다. “연아야, 이제 네가 이곳을 떠날 때가 온 것 같구나. 이젠 본문의 모든 진전을 이어 받았으니 더 이상 네가 배워야 할 것이 없다. 앞으로 부지런히 익히고 경험을 쌓는다면 강호에는 너를 대적할 이가 거의 없을 것이다.”

“전 아직 떠날 수가 없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또 완전히 익히지도 못하였습니다.”

“허어, 이놈 네가 사부보다 잘 안다고 생각하느냐? 내가 판단하고 너는 행동하는 거야. 알겠느냐?” 연아는 대답도 못하고 그냥 있을 뿐...

“자, 서가로 들어가서 이야기 하자.” 하며 앞장서는 사부를 따라가는 연아의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사실 연아는 이곳을 떠난다는 게 무서울 정도이다. 세상 사람들의 눈초리를 어떻게 이겨낸다는 말인가? 이런 연아의 생각을 읽었는지 사부는 연아에게 옛이야기를 하며 마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이어서 정색을 하며 내가 60년이 넘도록 갇혀있었던 이야기를 할것이니 잘 듣고 앞으로 네가 이것을 처리해 주어야겠다. 강호는 계책과 음모가 횡행하는 곳이다.  네놈처럼 어리숙하면 잠시도 견디기 힘든 게 강호의 생활이다. 함부로 행동하지 말고 항상 경계하여야하며 또 적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원칙이란다.“

“잘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