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안의 앞에 앉아있는 백 번째 맞선 녀 미나. 수안은 지금까지의 그저 그런 맞선 녀들과 미나가 다르게 느껴진다. 미나는 솔직히 지나쳐 버릇없게도 보인다. 교묘하게 수안의 연봉과 직업을 훑는 여자들과는 달리 이번이 몇 번째 선이냐고 물어본다. 더구나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이 진정 사랑했던 사람을 잃은 얘기까지 눈물, 콧물을 홀짝이며 내뱉는다. 자긴 선 같은 거 관심 없다고.. 결혼 할 마음도 결혼 할 생각도 없는 주말이면 습관처럼 선을 보는 여자일 뿐이라고 얘기한다. “내 사랑은 그 사람 하나뿐이에요. 세상 누구 어떤 사람을 만나도 흔들리지 않아요.” 자신과 같은 처지처럼 느껴지는 미나가 수안은 한편 안쓰럽고 한편 동정이 간다. “우리 만날래요? 사랑하잔 얘긴 아니에요. 사랑하면 좋은 거고 아니면 그만이고.. 이 지루 한 선 탈출하는 있는 기막힌 방법이잖아요.” 수안은 미나에게 손을 내민다. 미나는 그 손을 잡는다. 계약 성립.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시연의 마음은 찢어질 것 같다. 하지만 애써 눈물 찬 웃음을 띄어본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지켜보는 것뿐이라는 걸 시연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수안은 든든한 선배인 척, 자상한 누나인 척, 한결같이 자신을 보는 시연의 시선을 애써 외면했다. 수안이 왜 모르겠는가. 다른 사람들을 볼 때와 자신을 볼 때 시선이 다르다는 걸. 알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좋은 선배를 잃고 싶지 않다는 이유가 첫 번째고 두 번째 이성으로서의 관심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괜한 희망고문은 주고 싶지 않았다. 어색하지만 주말마다 선을 보는 대신 미나와 만나 데이트라는 걸 하는 수안. 과거 서로의 연인에게 받았던 상처만큼 그들은 조심스럽고 서로의 범위를 넘지 않는 선에서 데이트를 즐긴다. 그들이 하는 일은 별반 다르지 않다. 영화 보고 밥 먹고 가끔 술도 먹고.. 손을 잡거나 키스를 하거나 하진 않지만 누가 봐도 그들은 완벽한 연애를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수안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소문이 돌자 황간호사와 나여사는 수안을 쌀쌀맞게 대한다. 그걸 알 리 없는 수안은 냉랭한 그녀들의 반응이 어리둥절하기만 하고.. 수안의 모습을 지켜보는 시연은 괴롭지만 수안이 잃었던 희미한 미소를 찾게 된 것에 감사한다. 그러던 중 수안의 치과에 찾아온 연우. 정확히 8년 만에 일이다. 시간이 흘렀지만 수안은 연우를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연우가 수안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듣게 된다. 교통사고다. 부모님은 그 자리에서 돌아가시고 얼굴을 제외한 온 몸에 화상을 가지게 된 연우. 자신의 흉측한 몸이 저주스러워 연우는 자살을 결심한다. 수안을 볼 자신이 없어 시연에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말과 중요한 학회를 수안에게 맡겨달라는 말을 전한다. 시연은 거부했지만 연우가 시연에게 화상을 보여주자 시연은 결국 그 학회를 연우에게 맡기 게 된다. 결국, 수안은 학회 참석으로 연우 부모님의 장례식에 참여할 수 없었고, 학회가 끝나자마자 간 병원에는 텅 빈 자리만이 남게 된다. 연우는 그 후 화상에 관한 재활치료와 정신치료를 받으며 늦었지만 수안을 찾게 된다. 연우는 수안을 다시 만나거나 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저 오래된 친구로서의 해후 정도라고 말했다. 그래도 수안은 혼란스러웠다. 놀라움이 반가움으로 바뀌고 여전히 사랑한다고 믿었지만 막상 마주치니 애틋함은 들지 않았다. 수안은 자신이 연우를 오래도록 그리워한 이유가 단지 자신을 떠난 이유를 찾기 위해서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날, 미나와 만난 수안은 연우의 이야기를 한다. 자신이 지금까지 사랑이라 믿었던 첫사랑을 다시 만나니 사랑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저 몇 해 동안 풀지 못했던 수학문제를 푼 거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미나는 그런 수안에게 해답을 내려준다. “니가 믿는 사랑이 진짜 사랑이야.” 알쏭달쏭한 미나의 말에 수안은 늘 그렇듯 시연에게로 간다. “미안해. 거짓말해서..” 그동안의 품고 있던 거짓말을 시연은 고백한다. “왜 그랬는데?” “니가 상처 받는 게 싫었어.” “선배.. 바보야?” 수안은 시연에게 모진 말을 하고 돌아선다. 언제까지 자신만 보는 시연에게 답답해 화가 난다. 화도 내지 않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라는 데 그 앞에 대고 왜 예전에 날 속였냐며 물어 볼 수 없었다. 그저 미안함에 흘리는 시연의 들썩이는 어깨를 가만히 안아 주었다. 수안은 결국.. 친구처럼 편안한 미나와, 다시 돌아왔지만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연우와 자신밖에 모르는 바보 시연을 두고 떠나기로 결심한다. 지금은 그 누구도 사랑할 여유도, 마음도 남아 있지 않다. 세 여자가 나란히 공항으로 배웅을 나왔다. 수안은 시연, 미나, 연우를 찬찬히 살핀다. 미나는 웃고 연우는 울고 시연은 눈물을 꾹 참으며 웃는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르고.. 미나의 결혼식이 한창이다. 미나는 101번째 선 본 남자이자 자신의 마지막 맞선 상대인 이 남자와 결혼식을 올린다. 수안에게도 청첩장을 보냈지만 올 지 안 올지는 모르겠다. 이미 배가 불러버린 미나는 웨딩드레스가 안 맞다며 불평한다. 들러리로 나선 연우와 시연이 그런 미나를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는다. 연우는 유능한 의사로 성장하여 이미 쌍둥이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고, 시연은 아직도 수안을 잊지 못한 채 씩씩하고 열심히 살아간다. 소란스런 결혼식이 끝나고 미나의 부케가 하늘 높이 솟았다. 하늘로 번쩍 뛰어 올라 부케를 잡는다. 수안과 시연이 동시에 부케를 잡는다. 서로를 눈빛이 마주친다.
후반전 이야기 - 리플 드라마
수안의 앞에 앉아있는 백 번째 맞선 녀 미나.
수안은 지금까지의 그저 그런 맞선 녀들과 미나가 다르게 느껴진다.
미나는 솔직히 지나쳐 버릇없게도 보인다. 교묘하게 수안의 연봉과 직업을 훑는 여자들과는
달리 이번이 몇 번째 선이냐고 물어본다.
더구나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이 진정 사랑했던 사람을 잃은 얘기까지 눈물, 콧물을
홀짝이며 내뱉는다. 자긴 선 같은 거 관심 없다고.. 결혼 할 마음도 결혼 할 생각도 없는
주말이면 습관처럼 선을 보는 여자일 뿐이라고 얘기한다.
“내 사랑은 그 사람 하나뿐이에요. 세상 누구 어떤 사람을 만나도 흔들리지 않아요.”
자신과 같은 처지처럼 느껴지는 미나가 수안은 한편 안쓰럽고 한편 동정이 간다.
“우리 만날래요? 사랑하잔 얘긴 아니에요. 사랑하면 좋은 거고 아니면 그만이고.. 이 지루
한 선 탈출하는 있는 기막힌 방법이잖아요.”
수안은 미나에게 손을 내민다. 미나는 그 손을 잡는다. 계약 성립.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시연의 마음은 찢어질 것 같다.
하지만 애써 눈물 찬 웃음을 띄어본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지켜보는 것뿐이라는 걸 시연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수안은 든든한 선배인 척, 자상한 누나인 척, 한결같이 자신을 보는 시연의 시선을 애써
외면했다. 수안이 왜 모르겠는가. 다른 사람들을 볼 때와 자신을 볼 때 시선이 다르다는 걸.
알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좋은 선배를 잃고 싶지 않다는 이유가 첫 번째고 두 번째
이성으로서의 관심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괜한 희망고문은 주고 싶지 않았다.
어색하지만 주말마다 선을 보는 대신 미나와 만나 데이트라는 걸 하는 수안.
과거 서로의 연인에게 받았던 상처만큼 그들은 조심스럽고 서로의 범위를 넘지 않는 선에서
데이트를 즐긴다. 그들이 하는 일은 별반 다르지 않다. 영화 보고 밥 먹고 가끔 술도 먹고..
손을 잡거나 키스를 하거나 하진 않지만 누가 봐도 그들은 완벽한 연애를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수안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소문이 돌자 황간호사와 나여사는 수안을 쌀쌀맞게 대한다.
그걸 알 리 없는 수안은 냉랭한 그녀들의 반응이 어리둥절하기만 하고..
수안의 모습을 지켜보는 시연은 괴롭지만 수안이 잃었던 희미한 미소를 찾게 된 것에
감사한다.
그러던 중 수안의 치과에 찾아온 연우. 정확히 8년 만에 일이다.
시간이 흘렀지만 수안은 연우를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연우가 수안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듣게 된다.
교통사고다.
부모님은 그 자리에서 돌아가시고 얼굴을 제외한 온 몸에 화상을 가지게 된 연우.
자신의 흉측한 몸이 저주스러워 연우는 자살을 결심한다. 수안을 볼 자신이 없어 시연에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말과 중요한 학회를 수안에게 맡겨달라는 말을 전한다.
시연은 거부했지만 연우가 시연에게 화상을 보여주자 시연은 결국 그 학회를 연우에게 맡기
게 된다.
결국, 수안은 학회 참석으로 연우 부모님의 장례식에 참여할 수 없었고, 학회가 끝나자마자
간 병원에는 텅 빈 자리만이 남게 된다.
연우는 그 후 화상에 관한 재활치료와 정신치료를 받으며 늦었지만 수안을 찾게 된다.
연우는 수안을 다시 만나거나 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저 오래된 친구로서의 해후
정도라고 말했다.
그래도 수안은 혼란스러웠다. 놀라움이 반가움으로 바뀌고 여전히 사랑한다고 믿었지만
막상 마주치니 애틋함은 들지 않았다. 수안은 자신이 연우를 오래도록 그리워한 이유가
단지 자신을 떠난 이유를 찾기 위해서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날, 미나와 만난 수안은 연우의 이야기를 한다. 자신이 지금까지 사랑이라 믿었던
첫사랑을 다시 만나니 사랑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저 몇 해 동안 풀지
못했던 수학문제를 푼 거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미나는 그런 수안에게 해답을 내려준다.
“니가 믿는 사랑이 진짜 사랑이야.”
알쏭달쏭한 미나의 말에 수안은 늘 그렇듯 시연에게로 간다.
“미안해. 거짓말해서..”
그동안의 품고 있던 거짓말을 시연은 고백한다.
“왜 그랬는데?”
“니가 상처 받는 게 싫었어.”
“선배.. 바보야?”
수안은 시연에게 모진 말을 하고 돌아선다. 언제까지 자신만 보는 시연에게 답답해 화가
난다. 화도 내지 않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라는 데 그 앞에 대고 왜 예전에 날 속였냐며
물어 볼 수 없었다. 그저 미안함에 흘리는 시연의 들썩이는 어깨를 가만히 안아 주었다.
수안은 결국..
친구처럼 편안한 미나와,
다시 돌아왔지만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연우와
자신밖에 모르는 바보 시연을 두고 떠나기로 결심한다.
지금은 그 누구도 사랑할 여유도, 마음도 남아 있지 않다.
세 여자가 나란히 공항으로 배웅을 나왔다.
수안은 시연, 미나, 연우를 찬찬히 살핀다.
미나는 웃고 연우는 울고 시연은 눈물을 꾹 참으며 웃는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르고..
미나의 결혼식이 한창이다. 미나는 101번째 선 본 남자이자 자신의 마지막 맞선 상대인
이 남자와 결혼식을 올린다. 수안에게도 청첩장을 보냈지만 올 지 안 올지는 모르겠다.
이미 배가 불러버린 미나는 웨딩드레스가 안 맞다며 불평한다.
들러리로 나선 연우와 시연이 그런 미나를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는다.
연우는 유능한 의사로 성장하여 이미 쌍둥이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고,
시연은 아직도 수안을 잊지 못한 채 씩씩하고 열심히 살아간다.
소란스런 결혼식이 끝나고 미나의 부케가 하늘 높이 솟았다.
하늘로 번쩍 뛰어 올라 부케를 잡는다.
수안과 시연이 동시에 부케를 잡는다.
서로를 눈빛이 마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