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우(남, 34세, 화자) :엔터테인먼트(탈렌트, 영화배우, 가수) -김윤아(여, 31세) :드라마 작가 -강현민(남, 26세) : 엔터테인먼트(탈렌트, 영화배우, 가수) -이태석(남, 36세) : 탈렌트, 영화배우 -드라마 감독 및 스탭들 -매니저 -소희영(여, 27세) : 탈렌트, 영화배우 -그 외 ...
# 방송국 로비에서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다.
[선우 : 어?]
[현민 : 어? 형?]
[태석 : 어라? 니들은 여기 웬일이냐?]
[선우 : -_-;;; 형도 여기 출연해?]
[태석 : 어.]
...얼씨구. 마녀는 우리 삼총사를 한 드라마에 소집했군.
[현민 : 우와... 촬영 끝내고 술이나 한잔씩 꺽으면 딱이다.^^]
[마녀 : 그럴 새 없을걸요?]
흐익! 언제 발소리도 없이 등장하는 무림의 비법까지 익혔나?
[현민 : 히히..작가 누나, 우리가 그 유명한 술고래 삼총산 거 몰라요?]
하도 우리 셋이 잘 어울려 술 퍼마시며 다닌다고 ^^; 연예부 기자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마녀 : 잘 알어. ^^ 술고래 삼총사. 근데 내가 사다 바쳐도, 그럴 짬 없을걸? 퍽퍽 엎어져서 잠들기 바쁠거다, 그 말이시지. 특히 해외 촬영은 촬영 스케쥴이 빡빡한 거 알지? 일정보다 하루라도 넘기면 그게 다 돈 나가는 거잖아.]
[현민 : 우왕- T_T 근데 해외 촬영 어디로 가는데?]
[마녀 : 이따 P.T.때 잘 들으면 알게되지~ 참,니 매니저랑 코디 어디갔어? 이거 P.T. 자료 줘야되는데. 너랑 선우씨 소속사 사장님은 중간에라도 잠깐 들른다고 했고.]
[현민 : 우리 사장님은 왜?]
[마녀 : 해외 촬영 일정이랑 니네 스케쥴 맞춰야 되고, 거주비도 의논해야 되고.]
[현민 : 누나가 그런거까지 다 신경써?]
[마녀 : 몰라, 나두 요즘은 여기 스탭같애.-_-;;;]
어라... 현민인 또 언제 마녀랑 저렇게 말 놓으며 친해졌나...? 하긴... 현민인 워낙 붙임성있게 사람들을 잘 사귀니까...
[태석 : 이번 기획안 발표는 몇 시간 정도 걸려요?]
[마녀 : 질의응답까지 하면 3-4시간? 왜요? 벌써 끔찍해요? ^^]
[태석 : 당연하죠.^^;]
[마녀 : 이 P.T. 자료나 읽어둬요. 그럼 덜 끔찍하겠죠 ^^]
마녀가 내미는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받았다.
제작 발표회도 아닌데, 꽤 꼼꼼하게 칼라 사진 자료까지 첨부해서 만들었다.
마녀가 저만치 사라진 후에 펼쳐들었다.
[태석 : 너는 김작가하고 드라마 한 적 없지?]
[선우 : 어.]
[현민 : 난 단막극 하나 했었어. 태석 형은 작가누나랑 미니 했었지?]
[태석 : 응.]
그렇구나...우리 중에 나만 마녀하고 첨 작업하는 거구나.
[선우 : 같이 일하긴 어때? 대본은 제 시간에 나와?]
태석형은 딱하다는 듯이 나를 잠깐 쳐다봤다.
[선우 : 왜?]
[현민 : 형, 아무리 중국서 오래 있다 왔어도 그렇지. 우리 작가 누나 악명 몰라?]
[태석 : 대본 초고는 이미 다 나왔을거다, 아마.]
[선우 : 뭐? 사극은 횟수가 장난 아니잖아! 이건 100회 이상인데?]
[현민 : 150회.]
자료를 들춰보던 현민이 헉! 놀란다.
[현민 : 미쳐, 미쳐!]
[태석 : 왜?]
[현민 : (자료 한 부분 가리키며) 봐... 제작 발표회 장소!]
[태석/선우 : 헉!]
# 제작 발표회장...
장소 : 어느 촌구석 초등학교 교실 -_-;;;
"드라마 <송림 세자> 제작 발표회"
저 플랭카드만 아니면 영락없이 마을 회의 꼴이었다.
어린 아해들이 앉아 공부하는 의자에... 내노라하는 언론, 방송계 연예부 기자들이 불편하게.. 그러나, 빡빡하게 앉아있다. 좁아터진 교실에..그나마 앉지도 못하고 서있는 사람들도 태반이다. 교실 밖 복도엔 관심있는 그 마을의 몸빼입은 아줌마, 상추 뜯다 온 할머니, 코찔찔의 흙투성의 아이들, 밀짚모자 쓰고 험험- 괜히 헛기침하며 안보는척 보는 할아버지까지 -_-; 옹기종기 복도 창 안으로 고개를 쑥 내밀고 보고 있다.
우리 술고래 삼총사와 희영인.. (참 희영이도 캐스팅 됐다, 중국 공주 역으로) 웬 싸인회같은 분위기 속에서 계속 손 저림을 꾹 참고 온갖 요구에도 애써 웃어주며 ^^ 싸인과 포옹과 뽀뽀를 해주고 있다 -_-;;;
마녀는 뭐가 좋은지 방송국에서 공수해 온 마이크 테스트하며 연신 생글생글이다.
대체 왜 제작 발표회를 이 촌구석에서 하는 것인지... 따져야 한다!!!!
여길 찾느라 얼마나 헤맸는지...덴장. 늦었다며 헐레벌떡 뛰어들어왔더니, 준비도 제대로 안 된 상황...
이게 뭐냐구요!!!
[마녀 : 자, 자... 싸인은 내가 나중에 받아줄께. 자리 좀 비켜줄래? 이제 행사 시작할거거든. 언냐, 언냐... 이제 발표회 하거든요. 쫌 있다 얘기하세요오...^^]
마녀는 제법 동네 사람들과 친한 척 희영의 손을 잡고 절대 안놓으려는 -_-; 아이들과 내 무릎을 쓰다듬으며-_- 열심히 사양하는 내게 계속 중매해주겠다고 푼수떠는 아줌마들을 달랬다... (진작에 좀 도와주지 씹..)
그러나 이런 곳에서 우리같은 연예인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가 쉽지 않은지... 기회다 싶었는지...쉽게 물러나지 않았다.-_-;;;
[마녀 : 우씨-! 계속 이러고 있으면 그냥 철수합니다! 이 동네 관광 홍보 때려치고 싶어요?! 거기 희영이 앞에 있는 이장님부터 2보 후진! 실시!]
# 겨우겨우 사태가 수습되고 난 후에야 발표회가 시작됐다.
기본적인 역사적 송림 세자 이야기가 간단히 브리핑됐다.
아하... 여기 뒷동산 (?)에 송림 세자 무덤이 있어서 발표회 장소를 여기로 무리해서 잡았군 -_-;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특이한 게 아니고 완존 쇼야...제길.
[기자1 : 이번 드라마는 그럼 퓨전 드라마인가요?]
[마녀 : 나눠드린 자료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으신 모양이네요.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한 고증된 역사를 어떻게 퓨전으로 만들 수 있죠?]
[기자1 : 그래도 요즘 퓨전 사극이 유행인데요...]
[마녀 : 남들 한다고 다 따라하면 뭐가 낫죠?]
....마녀 아니라까봐, 왜 그렇게 가시세우고 대응하시나.
[현민 : 분위기 졸라 삭막하네.]
현민이 중얼거렸다.
[태석 : 조금 있음 더 살벌해질거다. 이런데서 김작가 레파토리가 있거든, 나눠준 자료도 못읽냐, 당신 장님이냐, 왜 그런 질문으로 시간 낭비하냐. 봐-]
태석형이 가리킨 제작 발표회 자료집에
"...한.중 역사학자들의 고증을 통해 철저히 그 시대를 재현하게 된다. 이태석 분 소희영 분이 연기하는 중국 황제의 딸 공주와 공주의 약혼자는 가상인물이지만 요즘 유행하는 퓨전 사극이나 현대식의 사극과 달리 지루한 감이 있을지 몰라도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구성했다."
라고 쓰여있다.-_-;
기자측이 성의가 없긴 없군.
[현민 : 나 같아도 저런 질문 받음 패주고 싶겠다.]
강현민...넌 벌써 마녀 편이냐?
[기자2 : 우리나라 최초로 중국의 드라마 세트장과 야외에서 80%이상을 촬영한다는데요, 그럼 연기자들도 중국어나 말타기, 검술같은 것도 익히고 있나요? 얼마나 됐나요? 실력은요?]
[마녀 : 당연한 거 아닌가요? 프로 연기자들이 그 정도 연기 준비도 안할 수 있나요?]
[기자2 : 시, 실력은 얼마나..^^;;]
[마녀 : 저도 한가지 물어보죠. 소위 언론 고시까지 통과해서 이 자리에 온 분이 연기자들 검술 실력이 향상됐네 떨어졌네 - 하는 그런 허접스런 기사나 쓰려고 이 곳까지 오셨나요? 사극이라면 그 역사적 배경이나 진실들과 그걸 바탕으로 한 드라마 속의 픽션은 어떻게 구성되는지 그런 것들이 시청자이기도 한 독자들에게 더 유익한 기사 아닌가요? 여기 모두가 사학과 전공은 아니라도 고등학교에서라도 국사를 배웠을텐데요. 그런 기본적인 자세도 없이 무얼 쓰려고 오셨죠? 차라리 지금 여길 박차고 나가서 이 동네 미장원에 가셔서 요즘 어떤 드라마를 많이 보는지 설문조사나 하시죠.]
그, 그렇다....아까는 워밍업에 불과했다. -_-;
마녀의 독설에 상당수의 기자들은 자존심 상했다는 게 표가 났다.
[기자3 : 그럼 김작가님은 이 드라마 자료 조사를 몇 년씩이나 하셨는지요?]
'몇 년씩이나' 라니! 비꼬는 말투가 ...분명히... 마녀를 엿먹이려는 소리이것다.
[마녀 : 자료에 나와있습니다. (한숨) 제가 읽어드리죠. 송림 세자를 쓴 김윤아 작가는 기본적인 자료 수집을 위해 다큐멘터리에서 보통 반년 이상하는 수집 기간을 넘어 3년 넘게 전국의 도서관과 해당되는 가문과 문중, 우리나라 대학 사학과 및 중국의 대학 교수, 실지로 중국의 송림 세자가 기거한 집 터 주변의 옛 사람들을 일일히 찾아 다니며 고증을 얻어 스토리를 재구성했다. 그러나 실지로 어디까지가 진실과 사실인지 알수 없는 일이다. 역사의 진실은 기록과 기억하는 자의 기억에서 유추되는 것이므로. 그 후 송림세자와 세자빈, 그의 동생 도림 대군의 무덤이 있는 이 곳 *** 마을에 칩거하며 2년동안 대본 작업하는 동안 매일이다시피 그들의 무덤을 찾아가 그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영혼의 이야기를 듣고자 했다.]
5, 5년....씩이나? =0= 설마 딴 거 하나도 안하고?
마녀는 한숨을 푹-쉬며 자료를 탁- 덮었다.
이미 발표회장 분위기는 돌이킬 수 없을만큼 추웠다.
저기서 펭귄이 썰매타며 놀고 있다. 아빠 펭귄, 엄마 펭귄, 아기 펭귄 -_-;
아기펭귄 : 엄마 또 미끄러져 자빠졌어요. 엄마펭귄 : 얼렁 뒤집어라 (이건 또 무슨 소리랴...-_-;)
(그려, 난 구닥다리 유머밖에 모른다)
[마녀 : 기사에 실을 거리는 자료에 충분하니까, 질문은 그만 받겠습니다. 감독님?]
[감독 : 어?]
[마녀 : 밖이 어둑어둑해지는 거 같은데, 마지막 순서로 가죠?]
# 그 마지막 순서란 건 발표회장이 초등학교 교실인 것보다 더 황당했다 -_-;
그렇게 마녀한테 당하고도 그래도 기사꺼리 때문에 카메라 들고 쫄래 쫄래 쫓아오는 기자들도 무지 황당한 표정이었다.
당연하지, 지금 우리는 산 타고 있는 걸 -_-;; 어찌나 가파른지, 암벽 등산이 따로 없다.
[기자3 : 저, 저기요.. 감독님, 지금 어디 가는겁니까.]
마녀가 무서운지, 이제 기자들은 감독님을 붙잡고 늘어진다.
[감독 : 송림세자 무덤이지 어디요?]
허거걱....
[현민 : 거기가서 뭐해요?]
[감독 : 가서 절하고 보고하지.]
[선우 : 저기 따라오는 사람들은 뭐죠? 옷차림이나 짊어지고 오는 게 죄다 알록달록...]
[감독 : 척보면 알잖아, 이 주변에서 젤 용험하다는 무당이야.]
[모두 : -_-;;; -_-;;;;]
정말 별별걸 다한다, 증말.
사극 전문인 선배 연기자들 중에도 이런 경우는 전무후무하단다. (나중에 하소연했드니, 무지 동정받았다 -_-)
...거두절미하고
무당의 한판 원맨쇼를 구경하고 나서야 제삿상을 가운데 두고 마녀의 중매(?)로 송림세자 (무덤)에게 드라마 제작팀을 소개하게 되었다.
우리 연기자는 끄트머리다.
마녀는 드라마 제작팀, 감독, 스탭들을 더 중시한다. 카메라에 나오는 연기자들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니 됐지만 -_-; 카메라 뒤의 스탭들은 그보다 더 고생하면서도 인정을 못받기 때문에 자기라도 이런데서 차별할거란다. 아무리 봐도 참 별난 여자다.
겨우, 내 차례가 되었다.
[마녀 : (무덤 앞에서 공손히) 저하의 배역을 맡아 연기할 최선우 배우입니다.]
시키는대로 절을 꾸벅했다.
[마녀 : 건강하고 아무 사고없이 촬영을 마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내가 물러나자 현민이가 절한다.
[마녀 : 저하가 가장 아꼈던 동생 도림 대군 배역을 연기할 강현민 배우입니다. 무리해서 건강이 그다지 안좋은 아이입니다. 부디 보살펴 주십시오.]
희영이, 태석형... 주인공과 많이 따라 온 조연급 연기자들도 일일히 소개되었다. 컴컴해질 때까지...-_-;;;; 소개만 하는데도 대략 2-3시간은 족히 넘은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현민이가 물었다.
[현민 : 형, 정말 귀신이 있을까? 저 무덤에 말야.]
[선우 : 글쎄...]
[마녀 : 있어, 있으니까 위로굿도 하고 드라마팀 소개도 한 거잖아.]
[현민 : 진짜 만나도 봤어?]
[마녀 : 만나는 못봤어, 근데 대화는 해봤어.]
허걱....
[현민 : 에이, 보지도 못하면서 무슨 말을 해?]
[마녀 : 왜 못 해? 누구나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귀신을 볼 수 있어. 우리 이마에 제 3의 눈이라고 3차원 세계인 영혼을 보는 눈이 있거든. 무녀들이나 귀신을 보는 사람들은 그 눈이 뜨여져 있는거야. 나도 잠깐 그 눈으로 귀신 본 적 있는데, 하두 무서워서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아버렸어. 그 담부턴 눈이 안뜨여지더라. 대본 안풀리면 술먹구, 무덤가서 꼬장도 많이 부리고 그랬어. 그럼 꿈에서 신기하게도 안풀리던 드라마 장면을 보게 되더라구. 세자 저하가 도와주신 거지.]
꼬, 꼬장이라니 -_-;; 감히 옛사람이래도 세자한테... 그러다 벼락맞을라구. 어떻게 생겨먹은 여잔지, 정말 배짱도 두둑하다.
[태석 : 일본 만화에 쓰리아이즈라는 거 있긴한데...]
[선우 : 에이, 설마... 그거야 그냥 너무 열심히 생각하니까 그 내용을 꿈꾸는 거 아니에요?]
[마녀 : 그럼 문중에서도 전혀 모르던 사실을, 제가 꿈으로 알게 된 건요?]
...정말인가? 그럼 저 마녀도 무당 뺨칠 정도로 신기(神氣)가 있다는 거 아닌가? 우리 연예계도 사실 신기있는 사람들이 많다. 흥이 난다는 표현대로, 신기에 미쳐 작업하는 사람들... 귀신봤다고도 하고, 남몰래 신내림 받은 사람도 꽤 있다.
안그래도 어둔 밤 산길인데,
사그락 사그락...힉!
우씨, 귀신 얘기하니까 진짜 무섭다.
빨리 화재를 돌려야지.
[선우 : 그런데 왜 이렇게 산이 가파라요? 세자 무덤씩이나 되면 제사 지내기 좋게 길을 텄을텐데.]
[마녀 : 겉으로 역적으로까지 몰린 건 아니지만 사실 세자 저하의 죽음에 의문이 많아요. 왕의 은밀한 지시로 독살당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구요. 평수도 보면 세자의 무덤이라고 할 수 없을만큼 좁고, 거기에 세자빈에 자식들, 도림대군 무덤까지 같이 있는 거 보면... 무시할 수 없는 설이에요. 그래서 무덤으로 가는 길도 일부러 가파르게 깍아 백성이나 세자저하의 지지자들이 쉽게 찾아가지 못하게 차단시켰다는 소문이구요, 이 동네 어르신들은 다 그렇게 믿으시더라구요. 그렇지만 사학자들 대부분은 그건 왕이 지시했다기보단 그 당시 세자 저하의 죽음을 부축이고 방조한 세력가들이 한 짓이라고, 주장하고 있죠. 어떤 것이 진실인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진보된 사상으로 이 나라 조선을 부흥시키려고 했다가 죽은 후에도 무지한 백성들에게조차 외면당한 가엾은 남자죠. 처음부터 왕의 자식이 아니라 평민으로 태어났더라면 그렇게 불행하게 살다 죽진 않았을건데...]
아무리 역사는 권력욕 때문에 피비린내나는 궁궐사라지만... 자신의 아버지에게 독살을 당하다니..Y_Y 하긴 뒤주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도 결국은 아버지의 손에 의해 죽은 것 아니었던가.
우리 삼총사 모두 사극은 처음이라 불안하긴 하지만... 이토록 주인공과 그의 인생에 깊은 애정과 동정을 가진 마녀의 열변을 듣노라면, 내가 마치 송림 세자가 된 듯 쉽게 감정이입이 되어, 그의 인생이 내 인생인 듯... 아주 많이 슬퍼진다... 옛 말을 빌리면, 머리풀고 피 토할... 통한이 가슴에 사무쳐진다.
그 때였다. 갑자기 온 몸이 소름 쫘악-끼치더니,
....
[선우 : (현민에게) ...들었냐?]
[현민 : ...형도 들었어?]
[태석 : 니들도? (하면서 마녀 보고)]
[마녀 : ...세자 저하다....]
마녀는 그 자리에서 무덤 쪽을 향해 절을 올렸다. 우리 삼총사는 굳어서 그저 마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우리 네 사람이 동시에 들은 것은... 30대 초반쯤 된 듯한 젊은 남자의 차분한 울림이 느껴지는, 옛 어투의...목소리!!
[로맨스 소설] << 흡혈귀 마녀와 동침을 -02 >>
솜사탕님, 빨간망또차차님,희동이마을님의 응원에 계속 올립니다...
감사감사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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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 흡혈귀 마녀와 동침을 -02 >>
쓰는 이 : 연지바른 마녀(mskim0920@hanmail.net)
등장인물
-최선우(남, 34세, 화자) :엔터테인먼트(탈렌트, 영화배우, 가수)
-김윤아(여, 31세) :드라마 작가
-강현민(남, 26세) : 엔터테인먼트(탈렌트, 영화배우, 가수)
-이태석(남, 36세) : 탈렌트, 영화배우
-드라마 감독 및 스탭들
-매니저
-소희영(여, 27세) : 탈렌트, 영화배우
-그 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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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 로비에서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다.
[선우 : 어?]
[현민 : 어? 형?]
[태석 : 어라? 니들은 여기 웬일이냐?]
[선우 : -_-;;; 형도 여기 출연해?]
[태석 : 어.]
...얼씨구.
마녀는 우리 삼총사를 한 드라마에 소집했군.
[현민 : 우와... 촬영 끝내고 술이나 한잔씩 꺽으면 딱이다.^^]
[마녀 : 그럴 새 없을걸요?]
흐익!
언제 발소리도 없이 등장하는 무림의 비법까지 익혔나?
[현민 : 히히..작가 누나, 우리가 그 유명한 술고래 삼총산 거 몰라요?]
하도 우리 셋이 잘 어울려 술 퍼마시며 다닌다고 ^^;
연예부 기자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마녀 : 잘 알어. ^^ 술고래 삼총사.
근데 내가 사다 바쳐도, 그럴 짬 없을걸?
퍽퍽 엎어져서 잠들기 바쁠거다, 그 말이시지.
특히 해외 촬영은 촬영 스케쥴이 빡빡한 거 알지?
일정보다 하루라도 넘기면 그게 다 돈 나가는 거잖아.]
[현민 : 우왕- T_T 근데 해외 촬영 어디로 가는데?]
[마녀 : 이따 P.T.때 잘 들으면 알게되지~
참,니 매니저랑 코디 어디갔어?
이거 P.T. 자료 줘야되는데.
너랑 선우씨 소속사 사장님은
중간에라도 잠깐 들른다고 했고.]
[현민 : 우리 사장님은 왜?]
[마녀 : 해외 촬영 일정이랑 니네 스케쥴 맞춰야 되고,
거주비도 의논해야 되고.]
[현민 : 누나가 그런거까지 다 신경써?]
[마녀 : 몰라, 나두 요즘은 여기 스탭같애.-_-;;;]
어라... 현민인 또 언제 마녀랑 저렇게 말 놓으며 친해졌나...?
하긴... 현민인 워낙 붙임성있게 사람들을 잘 사귀니까...
[태석 : 이번 기획안 발표는 몇 시간 정도 걸려요?]
[마녀 : 질의응답까지 하면 3-4시간?
왜요? 벌써 끔찍해요? ^^]
[태석 : 당연하죠.^^;]
[마녀 : 이 P.T. 자료나 읽어둬요.
그럼 덜 끔찍하겠죠 ^^]
마녀가 내미는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받았다.
제작 발표회도 아닌데,
꽤 꼼꼼하게 칼라 사진 자료까지
첨부해서 만들었다.
마녀가 저만치 사라진 후에
펼쳐들었다.
[태석 : 너는 김작가하고 드라마 한 적 없지?]
[선우 : 어.]
[현민 : 난 단막극 하나 했었어.
태석 형은 작가누나랑 미니 했었지?]
[태석 : 응.]
그렇구나...우리 중에 나만 마녀하고 첨 작업하는 거구나.
[선우 : 같이 일하긴 어때? 대본은 제 시간에 나와?]
태석형은 딱하다는 듯이 나를 잠깐 쳐다봤다.
[선우 : 왜?]
[현민 : 형, 아무리 중국서 오래 있다 왔어도 그렇지.
우리 작가 누나 악명 몰라?]
[태석 : 대본 초고는 이미 다 나왔을거다, 아마.]
[선우 : 뭐? 사극은 횟수가 장난 아니잖아!
이건 100회 이상인데?]
[현민 : 150회.]
자료를 들춰보던 현민이 헉! 놀란다.
[현민 : 미쳐, 미쳐!]
[태석 : 왜?]
[현민 : (자료 한 부분 가리키며) 봐... 제작 발표회 장소!]
[태석/선우 :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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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발표회장...
장소 : 어느 촌구석 초등학교 교실 -_-;;;
"드라마 <송림 세자> 제작 발표회"
저 플랭카드만 아니면 영락없이 마을 회의 꼴이었다.
어린 아해들이 앉아 공부하는 의자에...
내노라하는 언론, 방송계 연예부 기자들이 불편하게..
그러나, 빡빡하게 앉아있다.
좁아터진 교실에..그나마 앉지도 못하고 서있는 사람들도 태반이다.
교실 밖 복도엔 관심있는 그 마을의
몸빼입은 아줌마,
상추 뜯다 온 할머니,
코찔찔의 흙투성의 아이들,
밀짚모자 쓰고 험험- 괜히 헛기침하며
안보는척 보는 할아버지까지 -_-;
옹기종기 복도 창 안으로
고개를 쑥 내밀고 보고 있다.
우리 술고래 삼총사와 희영인..
(참 희영이도 캐스팅 됐다, 중국 공주 역으로)
웬 싸인회같은 분위기 속에서
계속 손 저림을 꾹 참고 온갖 요구에도 애써 웃어주며 ^^
싸인과 포옹과 뽀뽀를 해주고 있다 -_-;;;
마녀는 뭐가 좋은지
방송국에서 공수해 온 마이크 테스트하며
연신 생글생글이다.
대체 왜 제작 발표회를 이 촌구석에서 하는 것인지...
따져야 한다!!!!
여길 찾느라 얼마나 헤맸는지...덴장.
늦었다며 헐레벌떡 뛰어들어왔더니,
준비도 제대로 안 된 상황...
이게 뭐냐구요!!!
[마녀 : 자, 자... 싸인은 내가 나중에 받아줄께.
자리 좀 비켜줄래?
이제 행사 시작할거거든.
언냐, 언냐... 이제 발표회 하거든요.
쫌 있다 얘기하세요오...^^]
마녀는 제법 동네 사람들과 친한 척
희영의 손을 잡고 절대 안놓으려는 -_-; 아이들과
내 무릎을 쓰다듬으며-_-
열심히 사양하는 내게
계속 중매해주겠다고 푼수떠는 아줌마들을 달랬다...
(진작에 좀 도와주지 씹..)
그러나 이런 곳에서 우리같은 연예인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가 쉽지 않은지...
기회다 싶었는지...쉽게 물러나지 않았다.-_-;;;
마녀는 달래다가 달래다가.. 정녕 안되겠는지
아까 발표회용 책상에 정성스럽게 설치해놓은 마이크를 집어들고
대뜸 책상 위로 신발로 딛고 올라섰다.
[마녀 : 우씨-! 계속 이러고 있으면 그냥 철수합니다!
이 동네 관광 홍보 때려치고 싶어요?!
거기 희영이 앞에 있는 이장님부터 2보 후진!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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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겨우 사태가 수습되고 난 후에야
발표회가 시작됐다.
기본적인 역사적 송림 세자 이야기가
간단히 브리핑됐다.
아하... 여기 뒷동산 (?)에 송림 세자 무덤이 있어서
발표회 장소를 여기로 무리해서 잡았군 -_-;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특이한 게 아니고 완존 쇼야...제길.
[기자1 : 이번 드라마는 그럼 퓨전 드라마인가요?]
[마녀 : 나눠드린 자료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으신 모양이네요.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한 고증된 역사를 어떻게 퓨전으로 만들 수 있죠?]
[기자1 : 그래도 요즘 퓨전 사극이 유행인데요...]
[마녀 : 남들 한다고 다 따라하면 뭐가 낫죠?]
....마녀 아니라까봐,
왜 그렇게 가시세우고 대응하시나.
[현민 : 분위기 졸라 삭막하네.]
현민이 중얼거렸다.
[태석 : 조금 있음 더 살벌해질거다.
이런데서 김작가 레파토리가 있거든,
나눠준 자료도 못읽냐, 당신 장님이냐,
왜 그런 질문으로 시간 낭비하냐.
봐-]
태석형이 가리킨 제작 발표회 자료집에
"...한.중 역사학자들의 고증을 통해
철저히 그 시대를 재현하게 된다.
이태석 분 소희영 분이 연기하는
중국 황제의 딸 공주와 공주의 약혼자는 가상인물이지만
요즘 유행하는 퓨전 사극이나 현대식의 사극과 달리
지루한 감이 있을지 몰라도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구성했다."
라고 쓰여있다.-_-;
기자측이 성의가 없긴 없군.
[현민 : 나 같아도 저런 질문 받음 패주고 싶겠다.]
강현민...넌 벌써 마녀 편이냐?
[기자2 : 우리나라 최초로 중국의 드라마 세트장과 야외에서
80%이상을 촬영한다는데요,
그럼 연기자들도 중국어나 말타기, 검술같은 것도 익히고 있나요?
얼마나 됐나요? 실력은요?]
[마녀 : 당연한 거 아닌가요?
프로 연기자들이 그 정도 연기 준비도 안할 수 있나요?]
[기자2 : 시, 실력은 얼마나..^^;;]
[마녀 : 저도 한가지 물어보죠.
소위 언론 고시까지 통과해서 이 자리에 온 분이
연기자들 검술 실력이 향상됐네 떨어졌네 - 하는
그런 허접스런 기사나 쓰려고 이 곳까지 오셨나요?
사극이라면 그 역사적 배경이나 진실들과
그걸 바탕으로 한 드라마 속의 픽션은 어떻게 구성되는지
그런 것들이 시청자이기도 한 독자들에게 더 유익한 기사 아닌가요?
여기 모두가 사학과 전공은 아니라도
고등학교에서라도 국사를 배웠을텐데요.
그런 기본적인 자세도 없이 무얼 쓰려고 오셨죠?
차라리 지금 여길 박차고 나가서
이 동네 미장원에 가셔서
요즘 어떤 드라마를 많이 보는지
설문조사나 하시죠.]
그, 그렇다....아까는 워밍업에 불과했다. -_-;
마녀의 독설에 상당수의 기자들은 자존심 상했다는 게 표가 났다.
[기자3 : 그럼 김작가님은 이 드라마 자료 조사를
몇 년씩이나 하셨는지요?]
'몇 년씩이나' 라니!
비꼬는 말투가 ...분명히...
마녀를 엿먹이려는 소리이것다.
[마녀 : 자료에 나와있습니다. (한숨) 제가 읽어드리죠.
송림 세자를 쓴 김윤아 작가는
기본적인 자료 수집을 위해
다큐멘터리에서 보통 반년 이상하는 수집 기간을 넘어
3년 넘게 전국의 도서관과 해당되는 가문과 문중,
우리나라 대학 사학과 및 중국의 대학 교수,
실지로 중국의 송림 세자가 기거한 집 터 주변의 옛 사람들을
일일히 찾아 다니며 고증을 얻어 스토리를 재구성했다.
그러나 실지로 어디까지가 진실과 사실인지 알수 없는 일이다.
역사의 진실은 기록과 기억하는 자의 기억에서 유추되는 것이므로.
그 후 송림세자와 세자빈, 그의 동생 도림 대군의 무덤이 있는
이 곳 *** 마을에 칩거하며 2년동안 대본 작업하는 동안
매일이다시피 그들의 무덤을 찾아가
그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영혼의 이야기를 듣고자 했다.]
5, 5년....씩이나? =0=
설마 딴 거 하나도 안하고?
마녀는 한숨을 푹-쉬며
자료를 탁- 덮었다.
이미 발표회장 분위기는 돌이킬 수 없을만큼 추웠다.
저기서 펭귄이 썰매타며 놀고 있다.
아빠 펭귄, 엄마 펭귄, 아기 펭귄 -_-;
아기펭귄 : 엄마 또 미끄러져 자빠졌어요.
엄마펭귄 : 얼렁 뒤집어라 (이건 또 무슨 소리랴...-_-;)
(그려, 난 구닥다리 유머밖에 모른다)
[마녀 : 기사에 실을 거리는 자료에 충분하니까,
질문은 그만 받겠습니다.
감독님?]
[감독 : 어?]
[마녀 : 밖이 어둑어둑해지는 거 같은데, 마지막 순서로 가죠?]
#
그 마지막 순서란 건
발표회장이 초등학교 교실인 것보다
더 황당했다 -_-;
그렇게 마녀한테 당하고도
그래도 기사꺼리 때문에 카메라 들고
쫄래 쫄래 쫓아오는 기자들도 무지 황당한 표정이었다.
당연하지, 지금 우리는 산 타고 있는 걸 -_-;;
어찌나 가파른지, 암벽 등산이 따로 없다.
[기자3 : 저, 저기요.. 감독님, 지금 어디 가는겁니까.]
마녀가 무서운지, 이제 기자들은 감독님을 붙잡고 늘어진다.
[감독 : 송림세자 무덤이지 어디요?]
허거걱....
[현민 : 거기가서 뭐해요?]
[감독 : 가서 절하고 보고하지.]
[선우 : 저기 따라오는 사람들은 뭐죠?
옷차림이나 짊어지고 오는 게 죄다 알록달록...]
[감독 : 척보면 알잖아,
이 주변에서 젤 용험하다는 무당이야.]
[모두 : -_-;;; -_-;;;;]
정말 별별걸 다한다, 증말.
사극 전문인 선배 연기자들 중에도
이런 경우는 전무후무하단다.
(나중에 하소연했드니, 무지 동정받았다 -_-)
...거두절미하고
무당의 한판 원맨쇼를 구경하고 나서야
제삿상을 가운데 두고
마녀의 중매(?)로 송림세자 (무덤)에게
드라마 제작팀을 소개하게 되었다.
우리 연기자는 끄트머리다.
마녀는 드라마 제작팀, 감독, 스탭들을 더 중시한다.
카메라에 나오는 연기자들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니 됐지만 -_-;
카메라 뒤의 스탭들은 그보다 더 고생하면서도 인정을 못받기 때문에
자기라도 이런데서 차별할거란다.
아무리 봐도 참 별난 여자다.
겨우, 내 차례가 되었다.
[마녀 : (무덤 앞에서 공손히)
저하의 배역을 맡아 연기할 최선우 배우입니다.]
시키는대로 절을 꾸벅했다.
[마녀 : 건강하고 아무 사고없이 촬영을 마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내가 물러나자
현민이가 절한다.
[마녀 : 저하가 가장 아꼈던 동생 도림 대군 배역을 연기할 강현민 배우입니다.
무리해서 건강이 그다지 안좋은 아이입니다.
부디 보살펴 주십시오.]
희영이, 태석형... 주인공과
많이 따라 온 조연급 연기자들도 일일히 소개되었다.
컴컴해질 때까지...-_-;;;;
소개만 하는데도 대략 2-3시간은 족히 넘은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현민이가 물었다.
[현민 : 형, 정말 귀신이 있을까?
저 무덤에 말야.]
[선우 : 글쎄...]
[마녀 : 있어, 있으니까 위로굿도 하고 드라마팀 소개도 한 거잖아.]
[현민 : 진짜 만나도 봤어?]
[마녀 : 만나는 못봤어, 근데 대화는 해봤어.]
허걱....
[현민 : 에이, 보지도 못하면서 무슨 말을 해?]
[마녀 : 왜 못 해? 누구나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귀신을 볼 수 있어.
우리 이마에 제 3의 눈이라고 3차원 세계인 영혼을 보는 눈이 있거든.
무녀들이나 귀신을 보는 사람들은 그 눈이 뜨여져 있는거야.
나도 잠깐 그 눈으로 귀신 본 적 있는데,
하두 무서워서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아버렸어.
그 담부턴 눈이 안뜨여지더라.
대본 안풀리면 술먹구, 무덤가서 꼬장도 많이 부리고 그랬어.
그럼 꿈에서 신기하게도
안풀리던 드라마 장면을 보게 되더라구.
세자 저하가 도와주신 거지.]
꼬, 꼬장이라니 -_-;;
감히 옛사람이래도 세자한테... 그러다 벼락맞을라구.
어떻게 생겨먹은 여잔지, 정말 배짱도 두둑하다.
[태석 : 일본 만화에 쓰리아이즈라는 거 있긴한데...]
[선우 : 에이, 설마...
그거야 그냥 너무 열심히 생각하니까
그 내용을 꿈꾸는 거 아니에요?]
[마녀 : 그럼 문중에서도 전혀 모르던 사실을,
제가 꿈으로 알게 된 건요?]
...정말인가?
그럼 저 마녀도 무당 뺨칠 정도로 신기(神氣)가 있다는 거 아닌가?
우리 연예계도 사실 신기있는 사람들이 많다.
흥이 난다는 표현대로, 신기에 미쳐 작업하는 사람들...
귀신봤다고도 하고, 남몰래 신내림 받은 사람도 꽤 있다.
안그래도 어둔 밤 산길인데,
사그락 사그락...힉!
우씨, 귀신 얘기하니까 진짜 무섭다.
빨리 화재를 돌려야지.
[선우 : 그런데 왜 이렇게 산이 가파라요?
세자 무덤씩이나 되면 제사 지내기 좋게
길을 텄을텐데.]
[마녀 : 겉으로 역적으로까지 몰린 건 아니지만
사실 세자 저하의 죽음에 의문이 많아요.
왕의 은밀한 지시로 독살당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구요.
평수도 보면 세자의 무덤이라고 할 수 없을만큼 좁고,
거기에 세자빈에 자식들, 도림대군 무덤까지 같이 있는 거 보면...
무시할 수 없는 설이에요.
그래서 무덤으로 가는 길도 일부러 가파르게 깍아
백성이나 세자저하의 지지자들이 쉽게 찾아가지 못하게
차단시켰다는 소문이구요,
이 동네 어르신들은 다 그렇게 믿으시더라구요.
그렇지만 사학자들 대부분은 그건 왕이 지시했다기보단
그 당시 세자 저하의 죽음을 부축이고 방조한
세력가들이 한 짓이라고, 주장하고 있죠.
어떤 것이 진실인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진보된 사상으로 이 나라 조선을 부흥시키려고 했다가
죽은 후에도 무지한 백성들에게조차 외면당한 가엾은 남자죠.
처음부터 왕의 자식이 아니라 평민으로 태어났더라면
그렇게 불행하게 살다 죽진 않았을건데...]
아무리 역사는 권력욕 때문에 피비린내나는 궁궐사라지만...
자신의 아버지에게 독살을 당하다니..Y_Y
하긴 뒤주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도
결국은 아버지의 손에 의해 죽은 것 아니었던가.
우리 삼총사 모두 사극은 처음이라 불안하긴 하지만...
이토록 주인공과 그의 인생에 깊은 애정과 동정을 가진
마녀의 열변을 듣노라면,
내가 마치 송림 세자가 된 듯 쉽게 감정이입이 되어,
그의 인생이 내 인생인 듯... 아주 많이 슬퍼진다...
옛 말을 빌리면, 머리풀고 피 토할... 통한이 가슴에 사무쳐진다.
그 때였다.
갑자기 온 몸이 소름 쫘악-끼치더니,
....
[선우 : (현민에게) ...들었냐?]
[현민 : ...형도 들었어?]
[태석 : 니들도? (하면서 마녀 보고)]
[마녀 : ...세자 저하다....]
마녀는 그 자리에서 무덤 쪽을 향해 절을 올렸다.
우리 삼총사는 굳어서 그저 마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우리 네 사람이 동시에 들은 것은...
30대 초반쯤 된 듯한 젊은 남자의
차분한 울림이 느껴지는,
옛 어투의...목소리!!
"...잘들 다녀오게나."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