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 - “난 누구죠? 당신이 추산장의 아들이면 이 추민은 누구냐구?” 그의 물음에 치우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그때 앞쪽에서 사람들의 말소리들이 들려왔다. 치우를 찾는 경비무사들 같았다. 사람들의 소리에 당황한 치우가 사내의 손을 뿌리치려했다. “이거 놔요! 당신이 누구건 난 관심 없으니.” 그러나 치우는 사내의 손을 쉽게 뿌리칠 수 없었다. 어느새 사내가 치우의 완맥을 잡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술주정이뱅이라 생각했던 치우는 사내가 고급기술을 이용하여 자신을 꼼짝 못하게 하자 놀랐다. 치우의 당황스런 모습을 본 사내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에헤. 가만히 잠 잘 자던 사람을 밟고서는 그냥 간다니 안돼지.” 점점 사람들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자 치우는 인상을 쓰며 사내가 잡은 손을 앞쪽으로 끌어당겼다 왼쪽으로 비틀었다. “엇!” 사내는 자신이 잡고 있던 손이 손쉽게 빠져나가자 치우를 놀랍다는 듯이 쳐다봤다. “어떻게 혈도를 제압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간단히 빠져나갈 수 있지?” 그러나 치우는 사내와 더 이상 말할 시간이 없었다. 어느새 치우를 발견한 경비무사들이 소리치며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저 놈 잡아라!!” 호위무사의 외침에 사내는 치우와 그들을 번갈아 보다 도망치 듯 앞으로 달려 나가는 것이다. 치우는 오히려 사내가 자신보다 먼저 도망가자 이상하게 생각하며 바로 사내의 뒤를 쫒아 도망갔다. 그들이 속도를 내서 달려 나가자 뒤 따라오던 경비무사들은 쫒아오지 못했다. 어느 정도 달려 시 외곽에 이르러서야 사내는 멈추고 치우를 기다렸다. 치우가 멈추자 사내가 물었다. “그런데 당신 도둑맞지? 추산장에서 무얼 훔쳤어?” 그의 말은 어느새 반말로 변해있었다. 치우는 기분이 나빴지만 자신보다 몇 살 위인 것아 참으며 말했다. “당신이 상관 할 바가 아니잖아요.” “글세. 다른 집이라면 몰라도 추산장은 우리 집이거든.” 치우는 이미 그의 이름을 들었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흥! 뭐 당신 집에서 훔친 것도 없으니 상관 말아요.” “나야 뭐! 우리 집에서 무엇을 훔쳤든 상관은 안하지만....헤헤 이렇게 보내 줄 수는 없잖아?“ “무슨 소리죠?” “헤헤. 도둑질 하러 가서 아무 것도 훔치지 않았다면 말이 안돼지. 우리 쉽게 계산하자고 50대50 어때? 어차피 내게 물려줄 재산이니 이 정도의 권한은 있지 않겠어?“ 추민의 말에 치우는 할 말을 잃고 쳐다봤다. “뭐 그렇게 이상한 놈으로 볼 것 없어. 아버지가 금주령을 내리면서 내 돈도 다 가져가서 술값이 부족하거든 어차피 자네가 돈을 좀 훔쳤나 본데 같이 나누자고 그럼 내 눈을 딱 감지.“ 치우는 한 숨을 쉬며 말했다. “당신은 내 말을 믿지 않는군요. 저도 아무것도 훔쳐오지 못한게 지금 한스러워요. 그 늙이만 아니었다면 누나를 구할 수 있는 건데“ 치우가 치를 떨며 말하자 추민은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았다. “늙은이? 그럼 딴 도둑놈이 또 있었군.” “저보다 먼저 털어서 가면서 날 궁지로 몰아넣었죠. 휴! 이제 어떻게 누나를 구하지.” 치우가 한숨을 쉬며 바닥에 주저앉자 추민이 물었다. “내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자네 누님...말야...예쁜가?” 치우는 그렇지 않아도 화가 나는데 어뚱한 소리를 해대는 추민을 향해 소리쳤다. “그래. 이 술꾼아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착하다. 됐냐? 이제 제발 술 냄새 좀 그만 풍기고 저리가라!“ 추민은 치우의 말에 소리쳐 웃으며 말했다. “크하하하. 그 놈 참! 성질 있네. 그런데....정말 예쁘냐?” 화가 난 치우가 벌떡 일어서자 추민이 다시 웃어대며 말했다. “하하하. 알았네. 자네 사정을 말해보게 내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니.” 치우는 추민의 장난기 썩인 말과 행동이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당신이 상관 할 필요 없어요.” 치우의 말에 추민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래? 뭐 하긴 내가 상관 할 바가 아니지. 그런데 자네가 우리 집 담을 넘었다는 것은 돈이 필요한 것 같은데.....돈이라면 내게도 좀 있지.“ 그의 말에 치우의 귀가 솔깃해졌다. “정말 돈이 있어요?” “그럼. 돈 밖에 난 가진게 없어. 하하” 치우는 추민이 비록 장난스럽고 이상하지만 잘만하면 심하연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조건이 뭐죠?” “조건? 없어. 난 세상이 심심하고 할 일이 없는 사람이야. 이 따분함을 없앨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어때? 네 사정이 나의 무료함을 없애 줄 수 있다면 내 원하는 돈을 주지. 말해봐“ 치우는 추민을 믿기로 하고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 했다. 중간중간 청연합군에 대한 이야기가 있을 때 마다 추민은 자기 일인냥 안타까워하고 화를 내며 좋아했다. 그리고 치우가 말을 빼앗아 도망쳐온 대목에서는 손뼉까지 쳐가며 웃어댔다. 치우의 이야기를 들은 추민이 말했다. “좋아 동생. 우리 그럼 자네의 아름다운 누나를 구하러 가세.” 어느새 추민은 치우를 동생이라 부르며 친근하게 대했다. 치우도 비록 추민이 술 좋아하고 행동이 이상하긴 했지만 성격이 화통하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것 같아 좋았다. 심하연은 불안에 떨며 방 안을 왔다 갔다 했다. 그녀가 있는 곳은 태민시의 태수 하달의 침실이었다. 그녀는 잡혀오자 마자 목욕탕으로 끌려가 목욕을 하고 새 옷을 입은 채로 하달의 침실에 갇혀있는 것이다. 거의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심하연이 침대에 걸터 앉아있을 때 방문이 열리며 하달이 들어왔다. 차가운 얼굴에 삐쩍 마른 체구의 하달을 보자 심하연은 벌떡 일어나 방구석으로 도망가며 벌벌 떨었다. 그 모습을 본 하달이 웃으며 손짓을 했다. “후후. 귀여운 것 뭘 그리 놀라느냐 이리 오너라.” 그가 손짓을 하며 다가오자 놀라며 심하연이 침대를 타넘으며 피했다. “하하하. 네년이 어디로 도망 갈 테냐?” 크게 웃으며 하달이 심하연을 향해 몸을 날렸다. 깜짝 놀라 심하연이 피하려했으나 이미 그녀의 손목이 하달에게 잡혀서 움직일 수 없었다. “크하하하. 그 년 볼수록 매력적이군. 내가 저 번 길에서 널 보고 얼마나 몸이 달았는지 아느냐?“ 하달이 말하며 심하연을 끌어안았다. “안돼!” 심하연은 하달의 품에서 발부등 치며 빠져나가려 했다. 그럴수록 하달은 더욱 그녀를 자신의 품에 꼭 안으며 입술을 맞추려 했다. 기겁을 한 심하연이 자신도 모르게 팔꿈치로 하달의 복부를 쳤다. “욱!” 하달이 인상을 쓰며 심하연을 거칠게 침대로 떠밀었다. “아악!!” 심하연이 소리치며 침대에 쓰러지자 하달이 능글맞게 웃으며 옷을 벗었다. 그 모습을 본 심하연은 이를 악물었다. ‘이렇게 당할 바에야....죽는 것이....차라리...’ 그녀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다짐하자 오히려 차분해 졌다. 옷을 다 벗은 하달은 심하연이 체념 한 듯이 누워있자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후후. 엉뚱한 생각하지 말아라. 네 년 머리 속의 생각을 다 알고 있으니....후후 네 애비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면.....후후후“ 하달의 말에 심하연은 벌떡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우리 아버지는 건들지 말아요. 제발!” “크크크. 네 년이 내 말만 잘 들으면 네 애비뿐만 아니라 너까지 호강을 시켜주겠다. 그러나 엉뚱한 생각을 하면 모두 저승 구경을 하게 될게야.“ 그의 말에 심하연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흑! 흑! 제발 아버지만은...원하는데로 할 께요.” 그녀의 말을 들은 하달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크게 웃으며 심하연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녀의 하얀 속살이 들어나자 하달은 침을 흘리며 말했다. “크크크. 상상한 것 이상이구나.” 심하연은 눈물을 흘리며 눈을 감았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어둠 속에 자신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든 하달은 상관치 않고 심하연을 침대에 눕히며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했다. 그때였다. 밖이 소란스러워 지며 병사하나가 소리치며 하달을 불렀다. “태수님!! 태수님! 큰 일 났습니다.”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하달은 짜증이 났다. 이제 막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하는데 방해를 하다니 어느 놈이든 걸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며 일어났다. “무슨 일이냐? 내가 방해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하달의 호통에 병사가 굽신 거리며 다급한 듯 소리쳤다. “저...저기....도둑이 들었습니다.” 하달은 병사의 말에 인상을 쓰며 말했다. “뭐? 그럼 잡으면 되지 무슨 소란이냐?” 하달의 말에 병사는 우물거리며 말했다. “그게...저...저기....” “답답하다. 빨리 말해라. 죽고 싶냐?” “예. 저 그게....태수님의 금랑고가 털렸습니다. 그곳에 있던 상납품도....” 병사의 말에 하달은 눈이 동그랗게 변해서 고래고래 소리쳤다. “뭐....뭐? 내 금랑고가 털려? 북청 황실에 상납 할 물건도 도난당해?” “예....그게...” 병사의 말에 하달은 충격을 받은 듯 한동안 멍하니 있다 갑자기 소리쳤다. “어느 놈이냐? 어느 놈이 내 물건에 손을 댔느냐? 아니다 가보자” 하달은 병사의 답변을 기다리지 않고 부랴부랴 옷을 입고 뛰쳐나갔다. 심하연은 하달이 놀라서 나가자 한숨을 쉬었다. “휴! 오늘은 이렇게 무사히 넘겼지만.....” 그녀는 다시 눈물이 났다. 금랑고는 태수 하달의 전용 금고나 다름없는 방이었다. 수 십 명의 병사들이 지키고 있고 방의 구조가 삼중으로 되어서 모두 잠물쇠로 채워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쪽같이 금랑고가 털린 것이다. 텅비어버린 금랑고를 보고는 하달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제 난 죽었다. 황실에 상납할 묵검(墨劍)을 잃었으니 이를 어쩐다.”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하달 소리쳤다. “청랑대 대장 춘달은 어디 갔느냐?” 하달의 소리에 병사하나가 대답했다. “도둑의 흔적을 쫒아서 간 것 같습니다.” “음. 그래? 참! 북청에서 온 북위군의 마진 장군은 어디 있느냐?” “지금 매화랑에 가서 회포를 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병사의 대답에 하달은 안심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잘됐군. 너희들은 잘 들어라.” 하달이 병사들을 향해 소리치자 병사들이 고개를 숙였다. “오늘 있었던 사건은 어느 누구의 귀에 들어가선 안된다. 알겠느냐? 특히, 북청의 북위군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입단속들 잘해라 만약 어느 놈이든 입을 함부로 놀렸다간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알겠느냐?“ 그의 말에 병사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예!” 그 모습을 본 하달은 옆에 있던 병사에게 조용히 말했다. “빨리 청랑대 대장을 찾아서 내게 오라고 해라. 급하다.” “예.” 하달의 명령을 받은 병사가 사라지자 하달은 불안한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심노인은 울먹이며 빌었다. “제발 우리 하연이를 돌려주십시오. 자! 돈 가져왔습니다.” 청랑대 춘달의 밑에 있는 마삼대는 심노인이 든 자은 주머니를 받고는 눈이 커졌다. “아니! 이 큰 돈을 어디서 구했느냐?” 마삼대의 물음에 심노인이 말했다. “저희 친척 분 중에 장사하는 분이 계신데 그분께서 빌려주셨습니다.” “그래?” “제발! 이제 돈을 다 드렸으니 저희 딸을 풀어주십시오.” 마삼대는 자은 주머니를 보자 욕심이 동했다. ‘어차피 돈이 있어도 저 노인의 딸은 돌려받지 못한다. 태수의 눈에 들었는데 돈을 갚는다고 딸을 돌려 줄 리도 없구. 음...그렇다면 이 자은 내가 어떻게 꿀꺽! 하는 수가 없겠나.....‘ 심노인이 다시 사정을 했다. “어르신 제발 제 딸을....” 마삼대는 자은 주머니를 자신의 품속에 넣으며 말했다. “알았네. 일단 집으로 돌아가게 그럼 딸을 돌려보내겠네.” 심노인은 마삼대의 행동이 이상해서 물었다. “언제...” “아 내가 어떻게 아나? 태수님이 결정할 일이지. 귀찮으니 빨리 가게.” 심노인은 마삼대의 말을 믿지 못하고 말했다. “저. 그럼 그 돈을 받았다는 영수증이라도 한 장 써 주십시오.” 심노인의 말에 마삼대가 벌컥 화를 냈다. “뭐? 영수증? 이 노인이 날 못 믿겠다는 거야?” “아니, 그런 것이 아니라....그래도 그 큰 돈을 아무런 확답도 없이 드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마삼대는 심노인이 때를 쓰자 이렇게 그냥 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좋아. 잠시 여기서 기다려.” 마삼대가 말하고 안으로 들어가자 심노인은 한숨을 쉬며 기다렸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간 마삼대는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 수록 심노인은 불안해졌다. 이상하게 생각한 심노인이 청안으로 들어갔다. 지키던 병사하나가 심노인을 보고 물었다. “무슨 일이요?” “방금 들어간 마삼대 태장을 만나려 하는데요.” “어! 마삼대 태장님은 방금 급한 볼일 있다고 나가셨는데.” “예? 어떻게....이런!! 우리 하연이는 어쩌구....” 놀란 심노인이 바닥에 주저앉자 불쌍히 여긴 병사가 내용을 물었다. “무슨 일인데 그러오?” “낮에 돈 때문에 붙잡혀온 우리 딸을 데려가려고 마삼대 태장님께 돈을 드렸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아 들어온 거라우.“ 심노인의 말을 들은 병사는 내용의 전말을 알겠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할아버지 안됐지만 딸은 포기해야 겠어요. 이런말 드려서 안됐지만...” “무슨 소리입니까?” “돈을 갚아도 딸은 데려갈 수 없습니다. 이미 태수님 눈에 든 여자는 누구든 여기를 벗어나지 못해요. 그리고 아마 그 돈도 마태장 그놈이 꿀꺽 했을 겁니다. 제가 아버지 같아 안타까워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돈이든 딸이든 잊고 조용한 곳에 가서 사세요.“ 병사의 말에 심노인은 하늘이 노랗게 변했다. “아이구!! 어떡해!! 어떡해!!” 심노인이 목 놓아 우는 것을 가엽게 여긴 병사가 말했다. “여기서 이렇게 있다가는 고초를 당할지 모릅니다. 오늘 관청에 일이 터져서 아무나 다 붙잡아 오고 있거든요. 얼른 할아버지도 돌아가세요.“ 한동안 넋이 빠져있던 심노인은 몽유병 환자처럼 관청을 나갔다. 그 모습을 뒤에서 보던 병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마삼대 그 죽일 놈이 또 사기를 쳤군.” 치우와 추민은 시 외곽 숲에서 심노인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심노인에게 거금을 내어 준 것은 추민 이었다. 그는 아무조건 없이 큰 돈을 주었고 치우는 받아서 심노인에게 준 것이다. 치우가 추민을 보고 말했다. “형님, 할아버지가 좀 늦는 것 같죠?” 치우는 추민과 호형호제하기로 했다. 추민은 치우의 의기 찬 모습을 좋아했고 치우는 추민의 사내다운 화통한 면이 좋았다. 추민은 약간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아우, 어쩌면 내 생각대로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 “형님 생각대로라니요?” “난 여기 태민시에서 자라나고 태무전쟁을 겪으면서 청연합군 놈들의 실태를 보고 자랐다. 더구나 이 곳의 태수인 하달은 색을 밝히기로 유명한 놈이지 그 놈이 심하연을 눈독들이구 데려 갔다면..... 아마...돈을 주어도 해결이 되지 않을 거야.“ “예? 그런데 그걸 알면서 왜?” “알면서도 줬지. 그리고 줄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잖나.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걸은 거지 그러나 결과는 안좋군.“ 그들이 말할 때 숲 쪽으로 일단의 사람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추민이 보고 치우의 손을 잡고 숲으로 숨었다. 숲 속에 십 여 명의 병사들이 나타나며 한 노인을 포위했다. 숲에 숨어서 지켜보던 치우는 놀라서 소리칠 뻔 했다. “어! 저 노인은 추산장에서 본 도둑이잖아.” 치우의 말에 옆에 있던 추민이 노인을 주시하며 보며 물었다. “저 노인이 우리 집을 털었다던 도둑인가?” “맞아요. 지금도 생각하면 잡아서 .... 그냥! 또 무슨 일을 냈기에 병사들에게 포위 된 걸까요?“ 그들이 대화하는 동안 병사들이 노인을 포위하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노인은 실실 웃으며 병사들의 공격을 잘도 피해 다녔다. 노인은 병사들의 공격을 재미 삼아 받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노인의 몸놀림은 무척이나 이상야릇했다. 마치 물 흐르듯 어느 순간 병사들 사이사이를 오가는가 하면 또 어떤 때는 병사들의 코앞에 머물렀다. 순식간에 뒤로 사라지기도 했다. 만약 노인이 약간의 살심만 품었어도 병사들은 모두 노인에게 당했을 것이었다. 노인이 웃으며 소리쳤다. “껄껄껄, 이놈들아 네 놈들 백 명이와도 이 천일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으냐? 너희 변태 같은 태수 놈에게 가서 전해라. 천하의 제일도둑 천일이 네 놈의 금고를 털었으니 영광으로 알라구. 하하하“ 숲에서 노인의 말을 들은 추민이 놀라며 말했다. “헛! 저 노인의 전설의 도둑 천일이었구나. 이런 행운을 보게 되다니.” 추민의 말에 치우가 물었다. “형님! 저 이상한 노인이 그렇게 유명한 사람입니까?” “그럼. 동대륙 최고의 도둑이지 그가 훔치고자하는 것은 훔치지 못하는 것이 없지. 아마 황실도 털려고 마음만 먹으면 털 수 있을 걸.“ “그래요? 좀 도둑은 아니었네요.” “좀 도둑이라니. 천하의 제일 도둑이며 신법의 귀신이다. 그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지? 저게 바로 그 유명한 접신술(接身術)이다. 마치 귀신처럼 사람의 몸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지 한번 걸리면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추민의 설명 중에도 병사들과 천일의 실강이는 계속되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병사들의 수가 배로 불어났다. 천일은 병사들의 수가 불어나자 크게 웃으며 소리쳤다. “하하하. 청의 개발같은 병사들아 이제 어른은 놀만큼 놀았으니 잘 들 있어라.” 천일이 소리치며 달아나려 할 때 화살 하나가 빠르게 그의 등을 향해 날아왔다. 천일은 공기의 마찰음을 듣고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손을 뒤로 돌려 날아온 화살을 튕기며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어느 놈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느냐?” 천일의 호통에 어둠 속에서 춘달이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 “훔친 물건을 놓고 가라.” 춘달의 말에 천일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래? 훔친 물건을 놓으면 난 가도돼?” 그의 물음에 춘달의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해지며 소리쳤다. “이 미친 늙은이 네가 훔친 것은 북청 황실에 상납 될 묵검이다. 만약 네놈이 그걸 그냥 가져간다면 모든 청연합군의 표적이 될 것이다.“ 춘달의 말에 천일이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그래? 헤헤헤헤. 이게 그렇게 좋은 거였어? 아이고 좋아라! 하하하” 마치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천일을 보고 춘달은 인상을 쓰며 검을 들고 공격했다. 그의 검이 무겁게 천일의 가슴을 갈랐다. “흥!” 천일 가볍게 냉소를 날리며 춘달의 옆으로 붙어왔다. 춘달은 천일의 빠른 속도로 자신의 좌측으로 붙어오자 몸을 틀며 검을 그었다. 그러나 검을 날린 자리에 천일은 이미 없었다. 놀란 춘달이 천일의 자취를 찾으려 할 땐 이미 그의 등 뒤에서 웃고 있는 것이다. “헛!” 너무 놀란 춘달의 몸을 틀지도 못 한 채 검을 뒤로 돌려 쳤다. 그 순간 갑자기 팔이 시큰해지고 무릎에 힘이 빠졌다. “억!” 춘달은 짧게 소리치며 쓰러졌다. 그는 도대체 어떻게 천일에게 당했는지도 몰랐다. 천일이 춘달의 뺨을 때리며 말했다. 찰싹! 찰싹! “헤헤헤, 가서 네 대빵에게 말해. 천하제일 도둑 천일은 훔친 물건을 되돌려 주는 법이 없다고.....알겠냐? 하하하“ 천일이 통쾌하게 웃으며 몸을 날리자 병사들이 감히 그를 막지 못했다. 어느 순간 천일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병사들은 쓰러진 춘달을 부축해 일으켰다. 춘달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쫒아가자!” 병사들과 천일이 사라진 후 치우와 추민은 숲에서 나왔다. 치우가 놀랍다는 듯 말했다. “정말 대단한 노인이네요.” “그렇지. 아마 저 노인이 평생 훔친 보석과 돈이면 나라 하나는 살 수 있을 걸.” “그렇게 많은 돈을 훔쳐서 뭘 하려는 걸까요?” “글세. 우린 알 수 없지.” 그들이 말하고 있을 때 심노인이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나타났다. 치우가 반가움에 소리쳤다. “할아버지 누나는요?” 심노인은 치우의 말을 듣자마자 바닥에 주저앉으며 목 놓아 울었다. “하연아! 어떻하냐 우리 하연이를 어떻게...” 심노인의 울음을 보고 치우나 추민은 짐작했던 일이 사실로 들어나자 암담했다. 심노인을 한 동안 지켜보던 추민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치우야. 심하연이란 여자가 네 목숨만큼 소중하니?” 추민의 심각한 물음에 치우는 생각했다. ‘비록 친누나는 아니지만 나에게 너무 잘해주었다. 그리고 내 목숨을 할아버지가 구해주셨는데....나도 당연히 목숨을 걸어야 한다.‘ 치우는 결심이 선 듯 말했다. “내 목숨만큼 소중해.” 추민은 치우의 대답에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럴 줄 알았다. 그럼 우리 목숨 한번 걸어볼까?” “그럼?” “그래. 관청에서 심하연을 빼오는 거다.” “그렇지만 구출해도 할아버지와 누나는 갈 곳이 없는데.” “그건 걱정 말아라. 이곳은 우리 집안의 손길이 뻗치지 않은 곳이 없다. 여기는 각종 무역을 거래하는 곳이라 배 속에 숨어서 동대륙으로 건너 갈 수 있다.“ 추민의 말에 치우는 기뻐하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형님!” “하하하. 아우의 일을 이 형이 도와주지 않으면 누가 도와준다는 말이냐?” 그들의 대화를 옆에서 듣던 심노인이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추민이 심노인을 보고 말했다. “마대포 선착장에 가서 김무량을 찾으십시오. 그럼 그가 다 알아서 어르신을 모실 겁니다.“ 치우는 추민의 치밀함에 놀랐다. “그럼. 형님은 이런 사태를 짐작하고 미리 준비까지 하셨습니까?” 치우의 물음에 추민은 그저 웃을 뿐 대답이 없었다. 매화랑은 술과 여자들이 넘쳐나는 곳이다. 이 곳에 들어선 남자들은 모든 자은을 털지 않고 빠져나갈 수 없다. 그만큼 매화랑는 남자들에게는 낙원과 지옥의 숲인 것이다. 수 없는 남자들이 여자들의 치마폭에서 거지로 바뀌어 갔다. 휘황찬란한 광명석등의 불빛 들이 밤을 더욱 밝게 했고 환상적인 여인의 몸을 아름답게 만들었다. 군관으로 보이는 사람 하나가 아름다운 여인을 끼고 술을 마시며 웃고 있었다. “하하하. 내 이곳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너희들을 볼 줄은 몰랐구나.” 군관의 말에 옆에서 교태를 흘리며 여인이 콧소리로 말했다. “어머! 장군님은 사람 볼 줄을 아시네요. 호호호” “크하하하. 고것 귀엽게 노는 구나. 넌 오늘 나와 뜨거운 밤을 보내야 한다.” “호호호. 저야 장군님 같은 호남을 맞이하게 된 것만으로도 영광이죠.” 군관이 여인의 향기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병사 하나가 급히 달려와 보고를 했다. “장군님! 큰 일이 났습니다.” 군관은 병사의 말에 얼굴을 굳히며 물었다. “무슨 일이냐?” “저기.....황실에 상납될 물건이....도난당했습니다.” 병사의 말에 군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뭐야? 태수는 뭐라 하느냐?” “저기....그것이 관청을 통해 들은 것이 아니라 저희 수하 하나가 어떻게 술집에서 남청의 병사들이 말하는 것을 들었답니다.“ 군관은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정확한 정보냐? 틀림없는 것이냐?” “상황으로 정보는 정확하게 보입니다. 지금 관청에서는 많은 병사들이 빠져나가고 있고 또 청랑대도 어디론가 떠났다고 합니다.“ 병사의 말에 군관은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여인을 보고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음. 청으로 들어가자.” 여인은 아쉬운 표정으로 물었다. “아이! 장군님 이렇게 그냥 가시면....” 군관은 차가운 눈빛으로 여인을 보고는 아무 말 없이 밖으로 나갔다. 그들이 나가는 것을 보고 여인이 침을 탁! 뱉으며 욕을 했다. “에이, 폐! 재수 없는 청연합군 놈들.” 군관은 북청의 북위군 대장 마진이었다. 그는 비록 북위군을 맡고 있지만 지위에서는 청연합군에서 한 참 아래에 있는 인물이었다. 욕심이 많았던 그는 상관에게 뇌물을 주고 지금의 북위군 대장으로 있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삼묘국으로부터 은밀하게 전해지는 물품을 무사히 북청 황실까지 호위하라는 명이었다. 그는 만약 이번 일만 잘 한다면 자신의 앞길은 탄탄대로라 여겼다. 그에게 이 일을 맡길 때 상관은 말했다. “자네를 믿네. 만약 이일만 잘 이루어진다면 자네의 승진은 내 책임지지.” 그리고 또 그의 귀에 대고 웃으며 말했다. “동대륙에서 감히 청연합군을 공격할 간 큰 놈은 없네. 이 일은 휴가라고 생각하고 잘 다녀오게.“ 마진은 그때를 상상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것이 아니다. 분명 쉬울 거란 일이 어떻게......관청의 금고에 넣어두지 않고 내가 보관했어야 했다. 그래야 했어.‘ 마진은 후회하고 또 후회 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그는 병사들을 재촉하며 말을 달렸다. 그리고 다짐 했다. ‘어느 놈이든 걸리기만 해보라. 다 죽일겨!’ 치우와 태민은 관청을 살피고 있었다. 치우가 태민을 보며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형님의 예상이 맞네요. 병사들이 몇 명밖에 없어요. 모두 천일을 쫒으러 갔나 봐요.” “천일이 우리를 돕는구나. 만약 그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관청을 쉽게 잠입할 수 있겠느냐?“ 그들은 말하며 조용히 몸을 움직였다. 관청 입구를 지키는 병사는 둘에 불과 했다. 안으로 들어와서도 그렇게 많은 병사는 보이지 않았다. 이미 천일을 쫒기 위해 청랑대의 군사가 빠져 나갔기 때문이었다. 치우가 여러 채의 건물을 보며 물었다. “이 많은 건물 중에서 어떻게 누나를 찾죠?” 그의 물음에 추민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잘 알고 있으니 나만 조용히 쫒아라.” 추민이 빠르게 몇 개의 건물을 돌아 나갔다. 치우가 조용히 그 뒤를 쫒았다. 그때 병사 하나가 치우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거기 서라! 누구냐?” 치우와 추민은 걸음을 멈추고 긴장했다. 병사의 물이 되풀이 되었다. “누구냐구 물었다.” 추민은 병사가 가까이 있다면 바로 제압하겠지만 멀리 뒤 쪽에 떨어져서 소리를 치고 있어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잘 못하다가는 병사의 고함소리에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 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진땀을 흘리던 치우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나야! 나!” 병사는 치우의 말에 의문 찬 얼굴로 물었다. “나라니? 누구?” 어둠에 묻혀있어 치우와 추민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병사는 앞으로 한 발 다가서며 치우의 얼굴을 확인하려 했다. “아! 거참! 이젠 내 목소리도 잊었어? 섭섭한데.” 치우가 친근한 듯이 말하자 병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한발 다가들었다. “허.....누구더라! 그런데 그 앞에 있는 사람은 또 누구지?” 병사가 의심에 찬 얼굴로 물으며 뒤로 물러서려하자 치우는 입술을 깨물고 칠성보를 극성으로 올리며 병사에게 다가갔다. 순식간에 치우가 자신의 앞으로 다가서자 병사가 놀라며 소리치려했다. 순간! 치우가 병사의 입을 막는 것과 동시에 그이 뒤 통수를 가격했다. “윽!” 짧은 비명과 함께 병사가 쓰러졌다. 쓰러진 병사를 보고 치우가 한숨을 뱉으며 말했다. “나라구! 치우!” 추민과 치우는 다시 관청 내의 건물 사이사이를 숨어들어갔다. 추민이 몇 번 건물을 타넘더니 화려하게 지어진 건물 앞에서 멈추었다. “저기다. 저기가 하달의 숙소지.” 하달의 숙소라는 말을 듣자 치우는 가슴이 아파왔다. 그 모습을 본 추민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말아라. 하달의 똥줄이 타서 네 누난 아직 무사할 거다.” 치우는 안도의 숨을 쉬며 말했다. “그럼. 빨리 가죠.” 추민이 치우를 붙잡으며 집 주위 숲 속을 가리켰다. “저기저기 세 놈이 지키고 있다.” 그의 말에 놀라며 치우는 추민을 쳐다봤다. “잘 봐둬. 내가 놈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추민은 말을 한 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치우는 추민이 가르쳐준 방향을 자세히 주시했다. 순간 어렴풋한 그림자가 어른 하더니 숲 속에 숨어있던 병사들을 단숨에 쓰러지게 만들었다. “형님은 자신의 무공을 감추고 계셨구나.” 치우가 놀라고 있을 때 추민이 다가오며 말했다. “들어가 보자” 치우가 고개를 끄덕이고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었다. 방안에 화려하고 커다란 침대에 앉아 여인하나가 고개를 숙이고 울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여인을 보고 치우가 소리쳤다. “누나! 하연이 누나!” 치우의 목소리에 놀란 심하연이 고개를 들어 쳐다보고는 놀란 표정으로 일어섰다. “치우야! 어떻게 네가?” 추민은 눈물이 맺힌 얼굴의 심하연의 청초한 얼굴을 보고 순간 충격을 받았다. ‘저렇게 아름다운 여인 있었다니......허!“ 그는 놀라며 심하연의 얼굴을 쳐다봤다. 심하연은 치우와 포옹하며 뒤에서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추민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며 물었다. “치우야. 저 뒤에 있는 사람은 누구냐?” 치우는 추민을 보고는 히죽 웃었다. “하하하. 우리 추민 형님이 하연이 누나에게 반했구나?” 치우의 말에 정신을 차린 추민이 어떨 한 표정으로 말했다. “험! 일단 여길 빨리 빠져나가자.” 추민의 말에 치우가 심하연에게 말했다. “누나 얼른 여기서 나가자 나중에 모든 이야기를 해줄께.” 심하연은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곧 바로 하달의 숙소를 나와서 관청의 입구 쪽으로 움직였다. 심하연이 무공을 알지 못해 움직이기가 수월하지 못했으나 다행히 병사들이 보이지 않았다. 몇 채의 건물을 지날 때 마다 추민이 앞서 지키는 병사들을 제압했다. 그들이 막 관청 밖으로 나오고 있을 때였다. 앞 쪽에 일단의 병사들이 말을 타고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을 본 치우가 놀라서 소리쳤다. “어! 북위군의 병사들이다.” 추민의 치우의 말에 인상을 썼다. 그들이 이미 피하기는 늦은 것이다. 앞에서 말을 타고 오던 마진이 치우를 보고 소리쳤다 . “이놈! 여기서 만나는 구나.” 추민은 상황을 오래 끌면 관의 병사들까지 합세하여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북위군의 병사들은 20여명 저들을 모두 상대하다가는 여기서 붙잡힌다.’ 결심이 선 추민은 치우에게 말했다. “치우야 너 먼저 누나를 데리고 빠져나가라.” “그럴 수는 없어요. 어떻게 형님 혼자서 저들을 다 상대합니까?” 추민이 웃으며 말했다. “네 누나는 무술을 몰라 잘 못하면 크게 다친다. 차라리 네가 그녀를 데리고 도망가야 내가 마음을 놓고 저들을 따돌리지.“ 그의 말에 치우는 감동스런 얼굴로 말했다. “형님! 고맙습니다.” “이 길로 마대포로 가서 심노인과 만나라. 내 바로 쫒아가마... .만약 반시진이 지나도 내가 오지 않으면 김무량에게 그냥 출발하라고 말해라.“ “형님!” “만약 여기서 우리가 헤어지면....삼년후 태동로의 천하일미에서 보자.” 그들의 이야기를 듣던 심하연은 감동에 찬 눈으로 추민을 보았다. “어떻게 감사드려야 할지.....” 추민은 약간 부끄러운 듯 말했다. “부디 대동국에서 다시 만나길 바라겠습니다” 그들이 이별의 대화를 나눌 때 이미 북위군들이 앞까지 다가왔다. 추민이 치우에게 외쳤다. “치우야 말을 빼앗아 달아나라!” 추민이 소리치며 대장으로 보이는 마진을 향해 검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치우는 마진의 좌측에 있던 병사를 향해 빠르게 다가갔다. 치우의 빠른 몸놀림에 놀란 병사가 검을 내려쳤지만 어느새 치우는 좌측으로 돌아서 그의 옷깃을 잡아 말에서 끌어내렸다. “엇!” 병사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바닥에 처박혔다. 병사가 치우에게 제압되자 네 병의 북위군 병사가 치우를 공격해왔다. 치우는 그들의 공격을 피하며 말위로 뛰어 올랐다. 유연하고 빠른 몸놀림이었다. 병사 하나가 치우의 앞을 막으며 검으로 말의 머리를 내리치려 했다. 히히히힝!! 말이 울음을 울며 앞발을 높이 쳐들자 병사가 놀라며 옆으로 쓰러졌다. 치우는 재 빨리 말을 몰아 병사들 사이를 헤쳐 나오며 심하연을 잡아서 말에 태웠다. 병사들이 치우와 심하연을 포위하며 다시 공격해오자 마진과 싸우던 추민이 소리치며 병사들을 향해 검을 그었다. 추민의 날카로운 검에 병사들이 놀라며 일순간 뒤로 밀렸다. “히얏!!” 그 짧은 순간 치우는 말을 박차고 앞으로 나갔다. 말이 거칠게 앞으로 질주하자 병사들은 감히 막지 못하고 옆으로 피했다. 치우는 말을 몰아 달리며 뒤에 남아서 싸우는 추민을 보았다. 추민이 여러 명의 병사들에게 포위당해 힘겹게 싸우는 모습이 보였다. 안타까움에 치우는 소리쳤다. “추..........민.........형.........님!!!” 치우는 눈물을 흘리며 앞으로 계속 말을 몰았다. 그의 마음은 당장이라도 다시 돌아가 추민을 돕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치우는 속으로 다짐하고 또다시 다짐한다. “이제 두 번 다시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지 않겠다. 꼭! 을 길러....모두에게 복수 하겠어. 두고 봐!!“ 치우의 안타까움을 지켜보던 심하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치우야, 그는 꼭 올 꺼야.” 심하연은 그렇게 믿고 싶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사람이다. 그녀의 가슴에 아련한 아픔 느껴왔다. 자신을 위해 누군가 목숨을 건다는 것은 너무나 슬프고도 감동적이었다. ‘제발! 꼭 돌아 와줘요. 살아 있어줘요.“ 치우는 말을 몰아 외곽 숲을 지나 불한강 쪽으로 말을 달렸다. 시내를 통해서 가면 빠르나 병사들이 지키고 있을 것을 대비해 외곽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불한강변을 달리고 있을 때 치우는 이상한 기분에 말을 멈추었다. 그가 막 말을 멈추자 바로 화살 한 개가 앞쪽에서 날아왔다. “헛!” 놀람에 찬 치우가 검을 휘둘러 화살을 막으며 소리쳤다. “누구냐?” 그 때 앞 쪽의 수풀 쪽에서 일단의 병사들이 나왔다. 그들은 청랑대의 병사들 이었다. 그들의 앞에는 춘달이 활을 들고 웃으며 소리쳤다. “크하하, 이 쥐새끼 같은 놈! 여기서 만나는 구나!” 치우는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비켜라! 이번에는 사정 봐주지 않는다.” “하하하. 네 놈 실력으로 우리들 모두를 상대하려고?” 치우는 춘달의 말에 심각하게 고민 했다. ‘저들은 20여명이 넘다. 승산이 없다. 그렇다면 누나만이라도...’ 결심이 선 치우는 심하연에게 조용히 말했다. “누나....우린 여기서 헤어져야겠다. 만약 여기를 빠져나가면 마대포로 가서 김무량을 찾아 거기에 누나 아버지도 있으니.... 그리고 삼년후 태동로의 천하일미에서 봐.“ 치우의 말에 심하연이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싫어! 같이 가! 제발 치우야” “누나 추민 형님과 내 노력을 헛되이 않게 해줘. 그리고 우린 다시 만날 꺼야.” 치우와 심하연이 말하는 동안 이미 청랑대의 군사들이 말 주위를 포위했다. 치우가 심하연의 귓가에 조용히 말했다. “내가 소리치며 바로 앞으로 말을 달려 알았지?” 심하연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춘달이 치우의 하는 냥을 보고 비웃으며 소리쳤다. “요 녀석 또 무슨 꿍꿍이냐? 여서 넌 죽는다.” 그의 말에 치우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그래? 어디 그럼 당신의 실력을 볼까?” 치우는 말하며 갑자기 말 등을 박차고 날아가 춘달의 가슴에 검을 그었다. 너무나 순식간이고 빨라 춘달이 놀라며 옆으로 피했다. 그러나 순간 치우는 검 세를 바꾸며 말의 앞쪽을 막고 있던 병사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잠깐의 순간에 이루진 공격이라 앞 쪽에 있던 두 명의 병사는 손 쓸틈 없이 치우의 검에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그와 동시에 치우가 소리쳤다. “누나! 달려!!” 치우의 외침에 심하연은 입술을 물고 말에 박차를 가했다. 거친 숨을 쉬며 말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 앞으로 몇 명의 병사들이 막으려 했지만 치우가 그들을 막았다. 심하연이 탄 말은 순식간에 멀어져 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춘달이 비웃으며 활에 화살을 걸고 시위를 당겼다. 팽팽한 활시위가 심하연의 등 뒤를 노리고 휘어졌다. 그 모습을 본 치우는 놀라며 춘달을 향해 자신의 검을 던졌다. 순간, 팽!! 하며 화살이 활시위를 떠났다. 빠르고 거침없이 공기를 가르며 화살은 심하연의 등을 향해 날아갔다. 그 모습을 안타까이 지켜보던 치우가 소리쳤다. “안돼!!!” 11
THE MASK(탈)-2부 대륙에 부는 바람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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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누구죠? 당신이 추산장의 아들이면 이 추민은 누구냐구?”
그의 물음에 치우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그때 앞쪽에서 사람들의 말소리들이 들려왔다.
치우를 찾는 경비무사들 같았다. 사람들의 소리에 당황한 치우가
사내의 손을 뿌리치려했다.
“이거 놔요! 당신이 누구건 난 관심 없으니.”
그러나 치우는 사내의 손을 쉽게 뿌리칠 수 없었다.
어느새 사내가 치우의 완맥을 잡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술주정이뱅이라 생각했던 치우는 사내가 고급기술을
이용하여 자신을 꼼짝 못하게 하자 놀랐다.
치우의 당황스런 모습을 본 사내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에헤. 가만히 잠 잘 자던 사람을 밟고서는 그냥 간다니 안돼지.”
점점 사람들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자 치우는 인상을 쓰며 사내가
잡은 손을 앞쪽으로 끌어당겼다 왼쪽으로 비틀었다.
“엇!”
사내는 자신이 잡고 있던 손이 손쉽게 빠져나가자 치우를 놀랍다는
듯이 쳐다봤다.
“어떻게 혈도를 제압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간단히 빠져나갈 수 있지?”
그러나 치우는 사내와 더 이상 말할 시간이 없었다.
어느새 치우를 발견한 경비무사들이 소리치며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저 놈 잡아라!!”
호위무사의 외침에 사내는 치우와 그들을 번갈아 보다 도망치
듯 앞으로 달려 나가는 것이다.
치우는 오히려 사내가 자신보다 먼저 도망가자 이상하게 생각하며
바로 사내의 뒤를 쫒아 도망갔다.
그들이 속도를 내서 달려 나가자 뒤 따라오던 경비무사들은 쫒아오지 못했다.
어느 정도 달려 시 외곽에 이르러서야 사내는 멈추고 치우를 기다렸다.
치우가 멈추자 사내가 물었다.
“그런데 당신 도둑맞지? 추산장에서 무얼 훔쳤어?”
그의 말은 어느새 반말로 변해있었다.
치우는 기분이 나빴지만 자신보다 몇 살 위인 것아 참으며 말했다.
“당신이 상관 할 바가 아니잖아요.”
“글세. 다른 집이라면 몰라도 추산장은 우리 집이거든.”
치우는 이미 그의 이름을 들었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흥! 뭐 당신 집에서 훔친 것도 없으니 상관 말아요.”
“나야 뭐! 우리 집에서 무엇을 훔쳤든 상관은 안하지만....헤헤 이렇게
보내 줄 수는 없잖아?“
“무슨 소리죠?”
“헤헤. 도둑질 하러 가서 아무 것도 훔치지 않았다면 말이 안돼지.
우리 쉽게 계산하자고 50대50 어때? 어차피 내게 물려줄 재산이니
이 정도의 권한은 있지 않겠어?“
추민의 말에 치우는 할 말을 잃고 쳐다봤다.
“뭐 그렇게 이상한 놈으로 볼 것 없어. 아버지가 금주령을 내리면서 내 돈도
다 가져가서 술값이 부족하거든 어차피 자네가 돈을 좀 훔쳤나 본데 같이
나누자고 그럼 내 눈을 딱 감지.“
치우는 한 숨을 쉬며 말했다.
“당신은 내 말을 믿지 않는군요. 저도 아무것도 훔쳐오지 못한게
지금 한스러워요. 그 늙이만 아니었다면 누나를 구할 수 있는 건데“
치우가 치를 떨며 말하자 추민은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았다.
“늙은이? 그럼 딴 도둑놈이 또 있었군.”
“저보다 먼저 털어서 가면서 날 궁지로 몰아넣었죠.
휴! 이제 어떻게 누나를 구하지.”
치우가 한숨을 쉬며 바닥에 주저앉자 추민이 물었다.
“내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자네 누님...말야...예쁜가?”
치우는 그렇지 않아도 화가 나는데 어뚱한 소리를 해대는
추민을 향해 소리쳤다.
“그래. 이 술꾼아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착하다. 됐냐?
이제 제발 술 냄새 좀 그만 풍기고 저리가라!“
추민은 치우의 말에 소리쳐 웃으며 말했다.
“크하하하. 그 놈 참! 성질 있네. 그런데....정말 예쁘냐?”
화가 난 치우가 벌떡 일어서자 추민이 다시 웃어대며 말했다.
“하하하. 알았네. 자네 사정을 말해보게 내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니.”
치우는 추민의 장난기 썩인 말과 행동이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당신이 상관 할 필요 없어요.”
치우의 말에 추민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래? 뭐 하긴 내가 상관 할 바가 아니지. 그런데 자네가 우리
집 담을 넘었다는 것은 돈이 필요한 것 같은데.....돈이라면 내게도 좀 있지.“
그의 말에 치우의 귀가 솔깃해졌다.
“정말 돈이 있어요?”
“그럼. 돈 밖에 난 가진게 없어. 하하”
치우는 추민이 비록 장난스럽고 이상하지만 잘만하면 심하연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조건이 뭐죠?”
“조건? 없어. 난 세상이 심심하고 할 일이 없는 사람이야.
이 따분함을 없앨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어때?
네 사정이 나의 무료함을 없애 줄 수 있다면 내 원하는 돈을 주지. 말해봐“
치우는 추민을 믿기로 하고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 했다.
중간중간 청연합군에 대한 이야기가 있을 때 마다 추민은 자기 일인냥
안타까워하고 화를 내며 좋아했다.
그리고 치우가 말을 빼앗아 도망쳐온 대목에서는 손뼉까지 쳐가며 웃어댔다.
치우의 이야기를 들은 추민이 말했다.
“좋아 동생. 우리 그럼 자네의 아름다운 누나를 구하러 가세.”
어느새 추민은 치우를 동생이라 부르며 친근하게 대했다.
치우도 비록 추민이 술 좋아하고 행동이 이상하긴 했지만 성격이 화통하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것 같아 좋았다.
심하연은 불안에 떨며 방 안을 왔다 갔다 했다.
그녀가 있는 곳은 태민시의 태수 하달의 침실이었다.
그녀는 잡혀오자 마자 목욕탕으로 끌려가 목욕을 하고 새 옷을 입은 채로
하달의 침실에 갇혀있는 것이다.
거의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심하연이 침대에 걸터 앉아있을 때 방문이
열리며 하달이 들어왔다.
차가운 얼굴에 삐쩍 마른 체구의 하달을 보자 심하연은 벌떡 일어나
방구석으로 도망가며 벌벌 떨었다.
그 모습을 본 하달이 웃으며 손짓을 했다.
“후후. 귀여운 것 뭘 그리 놀라느냐 이리 오너라.”
그가 손짓을 하며 다가오자 놀라며 심하연이 침대를 타넘으며 피했다.
“하하하. 네년이 어디로 도망 갈 테냐?”
크게 웃으며 하달이 심하연을 향해 몸을 날렸다.
깜짝 놀라 심하연이 피하려했으나 이미 그녀의 손목이 하달에게
잡혀서 움직일 수 없었다.
“크하하하. 그 년 볼수록 매력적이군. 내가 저 번 길에서 널 보고
얼마나 몸이 달았는지 아느냐?“
하달이 말하며 심하연을 끌어안았다.
“안돼!”
심하연은 하달의 품에서 발부등 치며 빠져나가려 했다.
그럴수록 하달은 더욱 그녀를 자신의 품에 꼭 안으며 입술을 맞추려 했다.
기겁을 한 심하연이 자신도 모르게 팔꿈치로 하달의 복부를 쳤다.
“욱!”
하달이 인상을 쓰며 심하연을 거칠게 침대로 떠밀었다.
“아악!!”
심하연이 소리치며 침대에 쓰러지자 하달이 능글맞게 웃으며
옷을 벗었다.
그 모습을 본 심하연은 이를 악물었다.
‘이렇게 당할 바에야....죽는 것이....차라리...’
그녀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다짐하자 오히려 차분해 졌다.
옷을 다 벗은 하달은 심하연이 체념 한 듯이 누워있자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후후. 엉뚱한 생각하지 말아라. 네 년 머리 속의 생각을 다 알고
있으니....후후 네 애비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면.....후후후“
하달의 말에 심하연은 벌떡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우리 아버지는 건들지 말아요. 제발!”
“크크크. 네 년이 내 말만 잘 들으면 네 애비뿐만 아니라 너까지
호강을 시켜주겠다. 그러나 엉뚱한 생각을 하면 모두 저승
구경을 하게 될게야.“
그의 말에 심하연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흑! 흑! 제발 아버지만은...원하는데로 할 께요.”
그녀의 말을 들은 하달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크게 웃으며
심하연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녀의 하얀 속살이 들어나자 하달은 침을 흘리며 말했다.
“크크크. 상상한 것 이상이구나.”
심하연은 눈물을 흘리며 눈을 감았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어둠 속에 자신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든 하달은 상관치 않고 심하연을 침대에 눕히며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했다.
그때였다.
밖이 소란스러워 지며 병사하나가 소리치며 하달을 불렀다.
“태수님!! 태수님! 큰 일 났습니다.”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하달은 짜증이 났다.
이제 막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하는데 방해를 하다니 어느 놈이든
걸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며 일어났다.
“무슨 일이냐? 내가 방해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하달의 호통에 병사가 굽신 거리며 다급한 듯 소리쳤다.
“저...저기....도둑이 들었습니다.”
하달은 병사의 말에 인상을 쓰며 말했다.
“뭐? 그럼 잡으면 되지 무슨 소란이냐?”
하달의 말에 병사는 우물거리며 말했다.
“그게...저...저기....”
“답답하다. 빨리 말해라. 죽고 싶냐?”
“예. 저 그게....태수님의 금랑고가 털렸습니다. 그곳에 있던 상납품도....”
병사의 말에 하달은 눈이 동그랗게 변해서 고래고래 소리쳤다.
“뭐....뭐? 내 금랑고가 털려? 북청 황실에 상납 할 물건도 도난당해?”
“예....그게...”
병사의 말에 하달은 충격을 받은 듯 한동안 멍하니 있다 갑자기 소리쳤다.
“어느 놈이냐? 어느 놈이 내 물건에 손을 댔느냐? 아니다 가보자”
하달은 병사의 답변을 기다리지 않고 부랴부랴 옷을 입고 뛰쳐나갔다.
심하연은 하달이 놀라서 나가자 한숨을 쉬었다.
“휴! 오늘은 이렇게 무사히 넘겼지만.....”
그녀는 다시 눈물이 났다.
금랑고는 태수 하달의 전용 금고나 다름없는 방이었다.
수 십 명의 병사들이 지키고 있고 방의 구조가 삼중으로 되어서
모두 잠물쇠로 채워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쪽같이 금랑고가 털린 것이다.
텅비어버린 금랑고를 보고는 하달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제 난 죽었다. 황실에 상납할 묵검(墨劍)을 잃었으니 이를 어쩐다.”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하달 소리쳤다.
“청랑대 대장 춘달은 어디 갔느냐?”
하달의 소리에 병사하나가 대답했다.
“도둑의 흔적을 쫒아서 간 것 같습니다.”
“음. 그래? 참! 북청에서 온 북위군의 마진 장군은 어디 있느냐?”
“지금 매화랑에 가서 회포를 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병사의 대답에 하달은 안심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잘됐군. 너희들은 잘 들어라.”
하달이 병사들을 향해 소리치자 병사들이 고개를 숙였다.
“오늘 있었던 사건은 어느 누구의 귀에 들어가선 안된다. 알겠느냐?
특히, 북청의 북위군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입단속들 잘해라 만약
어느 놈이든 입을 함부로 놀렸다간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알겠느냐?“
그의 말에 병사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예!”
그 모습을 본 하달은 옆에 있던 병사에게 조용히 말했다.
“빨리 청랑대 대장을 찾아서 내게 오라고 해라. 급하다.”
“예.”
하달의 명령을 받은 병사가 사라지자 하달은 불안한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심노인은 울먹이며 빌었다.
“제발 우리 하연이를 돌려주십시오. 자! 돈 가져왔습니다.”
청랑대 춘달의 밑에 있는 마삼대는 심노인이 든 자은 주머니를
받고는 눈이 커졌다.
“아니! 이 큰 돈을 어디서 구했느냐?”
마삼대의 물음에 심노인이 말했다.
“저희 친척 분 중에 장사하는 분이 계신데 그분께서 빌려주셨습니다.”
“그래?”
“제발! 이제 돈을 다 드렸으니 저희 딸을 풀어주십시오.”
마삼대는 자은 주머니를 보자 욕심이 동했다.
‘어차피 돈이 있어도 저 노인의 딸은 돌려받지 못한다. 태수의 눈에 들었는데
돈을 갚는다고 딸을 돌려 줄 리도 없구. 음...그렇다면 이 자은 내가 어떻게
꿀꺽! 하는 수가 없겠나.....‘
심노인이 다시 사정을 했다.
“어르신 제발 제 딸을....”
마삼대는 자은 주머니를 자신의 품속에 넣으며 말했다.
“알았네. 일단 집으로 돌아가게 그럼 딸을 돌려보내겠네.”
심노인은 마삼대의 행동이 이상해서 물었다.
“언제...”
“아 내가 어떻게 아나? 태수님이 결정할 일이지. 귀찮으니 빨리 가게.”
심노인은 마삼대의 말을 믿지 못하고 말했다.
“저. 그럼 그 돈을 받았다는 영수증이라도 한 장 써 주십시오.”
심노인의 말에 마삼대가 벌컥 화를 냈다.
“뭐? 영수증? 이 노인이 날 못 믿겠다는 거야?”
“아니, 그런 것이 아니라....그래도 그 큰 돈을 아무런 확답도 없이
드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마삼대는 심노인이 때를 쓰자 이렇게 그냥 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좋아. 잠시 여기서 기다려.”
마삼대가 말하고 안으로 들어가자 심노인은 한숨을 쉬며 기다렸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간 마삼대는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 수록 심노인은 불안해졌다.
이상하게 생각한 심노인이 청안으로 들어갔다.
지키던 병사하나가 심노인을 보고 물었다.
“무슨 일이요?”
“방금 들어간 마삼대 태장을 만나려 하는데요.”
“어! 마삼대 태장님은 방금 급한 볼일 있다고 나가셨는데.”
“예? 어떻게....이런!! 우리 하연이는 어쩌구....”
놀란 심노인이 바닥에 주저앉자 불쌍히 여긴 병사가 내용을 물었다.
“무슨 일인데 그러오?”
“낮에 돈 때문에 붙잡혀온 우리 딸을 데려가려고 마삼대 태장님께
돈을 드렸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아 들어온 거라우.“
심노인의 말을 들은 병사는 내용의 전말을 알겠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할아버지 안됐지만 딸은 포기해야 겠어요. 이런말 드려서 안됐지만...”
“무슨 소리입니까?”
“돈을 갚아도 딸은 데려갈 수 없습니다. 이미 태수님 눈에 든
여자는 누구든 여기를 벗어나지 못해요. 그리고 아마 그 돈도 마태장
그놈이 꿀꺽 했을 겁니다. 제가 아버지 같아 안타까워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돈이든 딸이든 잊고 조용한 곳에 가서 사세요.“
병사의 말에 심노인은 하늘이 노랗게 변했다.
“아이구!! 어떡해!! 어떡해!!”
심노인이 목 놓아 우는 것을 가엽게 여긴 병사가 말했다.
“여기서 이렇게 있다가는 고초를 당할지 모릅니다. 오늘 관청에
일이 터져서 아무나 다 붙잡아 오고 있거든요. 얼른 할아버지도 돌아가세요.“
한동안 넋이 빠져있던 심노인은 몽유병 환자처럼 관청을 나갔다.
그 모습을 뒤에서 보던 병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마삼대 그 죽일 놈이 또 사기를 쳤군.”
치우와 추민은 시 외곽 숲에서 심노인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심노인에게 거금을 내어 준 것은 추민 이었다.
그는 아무조건 없이 큰 돈을 주었고 치우는 받아서 심노인에게 준 것이다.
치우가 추민을 보고 말했다.
“형님, 할아버지가 좀 늦는 것 같죠?”
치우는 추민과 호형호제하기로 했다.
추민은 치우의 의기 찬 모습을 좋아했고
치우는 추민의 사내다운 화통한 면이 좋았다.
추민은 약간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아우, 어쩌면 내 생각대로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
“형님 생각대로라니요?”
“난 여기 태민시에서 자라나고 태무전쟁을 겪으면서 청연합군
놈들의 실태를 보고 자랐다. 더구나 이 곳의 태수인 하달은 색을
밝히기로 유명한 놈이지 그 놈이 심하연을 눈독들이구 데려 갔다면.....
아마...돈을 주어도 해결이 되지 않을 거야.“
“예? 그런데 그걸 알면서 왜?”
“알면서도 줬지. 그리고 줄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잖나.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걸은 거지 그러나 결과는 안좋군.“
그들이 말할 때 숲 쪽으로 일단의 사람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추민이 보고 치우의 손을 잡고 숲으로 숨었다.
숲 속에 십 여 명의 병사들이 나타나며 한 노인을 포위했다.
숲에 숨어서 지켜보던 치우는 놀라서 소리칠 뻔 했다.
“어! 저 노인은 추산장에서 본 도둑이잖아.”
치우의 말에 옆에 있던 추민이 노인을 주시하며 보며 물었다.
“저 노인이 우리 집을 털었다던 도둑인가?”
“맞아요. 지금도 생각하면 잡아서 .... 그냥! 또 무슨 일을 냈기에 병사들에게
포위 된 걸까요?“
그들이 대화하는 동안 병사들이 노인을 포위하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노인은 실실 웃으며 병사들의 공격을 잘도 피해 다녔다.
노인은 병사들의 공격을 재미 삼아 받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노인의 몸놀림은 무척이나 이상야릇했다. 마치 물 흐르듯 어느 순간 병사들
사이사이를 오가는가 하면 또 어떤 때는 병사들의 코앞에 머물렀다.
순식간에 뒤로 사라지기도 했다.
만약 노인이 약간의 살심만 품었어도 병사들은 모두 노인에게 당했을 것이었다.
노인이 웃으며 소리쳤다.
“껄껄껄, 이놈들아 네 놈들 백 명이와도 이 천일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으냐?
너희 변태 같은 태수 놈에게 가서 전해라. 천하의 제일도둑 천일이
네 놈의 금고를 털었으니 영광으로 알라구. 하하하“
숲에서 노인의 말을 들은 추민이 놀라며 말했다.
“헛! 저 노인의 전설의 도둑 천일이었구나. 이런 행운을 보게 되다니.”
추민의 말에 치우가 물었다.
“형님! 저 이상한 노인이 그렇게 유명한 사람입니까?”
“그럼. 동대륙 최고의 도둑이지 그가 훔치고자하는 것은
훔치지 못하는 것이 없지. 아마 황실도 털려고 마음만 먹으면
털 수 있을 걸.“
“그래요? 좀 도둑은 아니었네요.”
“좀 도둑이라니. 천하의 제일 도둑이며 신법의 귀신이다. 그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지? 저게 바로 그 유명한 접신술(接身術)이다. 마치 귀신처럼
사람의 몸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지 한번 걸리면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추민의 설명 중에도 병사들과 천일의 실강이는 계속되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병사들의 수가 배로 불어났다.
천일은 병사들의 수가 불어나자 크게 웃으며 소리쳤다.
“하하하. 청의 개발같은 병사들아 이제 어른은 놀만큼 놀았으니 잘 들 있어라.”
천일이 소리치며 달아나려 할 때 화살 하나가 빠르게 그의 등을 향해 날아왔다.
천일은 공기의 마찰음을 듣고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손을 뒤로 돌려 날아온
화살을 튕기며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어느 놈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느냐?”
천일의 호통에 어둠 속에서 춘달이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
“훔친 물건을 놓고 가라.”
춘달의 말에 천일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래? 훔친 물건을 놓으면 난 가도돼?”
그의 물음에 춘달의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해지며 소리쳤다.
“이 미친 늙은이 네가 훔친 것은 북청 황실에 상납 될 묵검이다.
만약 네놈이 그걸 그냥 가져간다면 모든 청연합군의 표적이 될 것이다.“
춘달의 말에 천일이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그래? 헤헤헤헤. 이게 그렇게 좋은 거였어? 아이고 좋아라! 하하하”
마치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천일을 보고 춘달은 인상을 쓰며 검을
들고 공격했다.
그의 검이 무겁게 천일의 가슴을 갈랐다.
“흥!”
천일 가볍게 냉소를 날리며 춘달의 옆으로 붙어왔다.
춘달은 천일의 빠른 속도로 자신의 좌측으로 붙어오자 몸을
틀며 검을 그었다. 그러나 검을 날린 자리에 천일은 이미 없었다.
놀란 춘달이 천일의 자취를 찾으려 할 땐 이미 그의 등 뒤에서
웃고 있는 것이다.
“헛!”
너무 놀란 춘달의 몸을 틀지도 못 한 채 검을 뒤로 돌려 쳤다.
그 순간 갑자기 팔이 시큰해지고 무릎에 힘이 빠졌다.
“억!”
춘달은 짧게 소리치며 쓰러졌다.
그는 도대체 어떻게 천일에게 당했는지도 몰랐다.
천일이 춘달의 뺨을 때리며 말했다.
찰싹! 찰싹!
“헤헤헤, 가서 네 대빵에게 말해. 천하제일 도둑 천일은 훔친 물건을
되돌려 주는 법이 없다고.....알겠냐? 하하하“
천일이 통쾌하게 웃으며 몸을 날리자 병사들이 감히 그를 막지 못했다.
어느 순간 천일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병사들은 쓰러진 춘달을 부축해
일으켰다.
춘달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쫒아가자!”
병사들과 천일이 사라진 후 치우와 추민은 숲에서 나왔다.
치우가 놀랍다는 듯 말했다.
“정말 대단한 노인이네요.”
“그렇지. 아마 저 노인이 평생 훔친 보석과 돈이면 나라 하나는 살 수 있을 걸.”
“그렇게 많은 돈을 훔쳐서 뭘 하려는 걸까요?”
“글세. 우린 알 수 없지.”
그들이 말하고 있을 때 심노인이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나타났다.
치우가 반가움에 소리쳤다.
“할아버지 누나는요?”
심노인은 치우의 말을 듣자마자 바닥에 주저앉으며 목 놓아 울었다.
“하연아! 어떻하냐 우리 하연이를 어떻게...”
심노인의 울음을 보고 치우나 추민은 짐작했던 일이 사실로 들어나자 암담했다.
심노인을 한 동안 지켜보던 추민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치우야. 심하연이란 여자가 네 목숨만큼 소중하니?”
추민의 심각한 물음에 치우는 생각했다.
‘비록 친누나는 아니지만 나에게 너무 잘해주었다. 그리고 내 목숨을 할아버지가
구해주셨는데....나도 당연히 목숨을 걸어야 한다.‘
치우는 결심이 선 듯 말했다.
“내 목숨만큼 소중해.”
추민은 치우의 대답에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럴 줄 알았다. 그럼 우리 목숨 한번 걸어볼까?”
“그럼?”
“그래. 관청에서 심하연을 빼오는 거다.”
“그렇지만 구출해도 할아버지와 누나는 갈 곳이 없는데.”
“그건 걱정 말아라. 이곳은 우리 집안의 손길이 뻗치지 않은 곳이 없다. 여기는
각종 무역을 거래하는 곳이라 배 속에 숨어서 동대륙으로 건너 갈 수 있다.“
추민의 말에 치우는 기뻐하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형님!”
“하하하. 아우의 일을 이 형이 도와주지 않으면 누가 도와준다는 말이냐?”
그들의 대화를 옆에서 듣던 심노인이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추민이 심노인을 보고 말했다.
“마대포 선착장에 가서 김무량을 찾으십시오. 그럼 그가 다 알아서 어르신을
모실 겁니다.“
치우는 추민의 치밀함에 놀랐다.
“그럼. 형님은 이런 사태를 짐작하고 미리 준비까지 하셨습니까?”
치우의 물음에 추민은 그저 웃을 뿐 대답이 없었다.
매화랑은 술과 여자들이 넘쳐나는 곳이다.
이 곳에 들어선 남자들은 모든 자은을 털지 않고 빠져나갈 수 없다.
그만큼 매화랑는 남자들에게는 낙원과 지옥의 숲인 것이다. 수 없는 남자들이
여자들의 치마폭에서 거지로 바뀌어 갔다.
휘황찬란한 광명석등의 불빛 들이 밤을 더욱 밝게 했고 환상적인 여인의 몸을
아름답게 만들었다.
군관으로 보이는 사람 하나가 아름다운 여인을 끼고 술을 마시며 웃고 있었다.
“하하하. 내 이곳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너희들을 볼 줄은 몰랐구나.”
군관의 말에 옆에서 교태를 흘리며 여인이 콧소리로 말했다.
“어머! 장군님은 사람 볼 줄을 아시네요. 호호호”
“크하하하. 고것 귀엽게 노는 구나. 넌 오늘 나와 뜨거운 밤을 보내야 한다.”
“호호호. 저야 장군님 같은 호남을 맞이하게 된 것만으로도 영광이죠.”
군관이 여인의 향기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병사 하나가
급히 달려와 보고를 했다.
“장군님! 큰 일이 났습니다.”
군관은 병사의 말에 얼굴을 굳히며 물었다.
“무슨 일이냐?”
“저기.....황실에 상납될 물건이....도난당했습니다.”
병사의 말에 군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뭐야? 태수는 뭐라 하느냐?”
“저기....그것이 관청을 통해 들은 것이 아니라 저희 수하 하나가
어떻게 술집에서 남청의 병사들이 말하는 것을 들었답니다.“
군관은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정확한 정보냐? 틀림없는 것이냐?”
“상황으로 정보는 정확하게 보입니다. 지금 관청에서는 많은
병사들이 빠져나가고 있고 또 청랑대도 어디론가 떠났다고 합니다.“
병사의 말에 군관은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여인을
보고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음. 청으로 들어가자.”
여인은 아쉬운 표정으로 물었다.
“아이! 장군님 이렇게 그냥 가시면....”
군관은 차가운 눈빛으로 여인을 보고는 아무 말 없이 밖으로 나갔다.
그들이 나가는 것을 보고 여인이 침을 탁! 뱉으며 욕을 했다.
“에이, 폐! 재수 없는 청연합군 놈들.”
군관은 북청의 북위군 대장 마진이었다.
그는 비록 북위군을 맡고 있지만 지위에서는
청연합군에서 한 참 아래에 있는 인물이었다.
욕심이 많았던 그는 상관에게 뇌물을 주고 지금의 북위군
대장으로 있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삼묘국으로부터 은밀하게 전해지는 물품을 무사히 북청 황실까지
호위하라는 명이었다.
그는 만약 이번 일만 잘 한다면 자신의 앞길은 탄탄대로라 여겼다.
그에게 이 일을 맡길 때 상관은 말했다.
“자네를 믿네. 만약 이일만 잘 이루어진다면 자네의 승진은 내 책임지지.”
그리고 또 그의 귀에 대고 웃으며 말했다.
“동대륙에서 감히 청연합군을 공격할 간 큰 놈은 없네. 이 일은 휴가라고
생각하고 잘 다녀오게.“
마진은 그때를 상상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것이 아니다. 분명 쉬울 거란 일이 어떻게......관청의 금고에 넣어두지
않고 내가 보관했어야 했다. 그래야 했어.‘
마진은 후회하고 또 후회 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그는 병사들을 재촉하며 말을 달렸다. 그리고 다짐 했다.
‘어느 놈이든 걸리기만 해보라. 다 죽일겨!’
치우와 태민은 관청을 살피고 있었다.
치우가 태민을 보며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형님의 예상이 맞네요. 병사들이 몇 명밖에 없어요.
모두 천일을 쫒으러 갔나 봐요.”
“천일이 우리를 돕는구나. 만약 그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관청을 쉽게 잠입할 수 있겠느냐?“
그들은 말하며 조용히 몸을 움직였다.
관청 입구를 지키는 병사는 둘에 불과 했다. 안으로 들어와서도
그렇게 많은 병사는 보이지 않았다.
이미 천일을 쫒기 위해 청랑대의 군사가 빠져 나갔기 때문이었다.
치우가 여러 채의 건물을 보며 물었다.
“이 많은 건물 중에서 어떻게 누나를 찾죠?”
그의 물음에 추민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잘 알고 있으니 나만 조용히 쫒아라.”
추민이 빠르게 몇 개의 건물을 돌아 나갔다. 치우가 조용히
그 뒤를 쫒았다.
그때 병사 하나가 치우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거기 서라! 누구냐?”
치우와 추민은 걸음을 멈추고 긴장했다.
병사의 물이 되풀이 되었다.
“누구냐구 물었다.”
추민은 병사가 가까이 있다면 바로 제압하겠지만 멀리 뒤 쪽에
떨어져서 소리를 치고 있어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잘 못하다가는 병사의 고함소리에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 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진땀을 흘리던 치우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나야! 나!”
병사는 치우의 말에 의문 찬 얼굴로 물었다.
“나라니? 누구?”
어둠에 묻혀있어 치우와 추민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병사는 앞으로 한 발 다가서며 치우의 얼굴을 확인하려 했다.
“아! 거참! 이젠 내 목소리도 잊었어? 섭섭한데.”
치우가 친근한 듯이 말하자 병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한발 다가들었다.
“허.....누구더라! 그런데 그 앞에 있는 사람은 또 누구지?”
병사가 의심에 찬 얼굴로 물으며 뒤로 물러서려하자 치우는 입술을 깨물고
칠성보를 극성으로 올리며 병사에게 다가갔다.
순식간에 치우가 자신의 앞으로 다가서자 병사가 놀라며 소리치려했다.
순간! 치우가 병사의 입을 막는 것과 동시에 그이 뒤 통수를 가격했다.
“윽!”
짧은 비명과 함께 병사가 쓰러졌다.
쓰러진 병사를 보고 치우가 한숨을 뱉으며 말했다.
“나라구! 치우!”
추민과 치우는 다시 관청 내의 건물 사이사이를 숨어들어갔다.
추민이 몇 번 건물을 타넘더니 화려하게 지어진 건물 앞에서 멈추었다.
“저기다. 저기가 하달의 숙소지.”
하달의 숙소라는 말을 듣자 치우는 가슴이 아파왔다.
그 모습을 본 추민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말아라. 하달의 똥줄이 타서 네 누난 아직 무사할 거다.”
치우는 안도의 숨을 쉬며 말했다.
“그럼. 빨리 가죠.”
추민이 치우를 붙잡으며 집 주위 숲 속을 가리켰다.
“저기저기 세 놈이 지키고 있다.”
그의 말에 놀라며 치우는 추민을 쳐다봤다.
“잘 봐둬. 내가 놈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추민은 말을 한 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치우는 추민이 가르쳐준 방향을 자세히 주시했다.
순간 어렴풋한 그림자가 어른 하더니 숲 속에 숨어있던 병사들을 단숨에
쓰러지게 만들었다.
“형님은 자신의 무공을 감추고 계셨구나.”
치우가 놀라고 있을 때 추민이 다가오며 말했다.
“들어가 보자”
치우가 고개를 끄덕이고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었다.
방안에 화려하고 커다란 침대에 앉아 여인하나가 고개를 숙이고 울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여인을 보고 치우가 소리쳤다.
“누나! 하연이 누나!”
치우의 목소리에 놀란 심하연이 고개를 들어 쳐다보고는 놀란 표정으로
일어섰다.
“치우야! 어떻게 네가?”
추민은 눈물이 맺힌 얼굴의 심하연의 청초한 얼굴을 보고 순간
충격을 받았다.
‘저렇게 아름다운 여인 있었다니......허!“
그는 놀라며 심하연의 얼굴을 쳐다봤다.
심하연은 치우와 포옹하며 뒤에서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추민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며 물었다.
“치우야. 저 뒤에 있는 사람은 누구냐?”
치우는 추민을 보고는 히죽 웃었다.
“하하하. 우리 추민 형님이 하연이 누나에게 반했구나?”
치우의 말에 정신을 차린 추민이 어떨 한 표정으로 말했다.
“험! 일단 여길 빨리 빠져나가자.”
추민의 말에 치우가 심하연에게 말했다.
“누나 얼른 여기서 나가자 나중에 모든 이야기를 해줄께.”
심하연은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곧 바로 하달의 숙소를 나와서 관청의 입구 쪽으로 움직였다.
심하연이 무공을 알지 못해 움직이기가 수월하지 못했으나 다행히 병사들이
보이지 않았다. 몇 채의 건물을 지날 때 마다 추민이 앞서 지키는 병사들을
제압했다.
그들이 막 관청 밖으로 나오고 있을 때였다.
앞 쪽에 일단의 병사들이 말을 타고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을 본 치우가 놀라서 소리쳤다.
“어! 북위군의 병사들이다.”
추민의 치우의 말에 인상을 썼다. 그들이 이미 피하기는 늦은 것이다.
앞에서 말을 타고 오던 마진이 치우를 보고 소리쳤다
.
“이놈! 여기서 만나는 구나.”
추민은 상황을 오래 끌면 관의 병사들까지 합세하여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북위군의 병사들은 20여명 저들을 모두 상대하다가는 여기서 붙잡힌다.’
결심이 선 추민은 치우에게 말했다.
“치우야 너 먼저 누나를 데리고 빠져나가라.”
“그럴 수는 없어요. 어떻게 형님 혼자서 저들을 다 상대합니까?”
추민이 웃으며 말했다.
“네 누나는 무술을 몰라 잘 못하면 크게 다친다. 차라리 네가
그녀를 데리고 도망가야 내가 마음을 놓고 저들을 따돌리지.“
그의 말에 치우는 감동스런 얼굴로 말했다.
“형님! 고맙습니다.”
“이 길로 마대포로 가서 심노인과 만나라. 내 바로 쫒아가마...
.만약 반시진이 지나도 내가 오지 않으면 김무량에게 그냥 출발하라고 말해라.“
“형님!”
“만약 여기서 우리가 헤어지면....삼년후 태동로의 천하일미에서 보자.”
그들의 이야기를 듣던 심하연은 감동에 찬 눈으로 추민을 보았다.
“어떻게 감사드려야 할지.....”
추민은 약간 부끄러운 듯 말했다.
“부디 대동국에서 다시 만나길 바라겠습니다”
그들이 이별의 대화를 나눌 때 이미 북위군들이 앞까지 다가왔다.
추민이 치우에게 외쳤다.
“치우야 말을 빼앗아 달아나라!”
추민이 소리치며 대장으로 보이는 마진을 향해 검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치우는 마진의 좌측에 있던 병사를 향해 빠르게 다가갔다.
치우의 빠른 몸놀림에 놀란 병사가 검을 내려쳤지만 어느새 치우는
좌측으로 돌아서 그의 옷깃을 잡아 말에서 끌어내렸다.
“엇!”
병사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바닥에 처박혔다.
병사가 치우에게 제압되자 네 병의 북위군 병사가 치우를 공격해왔다.
치우는 그들의 공격을 피하며 말위로 뛰어 올랐다. 유연하고 빠른
몸놀림이었다.
병사 하나가 치우의 앞을 막으며 검으로 말의 머리를 내리치려 했다.
히히히힝!!
말이 울음을 울며 앞발을 높이 쳐들자 병사가 놀라며 옆으로 쓰러졌다.
치우는 재 빨리 말을 몰아 병사들 사이를 헤쳐 나오며 심하연을
잡아서 말에 태웠다.
병사들이 치우와 심하연을 포위하며 다시 공격해오자 마진과 싸우던 추민이
소리치며 병사들을 향해 검을 그었다.
추민의 날카로운 검에 병사들이 놀라며 일순간 뒤로 밀렸다.
“히얏!!”
그 짧은 순간 치우는 말을 박차고 앞으로 나갔다.
말이 거칠게 앞으로 질주하자 병사들은 감히 막지 못하고 옆으로 피했다.
치우는 말을 몰아 달리며 뒤에 남아서 싸우는 추민을 보았다.
추민이 여러 명의 병사들에게 포위당해 힘겹게 싸우는 모습이 보였다.
안타까움에 치우는 소리쳤다.
“추..........민.........형.........님!!!”
치우는 눈물을 흘리며 앞으로 계속 말을 몰았다.
그의 마음은 당장이라도 다시
돌아가 추민을 돕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치우는 속으로 다짐하고 또다시 다짐한다.
“이제 두 번 다시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지 않겠다. 꼭!
을 길러....모두에게 복수 하겠어. 두고 봐!!“
치우의 안타까움을 지켜보던 심하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치우야, 그는 꼭 올 꺼야.”
심하연은 그렇게 믿고 싶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사람이다. 그녀의 가슴에 아련한 아픔 느껴왔다.
자신을 위해 누군가 목숨을 건다는 것은 너무나 슬프고도 감동적이었다.
‘제발! 꼭 돌아 와줘요. 살아 있어줘요.“
치우는 말을 몰아 외곽 숲을 지나 불한강 쪽으로 말을 달렸다.
시내를 통해서 가면 빠르나 병사들이 지키고 있을 것을 대비해
외곽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불한강변을 달리고 있을 때 치우는 이상한 기분에 말을 멈추었다.
그가 막 말을 멈추자 바로 화살 한 개가 앞쪽에서 날아왔다.
“헛!”
놀람에 찬 치우가 검을 휘둘러 화살을 막으며 소리쳤다.
“누구냐?”
그 때 앞 쪽의 수풀 쪽에서 일단의 병사들이 나왔다.
그들은 청랑대의 병사들 이었다. 그들의 앞에는 춘달이 활을
들고 웃으며 소리쳤다.
“크하하, 이 쥐새끼 같은 놈! 여기서 만나는 구나!”
치우는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비켜라! 이번에는 사정 봐주지 않는다.”
“하하하. 네 놈 실력으로 우리들 모두를 상대하려고?”
치우는 춘달의 말에 심각하게 고민 했다.
‘저들은 20여명이 넘다. 승산이 없다. 그렇다면 누나만이라도...’
결심이 선 치우는 심하연에게 조용히 말했다.
“누나....우린 여기서 헤어져야겠다. 만약 여기를 빠져나가면
마대포로 가서 김무량을 찾아 거기에 누나 아버지도 있으니....
그리고 삼년후 태동로의 천하일미에서 봐.“
치우의 말에 심하연이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싫어! 같이 가! 제발 치우야”
“누나 추민 형님과 내 노력을 헛되이 않게 해줘.
그리고 우린 다시 만날 꺼야.”
치우와 심하연이 말하는 동안 이미 청랑대의 군사들이
말 주위를 포위했다.
치우가 심하연의 귓가에 조용히 말했다.
“내가 소리치며 바로 앞으로 말을 달려 알았지?”
심하연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춘달이 치우의 하는 냥을 보고 비웃으며 소리쳤다.
“요 녀석 또 무슨 꿍꿍이냐? 여서 넌 죽는다.”
그의 말에 치우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그래? 어디 그럼 당신의 실력을 볼까?”
치우는 말하며 갑자기 말 등을 박차고 날아가 춘달의
가슴에 검을 그었다.
너무나 순식간이고 빨라 춘달이 놀라며 옆으로 피했다.
그러나 순간 치우는 검 세를 바꾸며 말의 앞쪽을 막고 있던
병사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잠깐의 순간에 이루진 공격이라 앞 쪽에 있던 두 명의 병사는 손 쓸틈 없이
치우의 검에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그와 동시에 치우가 소리쳤다.
“누나! 달려!!”
치우의 외침에 심하연은 입술을 물고 말에 박차를 가했다.
거친 숨을 쉬며 말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 앞으로 몇 명의 병사들이 막으려 했지만 치우가 그들을 막았다.
심하연이 탄 말은 순식간에 멀어져 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춘달이 비웃으며 활에 화살을 걸고 시위를 당겼다.
팽팽한 활시위가 심하연의 등 뒤를 노리고 휘어졌다. 그 모습을
본 치우는 놀라며 춘달을 향해 자신의 검을 던졌다. 순간,
팽!!
하며 화살이 활시위를 떠났다.
빠르고 거침없이 공기를 가르며 화살은 심하연의
등을 향해 날아갔다.
그 모습을 안타까이 지켜보던 치우가 소리쳤다.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