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 드라마>

peace802006.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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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반부 스토리

 

드디어 백 번째 맞선이 결정됐다. 약속 시간에 늦은 그녀가 헐레벌떡 뛰어온다.

긴 웨이브 파마도 없고 정조스런 정장도 아니다. 여자는 그저 수수한 차림에 오자마자

수안의 콜라를 원샷하는 센스를 발휘한다. 그리고 말한다.

“기다리고 있을까 봐 왔어요. 억지로 떠밀려서요. 죄송합니다.”

 

싸늘하지만 정직하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이 수안의 호기심을 당긴다.

떠나려는 그녀를 재빨리 잡아 자리에 앉힌 후 수안은 말한다.

“우리 연애 할래요?”

 

놀라는 여자보다 더 놀라는 시연.

오늘도 역시 시연은 수안의 맞선을 훔쳐보며 가슴 졸이고 안심하고 후회하며 자책한다.

 

“연애하자구요. 연애요. 시간 남고 할 일 없고 혼기 꽉 찬 사람들끼리 연애 합시다.”

 

수안의 이런 태도는 지금까지의 맞선과 사뭇 다르다. 안 좋은 예감이 몰려온다.

무조건 뛰어 나가 수안에게 달려갔다. 시연에겐 그게 최선이다.

자신의 선 자리에 나타난 시연을 보며 어리둥절한 수안.

그런 수안에게 시연이 다급하게 말한다.

“연우를 찾았어.”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거짓말. 그 여자와의 연애를 막기 위해 내뱉은 말이지만 시연은 어쨌건

그 거짓말 때문에 8년 전 사라진 연우를 찾아야한다.

숨을 작정이라도 하듯 흔적하나 남기지 않은 연우. 꽁꽁 숨어버린 연우를 드디어 시연은 찾아낸다.

 

그리고 밝혀진 비밀 하나.

그날, 연우의 부모님은 돌아가시지 않았다.

 

밝혀진 비밀 둘.

연우는 남편도 없이 누군가에 아이를 키우며 억척스럽게 살아간다.

 

어쨌든 수안에게 약속한 그 날은 점점 다가오고 시연은 수안과 함께 연우의 집으로 향한다.

그 곳엔 세월에 닳아버린 연우가 자신의 아이와 함께 비좁은 집에서 살아가고 있다.

 

수안과 시연이 들어서자 연우는 반가워하면서, 어색해 하면서, 그렇게 그들을 맞이한다.

 

그런 연우를 보는 수안의 한쪽 가슴이 아려온다. 그런 수안을 보는 시연의 가슴은 더욱더 아프다.

연우의 눈을 떼지 않는 수안의 시선을 보며 시연은 말한다.

“니가 지켜 줘. 예전에 하지 못했던 거.. 지금 니가 해 줘.”

말을 뱉고 돌아선 시연의 가슴이 무너져 내릴 듯 아프다.

 

연우에게 돌아 갈 결심을 한 수안은 연우의 집에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대며 찾아간다.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늘 선물을 사 들고 오는 수안을 환영하고 연우는 그런 수안을 그저 고마워한다.

“아이 아빠가.. 혹시 나니?”

몇 번이고 생각한 말. 헤어진 시기와 아이의 나이가 같아 있다.

수안이 묻자 연우는 그저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넌.. 예전에도 지금도 한결 같이 바보구나.”

아리송한 연우의 대답에도 수안은 연우와 자신을 퍽이나 좋아하는 연우의 아이를 거두고자 마음먹는다.

 

연우에게 청혼할 생각에 들뜬 수안. 시연에게 부끄럽고 쑥스럽게 자신의 속내를 고백한다.

시연은 둔기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 충격을 느낀다. 자신이 얼마나 엄청난 짓을 저질렀나 깨닫는다.

“이 결혼 무조건 막아야 한다!”

 

시연과 백 번째 맞선 녀가 마주 앉았다. 시연은 맞선녀의 손을 덥석 붙잡는다.

“우리 수안이와 제발 연애해 주세요.”

뜬금없지만 간곡한 시연의 부탁에 여자는 조용히 미소 짓는다.

“당신.. 그 사람 좋아하죠?”

왜 고백을 못하냐는 그 말에.. 언제까지 주변만 빙빙 돌거냐는 맞선녀의 질책에..

시연은 느낀다. 이건 아니라고..

시연도 알고 있다. 막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수안은 연우에게 청혼하기 위해 연우의 집으로 향한다. 값비싼 청혼반지와 장미꽃 한 다발을 들고..

그리고 연우의 집 앞에 선 순간, 연우의 부모님과 마주친다.

“너.. 부모님 돌아가셨다며..?”

“그러니까.. 내가 널 바보라고 하는 거야.”

 

연우는.. 사랑에 빠졌다. 치대생이라는 번듯한 외양의 든든한 남자친구가 있지만 그녀는 집 앞

파출소에 근무하는 말단 경찰과 사랑에 빠진다. 뭐 하나 부족한 것 없는 연우를 모든 사람들은

부러워했지만 그 모든 걸 포기하고 그녀는 말단 경찰공무원에게 인생을 건다.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에도 연우는 그 경찰과 도망을 가 아이를 낳고 결혼을 한다.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았고 그 삶이 영원히 지속될 거라 믿었다.

“남편이 순직하셨습니다.”

음주운전단속을 하던 남편을 치고 달아난 뺑소니 자동차.

남편은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연우는 미망인이 됐다.

 

연우로부터 전해들은 이 모든 말에 수안은 놀란다. 연우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그 말과

미안하다는 말. 놀랬지만 한편으론 부러웠다. 아직도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연우의 그 말에

언젠가 자신도 그런 사랑을 할 거라 마음을 먹었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연우의 거친 손을 꼭 잡고 수안은 돌아섰다.

 

그리고 나간 101번 째 맞선.

정말 마지막이라는 어머니의 확답에 지장까지 받고 이제 수안은 맞선 계를 떠나려 한다.

 

약속시간이 훨씬 지나도 여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역시 101번째 맞선은 없는구나 생각하고 있을 때 쯤 긴 머리를 싹둑 자른 그녀가 나타난다.

“우리 연애할래요?”

환한 미소의 시연이 수안에게 물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