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형사이야기 episode3 악연의 시[惡緣의 詩]6

전선인간200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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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는 살인마라고 불리우는 한분 때문에 마음이 내내 좋지 못하군요

짧은 지식으로 어줍잖은 문장력으로 범죄와 경찰간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그들속에서도

늘 따뜻한 인간미가 남아있을 것이라고 믿는 저로서는 욕하실지 모르나

살인마라 불리우는 그분에게도 분명 내면의 따뜻한 부분이 있을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지울수 없는 잘못을 하셨고 어떻게든 죄값을 치루셔야겠지요.....

 

그나저나 연재가 늦어져서 죄송하구요. 이제 이번글 다음에 악연의 시 에피소드는 끝을 내고

에피소드 4 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에피소드4가 끝난 후엔 잠시 남형사이야기를 쉬고

전에 제가 약속드렸던 소설들을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늘 지켜봐주시는 고마운

분들 더위 조심하세요^^

 

 

  

남형사이야기 episode3 악연의 시[惡緣의 詩]6

 

 

 

“그 개자식은 왜요?”


이 여자!

자신을 혜성이라 소개한 20대 후반의 이 여자는 앉은 자리에서 하나 둘 셋 넷

벌써 네 까치 째 줄담배를 피우고 있다.

과거의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 여자는 거미문신의 남자에 대해

개자식이라는 표현부터 꺼내었을까?


남 형사는 그녀의 주욱 빠진 다리와 몸매. 그리고 몸매에 비해 약간은 불거져 나온

아랫배와 팬티가 보일 듯이 짧게 올려진 미니스커트의 아래로 보이는

허벅다리의 악[惡]이라는 문신을 통해 그녀의 순탄치 않은 인생을

그려가며 조심스레 되물었다.


“저기....... 그러니까 서울 기계공업고등학교 나오고 오른쪽에 어깨에

거미문신이 있는 그 사람을 잘 아시냐고 물었습니다.“


“캬악 퉤 그런데 그거 그 네모난 기계 좀 치우고 말하면 안돼요?

가뜩이나 매일 저녁 노래방 마이크 잡는 것도 짜증나는데 꼭 그런 기계에

까지 녹음해야겠어요?“


가래침! 이미 십년은 족히 담배를 피워온 듯 하다. 저토록 끈적끈적한 노란 가래침을

뱉는 것을 보니........

형사생활을 오래한 탓에 늘 담배를 지독하게 피운 후 끈적한 가래침을

뱉는 사람도 많이 보고 자신 역시 그러하지만

역시나 여자가 저런 소리와 함께 저런 가래침을 뱉는 것은 여전히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남 형사는 미간사이를 약간 찡그리며 녹음기를 주머니 속으로 집어 넣었다.

물론 전원은 끄지 않은 체.......


“네 정 그러시다면 녹음은 하지 않도록 하죠. 대신 손으로 좀 적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을 아신다는 거죠?“


“알다 뿐이겠어요? 성 귀대 그 자식은 나를 처음으로 지독한

사랑의 열병에 감염되게 만든 첫 남자였거든요.

또 지금의 날 이렇게 만들어 놓은 장본이기도 하구요. 그 개자식“


“잠깐만요 지금 그 사람 이름이? 성기대요?”


“귀요. 귀! 성 귀대요. 귀하게 세상에 태어난 대를 이을 아들이라고 귀대라고

할아버지가 지어줬다더군요.“


“기대든 귀대든 쿠쿡! 성 귀대라 이름이 조금 그렇군요. 쿠쿡”


“이봐요! 그 사람 이름 가지고 놀리지 마세요!

사람이름 가지고 놀리는 거 아냐. 형사양반이 그런 것도 몰라!”


혜성의 쏘아붙이는 소리에 남 형사는 흠칫 놀랐다. 아니 방금 전만 하더라도

개자식이라는 욕설을 해대던 그녀가 아닌가?

단지 이름이 조금 외설스러워 웃었다고 이렇게 까지 정색을 하다니

남 형사는 무안 한  헛기침을 한번 해대었다.


“흠..... 쿨럭”


“귀대를 욕할 수 있는 사람. 그 자식을 개자식이라고 욕할 수 있는 사람

세상에 오직 나 뿐이라구요. 아셨어요?

아니 한명 쯤은 더 있을 려나? 아무튼 아저씨가 그를 욕할 자격은 없어요.

알아요?“


“어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난 그저 별다른 의미 없이 그런 거니까.

아가씨가 이해해줘요.

그런데 대체 그 성 귀대라는 사람과는 어떻게 알고 지낸 사이인지?“


6월23일 공소시효를 이틀 남겨놓은 시점. 초초해진 남 형사는 어떻게든

그를 잡기 위해 지금 자신의 앞자리에 앉아 있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이 아가씨에게 자신이 잘못하지 않은 이상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미안하다는 말까지 꺼내고 있었다.


“귀대는 중학교 2학년 때 우리 옆집으로 이사를 왔어요. 아직도 기억해요

똘망 똘망한 눈초리에 세상의 공기를 다 빨아 마시는 것 같은 미소를

지닌 야구를 무척 좋아하던 까까머리 소년을.......

아시겠죠? 그 애의 이름은 성 귀대였지만

동네 아이들 모두 그 애의 이름을 가지고 놀렸지만

그는 언제나 그럴 때면 늘 가지고 다니던 야구글러브에 한 주먹을

팍팍 질러대며 말했어요.

‘야 난 귀하게 태어나 대를 이어야하는 소중한 몸이시란 말야’라고

그런 그의 밝음이 이제 막 사춘기를 시작하려는

제 마음에 빛이 되어 들어왔었죠.

 

그는 그랬어요. 고등학교를 입학 할 때까지

늘 내가 힘들고 지칠 때 소리 없이 척하고 나타나 같이 고민해주고

같이 아파해줬거든요. 그렇게 따뜻하고 다정하던 아이 였어요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어머니의 죽음이 귀대를 그렇게 만든 거군요?”


“그의 아버지가 문제였죠. 변변한 직업조차 없던 그는

늘 끊임없는 바람기에 매번 여자들을 바꾸고 집안의 재산도

다 그 여자에게 탕진하고

나름대로 모자르지 않게 살았던 귀대의 집이 고등학교에 입할 때 쯤엔

늘상 빚쟁이들로 북적거렸으니까요.

 

그 당시에 우리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의 대부분은

‘귀대 아버지 또 여자랑 바람났다며?’ ‘이번엔 어떤 년이야’

따위의 말이었죠.

더군다나 아이들까지도 이제는 귀대의 이름을 가지고

‘성기대? 성기대? 너네 아버지 이번엔 어느 곳에 성기를 갖다대었어?’

라며 놀려댔으니 귀대가 삐뚤어 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을 거예요.

더군다나 결국 어머니가 아버지의 바람기와 생활고를 견디시지 못하고

가스를 틀어놓고 자살을 하셨으니........“


“가스를 틀어놓고 자살을 하였다구요?”


“네 그때부터였어요. 귀대가 가스를 마시기 시작한 것은.........

엄마가 자기에게 남겨놓은 마지막 숨결이라며 귀대는

집 안에 가득찬 가스를 빼지 않고 마시기 시작했어요.

그후로 늘 외롭거나 힘들면

가스를 마시고 학교를 마칠 때면 늘 손을 맞잡고 함께 걷던 어머니의 손길을 잊지 못하고

그 따뜻함을 느끼기 위해 손아귀에 가스를 잔뜩 넣고 뜨거운 불을 만들어 내는 것을

좋아하곤 했었죠.

정말 불쌍한 아이였죠. 정말 따뜻했던 아이 였는데........“


‘삐뚠 가정환경에 의한 심적 상처에 의한 버릇 발생’


남 형사는 메모지에 필요한 부분을 기입하며 계속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우였다.


“여기까지 오셨으니 이미 아시죠? 귀대와 나 동거했었어요.

귀대가 너무 많이 아프게 보이 길래. 너무 외롭게 보이길래. 내가 그의

곁에 있어주고 싶었어요.

그를 예전의 귀대로 돌려놓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를 말려도 보기도 하고 잡아도 보기도 했지만

난 귀대를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그를 이해하기 위해 그의 아픔을 감싸주기 위해

그가 마셔보는 가스에도 손을 대고 그가 광기에 휩싸여 나를 원 할 때도

난 언제나 그를 받아주었어요. 그게

여고생이 해서는 안 될 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는 마치 새기 시작한 부탄 가스통

같았거든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흠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꼭 그렇게 본인마저 그렇게 했어야하는지?

다른 방법들도 있었을 텐데“


“훗....... 이봐요 경찰아저씨? 연애 해봤어요?”


가느다란 손가락사이로 물려져있던 담배를 속 깊게 한 모금 빨아 당긴 후

혜성은 연기와 함께 남 형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매캐한 담배연기 사이로 남 형사 역시 가슴 시리던 자신의 사랑에 대한

짧은 기억들이 되살아났지만 몇 번을 되뇌어봐도

그는 상대방을 위해 자신을 망가뜨리는 사랑을 100% 이해할 수 는 없었다.


“물론 나도 아플 만큼 사랑은 해봤지만 내 기억엔 보통 다른

연인들은 그렇지 않았던 거 같은데......”


“훗 역시 남자들이란........

형사아저씨. 남자들은요. 사랑에 빠질 때 그 상대방이 안 좋은 길을 가거나

어려운 길을 가고 있으며 그 길 자체를 바꾸려고 노력하지만요.

여자들은요. 상대방이 힘들고 안 좋은 길에 빠져있으면 그 길을 함께 갈려구 해요.

비록 그게 이성적으로 올바르지 않다고 하더라두요.

곁에서라도 그를 지켜주고 싶기 때문에요.

나도 귀대를 그렇게라도 지켜주고 싶었다구요“


“흠 이건 형사로서 묻어볼만한 질문이 아니지만 그런데 그렇게 사랑하는데 대체 왜

헤어졌어요?“


혜성의 미간이 잔뜩 찌그러졌다. 그리곤 아직 체 마저 피우지 않은 담배를

마치 지우지 못할 기억들을 애써 눌러 잊으려는 듯 세차게 재떨이 속으로 지근지근

찢이겨 눌러 트리기 시작했다.

이미 담배의 속이 터져 손가락의 끝부분에 재떨이 바닥이 닿는 데도 불구하고

혜성은 한참을 계속 같은 행동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그가....... 귀대가....... 그 개자식이 날 지워버렸으니까요”


“왠지 그날 난 그럴 것 같아서.......왠지 그날따라 기분이 묘해서

귀대를 만나고 싶지 않았는데........

그런데 그가 우리 집 앞 골목에 서있는 거예요. 비가 더럽게 쏟아지던

저녁이었는데.......

그가 절 기다리고 있었어요.


무슨 일이라도 있었는지 아니면 가스라도 심하게 마신 건지

그날따라 그는 더욱 광기어리는 눈빛을 하고

내리는 빗줄기 소리보다 더 심하게 심장을 헐떡거리고 있었어요.

난 귀대의 손에 이끌려 그의 학교 교무실로 들어갔었어요.

왜 그가 갑자기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귀대는 그날 자신의 학적부를  찾아야 한다고 했어요.

학적부의 한 귀퉁이의 가정에서의 란에 자기 어머니가 적어놓은

가정에선 더없이 착한 아들이라는 마지막 글귀가 있다며

그것을 꼭 보아야한다고 했어요.


그는 어디서 무얼 했는지 곳곳의 교복이 뜯겨있었고

중간 중간 그의 몸은 온통 긁혀있었어요.

그의 눈은 비록 가스로 인해 이성을 잃었지만 너무나 슬프고 아파보였죠.

난 그저 그가 원하는 대로 해줄 수 밖에 없었어요.

그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모든 것이었기에

무섭도록 장마가 쏟아지던 저녁이라서 그런지 교무실엔 아무도 없었고

비에 잔뜩 젖은 그의 몸은 추위 때문인지 심하게 떨고 있었죠.

귀대는 어머니가 적어놓은 글씨를 보며

엄마가 추워한다며 엄마를 따뜻하게 해줘야한다면서

손에 가스를 넣어 만든 불꽃으로 하나하나 학적부를 뜯어

태우기 시작했고

그렇게 시작된 불꽃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번져

교무실을 온통 태우기 시작했어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창밖을 때리는 거센 빗줄기와

그리고 슬픈 내 어린 남자. 점점 커져가는 불길은

전혀 두렵지가 않았어요.

전 오히려 그 큰 불길 속에서 귀대와 내가 더 값진 사랑을 깨달을 거라 믿었으니까요


그런데 .......“


“저 여기.......”


이미 닳고 닳은 듯한 20대 후반의 유흥업소 새끼마담인 혜성의 표정이

지금 이 순간 만큼의 그때의 오직 한 남자만을 바라보던 순수한 소녀로

돌아가 있었다.

그녀는 아직도 이미 십 년 전에 자신을 떠난 그에 대한

울분과 안타까움이 섞인 눈물 몇 방울을 짙게 그린 마스카라

아래쪽으로 비추고 있었다.


남 형사는 서둘러 자신의 주머니에 접어놓았던 손수건을 꺼내어 그녀에게

건네어 주었다. 물론 노총각 형사의 손수건은 그다지 깨끗하지 못했지만

그것을 건네는 남형사도 받아들이는 혜성도 손수건의 깨끗하고 더러움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혜성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그 불길 속에서 귀대는 갑자기 미쳐버렸어요.

불길이 점점 거세어 질수록 그의 광기는 더해갔었죠.

그는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자신을 태우려는 듯

불길의 바로 앞에서 상의를 열어 제친 체

엄마를 계속 외쳐대었고

저는 그런 그를 말리며

그의 어머니의 마지막 필체가 있는 학적부를 손에 쥐었어요.

귀대는 제가 그것을 태우려는 줄 알았나봐요.


그는 그 것을 가지기 위해 다시금 제 쪽으로 왔고

전 그를 구하기 위해 그것을 들고 밖으로 뛰쳐나가기 시작했죠.

역시 그는 학적부를 되찾기 위해 절 쫒아 교무실 밖으로 나왔구요.

다행이도 교무실이 1층에 위치하고 있어서

막 학교 건물을 빠져나오려고 할때 쯤

지은 지 오래된 학교의 목조건물의

작은 받침목 하나가 절 향해 쓰러지고 있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놀란 비명소리를 지를 뿐이었죠.

 

그때 쫒아오던 귀대가 날 끌어안고 대신 등으로 그 불에 타는

받침목을 받아내지 않았더라면........휴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전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바닥에 뉘어져 있었고

귀대는 그런 나를 쳐다보고 있었어요. 비를 흠뻑 맞은 체.......

비 때문인지 아니면 뜨거운 불 때문인지

그는 몇 년만에 내가 처음 만났을 때의 귀대로 돌아가 있었어요

그는 조용히 내 볼을 만지며

미안하다는 말을 건넨 후 비 속을 뛰어 사라졌어요.


그 후 귀대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학교에서도

그리고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어요.


그저 나에게 넌 강한 아이니까 잘 견뎌 낼 수 있을 거라는

삐삐문자만 하나 남긴 체........


난 사실 안 강한데 난 정말로 안 강한데

난 그 자식을 위해 모든 걸 다 희생했는데 그런데 그 자식은

그렇게 날 버리고 떠났어요.

그 개자식.

그 후로 독하게 악하게 살아보려고 악[惡]이라는 문신까지 새겼는데

세월이라는 게 새겨놓은 문신은 새겨놓은 아픔은 지워져도

그 사람에 대한 애정까지는 지우지 못 하더군요“


혜성은 계속해서 손수건으로 마스카라 밑을 훔쳐대었고 그제서야

남 형사는 그녀가 말한 개자식이란 그리움이 넘쳐흘러 안타까움이

되어버린 오래된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근데 형사 아저씨”


“네?”


“손수건 좀 빠시긴 해야겠어요. 노총각 냄새가 심하네요”


“아........ 네....... 혼자 살다보니

저 그런데 그럼 지금 그 성 귀대라는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을 아시나요?

아니면 연락처라도 아시거나?“


“이봐요 그렇게 사라진 인간이 눈앞에 나타나겠어요?”


“아 하긴 그렇겠네요.

그럼 최근엔 그 사람을 본적도 연락이 된 적도 없다는 말씀이지요?”


남 형사는 이제 이틀정도 남은 짧은 공소시효와 성 귀대라는 인물을 찾아야한다는

초조함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이름이나마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주머니 속의 녹음기의 정지 버튼을 눌렀다.


“아....... 그러고 보니 몇 년 전에 정확히 귀대인지는 모르지만

무척 닮은 사람을 롯데백화점 앞에서 봤거든요?

제가 ‘야 성 귀대’하고 부르니 돌아보더군요. 그런데 그 사람과 함께

있던 다른 사람들이 모두들 성 귀대가 누구야 라며 서로를 쳐다보더군요.

제가 귀대라 생각했던 사람도 어깨를 으쓱하며 모르겠다는 투로

저를 조금 오래 쳐다 보고는 사라졌구요. 근데 그때의 눈빛이

아무래도 귀대가 맞는 것 같았어요“


“아 그래요? 이름을 불렀는데 반응을 하기는 했다는 거군요?”


“네 분명히 그가 저를 쳐다보았어요. 그것도 약간은 젖은 눈으로요”


“오케이 알겠습니다. 오늘 협조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야

베일에 감춰진 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그럼 바쁘실 텐데 이만“


남 형사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혜성을 향해 90도 각도로 정중하게

인사를 하였다. 형사생활을 수십 년 해왔지만 이제껏

정말로 존경할 만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90도로 허리를 숙여본 적

없는 그였었다.


“저 잠시만요.”


혜성은 남형사의 오른손에 명함 한 장을 쥐어주었다.


“저기 혹시 귀대를 만나면요? 미란이가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고

찾는다고 전해주시겠어요? 이건 제 명함이어요“


“네? 미란이요? 혜성이 아니고?”


“이 일하면서 본명 쓰는 사람 있나요? 제 이름은 미란이어요.

박미란!“


“아 네 알겠습니다. 꼭 그렇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정말로 이만”


남 형사는 미란의 배웅을 받으며 지하 단란주점에서 지상으로 나가는 계단을

하나 둘 밟고 올라가다 미란에게 뜬금없는 질문 하나를 던졌다.


“그런데? 그를 왜 미워하지 않죠?”


“그는 마음이 병든 사람이니까요.

아저씨 사람의 마음이 왜 병드는 줄 아세요?

마음이 아픈데 마음이 상처받았는데 그래서 자기는 이렇게 아프다고

외치는데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을 때 마음이 병드는 거예요


전 예전에 그의 곁에 있어주기만 했지 그를 닮아가기만 했지

그의 마음이 외치는 소리를 들어주지 못했거든요.

그러니 지금 제겐 그를 미워할 이유가 없죠.“


'사람의 마음이 병드는 이유라........'

 

미란의 말을 되 뇌이며 지하 단란주점의 계단을 밟고 올라온

남 형사의 눈 앞엔 오랜만에 어두운 장마의 중간을 뚫고 내리는

따뜻한 햇살이 비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