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6 ] 피렌체에서 7일

시아2004.07.23
조회4,551

여러님들 뜨거우신데 잘 지내시죠?

자 저 휴가 떠나요.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며 답글 주시면 전

돌아 와서 답글 달게요.

모두 행복한 휴가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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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어두운 그림자.

 

 

 

 

 

지민은 유럽출장의 피로를 이수를 만나면서 풀어 버리려고 했었는데, 엉뚱하게 이수 곁에 있

 

던 그 남자 모델에게 신경이 쓰였다. 그를 처음 본 순간 느껴졌던 이상한 감정에 묘한 공포를

 

느꼈다. 왜 그런지 그와 악수를 나누는 순간 섬뜩한 냉기가 전해져와 신경을 곤두세웠던 것이

 

다. 여느 때처럼 비서가 커피를 가지고 방으로 들어 왔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커피를 준비했습니다. ”


“김시일이란 모델에 대해 좀 알고 있나? …모델 하기 전엔 무얼 하던 사람이지?”

 

 


비서는 사장이 어떤 의도로 하는 말인지 몰라서 지민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는 다시 물었다.

 


“ 저……제가 알기로는 4년전에 데뷔 한 걸로 압니다. 늦게 데뷔했지만 단번에 뜬 케이스였

 

죠.? 사장님. 사장님께선 자동차 회사만 맡고 계시지만 SS패션의 이사님께서 직접 스카웃 한

 

걸로 압니다. ”


“ 그래…지영이가?  하긴 남자로서도 모델로서도 만족할만한 조건이니까. 나한테도 의논 좀

 

해주지… 저 하고 싶은 대로만 한단 말이야. 또 무슨 변덕이야.”

 

 


지민은  담배를 꺼냈다. 담배에 불을 붙이는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이상하게 지민은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동생인 지영이 김 시일을 마음에 두고 계약을 한 것일까? 지영은 일도 잘하고

 

능력도 있었지만, 언제나 남자 문제로 오빠인 지민의 속을 섞이곤 했다. 

 

 


“ 사장님, 담배끊지 않으셨습니까?”


“이수가 질색을 해서, 이수 앞에선 안 피우는데…… 아무튼 오늘은 좀 피우고 싶군. ”


“아무튼 김 시일이라는 모델과 지영이 사이를 좀 알아봐. 나가 봐 야지.”

 

 


비서를 똑바로 쳐다보며 지민이 결정 한 듯 담배를 내려놓으며 조금은 언짢은 듯  말했다.

 

 


“알겠습니다.”


 성에 도착했을 때 꾸민 웃음이 아니라 진정으로 즐거운 듯이 미소지으며 맞이하고 있는 이수

 

를 보고 지민은 조금은  놀랐다.

 

 


  “오늘 아침은 기분이 좋은가보네? 그렇지 이수야.”

 


이수는 정말 즐거워하는 얼굴이었다. 이수를 자기 자신처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도대

 

체가 알 수가 없었다. 처음 피렌체에 도착해서 이수가  냉냉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지

 

금까지 걱정스럽게 생각하고 안타까워하고 있었던 지민이었다, 하지만 하룻밤사이에 이제 이

 

수는 만족스럽게 밝아 보였다.

 

 


  “응, 좋아졌어.”


이수는 쾌활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젯밤 시일에게 처음 모르던 사이처럼 정리하자고 부탁 


한 것밖에는 무엇 하나 웃을  만한 일이 없었지만, 차에서 내리는 지민이 피곤하고   지친 듯

 

이  로비로 걸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고,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을 때, 이수는 이젠 지민을 더

 

이상 힘들지 않게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떠나기 전에 아침식사도 하고 같이 산책이라도 하고 가려고 왔어, 곧 돌아 가봐야 하니

 

까……참, 오늘 저녁에 바이어들이랑 파티가 있는데 …… 괜찮겠어?  ”


“ 그래요. 근데…… 아침만 먹고는 금세 가야해요. 다음 작품 기획회의를 이곳에 디자이너와 

 

 하기로 일정이 잡혀 있어요. ”

 

 


식사를 하는 동안도 이수의 얼굴에 분홍빛 웃음이 감돌고 있었다. 지민은 문득 이수가 저런

 

미소를 지어 보일 때가 언제였었는지를 생각했다. 그리고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진하가 사라

 

지고 부터는 이수가 저런 밝은 웃음을 보인 적은 없었다.

 

 


“홍차로 할까? 커피?”

 


이수가 홍차로 하겠다는 말이 떨어지자 곁에 서있던 웨이터는 왜건에 놓인  홍차 포트를 집어

 

들었다.

 


  “지영이는 정말   골칫덩어리야. 어떻게 오빠인 나는 안 그러는데 그녀석이 그렇게 남자를

 

좋아하는지. 다, 아버지가 오냐, 오냐,  하신 게 잘못이지.”

 


이수의  눈이 웃음으로 빛나고 있었다.

 


  “영락없는 지민씨 이지 뭐, 그 애가 누굴 닮겠어? 욕심 많고 샘도 많고…… ”

 


이수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지민의 홍차 잔에 각설탕을  넣었다. 설탕을 싫어하는 이수였으나

 

홍차에는 각설탕을 언제나 한 개씩 넣어 먹었다. 그것이 홍차 맛을 더 좋게 하는 것처럼 느껴

 

져서 좋았다.

 

 


  “그래도 이번엔  용케도 오래 견디는데. 남자친구 없잖아. 요즈음은? 능력도 좋아. ”

 

 

이수는 감탄한다기보다는 약간은 경멸에 가까운 말투로 이야기 했다.

 

사실, 이수는 지영을 좋아하지 않았다.

 

 


“지영이 정도라면 괜찮은 남자들이 얼마든지 있을 텐데, 어째서 늘 이상한 남자들만 만나는

 

거지?”


  “남자 보는 눈이 후해서 그래.”


  “음, 동생이라고 편드는 것 좀 봐. ”

 

 


  지영은 꼭 한 번 만난 일이 있으나 첫눈에 한심한 여자 애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전혀 그

 

런 내색을 하지 않고 지민의 앞에서는 웃는 얼굴로 그럴수 있다고  머리를 끄덕이곤 했지만

 

마음에 들지는 않았었다.

 

 


  “지영이가 이번에 새로 남자를 봐둔 모양이야. 알지 김 시일,  몹시 질투심이 강한 애이니까,

 

그 친구도 잡히면 고생 꽤나 할걸? ”

 


   지민의 그말에 이수는 입술을 깨물었다.

 


  “지영이가 …… 누구하고?”

 


이수가 갑자기 물었다.

 

 


  “응? 거 있잖아, 이수랑 식사했다는 친구 …… 몰랐어? 그래서 모델로 뽑은 모양인데 ? 왜 이

 

수가 몰랐어? 지영이는 한번도 만나지 않는 거야? 같은 회사 안에서도? ”

 


  “아직 회사를 옮긴지도 얼마 안되었고 어머니랑 지영씨는 나를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 

 

 “지영이는  곧 좋아 질 거야. 걱정 마. 나만 믿어. 응?”

 


  “글쎄요, 최근에는 그렇지 않은 것 같지만…처음 입사 할 때부터 나와 한번을 마주치지 않는

 

걸 보면 나를 싫어하는 거죠. ”


  “그래? 나는 자주 만난다고 들었는데 아니었어?”

 

 


  이수는 더이상 아무 말도 않고 가만히 미소를 띠었을 뿐이었다.

 

 


  “ 걱정 마, 지영이 저 친구한테 빠졌으면 정신 못차릴 게  뻔한 일이지!

 

이수 귀찮게는 안 할거야. ”

 

 


  지민은 친 누이인만큼 동생 지영의 성격을 보는 눈은 정확했다. 그는 일행들과 다가오는 시

 

일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이수도 그런 시일을 냉냉하게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 식사 중이신가요? ”

 


  이수는 몹시 화가 났다.

 

 


“식사를 하러 오신 모양이죠?”

 


  그는 화가 나서 붉어진 이수의 얼굴을 한참 쳐다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네. 두 분도 식사 중이셨던 모양이죠? ”

 


   
  지민이  즐거운 듯이 웃고 있었다.

 

 


“네, 같이 하시죠? 아, 일행이 있으시군요. ”

 


이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 바빠서 가봐야 겠어요. 지민씨 저녁에 봐요. 준비하고 있을게요. ”

 


쌀쌀하게 찬 바람소리를 내며 사라지는 이수를 이상하다는 듯이 시일과 지민이 바라 보고 있

 

었다.

 

 

 

 


* * *

 

누가 보낸 걸까?


핑크 색 커다란 박스 속에서 나온 실크 드레스를 만지며 이수는 생각에 잠겼다.   바쁘게 일하

 

는 동료들을 둘러보며 이수는 그날 오후파티를 위해 지민이 보낸 드레스가 아닐까 생각하고

 

지민에게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보내 보았지만 핸드폰을 꺼둔 것인지  아무런 답도 없었다. 그

 

후 그녀는 저녁에 있을 파티를 생각하며 분홍색이 도는 목선이 너무 과감하게 패어진 이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수는 조그만 편이어서 이런 옷은 자신이 없었다. 하

 

는 수 없이 바쁜 상태로 시간을 보내고 이수는 그 드레스를 입고 저녁 파티에 참석했다. 지민

 

은 조금 늦게 로마에서 전용비행기로 날아 왔고 그래서 이수는 혼자 먼저 파티장에 들어 갈수

 

밖에 없었다.

 

 


“ 그 드레스를 입으니 좋은데. 난 근사한 말로 칭찬 할줄을 몰라서 말야. ”

 


 그는 이수의 아름다운 모습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띠며   시끄럽고 어두운 공간을 가득 채

 

운 파티 참석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 무슨 소리예요? 이 드레스 당신이 보냈어요? ”


“ 한잔, 하지. ”


“장난하는 거예요? 지금? ”


“아니……”

 

 


 이수는 화난 눈동자를 그에게 고정시키고는 비난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 지영이도 알고 있다면서요? ”

 


그는 천천히 음미해야 할 브랜디를 단숨에 들이켰다. 사실 아름답고 늘 지겨울  정도로 잘하

 

고 따라 다니고 있는 지영에게 자신은 아무런 느낌을 갖지 못했다는 말을 예의를 차려가며 말

 

할 방법이 없었다.

 

 


“ 난, 관심 없는 일이야. 나를 좋아하는 여자를 다 좋아 해줄 수는 없잖아. ”


“ 나쁜 ! 사람들만 없으면 넌 지금 죽었어. ”

 

 


이수가 이를 갈며 날카롭게 말을 잘랐다.

 

 


“모든 여자들이 당신에게 빠져서 허우적거릴 거라는 유치찬란한 생각을 하는 모양이지! 당신

 

과의  짧은 관계가  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관계에 대한 위협이 될 거라고 착각하지 마, 난

 

안전한 사랑을 선택할거니까!"

 


그는 술잔을 들어 다시 한번 웃으며 쭉 들이켰다.

 

그리고  그는 두 번째 잔도 단숨에 비워버렸다.

 

 


“ 못 그럴걸? 내가 안 보낼 생각이거든 ……어차피 문이수에겐 안전한 사랑은 없어. 진하라는

 

남자를 꿈꾸는 위험한 사랑이지. 그렇다면 그 꿈 나랑 계속 꾸지. 난 그것도 상관 없으니

 

까……. ”


“ 미쳤군. ”


“ 결혼할 때도 그런 드레스를 입었으면 좋겠어. 그렇게 날씬한 목선이 드러나는 드레스 말이

 

야. ”


“  다시 상대하지 않을 거야. ”


“ 거기서 움직이지 마. 움직이지 말라고 말했어. ”

 

 


이수는 그를 쳐다보지도 말아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그럴수록 진하에 대한 집착만

 

더 커질 뿐이니까. 그의 비웃음 섞인 말들을 떠올리자 그가 이런 자신의 이런 마음을 알아차

 

렸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와 이곳에서의  밤을 생각하면 그녀는 신경이 곤

 

두섰다. 사랑에 눈이 먼 십대처럼 이곳이 낭만적인 피렌체라고 해서 유치한 행동을 했다가는 

 

자신과 지민을 조롱거리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앞으로는 좀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한다고 이

 

수는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녀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가 곁

 

에 있는 것이 두려웠다. 쓰러 질 것처럼 현기증이 났다. 

 

 


“ 내가 문 이수를 갖고 싶다고  내가 말했던가? ”

 


 그는 잔인하리 만치 느릿한 말투로 또박또박 끊어 말했다. 

 


“아뇨, 그런 말은 하지 않았잖아요! 이러지 않겠다고 했잖아. ”

 


 이수가 격분한 목소리로 울분을 터뜨리며 말했다.

 


“ 난, 네가 꼭 갖고 싶어 졌어. 너를 가져야겠어. ”


“ 누구 마음대로 ? ”

 

 


이수의 얼굴이 백짓장처럼 창백해졌다. 그녀는 차마 파티장에 그 누구도 쳐다볼 수 없었다.

 

그의 마지막 말에 주위는 온통 적막에 빠져들었다. 이수는 걸음을 재촉하며 밖으로 걸어나갔

 

다. 눈물이 쉬지 않고 흘러내려 시야를 가렸지만, 그녀는 고개를 애써 치켜들고 자리를 빠져

 

나갔다. 하지만 곧 후회가 되었다. 싸우면 안 되는 데, 일이 커지지 않게 하려면 바로 사과하

 

며 그를 다독거렸어야 했다, 달래야 했다.  하지만 도망치는 이수를 뒤쫓아온 그를 보며 그렇

 

게 하려고 생각하니 갑자기 그에 대한 적개심이 치밀어 이수는 도리어 거친 소리를 내뱉고 말

 

았다. 그가 손을 잡으려 하자 팩 뿌리치며 소리 질렀다.

 

 


  “내게 손대지 말란 말이에요?”


  이수는 힘껏 마음 먹고 그의  정갱이를 걷어찼지만  그는 아픈 듯 인상을 찡그리며 뒤로 조

 

금 물러났으나 어깨를 손을 놓지는 않았다.

 

 


“아프단 말이야! ”


 말없이 이수를 노려보며 끌어당기는 손에 우악스럽게 힘이 가해졌다. 그리곤 점점 파티장 뒷

 

문옆 벽으로 밀려갔다. 이수의 몸은 그의 가슴에 끌어당겨지고 꼼짝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

 

녀의 입술을 찾아 그의 얼굴이 바싹 다가들었다.  그의 허벅지가 그녀의 몸에 꼭 밀어붙여졌

 

다. 그가 어깨에서 손을 내리며 이수의 등을 끌어안았다.

 

 


“ 제발 , 이러지 말아요. ”


 “사과하지 않겠어, 당신 탓으로 이렇게 되었으니. 당신이 시작한 일이야. ”


  “모르고 그랬어요.”

 

 


이수는 지친 듯이 중얼거렸다.

 


“나도 모르게 그런 거예요.”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조그맣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미소를 띠고 그런 그녀를 보고 있었

 

다. 그러더니 이수가 채 눈치를 채기도 전에 그는 얼굴을 들이대고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갑자기 두 사람 의 기자가 그들이 키스하는 뒤와 바로 옆에서  펑하고 플래시를   터뜨려 댔

 

다.  금방 무슨 일인가 일어났다는 것을  눈치챈 사람들이 서로 밀어젖히며  뛰어나왔다. 그의

 

어깨 저쪽으로  특종 사진을 찍고 달려 가는 기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성 밖에서는 이제 막 도

 

착한 지민이 올라오다 파티장에서  일어난 소란스러운 일이 무엇인지 알아 보려고 가까이 다

 

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