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외출 후 돌아오면 벌거벗겨진다. 간수들 앞에 서서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나의 맨몸뚱이를 검사받는다. 그때마다 나는 인간이 아닌 죄수 로버트 김임을 다시 한번 자각한다. 나는 간수 앞에 서서 먼저 나의 축 늘어진 생식기를 들어보인다. 그리고 나는 엎드려 그들에게 항문을 보인다. 아, 이 고통. 내가 왜 나이 예순넷으로 머리가 허옇게 센 이 나이에 이들 앞에 이렇게 서 있는가.”
스파이혐의로 7년 반 동안 수감생활을 했던 ‘비운(悲運)의 사나이’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63)의 자서전이 23일 출간됐다. 그는 지난 7월 1일 전자감응장치를 발목에 찬 채 교도소에서 마침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래서 자서전 제목은 ‘집으로 돌아오다’이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수감생활, 그를 옭아맸던 스파이 사건, 재판과정 등이 그의 육성(肉聲)을 통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는 현재 저술활동이 금지된 상태다. 이 자서전은 두 달 동안 그를 인터뷰한 전기작가가 대신 썼다.
외출 귀환때 알몸 검사 고통 왜 이렇게 서 있어야 하는가
자서전에는 미해군정보국(ONI)에서 근무하던 그가 주미한국대사관의 무관 백동일 대령에게 국방기밀을 건네주는 장면이 다음과 같이 나온다.
〈백 대령을 한국대사관에서 만났다. 백 대령은 다른 날과는 달리 긴장하는 것 같았다. “라디오를 켜놓고 이야기할까요.” 왜요? 하는 내 표정에 그가 쓸쓸히 웃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소음 때문에 대화가 중간중간 끊겼다. “김선생님 조심해야 될 것 같아요. 제게 보내시는 봉투가 이상해요. 이번에 보내신 건 닷새 전 소인이 찍혀있었어요. 그 전의 우편물은 대개 이틀이나 사흘 전 소인이 찍혀 있었거든요. 이상한 생각이 들어 유심히 봉투를 살펴보니까 누군가가 개봉한 흔적이 있더라고요. 우리 당분간 연락하지 말아요.” 나는 그때까지도 백 대령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로버트 김은 북한주민과 북한군의 동요 여부, 국제사회가 보내준 식량의 북한군 유입 여부, 휴전선 부근의 북한군 배치실태, 북한이 수출입하는 무기현황, 북한주민의 탈북 실태 등 50여건의 정보를 건네줬다고 밝히고 있다. 백 대령은 이 중 39건만 상부에 보고하고 당시 박철언 등 정치권 인사들을 다룬 정보는 파기한 것으로 소개했다.
〈강릉 앞바다에서 무장공비 26명이 탄 북잠수함이 좌초한 지 사흘 뒤 백 대령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김 선생님, 북한이 동해안으로 사흘 전에 침투했어요. 군인과 교전 중이라는데요. 분명 다른 잠수함들도 있었을 텐데, 이들의 이동경로를 오늘 중으로 알고 싶어요.” 나는 미해군정보국의 컴퓨터를 통해 북잠수함 사건이 언론에 터지기 직전부터 사흘 전까지의 모든 정보를 검색해본 결과, 북잠수함 두 대의 이동 흔적이 나타났다. 한 척은 제주도까지 내려갔다가 북상했고, 한 척은 동해안 강릉 부근 연안에서 사라졌다. 이 한 척이 1996년 9월 18일 좌초한 북잠수함이었다.〉
사흘 뒤인 9월 24일은 음력으로 한국의 추석명절이었다. 그는 이날 미국 수도사령부의 장교클럽에서 열린 한국대사관 무관부가 주최하는 ‘국군의 날’ 리셉션에 초대됐다.
〈내가 샴페인 잔을 입에서 떼고 있을 때, 밖에서 보초를 서던 헌병 한 명이 나를 향해 걸어왔다. “당신 차를 누가 받았어요. 잠깐 나와서 확인해 주실까요?” “그럴 리가 없어요. 착각하는 것 아닙니까?” “나와보시면 압니다.” 순간 느낌이 이상했다. 문을 나서기 직전 고개를 돌려 백동일 대령을 찾았다. 그의 얼굴은 잿빛이 되었고, 그의 아내는 곧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내 차는 처음 세웠던 곳에 아무 이상 없이 주차되어 있었다. 두 남녀가 헌병에게 나를 인계받으면서 무언가를 내보였다. “FBI입니다. 잠깐 조사할 게 있으니 저 차를 타시지요.” 차가 달리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내 손에 수갑을 채웠다. “내가 죄인도 아닌데 왜 수갑을 채웁니까. 시계랑 수갑이랑 닿아서 손목이 아파요. 시계라도 풀어줘요.” 〉
빼앗긴 세월만큼 더 살고싶어 날마다 성경 읽고 걷기 운동
이미 그는 ABC, NBC, CBS, CNN 등의 주요 뉴스마다 ‘빅 스파이’로 소개됐다. 법정에서 간첩죄(espionage)로 9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알렉산드리아 미결수 교도소에서 펜실베이니아주의 앨런우드 교도소로 옮겨졌다.
〈나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기도하고 성경을 읽는 습관을 들였다. 비가 오지 않는 한 매일 걷는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건강이 우선이었으므로 나는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운동을 했다. 팔굽혀펴기 50번을 하루도 빠지지 않았고, 달리기를 하거나 역기를 들기도 했다. 나는 건강하게 출옥하여 빼앗긴 세월만큼 더 오래 살고 싶었다.〉
그의 가택연금은 오는 27일 풀리게 된다. 그러나 앞으로 3년은 완전히 자유롭지 않은 보호관찰 기간이다. 로버트 김은 서문에서 “많은 분들이 나를 애국자라고까지 하는데 나는 그러한 큰 이름으로 불릴 자격이 없다”며 “나는 그저 조국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보통사람에 지나지 않고 나같은 처지에 있는 동포를 도우려고 하는 여러분들이 참 애국자들”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김>에게 많은 관심을 보여주세요~~
나는 애국자 아니다… 조국을 사랑할뿐
[조선일보]
“주말 외출 후 돌아오면 벌거벗겨진다. 간수들 앞에 서서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나의 맨몸뚱이를 검사받는다. 그때마다 나는 인간이 아닌 죄수 로버트 김임을 다시 한번 자각한다. 나는 간수 앞에 서서 먼저 나의 축 늘어진 생식기를 들어보인다. 그리고 나는 엎드려 그들에게 항문을 보인다. 아, 이 고통. 내가 왜 나이 예순넷으로 머리가 허옇게 센 이 나이에 이들 앞에 이렇게 서 있는가.”
스파이혐의로 7년 반 동안 수감생활을 했던 ‘비운(悲運)의 사나이’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63)의 자서전이 23일 출간됐다. 그는 지난 7월 1일 전자감응장치를 발목에 찬 채 교도소에서 마침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래서 자서전 제목은 ‘집으로 돌아오다’이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수감생활, 그를 옭아맸던 스파이 사건, 재판과정 등이 그의 육성(肉聲)을 통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는 현재 저술활동이 금지된 상태다. 이 자서전은 두 달 동안 그를 인터뷰한 전기작가가 대신 썼다.
외출 귀환때 알몸 검사 고통 왜 이렇게 서 있어야 하는가
자서전에는 미해군정보국(ONI)에서 근무하던 그가 주미한국대사관의 무관 백동일 대령에게 국방기밀을 건네주는 장면이 다음과 같이 나온다.
〈백 대령을 한국대사관에서 만났다. 백 대령은 다른 날과는 달리 긴장하는 것 같았다. “라디오를 켜놓고 이야기할까요.” 왜요? 하는 내 표정에 그가 쓸쓸히 웃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소음 때문에 대화가 중간중간 끊겼다. “김선생님 조심해야 될 것 같아요. 제게 보내시는 봉투가 이상해요. 이번에 보내신 건 닷새 전 소인이 찍혀있었어요. 그 전의 우편물은 대개 이틀이나 사흘 전 소인이 찍혀 있었거든요. 이상한 생각이 들어 유심히 봉투를 살펴보니까 누군가가 개봉한 흔적이 있더라고요. 우리 당분간 연락하지 말아요.” 나는 그때까지도 백 대령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로버트 김은 북한주민과 북한군의 동요 여부, 국제사회가 보내준 식량의 북한군 유입 여부, 휴전선 부근의 북한군 배치실태, 북한이 수출입하는 무기현황, 북한주민의 탈북 실태 등 50여건의 정보를 건네줬다고 밝히고 있다. 백 대령은 이 중 39건만 상부에 보고하고 당시 박철언 등 정치권 인사들을 다룬 정보는 파기한 것으로 소개했다.
〈강릉 앞바다에서 무장공비 26명이 탄 북잠수함이 좌초한 지 사흘 뒤 백 대령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김 선생님, 북한이 동해안으로 사흘 전에 침투했어요. 군인과 교전 중이라는데요. 분명 다른 잠수함들도 있었을 텐데, 이들의 이동경로를 오늘 중으로 알고 싶어요.” 나는 미해군정보국의 컴퓨터를 통해 북잠수함 사건이 언론에 터지기 직전부터 사흘 전까지의 모든 정보를 검색해본 결과, 북잠수함 두 대의 이동 흔적이 나타났다. 한 척은 제주도까지 내려갔다가 북상했고, 한 척은 동해안 강릉 부근 연안에서 사라졌다. 이 한 척이 1996년 9월 18일 좌초한 북잠수함이었다.〉
사흘 뒤인 9월 24일은 음력으로 한국의 추석명절이었다. 그는 이날 미국 수도사령부의 장교클럽에서 열린 한국대사관 무관부가 주최하는 ‘국군의 날’ 리셉션에 초대됐다.
〈내가 샴페인 잔을 입에서 떼고 있을 때, 밖에서 보초를 서던 헌병 한 명이 나를 향해 걸어왔다. “당신 차를 누가 받았어요. 잠깐 나와서 확인해 주실까요?” “그럴 리가 없어요. 착각하는 것 아닙니까?” “나와보시면 압니다.” 순간 느낌이 이상했다. 문을 나서기 직전 고개를 돌려 백동일 대령을 찾았다. 그의 얼굴은 잿빛이 되었고, 그의 아내는 곧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내 차는 처음 세웠던 곳에 아무 이상 없이 주차되어 있었다. 두 남녀가 헌병에게 나를 인계받으면서 무언가를 내보였다. “FBI입니다. 잠깐 조사할 게 있으니 저 차를 타시지요.” 차가 달리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내 손에 수갑을 채웠다. “내가 죄인도 아닌데 왜 수갑을 채웁니까. 시계랑 수갑이랑 닿아서 손목이 아파요. 시계라도 풀어줘요.” 〉
빼앗긴 세월만큼 더 살고싶어 날마다 성경 읽고 걷기 운동
이미 그는 ABC, NBC, CBS, CNN 등의 주요 뉴스마다 ‘빅 스파이’로 소개됐다. 법정에서 간첩죄(espionage)로 9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알렉산드리아 미결수 교도소에서 펜실베이니아주의 앨런우드 교도소로 옮겨졌다.
〈나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기도하고 성경을 읽는 습관을 들였다. 비가 오지 않는 한 매일 걷는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건강이 우선이었으므로 나는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운동을 했다. 팔굽혀펴기 50번을 하루도 빠지지 않았고, 달리기를 하거나 역기를 들기도 했다. 나는 건강하게 출옥하여 빼앗긴 세월만큼 더 오래 살고 싶었다.〉
그의 가택연금은 오는 27일 풀리게 된다. 그러나 앞으로 3년은 완전히 자유롭지 않은 보호관찰 기간이다. 로버트 김은 서문에서 “많은 분들이 나를 애국자라고까지 하는데 나는 그러한 큰 이름으로 불릴 자격이 없다”며 “나는 그저 조국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보통사람에 지나지 않고 나같은 처지에 있는 동포를 도우려고 하는 여러분들이 참 애국자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