醜面游龍 (20)

솔아2004.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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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노을이 서산 쪽을 붉게 물들이는데 연무장에는 아직 수련생들의 움직임이 흐트러짐 없고 내당 쪽의 주방에서는 음식 익어가는 냄새가 퍼지고 있다.

연아는 장 밖의 상황을 살피기 위해 대문을 나서 주위를 살피려 나무위로 몸을 날려 오른다. 발끝에 걸린 나뭇잎의 탄성이 기분 좋다. 바람결에 같이 흔들리며 사방을 둘러보는데 아직도 아무런 징후가 없다. 훌쩍 뛰어내린 연아는 장으로 돌아와 잠시 방에 들어 운공을 하고 나노사가 해준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는 삼성과 사제의 약정내막을 반드시 밝히고 부모의 원한과 사문의 숙제를 풀어내겠다고 다짐을 했다. 부모에 대한 기억은 아무것도 없다. 겨우 부모님의 이름과 출신에 대해서만 알뿐 아직 모르는 게 더 많다.

답답한 마음에 연아는 외경편을 꺼내어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

하지만 눈에 글씨가 들어오지 않는다. 연아는 구석에 놓여있는 먼지 쌓인 현금을 끌어다 놓고 먼지를 털어낸 후 줄을 골랐다. 잠시 조음을 하고는 현금을 타기 시작했다. 현금을 타기 시작하자 겨우 심상이 정리되고 마음이 가라앉는다. 하지만 억울하게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자 비분하여 다시 격탕되기 시작한다. 마음의 변화에 따라 연아가 타는 현금소리는 심금을 울리는 슬픔과 질풍노도같은 흉맹함이 번갈아 나타나며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한참을 타다보니 겨우 진정되어 잔잔한 호수 같은 음색을 띠는데 듣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꽈당” 하는 소리와 함께 장 밖에서 살피던 척후조의 한명이 급하게 들어오면서 “유혼교가 쳐들어오고 있습니다.”하고 소리쳤다.

연아는 전각지붕위로 올라 멀리 보았다. 오륙백장 밖에 기마대와 무장을 한 한 떼의 사람들이 진천장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연아는 지붕에서 내려오자마자 육대제자를 정 위치에 자리 잡게 하고 나머지 인원을 안배하여 내당 및 외곽의 수비를 확인한 후 정문 쪽으로 갔다.

땅을 울리는 기마대의 말발굽소리가 벌써 들리기 시작하고 연아가 정문을 열고 서자 멀리 보이던 인물들이 전진을 멈춘 채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했다.

잠시 조용하던 진중이 갈라지며 말을 탄 인물들이 걸어 나오고 있다. “진천장주 나운백은 어서 나와서 본교의 명을 받들라.”

붉은 고루가 그려진 깃발이 휘날리며 진천장을 향해 움직인다.

“게 섯거라.!” 연아가 소리를 치자 전에 왔었던 이영주란놈이 나서며 “저놈이 바로 추면유룡인가 하는놈이요.”

“이놈들, 꼬리가 빠져라 도망가던 놈들이 무슨 낮 짝으로 다시 왔느냐?”

“닥쳐라! 그때는 우리가 얕보았다가 실수 한 것이고 오늘은 네놈들의 목을 잘라 담장에 전부 효수 해줄 것이니 모두 목 깨끗이 닦고 죽음을 기다려라.”

“하하하... 유혼인지 유령인지 모르겠지만 허풍 그만 떨고 조용히 물러나라.”

“네놈들과 싸워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으니 네놈들을 해치기도 싫다. 썩 물러나는 게 만수무강을 위한 길일 것이다.”  

“아직 어린놈이 입심만 살아가지고 이노옴! 이리 나와라.”

“못 나갈 이유라도 있느냐?” 연아는 몸을 날려 삼장밖에 섰는데 어떻게 왔는지 제대로 보지도 못한 사이에 코앞에서서 웃고 있다. “나오라 해서 나왔으니 어디 무슨 연유인지 알아보기로 하자. 누가 대답할 수 있는 자이냐?”

“휘익”소리와 함께 4명의 중년이 연아를 포위한다. “우리 사 영주를 상대할 수 있으면 교주님께서 친히 나오실 것이다.”

“사영주고 오영주고 그건 상관없으니 말만 하지 말고 덤벼라.”

“이놈, 어디 한번 당해봐라!”

“하 앗”하는 기합과 함께 사영주가 사상의 위치를 잡고 공격을 시작한다. 그때 “야 앗”날카로운 여자의 기합소리와 함께 선아가 날아와 연아와 나란히 선다.

“비겁한 인간들이로군. 숫자로 핍박을 하면 누가 두려울까봐 여럿이 덤비고 있냐?”

“오빠 이번 싸움은 제가 한번 해 볼께요.”

“아니다. 이들이 그래 뵈도 사대영주인가 한다니까 한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먼저 시험해 봐야지. 잠시 물러났다가 나중에 힘쓰는 게 좋겠다.”

“이런 쥐방울만한 년이 어른들 싸움에 끼어서 떠드네.”

“네 이년! 예가 어디라구 함부로 끼어드는 거냐?” 하며 손을 휘두르는데 암중에 장력을 보냈는지 선아의 옷자락이 파르르 떤다. 하지만 한발작도 물러서지 않는 선아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호호, 그것도 장력이라고 시범하는 거냐?” 하며 물러선다.

자기들끼리 서로 바라보며 병장기를 빼어든 영주들은 연아를 향하여 무시무시한 공격을 시작했다. 검기와 검기가 부딪고 장력과 장력, 먼지를 휘몰아 하늘로 띄우며 전력을 다하여 공격하는 사영주의 무공은 가히 놀라운 힘을 보여 준다. 하지만 연아는 눈도 감짝하지 않고 일일이 파해하며 맞받아 나간다. 검풍이 휘몰아오자 연아는 슬쩍 허리를 틀어 흘려보내고 양발을 벌려 회선각으로 놈의 어깨를 차내었다. 비틀거린 틈을 노려 현음지로 발출하자 검이 “깡”하는 소리와 함께 두 동강이 났다. 머리를 노리고 파고든 검기를 머리카락 한올정도 차이로 겨우 패해낸 연아는 재빨리 물러서며 무영권을 발출하여 머리를 공격하던 영주의 공격을 둔화시켰으나 그들의 연합공격은 치밀하여 좌우측에서 동시에 공격하는데 등골에 식은땀이 흐른다. 몸을 솟구쳐 검기를 흘려보내자 부러진 칼을 던지며 장력을 쏘아오는데 피할 수 있는 공격이 아님을 알고 진운을 검집채로 휘둘러 막으며 그 탄력을 이용하여 일장정도 더 날아 오른다.

허공중에서 몸을 돌려 검을 뽑아 사상의 중심에 내려서자 기다렸다는 듯 그들의 공격은 한치의 틈도 없이 신랄하게 파고든다.

연아는 한 호흡에 진력을 실어 진운을 휘둘러 운중섬뢰를 펼치며 반오행의 보법으로 사상을 파괴하려 하였다. 하지만 그들의 사상검진도 신축적인 면에서 자유로운 변화를 보이며 계속하여 연아를 핍박하는데 옆에서 보는 사람들의 애가 바짝 바짝 타들어 간다. “타 앗”하는 기합소리와 함께 사위가 어두워지며 벼락이 떨어진다. “콰르릉” 폭음과 함께 장내가 잠시 조용한가 싶었는데 다시 사상이 발동하며 연아를 조여 간다. 강한 검기가 계속적으로 연아를 훓고 지나가자 연아의 의복은 검기에 의하여 찢어져 너풀거리고 연아의 호흡이 조금 거칠다. 아직 본인의 절예를 펼쳐 보일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경험이 부족하여 밀리고 있다.

여러 각도에서 공격을 해 보았으나 그들의 사상검진이 의외로 견고하여 파해할 방법을 못 찾은 것이다. 연아는 부득이 진운을 왼손으로 옮겨 잡고 허리에 묶인 교룡편을 풀어내었다.

동혈에서 익힌 편법을 이용하여 거리를 확보해 보려는 것이었다. 교룡편에 진력을 주입하자 편이 바르르 떨며 사방으로 바람을 일으켜 그들의 검과 부딪쳐 묘한 소리를 낸다. 편의 끝에 달린 신망의 이빨이 날카로운 쇳소리를 내며 쏘아가자 그들은 잠시 주춤하여 물러선다. 겨우 숨돌릴 수 있게된 연아는 다시 호흡을 고르며 그들의 검진을 파해할 방법을 생각했다. 사상을 파해할 방법으로 양의를 떠올린 연아는 왼쪽의 검으로 진천검식을 오른쪽의 편으로 십이로 현음 운편을 펼치자 아니나 다를까 그들의 검진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한다. 한사람이 두 가지 무공을 양손으로 펼쳐내니 놀랍기도 하고 그들의 사상검진 검로가 막히니 검진이 흐트러진 것이다. 효과를 확인한 연아는 돌연 몸을 솟구치며 허공중에서 다시 운중섬뢰를 시전하자 번개처럼 섬광이 그들에게 쏘아져 나가고 거의 동시에 신망의 독아가 그들의 요혈을 향하여 파고들자 대경실색한 놈들은 사방으로 흩어진다. 이 기회를 노린 연아는 즉시 우측의 영주에게 달려들며 진운으로 놈을 베고 몸을 틀자마자 앞에 보이는 영주를 교룡편으로 찔러갔다. “아악”하는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진운에 오른쪽 어깨까지 잘라진 영주가 쓰러지고 교룡편에 복부를 찔린 다른 영주는 그대로 무릎을 꿇으며 편을 잡는다. 연아가 교룡편을 회수하자 몸이 약간 딸려오며 쓰러진다. 동시에 두명의 영주를 쓰러뜨린 연아는 나머지 두명의 영주룰 향해 몸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