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깃불 연기따라 정이피던 여름 밤

김명수2004.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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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깃불 연기따라 정이피던 여름 밤

밤은 매 한가지인데 여름 밤은 유독 길게 느껴집니다.더위가 가시지 않아섭니다. 문명이 발전하면서 자연에서 멀어져 참을성이 사라져섭니다.그렇다고 긴긴 여름 밤을 미워할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우리가 겨우내 먹을 먹거리를 혼신을 다해 밀어 올리는 시간이 여름 밤이기 때문이지요.열대야로 잠을 이룰 수 없으면 밖으로 나가보십시요.아니면 옛 기억을 떠올려보십시요.마음속에 잠든 어린 시절의 추억을 들춰내다보면 무더운 여름 밤이라도 맥을 못 출 겁니다.

 

<천렵 불빛에 여름 밤은 어느새 반토막>

 

"아빠, 송사리다! 임마, 조용히 해. 고기 달아나" 요즘 아이들은 고기잡이하면 고깃배나

낚시를 떠 올리지만 예전엔 뜰채나 얼망으로잡았습니다. 그것마저 없으면 고무신이나 맨손으로 대신했지요. 그러다 보니 낮에는 소득이 시원찮았습니다. 고기가 약아 빠져서지요.

하지만 밤이 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횃불을 가만히 물에 비추면 물고기들이 불빛 주위로 모여들거든요. 또 수면 가까이 물고기가 떠오르면 뜰채나 큰 바가지로 밑에서부터 가만히 퍼 올리면 승부는 끝납니다. 잡은 물고기요? 냇둑에서 홀로 끓고 있는 양념 솥으로 뛰어들지요. 보글보글 끓는 매운탕의 김을 타고 오가는 정담들....

무더운 여름 밤은 어느새 반토막 나고,눈꺼풀이 자꾸 무거워질 즈음 아침이 슬며시 문을 엽니다.

 

<마루 위에 내려앉은 무더위도 얘기를 듣다 제풀에지고>

 

여름 밤 풍경이 세월의 변화를 절감케 합니다. 더위를 피해 쇼핑도 밤에 하고 영화도 심야 극장을 이용하고 운동도 밤에 많이 합니다. 조금만 더워도 에어컨과 선풍기를 틀고 모기가 들어오지 않아도 전자 모기향에 해충 퇴치 전구까지 켭니다. 그러고 보면 불편한 게 없는데 왜 자꾸 옛날이 그리워지는 것일까요. 마당가에 피워 놓은 모깃불 냄새와 부채의 느린 바람을 느껴보고 싶은 걸까요. 눈을 한번 감아보십시요. 보이나요? 저녁상을 물리고 온 가족이 마당이나 평상에 모여 과일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곁에는 고마운 모깃불이 이들을 지켜주느라 오락가락 하는 모습이 하나 둘 팔베개를 하고 눕나요? 별을 헤아리며 견우와 직녀의 전설을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리나요?

 

<아빠, 등에 물 더 부을가요?>

 

한여름에도 뼛속까지 시원한 샘물을 퍼 올려 등멱을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물 맑은 산골 오지나 가야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지만 , 세상에 샘물처럼 시원한 물이 또 있을까요. 수돗물이 어찌 샘물을 대신할 수 있겠습니까. 낮에는 수박이나 참외, 김치단지를 안고 있지만 밤이 되면 두레박을타고, 혹은 펌프의손에이끌려 세상으로 나옵니다. 그리곤 돌아가기 싫으면 더위로 파김치가 된 사람들의 등위에서 미끄럼을 타고 놉니다.

"아빠, 등에 물을 더 부을까요?" "그래, 아니..." 턱이 다 덜덜 떨리고, 아이 손이 꽁꽁 얼어갈수록 등을타고 거슬러 전해지는 아빠의 따뜻한 사랑, 엄마도 딸의 손을 잡고 어둠이 내린 냇가로 갑니다. 나무꾼이 볼세라 선녀가 된 기분으로 서로 등을 밉니다.

 

<자장가 소리에 더위도 잠이 들고>

 

"자장자장 자장자장, 우리 아기 잘도 잔다. 검둥이도 잘 자고..." 닻을 내린 태양이 서녘 하늘로 어둠을 깨우러 가고, 달빛이 대신 하얀 돛을 올려 머리 위에 떠도 진종일 달아오른 거친 호흡들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때를 놓칠세라 모기들이 행동(?)에 나설 때면 어김없이 막아서는 할머니의 부채 그리고 이어지는 자장가 소리! 그래서 여름밤 할머니 무릎은 언제나 손주들 차지였고, 할머니의 얇아진 가슴에 얼굴을 반쯤 붇고 바라보던 추녀 끝에 열린 밤하늘의 별들은 초롱초롱했지요. 끝도 없이 되풀이되는 함머니의 자장가 소리에 스르르 잠 물결 타면 끔속에서도 별들이 깜박깜박, 할머니의 부채질도 덩달라 가다 서다....

 

모두가 그리운 한 여름 밤의 아름다운 꿈입니다.

 

                                    푸 른 바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