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이정아는 스스로 큰 모험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것은 살해 당한 성윤기와 같은 것이었다. 바로 ‘그림자 살인’ 사이트에 자신이 가진 미끼를 던지기로 한 것이었다. 그녀는 사실 지금 몹시 떨리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길게 쉼 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어쩌면 이 행동으로 인해서 자신도 살인마의 타깃이 될 것이 너무나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젠장… 선택의 여지가 없어. 한번 해 보는 거야.’
그녀는 자신이 가진 정보를 주제로 토론방을 개설하고, 그녀 나름대로 분석한 힌트와 함께 패스워드를 걸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토론방에 패스워드를 밝혀낸 사람들이 입장하기 시작했다. 역시, 예상한 대로 그녀가 이미 익히 아는 닉네임을 가진 회원들이었다. 그들은 간단한 인사말을 나누고 토론을 시작했다.
No2739 : 미로님의 일은 정말 안됐습니다.
뽈 : 저도요…
윌리엄 : 인사치레는 그만 두겠습니다. 저는 미로님이 알고 있었다는 비밀에 대한 수수께끼가 궁금합니다.
타락천사 : 더 이상 이 방에 들어오는 회원님은 없을 것 같으니…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첫 번째 살인인 이철 살인 사건에 대한 것입니다.
이정아는 첫 번째 이철 살인 사건에 대해 미스터리 동호회 ‘이드’를 통해 얻은 추리를 모두 공개했다. 그리고 회원들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No2739 : 대단한 추리를 하셨군요.
뽈 : 어디서 그런 사실들을 알게 된 거죠? 혼자 다 밝혀내신 건가요?
타락천사 : 뽈님 이 토론방에서 그런 질문은 삼가 해 주세요.
뽈 : 죄송합니다.
윌리엄 : 그래도 한가지 의문이 남는군요.
No2739 : 뭐죠?
윌리엄 : 이 살인마는 대단히 완벽을 추구하는 자 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박에 대한 부분이 의문입니다. 그것도 틀림없이 범인의 트릭에 빠져서는 안 될 설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타락천사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문제는… 만약, 우박이 내리지 않았을 경우 범인은 어떻게 했을까 하는 것이에요. 설마, 우박이 내릴 것을 미리 알고 살인계획을 세웠다고 볼 수도 없고…
No2739 : 우박이 범인의 설정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모든 것이 설명 되는 게 아닌가요?
윌리엄 :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범인은 지난 겨울부터 우박이 내릴 때 까지 무려 8개월을 기다렸을까요? 물론 중간에 눈이 온 적은 있지만… 그때에는 살인을 실행하지 않았어요. 아마 무엇인가 준비가 완벽하지 않았겠죠. 만약, 우박과 눈이 같은 성질이라고 본다면 범인은 틀림없이 무엇인가 준비를 위해 겨울을 허비해야 했고, 그래서 여름에 눈을 대용할 우박을 기다렸을 거예요.
뽈 : 그럼, 범인은 날씨도 조화를 부린다는 애긴데… 너무 지나친 것 아닌가요? 그날의 우박은 일기예보에도 없는 갑작스러운 것이었어요. 물론, 한 여름에 그런 우박이 서울 시내에 내리는 일은… 조사해 보지는 않았지만 극히 드문 일이었을 거예요.
타락천사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역시, 우박은 범인의 설정이 이라고 생각해요.
윌리엄 : 만약, 그것이 범인의 설정이 아니라고 한다면, 이철 사건의 의문은 모두 풀린 게 되지만… 지나치게 일반적인 생각이겠죠?
잠시 동안 토론방이 조용했다.
타락천사 :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 볼게요. 미로님이 죽기 직전에 전 그에게서 하나의 메시지를 받았어요.
No2739 : 이제야 본격적인 본론에 들어가는 군요.
윌리엄 : 대단한 정보겠죠?
뽈 : …
이정아는 쪽지와 핸드폰을 번갈아 보더니 잠시 망설였다.
타락천사 : 우선, 전 그날 미로님을 종일 미행했어요. 미로님은 누군 가에게서 어떤 정보를 받고 국회 도서관에 갔죠. 그리고는… 어떤 목록을 검색하면서 계속 도서를 열람했어요. 그렇게 여러 번 반복했죠. 그리고는 점심시간이 되자 국회의사당 지하식당에 갔어요. 물론, 저도 미행해서 따라갔죠. 그리고 그 곳에서 모두 익히 알고 있는 사건이 발생했어요. 다행히 저는 미행에 신경이 곤두서 있어서 식사를 입에 대는 것을 잊고 있어서 그곳에서 사건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었죠.
No2739 : 그런데 타락천사님은 어떤 근거로 국회테러가 이 연속살인의 연속이라고 장담하는 거죠?
타락천사 : 우선은 미로님이 그 열쇠예요. 미로님은 이 사건에 대한 어떤 진실을 알 게 된 거예요. 그래서 살해된 거죠. 무엇보다도 국회의 집단 테러에서 죽은 사람은 단 한 명 이라는 것이 제 주장을 뒷받침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비밀이 무엇인지 아직은 모르지만 그 열쇠는 아마 미로님이 제게 마지막으로 전해 준 쪽지에 있다고 생각해요.
윌리엄 : 쪽지라고요?
뽈 : 무슨 내용이죠? 정말 궁금해 미치겠군요. 그 쪽지 라는 게 도대체 뭐죠.
타락천사 : 그 내용은 이래요.
세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국회에 진실이 있다.
Psychoanalysis and the postmodern impulse / Barnaby B.Barratt
How to think about statistics / John L. Phillips
Erich Formm reader / Erich Formm
Work and motivation / Victor H. Vroom
Advances in population / ed. By Lawrence J. Severy
Terrorism / ed. By Lawrence Howard
No2739 : 이게 도대체 뭐죠?
윌리엄 : 도서목록 이군요.
타락천사 : 네 맞아요… 아마 그날 미로님이 열람한 책의 목록일 거예요.
뽈 : 이 책들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거죠?
타락천사 : 사실 저도 이 책들의 내용을 모두 조사해 볼 염두가 나질 않아요.
또 다시 침묵이 흘렀다. 이정아는 지금 모니터의 깜빡이는 커서를 바라보며, 아무라도 좋으니 누군가 자신에게 길을 제시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윌리엄 : 무언가 잘못 짚고 있는 것 아닌가요?
타락천사 : 무슨 의미죠?
윌리엄 : 미로님이 그 책을 반나절 정도에 모두 정독 하고, 그 책에 담긴 수수께끼를 모두 풀었다고 생각할 수는 없어요.
타락천사 : 그렇다면…
윌리엄 : 그건 단순히 암호체계 같은 것이었을 거예요. 그 책의 글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암호체계를 만들 수 있도록 힌트기 제시된 책. 그러니까 사실은 어떤 책이어도 상관이 없었던 것 아니었을까요?
No2739 : 확실히 일리가 있군요. 그럼, 그 책들에는 진실이 없었다는 건데…
타락천사 : 미로님은 물론이고 우리 모두가 어떠한 미끼에 속고 있었다는 애긴가요?
윌리엄 : 여러 가지 가정이 가능해요. 미로님이 진실을 안 것이 아닐 수도 있어요. 단지 진실을 알 수 있다는 미끼에 걸려들어서 도서관으로 유인된 거죠.
타락천사 : 그렇다 하더라도 어떻게 타깃을 정확히 죽일 수가 있었던 거죠?
윌리엄 : 그것은…
뽈 : 혹시, 일반인과 다른 미로님만의 독특한 행동양식이나 버릇이 있다던가, 아니면… 지병 같은 것이 있어서 그날의 독극물과 반응하는 약을 복용했다던가…
타락천사 : 확실히 일리가 있군요. 하지만 제가 알기로는 지병은 없는 것 같고… 그날은 특별히 감기약 같은 것을 먹는 것도 목격하지 못했어요.
윌리엄 : 그럼… 그날에 발생한 그만의 독특한 행동양식이라면…
역시 이 대목에서 모두 다시 침묵했다. 모두 깊은 생각에 잠겨 있음이 분명했다. 그들은 모두 자신만의 퍼즐을 맞추고 있는 것이었다.
타락천사 : 역시… 도서를 검색한 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을까요? 그것도 특정 도서를…
그러나… 모두 침묵하고 있었다. 이 토론방에서 침묵은 곧 침묵한 누구인가는 이미 답을 얻었을지도 모르는 것을 의미했다.
No2739 : 제가 범인이고 그러한 목록을 찾게 해야 했다면… 아마도, 그릇에 미량의 독극물을 발랐듯이 책에도 미량의 독을 바른 다음. 하나의 책을 찾으면 그 책에 다음 책의 힌트를 남기고, 또 그 책을 찾으면 다음 책의 단서를 남기는 방식으로 해서… 미량의 독이 조금씩 쌓이게 하는 방법을 사용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최종적으로 그가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 표적살인이 집단살인에 묻히게 할 수 있겠죠.
타락천사 : 마치 범인처럼 말씀을 하시는 군요.
No2739 : 범인처럼 생각하지 않으면 따라잡을 수 없으니까요...
뽈 :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고 하나의 의문이 남는군요.
윌리엄 : 맞아요. 그를 식당으로 보낼 방법이 없어요.
또 다시 침묵… 이렇게 그들은 침묵과 공방을 계속하고 있었다.
No2739 : 혹시, 마지막 책에 식당에서 식사를 하라는 메시지가 숨어 있지 않을까요?
타락천사 : 글쎄요. 만약 그렇다면 관행과 다른 그 마지막 단계에서 무엇인가 의심을 했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그곳에는 식당이 국회에만 있는 게 아니에요. 반드시 국회 식당이어야 했을 텐데…
뽈 : 제 생각에는 아마도 그의 메모 첫 줄인 ‘세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국회에 진실이 있다.' 이라는 단어에 의도된 것 같아요.
윌리엄 : 메모에는 이미 그를 국회로 가게 유도 하고 있어요. 이미 단어에 명시가 되어 있는 거죠.
타락천사 : 그렇군요. 이미 국회를 암시하고 있기 때문에 미로님은 굳이 국회 식당을 향했다 이거군요.
윌리엄 : 문제는 식사를 하게 하는 것이에요. 식당이라고 해서 반드시 식사를 한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뽈 : 하지만, 그는 딱 점심시간에 식당에 도착했어요.
윌리엄 : 하지만, 그가 메시지를 모두 해독한 시간이 정확히 점심시간이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어요. 그는 비록 점심시간이 아니어도 식당에서 식사를 하도록 강요 되었어야 해요.
뽈 : 범인이 수수께끼의 난이도를 조절한다면 시간을 정확히 맞추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타락천사 : 그렇다면 범인은 이미 우리 모두의 성향이나 지식수준을 꿰뚫고 있다는 애긴가요?
뽈 : 지나친 생각 같기는 하지만…. 그것 밖에는…
No2739 : 역시 그림자 살인의 트릭을 푸는 문제는 그리 쉬운 게 아니군요…
타락천사 : 제 생각에는 미로님이 책의 열람이라는 부문을 전혀 의심치 않고 받아들인 건… 아마 미로님이 찾던 진실이 책이라는 것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 되요.
윌리엄 : 진실의 책이라… 흠… 점점 진실에 접근해 가는 것 같군요.
그들의 토론은 그렇게 진실에 가까워 지고 있었다. 그러나 답은 쉽게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모두 침묵하자 이정아가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했다.
타락천사 :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해 보면, 우선 미로님은 누군가의 메시지를 받고 도서관을 향했어요. 그가 누군가의 메시지에 쉽게 반응한 것은 그가 확신한 무엇인가와 미지의 인물이 제시한 것이 일치했기 때문 일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그 매개란 어떠한 형태로든 책이나 그와 유사한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에요.
뽈 : 뭐… 아직 그가 식당에서 간 트릭은 찾지 못했지만… 오늘 토론은 대충 정리가 된 것 같군요.
그때, 윌리엄이란 닉네임을 사용하는 회원이 말했다.
윌리엄 : 그럼, 이제 다음 안건을 말해 주시죠.
그 메시지를 보는 순간 이정아는 가슴이 철렁했다.
‘젠장, 내가 무슨 실수를 한 거지?’
회원 중 하나가 되물었다.
뽈 : 무슨 말이죠? 윌리엄님.
윌리엄 : 타락천사님은 처음에 분명히 메시지에 대해서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쪽지에 대해서만 토론을 하지 않았나요?
그의 이 말에 모두 침묵했다. 그리고 지금 모두들 타락천사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망설이고 있었다. 거의 진실에 접근해 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윤기의 메시지의 비밀을 단독으로 풀고 싶은 욕심이 앞서고 있었다.
‘젠장… 메시지와 쪽지의 의미는 거기서 거기라고…. 변명이라도 해야 하나… 그렇게 통할 리가 없잖아… 빌어먹을…’
그때 No2739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회원이 말했다.
No2739 : 타락천사님 혼자서만 너무 진실에 접근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결국, 긴 침묵 끝에 이정아는 결심을 했다. 비록 경찰이 자신을 감시하며 보호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역시 혼자서는 너무 위험한 일이었다.
타락천사 : [아델모 사건의 트릭은 모두 밝혀냈어요. ‘아델모가 알고 있던 비미…]
그 메시지를 본 회원들은 모두 침묵했다. 그들은 또 다시 자신만의 퍼즐을 재 조립하고 있었다.
뽈 : 이게 뭐죠?
타락천사 : 죽기 전 미로님이 제게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 전문 이예요.
No2739 : ‘아델모가 알고 있던 비밀을 모두 알아냈다’는 것 아닐까요?
윌리엄 : 아뇨! ‘아델모가 알고 있던 비밀을 알려주겠다’ 일 거예요.
뽈 : 왜 그렇게 단정하시죠?
윌리엄 : 아델모가 알고 있던… 이라는 메시지 앞에선 '따옴표'가 있어요. 죽어가는 마당에 왜 이런 기호까지 다 넣었을 까요? 그건, 틀림없이 다른 사람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일 거에요. 그러니까… 이 메시지의 뒷문장은 다른 사람에 즉 범인에게서 받은 메시지를 그대로 전달하기 위한 것. 그렇다면, 제가 만든 문장이 미로님을 끌어들이는데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요?
뽈 : 역시… 그렇군요.
윌리엄의 관찰력과 추리에 이정아는 그만 감탄하고 말았다
‘이사람 도대체 뭐 하는 작자지?’
이정아는 결국 윌리엄에게 자신이 풀지 못한 숙제 중 하나를 풀어 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또 다른 가장 큰 숙제를 제시해야 했다. 이정아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다음 문제를 제기했다.
타락천사 : 거기까지는 저도 생각해 봤어요. 하지만 의문점이 하나 더 있어요. 왜 이철을 아델모라고 했을까요?
이정아의 이 질문에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침묵했다. 그러자 이정아는 갑자기 혼란스러워졌다. 이번에는 무엇인가 그 전의 침묵과는 다른 것이었다.
'뭐지? 모두 모른다는 건가? 아니면, 아델모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모두 무엇인가를 깨달았지만… 그것만은 숨기고 싶은 건가?'
순간, 토론방의 회원들이 모두 방을 퇴실했다.
“젠장, 뭐야? 역시… 빌어먹을!”
그녀는 충격 속에 생각했다. 생각해 내야 했다.
"젠장 생각해! 내야 해! 뭐야? 도대체…"
그녀는 다급한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쓰고 있었다.
'모두 범인이 보낸 메시지에 신경 쓰고 있다가 내가 아델모라는 이름을 상기시키는 순간 무엇인가를 깨달았어. 그렇다면… 이건 윤기와 나만이 아는 사람이 아니야. 틀림없이, 모두가 아는 유명인사라는 애긴데… 아델모라는 이름을 가진 유명인사라니… 그런 사람은 없어… 적어도 내가 아는 한은… 아냐… 그런 게 아냐… 그렇다면…'
Shadow 2부 : 장미의 이름 (2막 : 베난티오의 장 #07)
그날 밤, 이정아는 스스로 큰 모험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것은 살해 당한 성윤기와 같은 것이었다. 바로 ‘그림자 살인’ 사이트에 자신이 가진 미끼를 던지기로 한 것이었다. 그녀는 사실 지금 몹시 떨리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길게 쉼 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어쩌면 이 행동으로 인해서 자신도 살인마의 타깃이 될 것이 너무나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젠장… 선택의 여지가 없어. 한번 해 보는 거야.’
그녀는 자신이 가진 정보를 주제로 토론방을 개설하고, 그녀 나름대로 분석한 힌트와 함께 패스워드를 걸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토론방에 패스워드를 밝혀낸 사람들이 입장하기 시작했다. 역시, 예상한 대로 그녀가 이미 익히 아는 닉네임을 가진 회원들이었다. 그들은 간단한 인사말을 나누고 토론을 시작했다.
No2739 : 미로님의 일은 정말 안됐습니다.
뽈 : 저도요…
윌리엄 : 인사치레는 그만 두겠습니다. 저는 미로님이 알고 있었다는 비밀에 대한 수수께끼가 궁금합니다.
타락천사 : 더 이상 이 방에 들어오는 회원님은 없을 것 같으니…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첫 번째 살인인 이철 살인 사건에 대한 것입니다.
이정아는 첫 번째 이철 살인 사건에 대해 미스터리 동호회 ‘이드’를 통해 얻은 추리를 모두 공개했다. 그리고 회원들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No2739 : 대단한 추리를 하셨군요.
뽈 : 어디서 그런 사실들을 알게 된 거죠? 혼자 다 밝혀내신 건가요?
타락천사 : 뽈님 이 토론방에서 그런 질문은 삼가 해 주세요.
뽈 : 죄송합니다.
윌리엄 : 그래도 한가지 의문이 남는군요.
No2739 : 뭐죠?
윌리엄 : 이 살인마는 대단히 완벽을 추구하는 자 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박에 대한 부분이 의문입니다. 그것도 틀림없이 범인의 트릭에 빠져서는 안 될 설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타락천사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문제는… 만약, 우박이 내리지 않았을 경우 범인은 어떻게 했을까 하는 것이에요. 설마, 우박이 내릴 것을 미리 알고 살인계획을 세웠다고 볼 수도 없고…
No2739 : 우박이 범인의 설정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모든 것이 설명 되는 게 아닌가요?
윌리엄 :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범인은 지난 겨울부터 우박이 내릴 때 까지 무려 8개월을 기다렸을까요? 물론 중간에 눈이 온 적은 있지만… 그때에는 살인을 실행하지 않았어요. 아마 무엇인가 준비가 완벽하지 않았겠죠. 만약, 우박과 눈이 같은 성질이라고 본다면 범인은 틀림없이 무엇인가 준비를 위해 겨울을 허비해야 했고, 그래서 여름에 눈을 대용할 우박을 기다렸을 거예요.
뽈 : 그럼, 범인은 날씨도 조화를 부린다는 애긴데… 너무 지나친 것 아닌가요? 그날의 우박은 일기예보에도 없는 갑작스러운 것이었어요. 물론, 한 여름에 그런 우박이 서울 시내에 내리는 일은… 조사해 보지는 않았지만 극히 드문 일이었을 거예요.
타락천사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역시, 우박은 범인의 설정이 이라고 생각해요.
윌리엄 : 만약, 그것이 범인의 설정이 아니라고 한다면, 이철 사건의 의문은 모두 풀린 게 되지만… 지나치게 일반적인 생각이겠죠?
잠시 동안 토론방이 조용했다.
타락천사 :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 볼게요. 미로님이 죽기 직전에 전 그에게서 하나의 메시지를 받았어요.
No2739 : 이제야 본격적인 본론에 들어가는 군요.
윌리엄 : 대단한 정보겠죠?
뽈 : …
이정아는 쪽지와 핸드폰을 번갈아 보더니 잠시 망설였다.
타락천사 : 우선, 전 그날 미로님을 종일 미행했어요. 미로님은 누군 가에게서 어떤 정보를 받고 국회 도서관에 갔죠. 그리고는… 어떤 목록을 검색하면서 계속 도서를 열람했어요. 그렇게 여러 번 반복했죠. 그리고는 점심시간이 되자 국회의사당 지하식당에 갔어요. 물론, 저도 미행해서 따라갔죠. 그리고 그 곳에서 모두 익히 알고 있는 사건이 발생했어요. 다행히 저는 미행에 신경이 곤두서 있어서 식사를 입에 대는 것을 잊고 있어서 그곳에서 사건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었죠.
No2739 : 그런데 타락천사님은 어떤 근거로 국회테러가 이 연속살인의 연속이라고 장담하는 거죠?
타락천사 : 우선은 미로님이 그 열쇠예요. 미로님은 이 사건에 대한 어떤 진실을 알 게 된 거예요. 그래서 살해된 거죠. 무엇보다도 국회의 집단 테러에서 죽은 사람은 단 한 명 이라는 것이 제 주장을 뒷받침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비밀이 무엇인지 아직은 모르지만 그 열쇠는 아마 미로님이 제게 마지막으로 전해 준 쪽지에 있다고 생각해요.
윌리엄 : 쪽지라고요?
뽈 : 무슨 내용이죠? 정말 궁금해 미치겠군요. 그 쪽지 라는 게 도대체 뭐죠.
타락천사 : 그 내용은 이래요.
세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국회에 진실이 있다.
Psychoanalysis and the postmodern impulse / Barnaby B.Barratt
How to think about statistics / John L. Phillips
Erich Formm reader / Erich Formm
Work and motivation / Victor H. Vroom
Advances in population / ed. By Lawrence J. Severy
Terrorism / ed. By Lawrence Howard
No2739 : 이게 도대체 뭐죠?
윌리엄 : 도서목록 이군요.
타락천사 : 네 맞아요… 아마 그날 미로님이 열람한 책의 목록일 거예요.
뽈 : 이 책들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거죠?
타락천사 : 사실 저도 이 책들의 내용을 모두 조사해 볼 염두가 나질 않아요.
또 다시 침묵이 흘렀다. 이정아는 지금 모니터의 깜빡이는 커서를 바라보며, 아무라도 좋으니 누군가 자신에게 길을 제시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윌리엄 : 무언가 잘못 짚고 있는 것 아닌가요?
타락천사 : 무슨 의미죠?
윌리엄 : 미로님이 그 책을 반나절 정도에 모두 정독 하고, 그 책에 담긴 수수께끼를 모두 풀었다고 생각할 수는 없어요.
타락천사 : 그렇다면…
윌리엄 : 그건 단순히 암호체계 같은 것이었을 거예요. 그 책의 글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암호체계를 만들 수 있도록 힌트기 제시된 책. 그러니까 사실은 어떤 책이어도 상관이 없었던 것 아니었을까요?
No2739 : 확실히 일리가 있군요. 그럼, 그 책들에는 진실이 없었다는 건데…
타락천사 : 미로님은 물론이고 우리 모두가 어떠한 미끼에 속고 있었다는 애긴가요?
윌리엄 : 여러 가지 가정이 가능해요. 미로님이 진실을 안 것이 아닐 수도 있어요. 단지 진실을 알 수 있다는 미끼에 걸려들어서 도서관으로 유인된 거죠.
타락천사 : 그렇다 하더라도 어떻게 타깃을 정확히 죽일 수가 있었던 거죠?
윌리엄 : 그것은…
뽈 : 혹시, 일반인과 다른 미로님만의 독특한 행동양식이나 버릇이 있다던가, 아니면… 지병 같은 것이 있어서 그날의 독극물과 반응하는 약을 복용했다던가…
타락천사 : 확실히 일리가 있군요. 하지만 제가 알기로는 지병은 없는 것 같고… 그날은 특별히 감기약 같은 것을 먹는 것도 목격하지 못했어요.
윌리엄 : 그럼… 그날에 발생한 그만의 독특한 행동양식이라면…
역시 이 대목에서 모두 다시 침묵했다. 모두 깊은 생각에 잠겨 있음이 분명했다. 그들은 모두 자신만의 퍼즐을 맞추고 있는 것이었다.
타락천사 : 역시… 도서를 검색한 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을까요? 그것도 특정 도서를…
그러나… 모두 침묵하고 있었다. 이 토론방에서 침묵은 곧 침묵한 누구인가는 이미 답을 얻었을지도 모르는 것을 의미했다.
No2739 : 제가 범인이고 그러한 목록을 찾게 해야 했다면… 아마도, 그릇에 미량의 독극물을 발랐듯이 책에도 미량의 독을 바른 다음. 하나의 책을 찾으면 그 책에 다음 책의 힌트를 남기고, 또 그 책을 찾으면 다음 책의 단서를 남기는 방식으로 해서… 미량의 독이 조금씩 쌓이게 하는 방법을 사용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최종적으로 그가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 표적살인이 집단살인에 묻히게 할 수 있겠죠.
타락천사 : 마치 범인처럼 말씀을 하시는 군요.
No2739 : 범인처럼 생각하지 않으면 따라잡을 수 없으니까요...
뽈 :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고 하나의 의문이 남는군요.
윌리엄 : 맞아요. 그를 식당으로 보낼 방법이 없어요.
또 다시 침묵… 이렇게 그들은 침묵과 공방을 계속하고 있었다.
No2739 : 혹시, 마지막 책에 식당에서 식사를 하라는 메시지가 숨어 있지 않을까요?
타락천사 : 글쎄요. 만약 그렇다면 관행과 다른 그 마지막 단계에서 무엇인가 의심을 했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그곳에는 식당이 국회에만 있는 게 아니에요. 반드시 국회 식당이어야 했을 텐데…
뽈 : 제 생각에는 아마도 그의 메모 첫 줄인 ‘세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국회에 진실이 있다.' 이라는 단어에 의도된 것 같아요.
윌리엄 : 메모에는 이미 그를 국회로 가게 유도 하고 있어요. 이미 단어에 명시가 되어 있는 거죠.
타락천사 : 그렇군요. 이미 국회를 암시하고 있기 때문에 미로님은 굳이 국회 식당을 향했다 이거군요.
윌리엄 : 문제는 식사를 하게 하는 것이에요. 식당이라고 해서 반드시 식사를 한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뽈 : 하지만, 그는 딱 점심시간에 식당에 도착했어요.
윌리엄 : 하지만, 그가 메시지를 모두 해독한 시간이 정확히 점심시간이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어요. 그는 비록 점심시간이 아니어도 식당에서 식사를 하도록 강요 되었어야 해요.
뽈 : 범인이 수수께끼의 난이도를 조절한다면 시간을 정확히 맞추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타락천사 : 그렇다면 범인은 이미 우리 모두의 성향이나 지식수준을 꿰뚫고 있다는 애긴가요?
뽈 : 지나친 생각 같기는 하지만…. 그것 밖에는…
No2739 : 역시 그림자 살인의 트릭을 푸는 문제는 그리 쉬운 게 아니군요…
타락천사 : 제 생각에는 미로님이 책의 열람이라는 부문을 전혀 의심치 않고 받아들인 건… 아마 미로님이 찾던 진실이 책이라는 것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 되요.
윌리엄 : 진실의 책이라… 흠… 점점 진실에 접근해 가는 것 같군요.
그들의 토론은 그렇게 진실에 가까워 지고 있었다. 그러나 답은 쉽게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모두 침묵하자 이정아가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했다.
타락천사 :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해 보면, 우선 미로님은 누군가의 메시지를 받고 도서관을 향했어요. 그가 누군가의 메시지에 쉽게 반응한 것은 그가 확신한 무엇인가와 미지의 인물이 제시한 것이 일치했기 때문 일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그 매개란 어떠한 형태로든 책이나 그와 유사한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에요.
뽈 : 뭐… 아직 그가 식당에서 간 트릭은 찾지 못했지만… 오늘 토론은 대충 정리가 된 것 같군요.
그때, 윌리엄이란 닉네임을 사용하는 회원이 말했다.
윌리엄 : 그럼, 이제 다음 안건을 말해 주시죠.
그 메시지를 보는 순간 이정아는 가슴이 철렁했다.
‘젠장, 내가 무슨 실수를 한 거지?’
회원 중 하나가 되물었다.
뽈 : 무슨 말이죠? 윌리엄님.
윌리엄 : 타락천사님은 처음에 분명히 메시지에 대해서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쪽지에 대해서만 토론을 하지 않았나요?
그의 이 말에 모두 침묵했다. 그리고 지금 모두들 타락천사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망설이고 있었다. 거의 진실에 접근해 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윤기의 메시지의 비밀을 단독으로 풀고 싶은 욕심이 앞서고 있었다.
‘젠장… 메시지와 쪽지의 의미는 거기서 거기라고…. 변명이라도 해야 하나… 그렇게 통할 리가 없잖아… 빌어먹을…’
그때 No2739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회원이 말했다.
No2739 : 타락천사님 혼자서만 너무 진실에 접근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결국, 긴 침묵 끝에 이정아는 결심을 했다. 비록 경찰이 자신을 감시하며 보호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역시 혼자서는 너무 위험한 일이었다.
타락천사 : [아델모 사건의 트릭은 모두 밝혀냈어요. ‘아델모가 알고 있던 비미…]
그 메시지를 본 회원들은 모두 침묵했다. 그들은 또 다시 자신만의 퍼즐을 재 조립하고 있었다.
뽈 : 이게 뭐죠?
타락천사 : 죽기 전 미로님이 제게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 전문 이예요.
No2739 : ‘아델모가 알고 있던 비밀을 모두 알아냈다’는 것 아닐까요?
윌리엄 : 아뇨! ‘아델모가 알고 있던 비밀을 알려주겠다’ 일 거예요.
뽈 : 왜 그렇게 단정하시죠?
윌리엄 : 아델모가 알고 있던… 이라는 메시지 앞에선 '따옴표'가 있어요. 죽어가는 마당에 왜 이런 기호까지 다 넣었을 까요? 그건, 틀림없이 다른 사람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일 거에요. 그러니까… 이 메시지의 뒷문장은 다른 사람에 즉 범인에게서 받은 메시지를 그대로 전달하기 위한 것. 그렇다면, 제가 만든 문장이 미로님을 끌어들이는데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요?
뽈 : 역시… 그렇군요.
윌리엄의 관찰력과 추리에 이정아는 그만 감탄하고 말았다
‘이사람 도대체 뭐 하는 작자지?’
이정아는 결국 윌리엄에게 자신이 풀지 못한 숙제 중 하나를 풀어 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또 다른 가장 큰 숙제를 제시해야 했다. 이정아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다음 문제를 제기했다.
타락천사 : 거기까지는 저도 생각해 봤어요. 하지만 의문점이 하나 더 있어요. 왜 이철을 아델모라고 했을까요?
이정아의 이 질문에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침묵했다. 그러자 이정아는 갑자기 혼란스러워졌다. 이번에는 무엇인가 그 전의 침묵과는 다른 것이었다.
'뭐지? 모두 모른다는 건가? 아니면, 아델모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모두 무엇인가를 깨달았지만… 그것만은 숨기고 싶은 건가?'
순간, 토론방의 회원들이 모두 방을 퇴실했다.
“젠장, 뭐야? 역시… 빌어먹을!”
그녀는 충격 속에 생각했다. 생각해 내야 했다.
"젠장 생각해! 내야 해! 뭐야? 도대체…"
그녀는 다급한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쓰고 있었다.
'모두 범인이 보낸 메시지에 신경 쓰고 있다가 내가 아델모라는 이름을 상기시키는 순간 무엇인가를 깨달았어. 그렇다면… 이건 윤기와 나만이 아는 사람이 아니야. 틀림없이, 모두가 아는 유명인사라는 애긴데… 아델모라는 이름을 가진 유명인사라니… 그런 사람은 없어… 적어도 내가 아는 한은… 아냐… 그런 게 아냐… 그렇다면…'
그녀는 순간 해머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정신인 번쩍 들었다.
‘혹시…?’
그녀는 너무나 큰 핵심적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책?! 역시 이 사건의 핵심은…"
그녀는 마침내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수도사 아델모…"